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0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02화
별마전 (1)
별천지의 구역, 무릉도원 입구에서.
“으으으음.”
마탑의 장로, 어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예전부터 무릉도원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은 있었다.
한데, 굳이 가지는 않았다.
몇몇 마법사들에게서 엄청난 명소(名所)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직접 와보니, 절로 신음이 나왔다.
탁 트인 전경 속에 자리 잡은 대자연의 숨결이, 아름답게 지어진 거대 도시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네요.”
또 다른 장로 브랜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습니다. 정말 유토피아, 그 이름이 어울리는 모습이네요.”
“근데, 그러면 뭣하나.”
어셔는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의 마탑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별천지에게 꿀리는 게 있다는 사실이 어셔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어차피 내일 열릴 마별전에서 개망신당할 텐데 말이야. 외관만 화려하면 뭣하더냐. 멤버 관리하나 똑바로 못하는 길드를.”
“후후, 틀린 말이 없습니다. 그런 걸 빛 좋은 개살구라 하죠. 따지고 보면, 도하랑과 에밀리도 우리 마탑에서 도태된 애들 아니겠습니까? 하하.”
“물론, 별천지가 강한 신생임은 틀림없다.”
어셔가 등을 돌려 장로들을 바라봤다.
“주동훈과 광전사, 뇌명이나 암제 등은 충분히 강하지. 하지만…….”
“…….”
“그게 마법으로 마탑을 상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저들은 잘못 알아도 한참을 잘못 알았어.”
그의 심기를 긁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아직도 이 대결이 수많은 사람에게 회자된다는 거다.
‘이게 회자될 일이야?’
마탑이 이기는 건 당연하다.
당연히 돈도 마탑 쪽에만 걸려야 한다.
‘근데?’
배당률의 격차가 생각보다 좁았다.
마탑의 승률을 높게 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기준으로는 적어도 수십 배 차이는 났어야 했다.
그 말은 누군가 상대 쪽에 돈을 걸고 있다는 말인데.
‘제정신인가?’
아무리 베팅이라 해도 돈은 소중하다.
어셔는 돈을 쓰레기처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늘.”
꾸욱!
어셔가 주먹을 쥐었다.
“우리는 이겨야 한다. 무조건.”
“하하, 장로님? 그건 당연한 말 아닙니까?”
브랜던의 말에 어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이기라는 게 아니다.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 만약 별천지의 마법사들과 마법으로 비등비등하다면? 그것 자체로 우리 마탑은 수치인 거야.”
“맞지요. 근데 장로님, 너무 그렇게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음?”
“잊으셨습니까? 우리 상대가 누구인지?”
도하랑, 그리고 에밀리.
픽.
실소를 지은 어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너무 걱정이 많긴 했나 보군.”
하늘이 두 쪽 나 무너져도.
그 둘에게 질 일은 없다.
그렇기에 어셔는 1경기와 2경기를 묶어 전 재산을 베팅했다.
아, 참고로 랭커는 베팅 한도가 없다.
‘끌끌끌, 별천지가 고맙긴 하지.’
브랜던 1.40.
어셔 1.40.
두 폴더를 묶어 둘 다 맞추면 무려 1.96이다.
거의 2배.
‘이보다 확실한 재테크가 어디 있겠어?’
어셔가 이미 승리하기라도 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 * *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무릉도원의 하늘을 떨쳐 울렸다.
드미르가 완공한 거대 원형 경기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그 중앙 안쪽에는.
– 안녕하십니까아아! 별마전의 진행을 맞게 된 캐스터! MC 스피릿입니다아아!
각종 스포츠의 중계를 이끌어온 전설적인 캐스터, ‘스피릿’과 두 명의 해설위원이 중계진을 꾸리고 있었다.
– 우와아아아! 이 엄청난 원형 경기장 보이십니까아? 느껴지십니까아아? 이곳, 무릉도원을 한가득 채운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호! 다시 한버러러러런! 들어볼까요?!
김진아는 이 수많은 관중을 컨트롤할 MC를 수소문했고.
그 결과 찾아낸 게 미국계 한국인 헌터, 스피릿이었다.
그런 그의 능력은 과연 명불허전!
“잘 구하긴 했네…….”
VVIP 관중석에 앉아 있던 김진아가 중얼거렸다.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관중들의 환호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심장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사회자의 목소리는 그녀의 심장도 두근거리게 했다.
“정말 마탑이 이길까요?”
“으으, 떨려요.”
김진아의 뒤에는 권선지와 권탐지가 있었다.
그녀들은 정보 제공 이외에도 김진아의 비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중이었다.
그때.
“부길마님.”
권선지가 김진아를 바라봤다.
“응?”
“방금 딱 기력이 찼어요.”
“……뭐?!”
김진아가 벌떡 일어났다.
사실.
그녀는 몇 달 전부터 권선지의 예언 능력을 사용하려 했었다.
길마님을 못 믿는 건 아니었다만, 무시 못 할 자금이 베팅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니까.
뭐든 확실한 게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 안 돼요. 기력 부족이에요.
시킬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통에, 반쯤…… 아니,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이야?”
“예, 바로 사용할까요? 모든 경기의 결과를 알 수 있는 대신 6개월간 쌓인 모든 기력을 소모해야 해요.”
저번에도 언급했다시피, 권선지와 권탐지의 기력은 일반 헌터들과 다르다.
쓰지만 않는다면, 계속 회복되는 특수한 개념이다.
“으음.”
잠깐 고민하던 김진아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 구경이나 하자.”
후-!
김진아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길마님을 믿어야지!] 같은 단순한 감정은 아니었고.‘할 거면, 베팅 전에 했어야지.’
