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88화
스틱스 (2)
지도익과 양정애는 안 지 30년이 넘었다.
비록 얼마의 나이 차는 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여사친·남사친. 뭐 이런 거지 않을까?
하여튼 지도익은 항상 양정애가 답답했다.
“누님! 무슨 그런 특별한 능력으로 맨날 장사야. 어디 좋은 길드 들어가서 좀 쉬소.”
“아이고~ 왜 또 지랄이여, 영감탱이가.”
귀한 능력을 두고.
매번 궂은일 해가며, 사람 상대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고.
돈을 잘 번다 해도 남는 게 없다는 걸 잘 알았기에 더 안타까웠다.
“지랄은 무슨. 다 누님을 위한 거지.”
양정애 여사.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했다.
그녀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식당, 정애루(正愛樓)로 번 수익은 모두 지역 고아들과 거지들을 위해 쓰였다.
낮에는 열심히 손님을 상대하고.
밤에는 굶주린 자들을 위해 요리했다.
“후우, 내는 그렇데이. 하늘이 내게 이런 능력을 준 게, 다 뜻이 있다고. 내는 그저 감사하고 살 뿐이여.”
그녀는 고아라 집이 없는 자에겐 방을 내어주었으며.
신체에 장애가 있거나 질병에 걸렸지만, 돈이 없어 돌봄 받지 못하는 자들은 요리로 돌보았다.
그녀는 그런 삶에 만족했다.
“……저들은 나보다 어려운 자들이니께. 내가 다른 곳으로 가면 옆집 태수 밥은 누가 챙겨주고, 눈 없는 복자는 누가 보살펴?”
물론, 양정애에게도 기준은 있었다.
우선, 그녀가 상대하는 자는 대다수 미성년자 혹은 장애인이다.
혹여 건장한 성년이 추레한 꼴로 찾아와 도와달라 청하면.
“가만~ 보니, 그냥 노력은 하기 싫고 공짜로 처먹고 싶어서 왔네. 그렇게 살지 말고 꺼지래이.”
모진 말과 함께 매몰차게 쫓아냈다.
그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도익은 알았다.
지금까지는 저 방식이 먹혔겠지만, 이제는 턱도 없을 거라는 것을.
그녀는 비 갱신자였다.
협회에 등록된 그녀의 헌터 등급이 F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양정애는 940위의 랭커가 되었다.
협회에서는 자동으로 그녀를 S등급으로 상향 조정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의 눈에 뜨였다.
맛집 할매가 아닌 헌터로서 유명해진 것이다.
“누님…….”
지도익이 한숨을 내쉬었다.
변해버린 세상은 양정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섭다.
재앙보다 무서운 것이 인간의 탐욕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지도익이 체면 불고하고 주동훈을 찾았던 이유도 그런 탓이었다.
‘저런 착한 사람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내 체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 * *
며칠 전.
정애루(正愛樓)의 일과가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끼릭.
그때 담벼락과 연결된 현관문이 열리며, 음침하게 생긴 사내가 걸어 나왔다.
“……음?”
식탁을 정리한 양정애가 마당으로 나왔다.
“누구여? 보아하니 젊은 놈 같은데, 앞에 푯말 못 봤어? 영업 종료라고…… 커억?”
사내가 양정애의 멱살을 부여잡고 들어 올리며 쏘아봤다.
“네가 요리사 랭커, 양정애냐?”
“커억, 컥! 커헑!”
양정애가 힘없는 팔로 사내의 손을 탁탁탁! 쳤다.
숨이 막힌 것이다.
“……오마나, 이게 무슨 짓……이여?”
처음 경험해 보는 대접에 양정애는 공포감을 느꼈다.
노인 공경 따위는 0.1%도 없어 보이는 태도를 보아라.
딱 봐도 미친놈 아니던가!
“흠, 랭커라더니. 별 힘은 없는 모양이군. 고작 이 정도 멱살에 컥컥대다니.”
휘릭!
사내가 무심한 듯 팔을 휘둘러 양정애를 내팽개쳤다.
“……끄읏!”
넘어진 그녀는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했다.
저 미친놈의 신경을 자극하면 안 된다.
욕쟁이 할머니?
그건 정상적인 손님에게나 하는 것이지, 저런 놈에게 했다가는 제명에 못 죽을 거다.
“어이, 어르신.”
음침한 사내가 나지막한 어조로 읊조렸다.
“우선 내 소개부터 할게. 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고. 그냥 못된 사람이야. 이름은 음…… 그냥 블랙 하운드라 부르면 될 거야.”
