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89화
스틱스 (3)
「별천지 ㅗ」
단순한 메시지였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먼저, 그들은 별천지에 대고 빅엿을 선사했다.
별천지는 정상급 랭커가 무려 19명이나 되는 거대 길드.
그런 곳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도발할 수 있다는 말은 둘 중 하나였다.
1. 그만한 능력이 있거나.
2. 미쳤거나.
당연히 1번일 확률이 높으나, 2번일 확률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저들은 서울 대낮에 여유롭게 대한민국 랭커를 납치할 수 있는 정신 나간 집단이니까.
다음은, 그들이 ‘별천지’가 이 장소로 올 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거다.
‘어떻게?’
사실, 김진아는 이 부분이 제일 소름이었다.
우리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는 내용 아니던가!
게다가 이미 깔끔하게 정리한 후 자리를 떴다.
그 말인즉슨.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
김진아가 미간을 좁혔다.
뭘까?
배신자?
배신이라기엔, 이번 작전을 아는 자는 넷뿐이다.
자신, 카푸, 기소율, 노아.
기소율과 카푸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테니…….
‘노아?’
김진아가 힐끔 그녀를 바라보자.
움찔!
맞은편에 있던 니노마에가 몸을 살짝 떨었다.
“나니?! 뭐예요, 그 눈빛은?”
그러더니, 서운하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지금 저 의심한 거죠! 의심한 거 맞죠! 와아아, 스고이이! 어떻게 제가 존경하는 암제(暗帝)님 앞에서 정보를 누설했겠어요! 저 너무 섭섭해요! 히도이!”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사람이 입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눈으로도 말할 수도 있단 말이에요! 흐어엉, 언제는 길드원이면 다 가족이라더니! 게다가 아직요? 아직이란 말은 제 말에 대해 다 인정한다는 말이잖아요! 아이고, 흐어어엉!”
뭐, 저런?
랭커씩이나 되어서 잠깐 의심의 눈초리 한번 내비쳤다고 저렇게 울 수가 있나? 싶었지만, 영비는 그런 사람이었다.
감성적이면서도 순수한 일본인.
그녀는 신기하게도 눈물까지 흘리면서 울어댔다.
‘허얼.’
김진아가 속으로 감탄했다.
사람이 저럴 수도 있구나.
그녀 역시 이번 레이드로 인해 껑충 뛴 랭커 중 하나였다.
850위에서 291위로 한 번에 올랐으니, 대단하지.
“알겠어요, 알겠어요. 그만 뚝.”
“흐어어엉!”
“암제님은 우는 여자 극혐 하던데…….”
“……뚝.”
김진아의 말에 거짓말처럼 영비의 눈물이 멈췄다.
표정 또한 진지하게 뒤바뀌었다.
마치 언제 울었냐는 것처럼.
“제 능력을 펼칠 때가 왔군요. 걱정하지 마십쇼, 부길마님! 제 스킬 중 흔적을 추적하는 스킬이 있슴다! 하핫!”
씩씩하게 주변을 탐색했다.
“…….”
김진아는 소름이 돋았다.
역시.
랭커 중에 제 정상인 사람 드물다는 게 참말인가 보다.
방금 저 행동이 연기였다는 거잖아?
‘어쨌든.’
김진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분명 도발을 했다.
도발에는 응해주는 게 인지상정.
‘찾아낸다.’
찾아내서.
어떻게 우리가 여기 올 줄 알았는지, 그것부터 밝혀내고 말 거다.
* * *
“블랙 하운드라는 자에 대해 조사해 봤다.”
카푸가 서류를 내밀었다.
별 소득 없이 무릉도원으로 복귀한 김진아.
그녀가 그것을 건네받았다.
“신기하게 정보가 거의 없어.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것과 이름이 곽동석인 것. 그것 말고는 모든 정보가 비어 있다. 협회 쪽에 문의해도 답은 똑같아.”
“흠, 좀 인위적인데요?”
“그렇지.”
원래 사람이란 게 그렇다.
살아오면서 교육을 받고, 병원에 다니고, 취업을 하다 보면 흔적이란 걸 남기게 되어 있는데.
곽동석이란 자는 아무런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말은.
“아무래도 놈들이 지운 거 같다.”
“호오라, 제법인걸요?”
별천지가 다가올 걸 아는 데다가, 협회가 취급하는 정보까지 지워?
이상하게도.
그녀는 상대가 의뭉스러울수록 모종의 쾌감을 느꼈다.
영상에서 블랙 하운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내가 소속된 길드가 하나 있거든? 그냥 정보를 취급하는 길드인데…….
