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7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70화
빙제 냉광철 (3)
뤼카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랭커랍시고 양아치처럼 뻗대는 이들.
밖이었다면, 검 하나로 다 굴복시키고 엎드리게 한 다음 줄빠따를 갈겼겠지만, 여기는 델라일라의 던전 속이다.
일단, 규율대로 가야 한다.
“그래, 뭐.”
고개를 끄덕인 그가 입을 열었다.
“규율상 따지면 그렇지. 너희는 심사위원을 찾아냈다. 그러하니 전부에게 특전을 부여하여, 상점을 개방해 주겠다. 써라.”
우우웅!
기운을 끌어올린 뤼카가 무언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촤르륵!
참가자들의 허공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심사위원 ‘뤼카’가 ‘상점’을 개방합니다.] [해당 상점의 화폐 단위는 ‘시련 포인트’입니다.] [모든 상품은 인당 1개씩. 구매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목록 – 10/10] [1. A급 해독제 – 1,000포인트] [2. S급 해독제 – 3,000포인트] [3. 테마1 합격권 – 5,000포인트] [4. 테마1 정보권 – 10,000포인트] [5. 테마2 정보권 – 10,000포인트] [6. 엘릭서 – 10,000포인트] [7. A급 랜덤 박스 – 10,000포인트] [8. S급 랜덤 박스 – 30,000포인트] [9. 세계수의 뿌리 – 50,000포인트] [10.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 100,000포인트]항상.
기존과 같은 델라일라표 상점 목록들.
그것들을 확인한 순간.
“응?”
냉광철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그의 수하들 역시 잘못 보았다는 듯, 눈을 비비며 상점창을 확인했다.
“뭐야?”
“내가 잘 본 거 맞지?”
“만? 아니, 십만도 보이는데?”
“……내가 여태껏 모은 게 400인데?”
“난 500.”
술렁술렁.
수하들이 동요할 찰나.
냉광철이 의심의 눈초리로 뤼카를 바라봤다.
“……어이, 마검사 나으리. 지금 장난하나?”
그가 참가자들을 몇 죽이고 얻어낸 포인트가 도합 1,500 정도다.
그 정도면 꽤나 많이 모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1,000이 가장 싸구려 템?
10,000이 기본이고 심지어.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이건 사라고 만든 아이템일까 싶을 정도로 비싸지 않은가!
“설마, 일부러 상점을 조작질한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군.”
픽.
뤼카가 어깨를 으쓱이며 실소를 흘렸다.
“이봐. 애초에 그런 게 가능했다면 말이야.”
쿠과가가!
그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
공간을 압도하는 위압감이 그들의 숨통을 조였다.
움찔!
냉광철과 그의 수하들.
심지어 곁에 있는 심사위원들마저도 몸을 부르르 떨 만큼 강렬한 기세!
“시련이고 나발이고, 네놈은 내 앞에 살아 있지 못했을 거다. 난 예의 밥 말아 먹은 놈을 극도로 싫어하거든.”
사실, 뤼카의 말이 맞다.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허술한 시련이면, 그 전에 심사위원이 죽여 버리면 되는 거니까.
‘물론.’
그냥 당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뭐, 그래. 인정은 할게.”
고개를 끄덕인 냉광철이 상점을 닫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동자로 수하들에게 눈짓했다.
“……포인트야 천천히 모으면 되는 거니까.”
그 광경을 캐치한 뤼카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허튼짓하지 마라, 냉광철.”
“호오.”
보아하니.
저 마검사라는 자는 이미 눈치챈 것 같다.
자신들이 저 랭커들을 공격할 거라는 것을.
“내 발상은 간단해.”
시련이 아니라 모든 던전이 그렇다.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업적을 달성한 만큼 그에 걸맞은 보상을 주는 것.
그걸 개연성이라 한다지.
“마검사. 시련이 시작되기 전에 네가 말했었잖아.”
– 우리는 헌터의 인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주어진 시련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통과하면 된다. 알겠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동시에.
“쳐라!”
그가 마치 준비했다는 듯, 심사위원에게 내달렸다.
콰드드득!
주변 공기들을 다 얼어붙게 만들면서.
“크하하하!”
“달려라!”