사내의 표정은 마치 사냥에 성공한 포식자 같았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거닐며, 양정애를 농락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힘을 잘 알았고, 사람을 심리적으로 몰락시키는 법 또한 잘 알았다.
“내가 소속된 길드가 하나 있거든? 그냥 정보를 취급하는 길드인데, 우리가 하필 딱 요리사가 필요하지 뭐야? 뭐…… 엄밀히 말하면 요리사 말고도 고등급의 생활직 헌터가 필요한 거지만. 크크.”
사내의 말에 양정애는 발밑부터 무너지는 감정을 느꼈다.
아아.
이런 거였나?
지도익 그 영감탱이가 했던 말이?
자신에게 악의(惡意)를 가진 악당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흐흐, 어르신. 알아들었어? 잔말 말고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저 영업 종료 푯말은 임시 휴업으로 고치면 되겠네. 늙었어도 알아들을 건 알아듣지? 이건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야. 뭐 해? 안 일어서고.”
“…….”
양정애는 말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봐야겠지.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라니.
이게 정말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는 걸까?
“너무 억울해하지 마. 어르신 같은 사람 한둘 아니니까. 그러게 왜 능력이 있고 난리야, 응? 어라, 근데 이 노친네, 왜 아까부터 말이 없어?”
“…….”
“설마 안 따라오려고? 어디 한번 그래 봐. 어디 보자~”
블랙 하운드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품속의 자료를 꺼냈다.
“음, 옆집에 최태수? 그 고아 놈 멱부터 따면 되려나……?”
“……간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양정애 여사가 일어섰다.
“뭐?”
“간다고. 이 빌어 처먹을 후레자식아!”
양정애는 처음으로 후회했다.
지도익, 그 영감탱이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 * *
“하아……?”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에, 챙 넓은 벙거지까지 쓴 김진아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임시 휴업? 아니, 간만에 데이트에 이게 무슨……!”
“죄송한데, 면밀하게 말하자면 데이트는 아니고 양정애 요리사를 만나러…….”
“어허?!”
내 말에 김진아가 두 눈을 귀엽게 부릅떴다.
세상에.
볼때기가 붉어져 있는 게, 볼 터치까지 했나 보다.
“지금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무려 임시 휴업이라고요. 임시 휴업!”
“……가게가 뭐, 휴업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뭐, 그건 그렇지만. 냄새가 난단 말이죠.”
이내, 김진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집었다.
눈빛이 날카로운 게, 무언가 켕기는 게 있는 모양.
“정애루는 연중무휴예요. 실제로 근 10년간 휴업의 ‘휴’ 자도 꺼내지 않았던 성실했던 분이 왜 갑자기…….”
끼익.
김진아가 푯말을 치우고 대문을 열었다.
“잠깐 따라와 봐요.”
마치 집주인이라도 되듯, 나를 데리고 입장했다.
그때까지 나는 김진아가 유난 떠는 거라 생각했다.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피?”
그랬다.
돌 자국에 묻어 있는 피는 일반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꽤나 오래된 모양인지 검붉게 굳어 있는 피.
처음 김진아가 보인 반응은 코웃음이었다.
“흐응, 이것들 봐라?”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 같은 표정이었다.
“랭커 발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작업을 쳐?”
“작업이요?”
내가 아는 건전한 의미의 ‘작업’은 아닌 것 같은데.
“길마님.”
“예?”
“여기 상황 해결하려면 시간 좀 소요될 것 같거든요? 저한테 맡겨주실래요?”
“……?”
“길마님, 훈련하셔야 하잖아요.”
빙긋.
김진아가 웃길래.
“뭐, 그러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김진아는 알아서 ‘잘’하니까.
그녀는 곧 믿음이었다.
* * *
별천지(別天地)의 부길마.
김진아는 최근 정보 사업에 발을 넓힌 상태였다.
‘최강 길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보를 섭렵해야 해.’
정보를 섭렵한 길드가 최강은 아니지만, 최강 길드가 되기 위해서 정보를 섭렵하는 것은 필요 조건이었다.
소위 빅3라 불리는 마왕군, 천마신교, 마탑도 각자의 정보 조직이 있었다.
마왕군은 세계 랭킹 11위, 뱀파이어(Vampire) 코빈이 전 세계에 박쥐를 풀어두었고.
천마신교에는 세계 랭킹 12위, 무영(無影) 용월이 정보를 담당하고 있었다.
