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0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03화
별마전 (2)
“우와아아아!”
“와아아! 이겨라, 이겨라! 브랜던 이겨라!”
“마탑! 마탑! 뭐니 뭐니 해도 마법은 마탑이지!”
관중들의 폭발적으로 환호했다.
기세는 마탑 쪽의 우세.
아니, 우세인 정도가 아니라 거진 90% 이상이 마탑을 응원했다.
당연한 상황이었다.
돈을 많이 건 쪽이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아아, 기대돼……. 랭커들의 대전이라니.”
“커뮤니티에 처음 논란 띄운 사람 칭찬해! 네 덕분에 이런 경기도 다 본다!”
순수하게 경기에 기대감을 거는 사람 역시 많았다.
이곳까지 직접 온 관중들이 겨우 단순한 재미나 베팅을 위해서만 경기를 보겠는가?
아니다.
본질적인 관심사는 순수한 랭커들의 싸움, 그 자체에 있었다.
“밸런스가 좀 아쉽긴 한데.”
“애초에 대진표가 별천지한테 좀 불리하긴 하죠. 별천지는 무슨 정신으로 이 경기를 받은 건지.”
“상대가 빅3인 마탑이잖습니까? 져도 잘 싸우면, 그것대로 별천지는 이득일 겁니다.”
“하긴, 그래서 마법으로 싸운다고 했을 수도 있겠네요. 일종의 밑밥이죠. 마탑한테 마법으로 진 것은 절대 쪽팔린 일이 아니니까.”
“그것보다는 돈이 되잖아요, 돈이. 팔린 푯값만 해도 장난 아닐걸요? 게다가 듣기로는 광고료랑 TV 중계권료도 엄청나다던데……. 푯값은 거의 용돈 수준이래요.”
“헐, 그건 대박인데요?”
본격적인 경기가 있기 전, 관중들이 떠들었다.
‘흐음.’
그 모습을 들은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승패를 떠나.
돈 수급이 짭짤하긴 했으니까.
‘문제는 그 돈을 전부 베팅에 걸었다는 거지.’
김진아의 시선이 긴장한 낯빛으로 걸어 나오는 에밀리를 향했다.
그녀가 주먹을 꽉 쥐었다.
‘아린과 길마님이 허튼소리를 할 린 없으니.’
과연.
이 많은 대중들의 예상을 어떻게 깨뜨릴 것인가?
어떤 반전을 보여줄 것인가?
김진아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 * *
– 자아아아! 총 4경기 중 첫 번째를 장식할 경기입니다!
– 마탑의 브랜던과 별천지의 에밀리가 맞붙습니다!
– 마법 외 기술 금지!
– 기권 시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주시고! 대련이니만큼, 서로 안전하게 싸워주시길 바랍니다!
단호한 심판의 외침과 함께.
“크하하하, 이겨라! 에밀리!”
광전사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절대지지 마! 지면 제 발로 별천지 나가는 거야! 알겠어?!”
파즈즈즉!
구경하던 뇌명 플로아 역시 질세라 외쳤다.
이번 대회에 별천지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따라서 모든 별천지 랭커들도 이 경기장에 참석한 상태였다.
꿀꺽.
긴장한 에밀리가 침을 삼킨 채, 제법 여유로운 표정의 브랜던을 바라봤다.
쿠구구구…….
그 눈빛의 교환만으로 기류가 일변했다.
과연, 엄청난 기세였다.
아무리 4경기 중 가장 기대가 떨어지는 경기라 해도.
이들 또한 랭커는 랭커일 테니.
“흥.”
에밀리의 표정을 지켜보던 브랜던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게, 사람이 말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그 동양인이 커뮤니티에 싸지른 글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겠지?”
“도하랑이 틀린 말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 표정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투웅!
브랜던이 지팡이를 바닥에 한번 튕겼다.
화르륵!
뜨거운 염화가 자연스럽게 지팡이를 타고 올라왔다.
“마탑에서도 내 밑이었던 네가. 마탑보다 못한 별천지에 가서 날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해보기 전엔 모르는 일이죠……!”
“아니, 해보지 않아도 알아. 지렁이가 노력한다고 사람을 물어 죽일 수 있는 건 아니잖아?”
“…….”
으드득.
에밀리가 대답 없이 이를 갈았다.
브랜던이 유리한 건 안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교류 목적이지 않던가?
피식.
브랜던이 웃었다.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보여주마. 너와 나의 격차를. 느껴라. 느끼고 후회하거라.”
화르르르륵!
불길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파이어 익스플로전인가?’
타오르는 불꽃(Towering Inferno), 브랜던의 주특기.
그 무서움을 아는 에밀리가 깊게 심호흡했다.
‘해보자.’
반년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다르다.
아린 님의 수련법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섣부르게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쫄아서 꼴사납게 지면 안 된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지난 반년간의 고생이 헌터 인생 통틀어 가장 힘들었으니까.