“심사위원 놈들? 다 시련 빨로 올라선 놈들 아냐?”
“짝퉁 랭커들이지. 진짜가 뭔지 보여주자고.”
그들에게 델라일라의 시련 출신 랭커들이란, 그런 거다.
인맥 빨.
좋은 수저 물고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자들.
그에 비해 자신들은 그런 거 없었다.
밑바닥부터 던전 곳곳을 누비며 잡초처럼 성장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노력으로 기연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도주로는 내가 차단할 테니.”
빙제, 냉광철이 음습하게 중얼거렸다.
“다들 온 힘을 다해 스킬을 퍼부어라!”
* * *
으득.
뤼카가 이를 갈았다.
화가 났다.
저들에게 당해서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 놓인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났다.
저들이 ‘수’라는 걸 쓰는데도, 아무것도 못 해보고 당해야 한다는 게 속을 답답하게 했다.
“뭐야?”
저들 중 하나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이 새끼들 별거 없는데?”
당연하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저들이 하는 공격을 황급하게 피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공간 밖으로 도주할 수도 없다.
빙제가 펼쳐놓은 얼음 결계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시련 빨 랭커들이라 그런가? 진짜 별거 없잖아?”
“크큭, 시스템 요놈도 전지전능은 아니네. 뭐, 이런 놈들을 하이랭커라고.”
“보아하니, 심사위원이라 공격을 못 하나 본데? 봐봐. 그냥 피하기만 하잖아.”
“오오, 그러네?”
랭커를 실력이 아닌, 입으로 달았나 싶을 정도로.
심사위원들의 심기를 콕콕 건드리는 녀석들.
그러던 중.
“에잇, 도저히 못 참겠다!”
심사위원 중 하나가 버럭 소리쳤다.
세계 랭킹 83위, 가면 라이더(Mask Rider) 기오였다.
정의를 중요시 여기는 일본인, 기오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부르르릉!
그가 어느덧 등장한 투명한 오토바이를 타고 유려한 라이딩을 시작했다.
“뭐, 뭐야!”
“가면 라이더다!”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상대의 복부에 발을 뻗는 기오.
“가, 가면 라이더 킥?”
콰아아앙!
순식간의 랭커 하나의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커, 커헉!”
배를 부여잡은 채,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쓰러지는 자.
철푸덕!
흙바닥에 쓰러진 랭커의 몸이 스르릇- 사라졌다.
“기오!”
뤼카가 안된다는 듯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건드린 순간 그 즉시 퇴출.
“죄송합니다, 뤼카 님.”
그가 사라지는 랭커와 함께 투명해졌다.
동시에.
[띠링!] [심사위원을 퇴출시켰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합니다.] [해당 업적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 모두에게 시련 포인트 5,000을 지급합니다.]“오, 오천?”
“와우, 미쳤는데?”
상점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시련 포인트 5,000이 남은 랭커 아홉 명 ‘모두’에게 들어왔다는 것.
그것만 해도 한 심사위원을 퇴출할 때마다 총 45,000 시련 포인트를 받는다는 말이다.
‘물론.’
냉광철이 비릿하게 웃었다.
‘저걸 다 가져오려면, 결국 저놈들도 죽여야 하겠지만.’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심사위원 한 명당 45,000이면.
눈앞에 보이는 심사위원이 다섯이니, 총 225,000인가?
아니,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다.
뤼카를 잡으면 포인트를 더 줄 수도 있는 거니까.
그 정도면 시련 포인트 상점에 있는 모든 물품을 사고도 남는다.
‘주동훈.’
냉광철이 이곳 수석 졸업생이라는 스켈레톤 마스터를 떠올렸다.
‘네놈도 이런 방식으로 수석을 먹었던 거냐?’
그렇다면.
자신이라고 못할 것 없다.
‘게다가.’
방금 분명 가면 라이더, 그놈이 사라졌지.
그 말은.
“크크큭, 그런 거였구만.”
심사위원은 우릴 공격하지 못한다는 뜻.
아무리 높으신 랭커 나으리들이라 한들, 공격하지 못한다면 말짱 황일 터!
“그렇다면, 제대로 움직여 볼까?”
스스스슷!
그의 손에서 꿈틀거리던 냉기가 거칠게 피어올랐다.
