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2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28화
토룡이 지키는 것 (3)
‘심원의 수정?’
토룡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눈앞의 존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명확히 알고 있었다.
– 꺼져라! 내가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이곳을 넘볼 수 없다!
토룡은 경계했다.
“당신이 심원의 수정을 지키고 있다는 그 괴수로군요? 아, 생긴 걸 보면 용족에 가까운가?”
불, 물, 땅, 바람.
네 가지 속성의 기운을 모두 지닌 저 존재가 지금껏 찾아왔던 자 중에는 가장 까다롭다는 것을 느꼈기에.
“반가워요, 저는 유이사 스톰트리.”
그녀, 유이사가 편안하게 인사했다.
“저 수정만 만지게 해준다면 당신을 해치진 않을게요. 약속해요.”
태초의 용족인 자신에게.
어찌 보면 광오하다고 볼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그녀.
‘정령사라 했지.’
쿠구구구……!
토룡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령사.’
토(土)의 흔적 주변에 생긴 새로운 세계인 정령계, 그곳에 있는 영체들을 소환하는 존재가 바로 정령사라 들었다.
– 끼잉!
– 뀨우웅?
어미가 많은 경험을 시키지 못해,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초룡들이 수정 틈에 숨어 끙끙대고 있었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 크르르르!
토룡이 낮게 울었다.
이 어미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최강의 생명체, 용족.
그 누구도 ‘토(土)의 파편’과 토(土)께서 내리신 소중한 선물인 ‘너희들’을 건들지 못할 터이니!
“결국, 싸워야 하는 걸까요?”
유이사의 중얼거림에 토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안하지만, 이곳은 셀 수도 없을 만큼 긴 세월 동안 그 누구에게도 허용치 않은 곳이다.
비록 네가 노리는 것이 토(土)의 파편이 아닌, 그 주변에 피어난 수정일지라도.
나를 죽여야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쿠과가가가가……!
그렇게 강인한 두 생명체가.
서로의 목적을 위하여 양보 없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토룡(土龍)의 발톱은 튼튼하고 날카로웠고, 꼬리는 탄력적이면서도 질겼다.
– 크롸라라라라라!
우렁찬 포효와 함께, 발톱을 좌우로 휘둘렀다.
유이사가 소환한 네 정령을 향해서.
물론, 유이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화르르륵!
불의 최상급 정령, 셀레아나가 토룡의 머리에 달라붙었다.
콰가가가강!
땅의 최상급 정령, 노에아넨은 용의 공격을 회피하며, 끊임없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넓은 굴에 폭발음이 연달아 울렸다.
그리고.
“감히 못생긴 괴수 따위가 우리 유이사의 행사를 방해해?”
실피드가 손을 떨쳤다.
휘이이이잉!
넘실거리는 광풍이 토룡의 피부를 휩쓸었다.
“호? 제법 강인한 반발력이야. 하지만, 그 어떤 튼튼한 것도 세월의 풍파 앞에는 골이 파이게 마련이지.”
과연, 정령왕.
비록 10% 힘밖에 발휘하지 못한다지만, 원소를 다루는 노하우만큼은 어딜 가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토룡의 공략법을 파악한 실피드는 그 널따란 몸 중, 한곳만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쿠과가가가가!
몰아치는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주변의 기운들을 다 빨아들였고.
그렇게 뭉친 기운이 토룡의 등허리를 강력하게 타격했다.
– 크와아악!
토룡이 거센 숨결을 토해냈다.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자신의 피부가 어떤 피부던가!
웬만한 고룡의 이빨도 들지 않는 피부 아니던가!
‘근데.’
충격이 전해졌다.
반발력을 한 번에 깨는 게 아니다.
휘이잉!
회오리치며 타격하는 바람 안에 최소 수천 년 이상 세월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즉, 그 짧은 시간에 수천 번 이상 반복해서 두들기고 있는 꼴이다.
– 크아악! 적당히 하거라!
하지만 토룡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몸을 비틀어 타격 지점을 계속해서 피해냈으며, 그 사이사이 발톱과 꼬리를 내지르며 육탄전을 실시했다.
목표는 바로.
‘음?’
토룡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 갔지?’
분명 저 멀리 거리를 벌리고 있던 유이사의 신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그 와중.
뾰르르륵!
물의 최상급 정령, 엘레스트라는 자신의 계약자 유이사를 이끌고 굴 바닥을 통해 몰래 이동하는 중이었다.
뾰륵, 뾰르륵!
바닥 위에 남겨지는 물결 모양의 잔상.
엄청난 속도로 이동한 유이사의 육체가 순식간에 토룡의 중심부, 심원의 수정 앞에 닿았다.
– 어떤가.
“후, 나이스! 엘레스트라.”
유이사가 짧은 호흡을 내뱉으며, 빙긋 웃었다.
성숙미로 따지면 어디를 가도 뒤지지 않는 물의 최상급 정령이 유이사의 미소에 얼굴을 붉혔다.
“이게 심원의 수정인가?”
마치 크리스탈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신묘한 금속.
투욱!
