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0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08화
별마전 (7)
제4경기.
앞선 경기들이 모두 충격이었다지만, 사실 대중들이 가장 원하고 궁금해했던 경기가 바로 제4경기였다.
별마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원초적인 궁금증.
마탑주가 셀까?
아린이 셀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기이니까.
“와아아아!”
“이겨라! 아무나 이겨라!”
원래는 마탑주의 압도적인 우세였으나, 이제는 5대5, 결과를 점치기 힘들게 되었다.
지수룡 사태 당시.
아린이 엄청났었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의 말이 결국은 맞았다는 걸 앞선 경기들이 입증했기 때문이다.
“후우.”
경기장 위에 올라온 소피아가 가벼운 한숨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번 경기에 마탑의 운명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
어떻게든 아린을 이긴다면?
그래도 마탑의 명성을 유지할 수는 있을 거다.
결국 집단의 위치를 정하는 것은 그 집단장의 무력이니.
하지만, 아린에게 진다면?
마탑이 누려왔던 모든 영광과 지위들을 모두 별천지에 내어주어야 한다.
또한.
‘내 소중한 랭킹도 주동훈에게 내어주게 되겠지.’
조금 전 쫓아낸 장로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분명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각오했음에도.
어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단단할 수 있겠는가?
‘다 인과응보야.’
장로들이 커뮤니티에 글을 싸질렀을 때.
대장로가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그녀도 혹했던 것.
솔직히 별천지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그게 역으로 돌아와 그녀를 찌르고 있었다.
소피아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엄청난 함성 소리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래, 저들은 모르겠지.
내가 어떤 심정으로 여기 올라와 있는지.
어떤 무게를 느끼며 싸움을 준비 중인지.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 다음은! 예, 이걸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요? 스켈레톤 엠페러의 스켈레톤 중 하나! 스켈레톤이지만 하이퍼 랭커 못지않은 엄청난 마법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존재! 자아아아아! 그렇습니다! 그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여기! 엘로이즈 아린이 등장합니다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아린! 아린! 아린! 아린!”
“스켈레톤, 최고다아아아!”
그 순간.
귀가 먹먹할 만큼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동시에.
덜컹!
문이 열렸고, 아린이 걸어 나왔다.
교수님이 주신 ‘화룡의 지팡이’(S급)를 들고서.
“우와, 쟤 봐. 저게 어떻게 스켈레톤이야?”
“그냥 사람인데? 게다가 예쁘고 귀엽잖아?!”
“원래 주동훈 스켈레톤 중 일부는 인간의 모습을 할 수 있다고 들었어. 근데 용이랑 싸울 때는 뼈다귀 모습 아니었나?”
아린은 굳이 폴리모프를 풀지 않았다.
지구의 마탑주, 소피아를 경시해서가 아니고.
고대마법의 후계자가 된 후, 폴리모프를 유지하는 게 숨 쉬는 것처럼 간단하고 쉬웠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환호 속에서.
아린은 말없이 소피아의 눈을 쳐다봤다.
긴장과 각오가 서려 있는 눈.
좋은 눈이다.
스윽.
아린이 지팡이를 들어 준비 자세를 취할 찰나.
“엘로이즈 아린.”
소피아가 먼저 인사해 왔다.
“예.”
아린이 답했다.
“솔직히 말할게. 나는 당신에게 악감정이 없어. 오히려 존경하지. 당신이 제공해 주는 서적 덕분에 마탑이 그나마 손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
역대 최악의 마탑주라 기록된 자가 직접 제공해 주는 정보는 현 마탑에 있어서 꿀과도 같다.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지만, 그 정보는 겨우 돈 따위로 가치를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다만.
소피아는 이번 경기에서 이겨야 했다.
자신을 위해서도, 집단을 위해서도 물러설 수가 없었다.
“다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오늘, 내 모든 것을 바쳐 싸울 거거든.”
쿠구구구구……!
그 순간, 소피아의 몸에서 압도적인 기세가 퍼져 나왔다.
경기장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심장에서 회전했다.
“음.”
아린이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좋다.
마력의 기초가 튼튼하고, 그 기세도 상당하다.