‘……제길.’
그 모습을 보던 뤼카가 낙담했다.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끔 심사위원을 당혹하게 하거나, 그 심기를 건드려 퇴출시키게 만든 자도 존재했었다.
‘그렇게 오래가진 못했지만.’
하지만, 저놈은 랭커다.
랭커가 각 잡고 룰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자칫하다 이 시련의 취지가 무너질 수 있었다.
델라일라가 저놈 하나 키워주겠다고 이 판을 벌인 건 아니니까.
* * *
“…….”
뤼카의 걱정대로.
델라일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평소 차분하던 그녀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발을 동동 굴릴 정도이니 말 다 했지.
‘내 잘못이다.’
너무 급했다.
평소처럼 여러 번 시뮬을 돌려보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종말’이라는 단어에 너무 조급하게 움직였다.
시련 속에 랭커를 넣는 것도 처음.
원래와 같이 그 사람의 인성도 파악했어야 하는 건데…….
“으음.”
모니터 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움직이는 뤼카의 모습을 바라보며 답답함을 느낄 찰나였다.
“어?”
그녀의 감각에 익숙한 기운이 잡혔다.
자신이 그토록 애원하며 찾았던 사내의 향.
‘주동훈?’
델라일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이 섬에는 어쩐 일로?
그녀는 순간 온몸이 짜릿하다는 게 어떤 건지 격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전율이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느낌.
‘아아.’
누군가를 이토록 반갑다고 느낀 적이 있던가?
스슷!
델라일라가 당황하는 뤼카 조차 잊어버린 채로 밖으로 달려나갔다.
지구와 연결된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존재.
스켈레톤 마스터를 향해서.
* * *
“그러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시가 급하다는 거죠?”
섬에 도착해서, 뭘 어찌하지? 하면서 주변을 거닐고 있을 찰나 허공에서 등장한 델라일라.
조금 전 그녀가 다짜고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 도, 도와주세요!
난생처음 보는 그녀의 조급한 모습.
델라일라가 말을 더듬다니.
대중들에게 신기루라 불리며, 존경받던 그 던전 메이커가 맞나?
“예, 시련 내에 선임 심사위원을 맡아주시면 되는데……! 그게 참가자들 통제가 잘 안 돼서…….”
델라일라가 약 5분간 현 상황을 간략하게 요약했다.
대충 빙제(氷帝) 냉광철이란 놈이 저 안에서 깽판을 치고 있다는 건데.
“흠.”
내가 턱을 쓰다듬었다.
사실 아린이가 다양한 거 경험해 보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내가 굳이 델라일라를 도와줄 이유가 없…….
‘있나?’
흠.
결국, 내 성장에 그녀가 한몫한 것도 있고.
무릉도원도 선물해 줬었으니.
‘맞네.’
도와줘야겠네.
그래도, 뭔가 좀 보상은 있어야 할 느낌이다.
왜냐하면.
듣자 하니, 답이 있어 보이는 것 같진 않거든.
공격도 못 하고, 얻어맞고만 있어야 하는데 그걸 나보고 어떻게 해결하라고?
“제가 임의로 보상을 드릴 순 없어요.”
델라일라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순간 어르신인 줄?
말로 꺼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설마 그 짧은 순간에 내 의사를 읽은 거야?
“던전 내부를 제가 컨트롤할 수는 없거든요. 그게 고유 능력이라……. 만약 제가 맘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면, 굳이 심사위원을 두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건 맞지.
내 시련 당시, 신살(神殺)급 아이템을 받았을 때.
그런 단계가 있다는 것도 델라일라는 처음 알았다 했었으니까.
“다만.”
델라일라가 말을 이었다.
“심사위원 역시 개연성에 따라 보상을 획득할 수 있죠.”
“음.”
내가 잠깐 고민하는 척했다.
사실 원래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저 말을 들으니까, 또 더 들어가고 싶네?
어쨌든 나 하는 거에 따라, 얻을 게 있긴 있다는 거잖아?
“오케이, 그럼.”
내가 엄지와 검지를 맞닿아 원을 만들었다.
“한번 들여보내 줘보세요.”
냉광철이라.
고놈.
상판대기 한번 봐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