이는 가성비의 문제다.
권선지의 ‘예언’ 능력은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고, 자신은 이미 돈을 걸어버렸다.
‘어차피 돈을 걸었는데, 결과를 알아 뭐해?’
바뀌는 게 없는데.
기력만 낭비하는 꼴이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결과를 모르고 보는 스포츠가 더 재밌으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긴장했는지 손에는 이미 땀이 한가득했다.
오도독, 오도독!
또한 저도 모르게 손톱까지 씹고 있었다.
‘부길마님 상태가 위험해 보이시는데?’
‘하긴……. 부길마님이 평소 길드 돈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알면, 아무도 뭐라 못 하지.’
권자매가 그런 김진아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 * *
그 시각, 선수 대기실.
긴장하는 사람은 김진아뿐만이 아니었다.
“언니…….”
도하랑의 눈빛이 파르르 흔들렸다.
“어떡해? 나 오줌 마려.”
“그러니? 난 너무 떨려서 심장이 멈추질 않는다.”
옆에서 에밀리가 가슴에 손을 올려, 콩닥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헐, 심장이 안 멈춰……?”
에?
잠깐만.
심장이 멈추면 죽는데?
누가 들으면 황당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도하랑도 반박할 정신이 없었다.
본인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어려운데, 누가 누굴 돌보랴.
랭킹 74위 vs 랭킹 103위.
그리고.
랭킹 90위 vs 랭킹 153위.
말도 안 되는 격차의 대련이 이제 코 앞이다.
특히 매번 찾아와, [절대 지면 안 돼요. 지면 아시죠?]라는 표정으로 압박하는 김진아를 생각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에밀리가 중얼거렸다.
어셔, 브랜던 장로의 실력은 그녀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반년간 아린에게 특훈을 받았다지만, 그뿐이다.
매번 기를 느끼는 훈련만 해왔기에, 객관적으로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랭킹 변동이 없었다.
그대로 103위, 153위.
대거 랭킹 변동이 있는 새해가 아닌 이상, 자잘한 변동이 있으려면 누군가 죽거나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 한다지만…….
‘저 랭킹 차이를 어떻게 이기냐고.’
‘우린 달라진 게 없는데.’
‘고위 마법은커녕, 에너지 볼트만 써서 이기라고? 저 장로들을?’
그렇게 그녀들이 불안해하고 있을 찰나였다.
덜컹!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길마님!”
“아린 님!”
도하랑과 에밀리가 동시에 외쳤다.
“다들 준비는 되셨어요?”
“기, 길마님.”
도하랑이 말을 더듬었다.
그러고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길마님이 빙긋 웃는다.
역시, 길마님은 천사.
“호, 혹시나 하는 건데요. 이 승부, 지면 어떻게 되는 거죠……?”
도하랑이 부담감에 묻자.
휘번뜩!
아린의 고개가 돌아갔다.
“히익!”
“흐이익!”
엘로이즈 아린.
자신의 주인에게는 한없이 여린 여학생이지만, 그 외에는 그 누구보다 살벌한 교수.
반년간의 혹독한 마력 훈련은 그녀들에게 순수한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진다고요?”
아린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교수님 얼굴에 먹칠하신다고 하신 거죠? 그런 거죠?”
‘헐.’
‘큰일이다.’
‘저 목소리 톤이 나오면 항상 두 배는 굴렀었는데.’
게다가 아린은 항상.
교수님과 관련된 일이면, 더더욱 심각하게 반응하곤 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교수님이 바로 옆에 있어서일까?
아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미소 지었다.
“여러분은 반년 동안 최선을 다했어요. 제가 인정할 만큼요. 지금은 본인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아무리 말해줘도 알지 못하겠죠. 그러하니.”
“…….”
“직접 한번 느껴보세요.”
백날 말해줘 봐야 한번 경험하는 것만 못하니까.
아린이 고개를 출구 쪽으로 꺾었다.
– 우와아아아아!
– 와아아아아!
밖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게 하는 소리에.
꿀꺽!
에밀리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정말로.’
내가.
그 장로들을 이긴다고?
랭킹을 무시하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 자! 드디어어어어! 때가 되었습니다! 관객 여러분의 뜨거운 환호와 함께! 제1 경기! 시자아아아악하겠습니다!
MC 스피릿의 오프닝 멘트가 터져 울렸다.
– 제1경기는 바로 마탑의 장로시죠! 세계 랭킹 90위의 랭커! 타오르는 불꽃(Towering Inferno)! 그 어떤 몬스터도 이 마법사 앞에 서면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릴 겁니다! 나와주세요! 나와서 경기장을 화끈하게 불태워 주세요! 브랜더어어어언!
오글거리는 멘트와 쿵작거리는 화려한 입장곡과 함께.
덜컹덜컹!
출구의 문이 들썩였다.
에밀리가 굳은 표정으로 그 문을 빤히 응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음성이 튀어나왔다.
– 자, 다음은! 별천지의 마법사입니다! 세계 랭킹 153위의 랭커! 비교적 랭킹이 낮다지만 무시하지 말라! 상대가 불꽃이라면, 그 불꽃을 흙으로 빈틈없이 덮어 주겠다! 흙의 마녀(Earth Witch)! 에밀뤼이이이 스트뤼이이이입!
“하아아아압!”
힘찬 기합을 내지른 에밀리가 경기장으로 향했다.
초반 기세를 가져와야 하는 중요한 1경기!
‘나, 노력했잖아.’
에밀리가 눈에 힘을 주었다.
헌터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반년.
그 반년의 대가를.
‘받아내야지. 무조건.’
1경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