참고로 그녀는 마교 내부 조직, 잠영대(潛影隊)의 대주였다.
마탑 같은 경우는, 마법으로 정보를 관리한다.
자연을 통해 기억을 읽거나, 오브를 통해 먼 지역을 스캔해 정보를 수집한다.
확실한 건.
세 집단 모두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김진아도 천천히 그 준비를 했다.
물론, 그 정보 조직의 대빵은 본인.
대원은 셋이었다.
1. 암제(暗帝) 기소율.
2. 인도자(引導者) 카푸.
3. 영비(影秘) 니노마에 노아.
셋 다 랭커답게 능력이 있었다.
암제와 영비는 암살자로서의 직업 특성을 잘 살려 고급 정보를 수집했고.
잡다한 것은 인도자의 역할이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직원을 뽑아 교육하고 훈련시켰다.
모인 정보들을 잘 수집하고 정리하는 친구들이었다.
또한 드미르에게 부탁해, 도시 지하를 팠다.
그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는 정보 조직을 구축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 조직을 스틱스(Styx)라 부를 거예요.”
스틱스(Styx).
심오한 의미는 없었다.
그냥 기소율과 카푸의 이명을 보며, 김진아가 즉석으로 떠올린 거였다.
‘어둠(暗)으로 인도(引導)하는 강, 스틱스.’
절차는 차례차례 진행되었다.
기소율도 개인 수련 시간을 최소화하며, 김진아의 뜻을 도왔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조직을 갖추자.
당연히 처음엔 힘들고 막힐 테지만, 꿈을 크게 가지면 안 될 것도 되게 만든다.
당장 별천지만 봐도, 벌써 이렇게 유명해질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카푸!”
주동훈을 돌려보낸 김진아가 서둘러 지하로 내려왔다.
어느새 갈아입었는지, 복장도 단정한 슬랙스에 블라우스였다.
“왔나?”
당연한 말이지만, 따로 채팅창도 있었다.
그것을 통해 서로 이미 정보를 공유한 상태.
“말한 거, 확인해 봤어요?”
“응.”
카푸가 앉아 있는 넓은 방.
그곳 전체에는 수백 가지가 넘는 홀로그램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 경찰이나 정보원 관련 직원이 봤으면 혀를 내둘렀을 거다.
그 화면 하나하나엔, 대한민국 곳곳이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었으니까.
즉, 하나하나가 다 CCTV였다.
아니, CCTV보다 월등했다.
더 은밀했고.
숲이나 강 위도 촬영되고 있었으며.
사각지대도 없었다.
그뿐이랴?
화질까지 완벽했다.
거의 실제와 다를 바 없는 수준?
그게 바로 SS등급으로 올라선 인도자의 힘이었다.
“여길 봐라.”
카푸가 가리킨 확대된 홀로그램에는 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어떤 사내가 양정애를 협박하고, 이내 데려가는 영상이었다.
“와, 저 쓰레기 같은 놈이? 노인 공경이 아니라 노인 공격을 하네?”
“블랙 하운드라는 놈인데, 할머니를 데리고 파주 쪽으로 이동했다. 월롱산 근처 건물로 들어갔는데 지하 쪽인 것 같다. 그 이상은 홀로그램으로도 볼 수 없어.”
다만 홀로그램의 아쉬운 점은.
내부 촬영까지는 힘들다는 점.
할 수야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많은 정보를 다뤄야 한다.
비효율적이기 이전에, 기력도 모자란다.
“좋았어요. 그 정도면 돼요.”
김진아가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랭커들을 불렀다.
[김진아 : 암제님, 영비. 준비됐어요?]참고로 영비는 묘이 하나의 친구였다.
[암제(暗帝) : 예.] [영비(影秘) : 하잇! 쪼아쪼아쪼아! 가자구요! 나쁜 놈 처단하러!]다만 특징이 있다면, 묘이와 다르게 텐션이 높다는 점?
* * *
파주시 월롱산.
카푸에게 안내받은 건물로 도착한 김진아는 이내 혀를 내둘러야 했다.
“와, 이 새끼들 봐라?”
지금까지 장난기 있던 얼굴은 싹 사라지고 표정이 굳었다.
옆에 있던 암제와 영비 또한, 자세를 낮추고 긴장했다.
“생각보다 대단한 놈들이잖아?”
지하 건물 내부는 텅텅 비어 있었고.
깔끔하게 정리된 탁자에는 단순한 메모가 하나 남겨져 있었다.
– 별천지 ㅗ
아주 심플하고 모욕적인 멘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