솔직히 말해서 현재 아린의 기력으로는 턱도 없을 만큼 막강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아린에게 큰 감흥이 올 정도는 아니었다.
대충, 마도 세계의 전대 마탑주 정도의 힘을 보는 느낌이랄까?
금서(禁書)의 마법에 골로 가버린 그 구스펠하임 말이다.
‘내가 다른 우주의 마탑주였다면…….’
꽤나 박빙의 싸움이 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소피아는 자신에게 안 된다.
그녀는 그걸 만나기 전부터 확신했다.
이는 태생의 차이다.
고대 마법의 추종자와 고대 마법의 후계자.
그것은 마치 도마뱀과 공룡처럼 엄청난 체급 차를 자랑한다.
공룡이 아무리 작아도, 도마뱀에게 밟히는 법은 없지 않던가.
아린은 지금부터 그 차이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나 물을게요.”
아린이 소피아를 응시했다.
“앞선 경기들처럼 제대로 가줘요?”
원래 같았으면 굳이 묻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아린은 알았다.
소피아라는 자가 교수님께 호의가 있으면 호의가 있었지, 악감정은 없다는 것을.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교수님을 몇 번이나 돕고 옹호할 정도로 교수님을 좋아했다.
그녀의 논리는 단순하다.
교수님께 악의를 보이면 천하에 둘도 없는 적이고.
교수님께 호의를 보이면 소중한 아군이다.
아군을 다짜고짜 패버릴 순 없지 않겠는가?
“그 질문은…….”
아린의 물음에 소피아가 안색을 굳혔다.
“마치 싸워보기도 전에 승리를 확신하는 말투인데, 내가 아무리 마법 문명에 뒤처져 있다 해도, 마탑주는 마탑주야.”
“예, 알고 있어요.”
“무시하지 말고, 제대로 해줘.”
그 순간이었다.
쐐, 쐐, 쐐, 쐐애애액!
아린의 몸 주변에서 에너지 볼트 4개가 동시에 생성되어 날았다.
예고조차 없는 움직임에 소피아는 기겁을 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흐읍!”
순간적으로 펼쳐진 소형 실드들.
콰가가가강!
본능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소화해 낸 소피아의 눈빛에 경악이 서렸다.
‘빨라.’
앞선 경기에서 보였던 도하랑이나 에밀리의 에너지 볼트는 애교 수준이다.
이건 마치 하나하나가 총알 같은 느낌 아니던가!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전신의 체온도 차갑게 식어갔다.
‘저게 바로 엘로이즈 아린.’
과연 역대 최악의 마탑주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닌 걸까?
하지만.
그녀도 마탑주다.
지구에서 마법으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일인자.
그녀는 처음부터 거대한 마력통을 다 비우기로 결심했다.
화르르륵!
[‘파이어 오브 디스페어’(SS급)가 작동합니다.]통칭, 절망의 불.
인류가 쓸 수 있는 화(火) 속성 마법 중 가장 강한 마법이 그녀의 지팡이에서 피어올랐다.
화끈!
“으앗!”
“뜨, 뜨거워!”
“으으으, 눈 시려!”
얼마나 뜨거웠을까, 순식간에 경기장의 온도가 급속도로 치달아 올랐다.
몇몇 랭커들이 방어 스킬을 둘렀음에도, 완전히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의 염화.
“흐아아압!”
그 불꽃이 허공 위를 날아, 아린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스윽.
아린의 왼쪽 손이 들어 올려짐과 동시에.
멈칫!
절망의 불이 허공에 그대로 멈춰 버렸다.
“무, 무슨?”
소피아가 경악 어린 시선을 보냈다.
고작 손짓 한 방에 SS급 마법이 저렇게 막힌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그녀의 상식선에서는 일어나면 안 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그리고.
[‘리버스’(SS급)를 작동합니다.]아린이 무심하게 손을 휘두르자.
쿠과가가가!
다시 절망의 불이 소피아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미……친?’
무슨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단 말인가.
마력을 쏟아부어 겨우 생성해 낸 마법을 멈추는 것도 모자라, 뺏어서 그대로 돌려줘?
‘이건 사기잖아!’
게다가 소피아는 이 마법의 존재를 알았다.