‘음.’
파이어 익스플로전은 타격 지점에 갑작스러운 폭발이 생긴다.
그렇다면?
원래 같으면 그 마력이 다가오지 못하게 실드로 막아줘야 한다.
‘근데.’
에밀리는 느꼈다.
브랜던의 지팡이에서 흐르는 마력이 어디로 향하는지.
스멀스멀 영역을 확장하며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는 마력이 보였다.
‘허.’
이는 놀라운 일이다.
과거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것 아니던가.
에밀리가 본능적으로 손짓했다.
슈슝!
기초 마법, 에너지 볼트.
가벼운 공기탄이 그 마력의 흐름을 향해 쏘아졌다.
그러자, 파스슷! 소리와 함께 이어지던 마력이 끊어진다.
“큼?”
브랜던이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 뭐지? 디스펠 종류인가?”
에밀리의 손짓 한 번에, 준비하던 캐스팅이 취소되다니.
“제법 까다로운 마법을 익히고 왔나 보구나. 하지만, 고작 그게 해답은 아니겠지?”
화륵, 화르륵!
어차피 불 속성 마법이야 많다.
파이어 볼도 있으며, 파이어 스피어도 있다.
화르르르륵!
브랜던은 빠른 캐스팅을 통해 수십 개의 마법들을 동시에 펼쳤다.
디스펠로 마법 하나를 취소시키는 거라면, 여러 개를 펼치면 되지 않겠는가?
“와.”
“미친!”
“저게 몇 개야?”
관중들이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왜 그를 장로라 부르는지 보여주는 마법 실력이었다.
퉁!
다시 브랜던이 바닥에 지팡이를 튕기자.
슈슛, 슈슈슛!
10개가 넘는 불 기초 마법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에밀리를 향해 쏘아졌다.
기초 마법이지만 기초 마법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묵직하니, 응축된 마력을 담고 있을 거다.
실제 브랜던의 불 마법은 다른 화(火) 속성 마법사들보다 그 질이 다르다고들 하니까.
‘그런데 왜.’
에밀리가 고개를 갸웃한 것은 그때였다.
‘왜 별로 세 보이지 않는 거지?’
슈슝! 슈슈슝!
에밀리는 연습한 대로 그저 에너지 볼트만을 사용했다.
다가오는 마법의 마력을 읽고, 그저 그 빈틈에 정확히 공기 탄을 기계처럼 꽂아 넣었다.
화릇! 화르릇!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던 염화가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았다.
“이게 무슨……?!”
브랜던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에밀리를 쳐다봤다.
에밀리 역시 멍하게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내가.’
이 내가 브랜던의 마법을 저렇게 쉽게 파훼한다고?
에이, 아니겠지.
그게 말이 되나.
“이런 장난질은 그만하고 제대로 하시죠, 장로님? 저도 마법사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하셔도 이런 식의 농락은 좋지 않아요. 더군다나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잖아요?”
“……!”
하지만, 브랜던은.
으드득! 이를 갈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기 전에는 그렇게 말 많았던 양반이 말이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본 에밀리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그게 제대로 한 건 아니겠죠?”
“이 빌어먹을 년이…….”
“에이,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세계 랭킹 90위신데. 고작…… 그게 다? 헐, 정말로요?”
“뚫린 입이라고 막 뱉지 말아라!”
순수한 에밀리의 물음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브랜던이 지팡이를 내리찍었다.
“그래, 네년이 원하는 대로! 제대로 보여주마!”
화르르륵!
다시 한번 펼쳐지는 파이어 익스플로전.
다만, 이번엔 하나가 아니다.
그의 기운으로 다섯 갈래의 마력이 흐름이 느껴졌다.
‘근데.’
그럼 뭐하나.
마력의 흐름이 다 보이는데.
캐스팅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주문을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친해져야지. 마력이랑.’
아.
이제야 에밀리는 깨달았다.
왜 아린 님께서 마력과 가까이하는 것을 중요시했는지.
왜 그토록 단호하게 승리를 확신했는지.
슈슝! 슝슝슝!
에밀리의 손이 리듬 타듯 여유롭게 펼쳐졌다.
총 다섯 개의 에너지 볼트, 그것이 브랜던이 펼치고 있는 다섯 개의 파이어 익스플로전을 가볍게 봉쇄했다.
슈웅!
그리고 하나 더.
직선으로 쏘아진 에너지 볼트가 브랜던의 목젖을 그대로 강타했다.
퍼어억!
그냥 에너지 볼트가 아니다.
반년 전 그녀의 것보다 적어도 열 배는 빨라진 에너지 볼트다.
‘이게…….’
문득, 수련 초창기, 아린 님과 했던 대련이 떠올랐다.
고작 에너지 볼트 하나로 자신과 도하랑을 가지고 놀 듯했던 그때.
‘이런 느낌이셨겠구나.’
그렇다면 아린 님은.