상대도 분명 정보 조직이었다.
그것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아하니, 제법 체계적인 조직 같은데요?”
“응.”
고개를 끄덕인 카푸가 느릿하게 턱을 젖혔다.
“과감하게 랭커를 친 것 보면, 어느 정도 무력을 갖추고 있을 확률도 높고. 또 우리의 정보가 새었다고 했나?”
“샌 것보다는…… 알았던 거죠. 우리가 파주로 갈 줄.”
“흠, 그 정도의 정보라면…… 사실, 추측 가는 곳이 하나 있다.”
“어디요?”
“정보상, 커브웹.”
“아.”
커브웹(Cobweb).
그는 국내 최대 규모의 헌터 커뮤니티 ‘헌터 게시판’의 유저였다.
직업은 정보상.
그에게 쪽지로 정보를 물으면, 요구 금액과 함께 계좌가 날아온다.
계좌에 돈을 넣으면? 정보를 준다.
신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는 나름 인기가 많았다.
커뮤니티에서 꽤 오랫동안 활동했던 유저임에도, 아직까지 별 탈 없이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였으니까.
“맞네요, 커브웹! 걔를 왜 생각 못 했지?”
김진아가 손뼉을 쳤다.
“걔, 정보만 파는 게 아니잖아요!”
“맞지.”
약 2년 전부터인가.
그는 갑자기 잡템도 팔기 시작했다.
꽤 높은 등급의 장비나 장신구, 포션, 영약, 요리 등등.
방식은 똑같다.
원하는 류의 무기를 말하면, 가장 적합한 스펙을 쪽지로 보내온다.
물론, 계좌와 요구 금액도 같이.
입금이 확인되면, 임의 장소에 가져다 놓고 주소를 부른다.
그러면 그 주소를 통해 찾아가는 식이었다.
“그럼 설마…….”
김진아는 문득 소름이 돋았다.
만약, 양정애 할머니를 납치한 이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기 위해서라면?
“그거, 진짜 개 쓰레기 아니에요?”
“아직 확신하진 마라. 추측일 뿐이니까.”
* * *
“읍, 으읍읍!”
두건을 통해 눈이 가려진 양정애가 꿈틀거렸다.
시야를 막는 건 좋은데, 입을 너무 꽁꽁 묶어놔서 숨쉬기 답답했기 때문.
이놈의 악당들은 노인 배려라는 게 없었다.
“좀만 참아, 어르신. 곧 다 와가니까.”
“읍, 으읍!”
어디론가 지하 밑으로 내려가는 느낌.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후, 드디어 다 왔네.”
파아앗!
두건이 벗겨짐과 동시에 어둑한 지하 공간의 모습이 드러났다.
“…….”
양정애의 눈빛이 흔들렸다.
믿을 수 없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가 공개된다면 이러한 모습이지 않을까?
덕지덕지 붙어 있는 조명.
음침하게 흐르는 구정물.
사이사이 쳐 있는 철창과 그곳 사이에서 비쩍 말라 무언가 작업을 하는 자들이 보였다.
까앙! 까앙!
망치를 치는 자들도 있었고.
드륵, 드르륵!
방직 도구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으며.
취익, 취이이익!
기름을 튀겨가며 중화요리를 만들고 있는 자도 있었다.
“읍읍?”
이게 도대체 뭐지?
라는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자.
촤악!
이내, 그녀의 입에 붙어 있던 테이프가 떼어졌다.
“자, 앞으로 어르신이 이곳에서 할 일은 요리야. 잘하면 상을 줄게. 돈도 주고, 휴식 시간도 줄 거야. 놀이?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다줄게.”
블랙 하운드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양정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역시.
그런 거였나?
능력 있는 자들을 납치해서, 제 이득을 보는 조직?
“다만.”
그런 자들이 사람을 관리하는 방법이란 뻔했다.
“어르신이 농땡이를 피우면 어쩔 수 없어. 어르신이 좋아하는 그 고아들부터 차례차례 죽일 수밖에.”
바로 사랑하는 자를 인질을 삼는 것.
“……이런 쓰레기들.”
“어허, 어르신? 말 착하게 해야지? 아까 보니 판단력 하나만큼은 웬만한 젊은이보다 생생하던데! 크하하핫!”
양정애는 인정해야 했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의 욕망이 더욱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은 부정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이 세상이 생각보다 더 무섭고 썩었다.
* * *
“후, 심부름하고 왔슴다.”
타악!
블랙 하운드, 곽동석이 장비를 거칠게 내려 두었다.
그는 S급 헌터, 원래는 용병이었다.
그것도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암흑 용병.