실피드에게 전투를 맡겨둔 유이사가 새하얀 손으로 수정을 건드렸다.
“…….”
근데.
“뭐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전설에 따르면, 정령 친화력이 엄청나게 늘어난댔는데.
“음…….”
개뿔.
친화력은 기존과 동일했다.
그렇다고 뭐, 기력이 오르거나 기운이 정순해진다든가 하는 특별한 효과도 없었다.
‘분명 엄청난 기운이 내포되고 있는 금속인 건 맞는데…….’
유이사는 당황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만약 이 수정이 정령 친화력과 하등 상관없는 거라면, 굳이 여기 올 필요가 없었잖아?
– 이노오오오옴! 거기 있었느냐?!
얼마 지나지 않아, 토룡과 유이사의 눈이 맞닿았다.
중앙이 뚫린 것을 깨달은 토룡이 급하게 몸을 틀었고.
그 결과 정령들과의 싸움에서 집중력이 깨져 버렸다.
그리고.
“감히 용 따위가 나를 상대로 등을 돌려? 앙?”
그 대가는 참혹했다.
쿠과가가가가가……!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의 비기.
‘세월의 폭풍’(EX급).
실피드는 그녀가 살아온 수천 년의 세월을 희생해 바람을 만들어냈다.
그 오랫동안 쌓아온 정령, 본체의 힘을 소멸하는 대가로 피어오르는 거친 바람.
쿠와아아아아……!
어마어마한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압축되고 또 압축되었다.
“…….”
이 힘의 대가로 다른 정령왕보다 힘은 약해지겠지만, 실피드는 거리낌이 없었다.
왜냐.
‘유이사를 잃는 게 더 싫으니까.’
용은 방금 등을 돌렸다.
모든 것을 제쳐놓고, 유이사를 공격하려 했다.
본체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고작 10%의 힘으로 용을 상대하는 것은 그녀로서도 무리인 것.
‘절대 그렇게 두지 않겠어!’
쿠과가가가가!
세월의 폭풍이 용의 몸뚱이를 강하게 타격했다.
– 끄, 끄아아아악!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통증에, 토룡이 비명을 내질렀다.
풍압이 얼마나 강한지, 용의 허리가 기이하게 꺾였으며.
시뻘건 피가 하늘을 향해 분수처럼 피어올랐다.
– 크아아아! 안 된다. 거기는 안 된다!
쿠과가가가!
하지만, 그 엄청난 충격에도 토룡은 끈질겼다.
몸을 마구 비틀며, 유이사가 있는 곳을 향해 질주했다.
“…….”
심원의 수정에서 손을 뗀 유이사는 살짝 허무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뭐야.’
헛소문이었나?
심원의 수정이란, 그냥 신묘한 힘을 담은 금속 중 하나였고.
정령계에 떠돌던 말은, 그저 누군가가 정밀하게 지어낸 뜬소문에 불과하단 말인가?
‘하긴.’
지금껏 저 괴수를 뚫고 심원의 수정에 닿은 존재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 전설이 도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했다.
만져본 존재가 없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다면.
저 용은 무엇을 위해, 저렇게 간절하게 이곳을 지키는 걸까?
“노에아넨.”
유이사가 손을 들어 올리자.
쿠과가가가!
땅에서 다시 만들어진 골렘이 다가오는 용의 진입로를 막았다.
실로 정밀한 컨트롤이자, 완벽에 가까운 호흡이었다.
– 비켜라, 이놈!
크가가각!
용의 발톱이 골렘의 몸통을 긁어버렸다.
노에아넨의 몸뚱이가 단박에 갈라졌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굴 바닥은 흙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곳에서 몸은 재빨리 충당되고 회복될지니.
쿠과가가가가!
다시 생성된 노에아넨이 끈질기게 유이사의 앞을 막아냈다.
“유이사! 괜찮아?!”
휘이이잉!
그 와중에도 실피드는 토룡의 상처를 향해 끊임없이 공격을 가했다.
용의 고통을 위해, 공격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유이사에게 가지 말고, 자신에게 오라는 의미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 안 된다! 저리 비켜라! 꺼지란 말이다!
용은 간절했다.
상처 위에 상처가 새겨지고, 살점이 뜯겨 나가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쾅! 쾅! 콰아앙!
그저 계속 부활해 막아내는 노에아넨을 때리고 부수고 짓누르며, 중앙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왜?’
문득, 유이사는 이상함을 느꼈다.
‘왜 저렇게 싸우는 걸까?’
용족이면, 싸움으로 널리 알려진 종족이라 들었다.
우주 최강의 생명체 아니던가.
그런 존재가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싸운다고?
‘가운데 있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이 수정이.
저 용에겐 그렇게 간절한 무언가일까?
살짝 이해가 안 되어 고개를 갸웃한 순간.
– 끼이잉!
– 끼잉!
널따랗게 펼쳐진 수정들 사이에서, 꼬물거리는 새끼 두 마리가 기어 나온 것은 그때였다.
두 마리의 초룡.
토일(土一)이와 토이(土二).
‘너희는?’
유이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 아, 안 된다!
토룡, 카시아스가 안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이 침입자들에게 너희의 모습을 드러내면…….