마탑의 역사에 기록된 금서(禁書)의 마법, 리버스.
죽음이라는 페널티 없이 쓸 수 없는 마법을, 이렇게 간단하게 쓸 수 있다니.
‘일단……!’
저것부터 중화시키자.
승부를 떠나, 살려면 중화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흐, 흐아아압!”
입술을 질끈 깨문 소피아가 다시금 마력을 끌어올렸다.
거의 절반의 마력을 털어 만든 것은 수(水) 속성 마법, 그래비티 오브 딥 씨(SS급).
범위 내에 심해의 영역을 만들어 저 절망의 불을 꺼뜨려야 한다.
쿠구구구구……!
소피아의 주변에 심해의 중력 필드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아린은 그런 소피아를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대단하네요.’
SS급 마법을 연달아 두 번 펼친다?
말이 쉽지.
마도 세계의 장로들을 데려다 놔도 술식이 꼬여버릴 수준의 경지였다.
더군다나 속성도 완전히 반대 아니던가.
다른 속성의 마법을 연달아 사용하는 것은 기초 마법 수준에서나 가능하지, 저런 고위 마법 수준까지 올라가면 상당히 부담된다.
마도 세계의 가문들이 속성별로 나뉘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마탑주 맞네요.’
아린이 인정했다.
소피아는 마법 천재가 맞았다.
하늘이 내린 재능.
성좌, 고대 마법(SSS급)을 추종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한 세계에 한 명밖에 얻을 수 없는 것을 참작할 때, 당연히 천재가 맞겠지.
하지만.
‘제대로 해달라 하셨으니.’
봐주고 싶어도 봐주면 안 되겠지.
또한.
이왕 보여줄 거, 교수님께도 확실히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고대 마법의 후계자’가 가진 힘을 말이다.
‘그래야 뿌듯해하시겠지.’
저벅.
아린이 한 발짝 나아가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곳에서 새하얀 기운이 분출되었다.
[‘마력 폭파’(SS급)가 작동합니다.]그녀가 마탑을 무너뜨릴 때 사용하던, 금서의 마법!
분출된 기운이 소피아의 심장에 스며들었다.
[해당 존재의 마력을 봉인합니다.] [봉인이 풀릴 때까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허억!”
피어오르던 그래비티 오브 딥 씨가 맥없이 꺼졌다.
그뿐이 아니었다.
엄청난 기세의 마력도 촛불 꺼지듯 사라졌다.
‘이게 무슨.’
마력을 봉인한다고?
마법사의 마력을 봉인하면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이…….’
소피아가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눈빛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
이는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스킬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는 건, 앞으로 마탑이 무슨 짓을 해도 저 아린이라는 존재 하나를 넘어설 수 없다는 뜻이니까.
그런 그녀의 눈앞에.
화르르륵!
멈춰 있던 절망의 불이 다시 날았다.
“……!”
그리고 바로 그녀의 머리 앞에 멈추는 불.
파스슷!
근처에서 놀리듯 타오르더니,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그 끔찍한 SS급의 불길이 말이다.
마법을 모르는 이가 봐도, 이해할 만큼의 압도적인 경기력.
“……세상에.”
경기장에 적막이 흘렀다.
그 시끄럽던 환호 소리가 술렁임조차 없이 조용했다.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중들 전부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이게 뭐야……?’
‘저게…… 가능한 일인가?’
‘마탑주가 질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저렇게 발린다고?’
‘이게 주동훈?’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단체로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스켈레톤 한 마리에게 새파랗게 질려 있는 마탑주의 표정을 보라!
저게 정말 우리들이 알던 옥스퍼드의 현자가 맞단 말인가!
– 이, 이게…… 뭔가요?
MC 스피릿의 반응 역시 관중이랑 다를 바 없었다.
해설위원조차 자신의 업무를 잊고, 입만 벌리고 있으니 말 다 했지.
그러한 적막 속에서.
투웅.
아린이 지팡이를 바닥에 가볍게 튕겼다.
“결과를 인정하시나요?”
고저 없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묻는 아린.
동시에.
[띠링!]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다시 한번.
게시판에 변동이 생겼다.
사소하면서도 사소하지 않은 변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