“입금은 바로 주세요. 요리사 할매 납치, 20억.”
하지만, 이제는 용병이 아니다.
1년 전, 범죄 조직 코브웹의 일원으로 격상했으니까.
“시키는 것은 했어요?”
그때, 어두운 곳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곽동석은 아무리 들어도 그 소리가 적응되지 않았다.
무언가 소름이 끼친달까?
‘그래도 뭐.’
상관은 없었다.
이 조직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신 역시 이 조직이 좋다.
뭐니 해도, 돈을 확실하게 지급해 주니까.
“그 별천지에다 엿 표시 남기는 거요? 했죠. 근데 굳이 그건 왜.”
“아시잖아요. 조직의 규칙.”
“쳇, 오케이.”
이는 약속이었다.
이곳 조직의 약속.
상대는 자신을 모른다.
자신 역시 상대를 모른다.
점(占)조직 형태를 구축하느라, 서로 간 정보 공유가 제한된 것이다.
“입금이나 제대로 해주소.”
한숨을 쉰 곽동석이 다시금 장비를 챙겼다.
이제 입금된 돈을 가지고 도박, 여자, 약 등등 즐기고 싶은 대로 쓰다가, 또 조직이 필요로 할 때 달려오면 된다.
아주 깔끔한 삶.
죄 없는 할매를 팔아넘긴 곽동석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리를 떴다.
* * *
“음.”
곽동석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남자가 어두운 장소에서 걸어 나왔다.
“…….”
놀랍게도 그는 일개 조직원이 아닌, 이곳의 주인이었다.
‘사실 조직이랄 것도 없지만.’
그것은 그저 눈속임이었다.
곽동석에게 정보를 제한함으로써, 마치 조직이 굉장히 비밀스럽고 거대해 보이게끔 혼돈을 주는 거다.
‘실제로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그 기 세다는 S급 헌터들을 쉽게 부려 먹을 수 있다.
미지(未知)라는 공포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거든.
사내의 이름은 남궁상.
암흑 속의 정보상이자, 사업가였다.
그는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범죄 사업을 구축했다.
관리하는 조직원도 무려 30명이나 되며, 그들 모두가 본인이 이곳의 수장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저 엄청난 거대 조직이 뒤에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할 뿐.
그뿐이랴?
조직원 중에는 협회 직원도 있었고, 능력 있는 해커도 있었다.
그는 그들을 통해 조직원들의 정보까지 싹 다 지워 버렸다.
조직원들에게는 그 사실에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100억씩 배분한 상태.
남궁상은 돈이 많았다.
돈을 벌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했으니까.
감금, 납치도 그의 소중한 사업 수단 중 하나.
그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정보.’
놀랍게도.
그는 이 음침한 곳에서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룰 수 있었다.
그 방법이 뭐냐고?
일단 보자.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띠링! 띠링! 띠링!
뒤에 있는 모니터에서 쪽지가 연달아 울렸다.
정보를 요청하는 자들이다.
그의 닉네임은 커브웹(Cobweb).
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하나를 클릭했다.
– 커브웹님. 정보 요청할게요.
– 아무래도 제 와이프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데…….
– 혹시, 확인할 수 있을까요?
– 아, 제 정보는……. (이하 생략)
“음.”
C급.
이런 건 저급 정보다.
고개를 끄덕인 남궁상이 바로 답변을 보냈다.
– 가능.
– 1억.
– 신한 110-274-7xx8xx, 박날두
박날두는 그가 쓰는 수백 개의 차명 계좌 중 하나다.
– 1억이요……?
놀란 쪽지가 왔지만, 어쩔 수 없다.
커브웹의 정보는 확실하고, 그만큼 고가 정책을 쓰고 있었으니까.
약 5분 정도 기다렸을까?
[띠링!] [입금되었습니다.] [입금 : 1억.]“오케이.”
이번엔 운이 좋았다.
다행히 상대가 어느 정도 조사를 해보고 온 모양.
고개를 끄덕인 남궁상이 벌떡 일어서 옆에 설치된 문을 잡고 열었다.
드르륵!
열고 들어가자, 족쇄에 묶여 있는 두 여성이 보였다.
“…….”
“…….”
얼마나 못 먹었는지, 몸은 초췌하게 말라 있었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지, 피부가 다 상해 있었다.
이미 [살려달라, 나가게 해달라. 등등] 수천 번 빌었는지, 눈물이 메말라 굳어 있었다.
남궁상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런 저항 없이 죽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두 젊은 여성.
그렇다.
남궁상이 세상 모든 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두 여자.
아니, 두 한국인 자매의 특별한 고유 능력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