마탑의 약점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이, 이, 이! 개 같은 년이이이이!”
목젖이 퉁퉁 부은 브랜던이 결국 참지 못하고 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파이어 익스플로전보다 더 높은 단계의 고위 마법, 파이어 블래스터(S급)!
하지만, 이미 그의 수는 모두 익혔다.
그가 마력을 온전하게 다루지 못하는 이상…… 즉, 기초가 잡히지 않은 이상.
헬파이어(SSS급)를 쓴다 해도 그녀를 당해낼 수 없을 거다.
왜냐?
사용하기 전에 끊어버리면 되니까.
수가 다 보이니까.
“지렁이, 지렁이거리시더니…… 기대 이하시네요.”
문득, 에밀리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작 반년 배웠는데, 마탑의 장로와 이 정도 격차면…….
아린 님의 머릿속에는 어떤 지식이 들어 있을까?
계속해서 그걸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여기서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까?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
이제는.
저런 저급한 장로 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쿠구구구……!
가지고 놀 가치도 없다.
빨리 끝내버려야지.
세계 랭킹 153위.
흙의 마녀(Earth Witch)의 기초 마법!
“월.”
콰가가가가!
그 순간, 에밀리와 브랜던 사이에 커다란 장벽이 생겼다.
“스토닝.”
후두두둑!
동시에 장벽에 박혀 있던 돌멩이들이 일제히 브랜던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역시, 기존의 스토닝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대충 맞아도 철판이 찌그러질 정도?
당연히 마법사인 브랜던의 몸이 멀쩡할 리 없었다.
퍼버버버버벅!
브랜던의 지팡이가 하늘로 튀어 올랐다.
전후좌우로 날아오는 돌멩이에 두들겨 맞은 브랜던은.
“끄…… 꺼…….”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털썩! 뒤로 넘어가 쓰러졌다.
“…….”
“…….”
일순간 경기장에 적막이 흘렀다.
–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심지어 전문 캐스터도 벙찐 표정을 지은 채, 제대로 된 해설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 대다수가 입을 떡 벌리고 있었고.
거기에는 김진아도 있었다.
‘미친?’
혹시나 했다.
자신 있게 말하길래 이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근데.
이렇게 쉽게 처바를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브랜던.
그가 누구던가.
세계 랭킹 90위의 하이 랭커가 아니던가.
술렁술렁.
경기장에도 환호 소리보다는 숙덕거리는 소리가 더 많았다.
“이거, 승부 조작 아닌가?”
“말이 돼? 153위가 90위를 저렇게 이긴다고?”
“브랜던, 이 씹새끼! 얼마 받아 처먹었냐!”
경기의 결과를 떠나, 이곳 대다수가 브랜던에게 돈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미친! 이건 말도 안 돼!”
“시스템이 틀렸다고? 랭킹은 그럼 왜 있는 거냐!”
“아니, 화려한 스킬이 난무하는 경기였으면 몰라. 기초 마법으로 마탑의 장로를 바르는 게 무슨 말이야 방구야!”
사람들이 소리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 이, 이번 경기의 승자는……! 에밀리! 에밀리 스트립입니다! 노, 놀랍습니다! 해설위원님들!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거죠?
결국, 캐스터가 승패를 갈랐다.
또한.
시스템 역시 승패를 갈라줬다.
[띠링!]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허……?!”
“다들 봤어? 랭킹! 랭킹이 바뀌었다!”
“진짜로?”
매월 초.
갱신을 알리는 상태 메시지는 어떤 헌터도 볼 수 있지만.
그 외, 랭커의 사정으로 바뀌는 변동은 오직, 랭커들에게만 보이는 랭커만의 특권.
관객 중 랭커들도 제법 있었는지, 소식은 금세 퍼져 나갔다.
랭킹 변동은 간단했다.
153위였던 에밀리가 90위로 올라섰고.
90위였던 브랜던은 91위가 되었다.
동시에.
92위부터 152위까지의 랭커는 등수가 한 단계씩 밀려 버렸다.
에밀리가 앞으로 땅겨지니 당연한 결과다.
요컨대, 103위였던 도하랑의 랭킹도 104위로 밀려 버리는 것이다.
“언니이이이이이이!”
물론, 도하랑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걱정했던 언니가 너무나도 쉽게 브랜던을 발라버리고 왔기에.
“꺄아아아아! 언니가 이겼어! 언니가 이겼다고!”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에밀리를 도하랑이 힘껏 껴안았다.
에밀리도 웃으며 그 순간을 즐겼다.
대기실.
그녀를 지켜보는 길마님과 아린 님.
특히 아린의 시선을 마주한 에밀리의 눈빛이 떨렸다.
“거보세요.”
아린이 빙긋 웃었다.
“무조건 이긴댔죠?”
예.
맞아요.
아린 님 말이 다 맞아요.
에밀리는 그날 속으로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별천지에.
그리고 아린 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