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7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71화
빙제 냉광철 (4)
“이거 근데, 괜찮으려나?”
심사위원들에게 덤벼드는 랭커 참가자.
그들 중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빙제 형님 말대로 따르고 있긴 한데……. 자칫하다가 일이 너무 커질 것 같기도 한데.”
쿠과가가가!
심사위원들에게 스킬을 퍼부으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던 거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얻는다 한들, 델라일라는 하이퍼 랭커다.
그냥 하이퍼 랭커도 아니고, 수많은 랭커들과 카르텔을 구축한 인맥킹이기도 하다.
그 인맥 중에는 이미 탈 인간급이라는 ‘스켈레톤 마스터’도 있다지.
“야.”
“응?”
“이 쫄보 새꺄.”
맞은편에서 뤼카를 향해 맹공을 퍼붓던 이가 빙그레 웃었다.
조롱하듯 눈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그런 거 생각해서 랭커 타이틀 어떻게 달았냐?”
“…….”
“빙제 형님만 믿자고. 빙제 형님만. 여기서 시련 다 극복하고 나가면 그 천마나 마왕도 무섭지 않을 테니까.”
우려하던 이가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심사위원이랑 너무 적대하는 거 다 보니…….”
“이 멍청한 새끼가.”
그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래서 이제 와서 어쩔 건데? 뭐, 혼자 받았던 시련 포인트 다 내놓고 뒈지기라도 할 거?”
“…….”
그가 다시 주억거렸다.
맞는 말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 담을 수 없다.
여기서 발을 뺀다 한들, 심사위원의 눈에 못 박힌 건 매한가지니까.
“그래, 지를 거면 시원하게 질러 보자!”
그가 우려를 던져버리고 다시 뤼카에게 주먹을 뻗었다.
마검사도 참 대단하다.
랭커 아홉이 각 잡고 공격하는 데도, 저렇게까지 받아낼 수 있다니.
하지만, 그 표정만큼은 대단하지 않다.
그 유명한 마검사답지 않게 안색이 파랗게 질려 있었고, 그 강한 불검 한번 휘두르지 않고 있다.
가면라이더처럼 퇴출당하고 싶지 않은 걸까?
“…….”
위기의 뤼카.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빌어먹을.’
뤼카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래.
성질대로 다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델라일라는?
자신을 믿고 ‘선임’ 타이틀을 주었던 그녀가 실망할 거란 생각에, 그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회피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 미친놈들 같으니.’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것.
이번에 랭커를 받으면서 가장 우려했던 일이다.
근데 하필.
그 랭커들 중 제일 높은 순위의 자가 저렇게까지 독하게 준비하다니.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다.
델라일라의 규율을 따르기로 한 이상, 어떠한 고난이 와도 그것을 따를 것을 각오했다.
지금 심사위원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버텨라.”
입술을 잘게 씹은 뤼카가 분노에 차 읊조렸다.
저들이 우릴 퇴출시켜 포인트를 가져가려 한다면?
공격하지 않고, 계속 받아내면서 버티면 될 뿐이다.
어차피 여기서 시간을 끌면, 불리한 건 저들 아니던가?
“우리들을 우습게 아는 저들에게 심사위원이 왜 심사위원인지 보여줘라.”
“예.”
“예, 뤼카 님!”
남은 심사위원.
머드스키퍼스, 금사자, 그림 리퍼 역시 이를 악물며 답했다.
‘과연.’
‘뤼카 님.’
사실 그들은 뤼카에게 감동 받았다.
마검사보다 약한 자신들도 가면라이더처럼 홧김에 저지르고 싶은 충동이 1분에 몇 번씩이나 찾아오는데.
‘사람의 진가는 위기에 드러난다더니.’
‘델라일라 님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큼은 진심인 사람이구나.’
‘어떻게 저놈 뚝배기를 안 패고 참아?’
클클거리며, 얼음장을 내뿜는 빙제의 모습이 세상 그 누구보다 얄미워 보였다.
원래 강자가 억압하는 거보다, 약자가 호가호위하는 게 더 얄밉지 않던가.
콰가가가!
머드스키퍼스가 하늘로 점프해 공격을 피했고.
금사자가 그저 얻어맞으면서 울부짖었다.