그렇게 되면…….
‘아아.’
카시아스는 그 순간.
허리에 난 상처보다 더 큰 고통을 느꼈다.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찌이잉!
심장이 짜르르하고 울리는 통증이, 어찌 광풍이 휩쓰는 고통보다 더 아프단 말인가.
저 꼬물거리는 아이들이 찢긴 채 생을 마감할 것을 생각하니, 토룡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이건…… 왜일까.’
토룡은 혼란스러웠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중앙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는 이유.
그 이유가 분명 토(土)의 파편을 지키기 위해서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토(土)의 파편보다 소중한 것, 그것은 바로 저 두 아이.
인정하긴 싫지만 인정해야 했다.
카시아스는 토(土)보다 토(土)의 선물을 더 사랑했다.
– 그럴 수 없다아아아아!
왜.
극한의 순간에 본심이 나온다고들 하지 않던가.
카시아스는 오늘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듬직한 토일이.
귀여운 토이.
저 둘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 * *
그 시각.
“……!”
유이사도 토룡과 똑같이 경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정령 친화력이 강하다.
친화력에는 많은 효능과 효과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게, 다른 존재의 감정에 그만큼 더 쉽게 동조되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그 말인즉슨.
‘새끼?’
유이사 역시 토룡의 모성애를 가슴으로 느꼈다는 것.
‘새끼였던 건가?’
토룡이 간절한 이유.
실피드가 등과 허리를 아작내고 있음에도, 자신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이유.
그것이 바로 이 두 마리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순간.
유이사의 감정이 흔들렸다.
실피드의 광풍은 그녀가 잘 안다.
그 어떤 생명체도 쉽사리 치유할 수 없도록 깊은 상처를 남겨 ‘영원한 고통’이라고도 불리는 그것.
‘내가.’
정령 친화력 한번 쉽게 올려보겠다고, 무슨 짓을 한 거지?
저 용은 앞으로도 계속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리고.
– 끼이이잉.
– 뀨우웅!
저 두 마리의 생명체는, 어미의 고통을 바라보며 평생 이곳에서 살아가겠지.
그래.
저들은 소문처럼 끔찍한 괴수가 아니었다.
모성애가 있는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었다.
‘아아.’
그랬던 건가?
탐욕.
나 자신의 탐욕 때문에 정령 친화력이 반응하지 않았던 건가?
아니.
친화력이든, 뭐든.
아무렴 좋다.
‘심원의 수정’을 지키는 괴수가 지성체인 용이란 것을 알았을 때, 발을 돌렸어야 했다.
그리고 그 용에게 새끼가 있었다는 걸 안 순간.
“…….”
유이사는 용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모든 원소를 아우를 수 있는 정령 친화력을 가질 수 있었던 원천(源泉), 순수함.
그 순수함이 독이 되어 그녀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유이사!”
경악한 실피드가 뒤에서 외쳐왔다.
“정신 차려! 뭐 하는 짓이야!”
필사적으로 다가오는 용의 노란 눈을 바라보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그녀.
“피해! 너 그러다 진짜 죽어! 유이사아아아아! 도대체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땅의 정령, ‘노에아넨’도.
물의 정령, ‘엘레스트라’도.
불의 정령, ‘셀레아나’도.
계약자의 강렬한 의지로 인해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유이사?”
두 눈을 부릅뜬 실피드가 재빨리 손을 놀렸다.
엄청난 친화력을 가진 계약자의 의지를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오직 정령왕인 자신뿐!
저 용이 근접하기 전에, 소멸시켜 버려야 하는데.
분명, 그래야 하는데.
“실피드, 미안…….”
콰득!
용의 이빨이 유이사의 머리를 씹는 게 먼저였다.
푸욱!
거친 발톱이 그녀의 몸뚱이를 헤집는 게 먼저였다.
“이런 미친……!”
실피드의 눈망울에 증오와 원망이 섞였다.
대상은 둘이었다.
빠르게 용을 죽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증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대응도 못 한 유이사에 대한 원망.
– 안 된…… 안 된다……!
정신없이 공격하던 토룡도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렇게 강하던 정령사가.
태초의 용족인 자신을 몰아쳤던 정령사가 이렇게 쉽게 목숨을 내어준다고?
게다가 저 눈빛을 보라.
죽어가는데도, 그녀의 눈빛에 담겨 있는 감정은 분명.
‘미안함.’
왜?
왜, 나한테 그런 감정을 표출하는 건데?
– 끼이잉!
– 뀨웅!
자신의 품으로 달려오는 토일이와 토이를 끌어안으며.
휘이잉!
스르르르…….
카시아스는 천천히 스러져가는 정령들을 바라봤다.
“너, 너…… 죽여버릴 거야! 이 개 같은 도마뱀 새끼야아아아아아!”
끔찍했던 존재.
눈을 뒤집힌 실피드도 결국 분노를 다 표출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
그렇게 찾아온 정적.
오직 쓰라린 상처와 새끼들의 울음만이 정적 속에 남아 있었다.
그것이.
유이사 스톰트리에 대한, 토룡의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