그림 리퍼 역시 허공을 가르며 피하려고 피했지만.
“크아앗!”
점점 견디기 힘든 듯 괴로운 신음을 토해냈다.
‘이대로라면.’
‘어쩔 수 없나?’
‘그냥 시련1은 다 줘버리고, 시련2때 각 잡고 대비를 해야 하나?’
뤼카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들의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음을.
아무리 높은 등수의 랭커라 하더라도, 무한정 방어만 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제길.’
화르륵!
불검으로 공격 하나를 튕겨낸 뤼카가 낙담할 찰나였다.
“음, 여긴가?”
저 멀리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오는 이가 보였다.
‘어?’
뤼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든 심사위원을 총괄 관리하는 ‘선임’ 심사위원인 그에게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
[심사위원 ‘주동훈’이 시련에 참여합니다.]‘주동훈……?’
그뿐만이 아니었다.
[심사위원 ‘백무흔’이 시련에 참여합니다.] [심사위원 ‘태양창’이 시련에 참여합니다.] [심사위원 ‘엘드린’이 시련에 참여합니다.] [심사위원 ‘카덴’이 시련에 참여합니다.] [심사위원 ‘엘로이즈 아린’이 시련에 참여합니다.] [심사위원 ‘다나’가 시련에 참여합니다.] [심사위원 ‘무각’이 시련에 참여합니다.] [심사위원 ‘유이사’가 시련에 참여합니다.]“이, 이건……?”
뤼카가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경악의 탄성을 내뱉었다.
“뭐, 뭡니까?”
“주동훈이 왜 여기에?”
다른 심사위원들도 공격을 피하며, 눈이 커졌다.
아니, 눈이 커지다 못해 입까지 벌어졌다.
저벅저벅.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여유롭게 걸어오는 주동훈과 그 뒤에 일렬로 나열된 여덟의 수하들.
그 모습이 뭔데 저렇게 멋스러운 걸까?
“……주동훈.”
뤼카의 입에서 끝끝내 참지 못한 한마디가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인물.
게다가 놀랍게도.
스켈레톤으로 알려진 그의 수하들도 어엿한 심사위원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저 개새끼들한테 뺏길 시련 포인트가 더 많아지는 건가?’
심사위원들이 살짝 기대하면서도 우려스러운 표정을 했다.
주동훈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공격할 수 없으면 말짱 황이니까.
그에 비해.
냉광철의 비릿한 미소는 더욱더 짙어졌다.
“오우, 마검사 나으리에 이어……. 설마. 그 유명하신 주동훈 나으리까지 나선 건가? 크으으, 역시 델라일라 클라스는 알아줘야겠군.”
주동훈의 등장에도.
깐죽거림을 유지키로 한 빙제.
그 순간.
[심사위원의 직위가 변경됩니다.] [‘선임 심사위원’ 뤼카의 직위가 ‘심사위원’으로 격하됩니다.] [‘심사위원’ 주동훈의 직위가 ‘선임 심사위원’으로 격상됩니다.]선임 심사위원이 된 주동훈, 그가 씩 웃었다.
마침 따분했는데 잘되었다는…….
위기감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표정이었다.
* * *
빙제(氷帝) 냉광철.
아는 자이다.
예전에 던전 알바나 하던 시절, 랭커를 분석할 때 연구했던 자.
그때는 분명 내 존경을 한껏 받던 자였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의 나랑은 체급 자체가 다르다.
“……주군.”
“주군!”
내 옆으로 백무흔과 태양창이 다가왔다.
한번 티격태격한 이후로는 항상 쌍둥이처럼 함께 다니는 녀석들.
얘네들을 보면, 진짜 한 세계의 절대자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귀엽기만 하다.
“주동훈 나으리라니. 그 말투에서 불손함이 느껴집니다, 주군. 손 좀 봐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후우웅!
태양창이 살벌하게 창을 떨치며 눈을 치켜떴고.
“……주군의 세계에서는 저런 약한 자도 입을 털 수 있는 겁니까?”
백무흔 역시 불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마치.
명령만 내리면 가서 퇴출당하면서, 동귀어진이라도 할 기세였다.
‘어?’
잠깐만.
동귀어진?
그럼, 쟤네 다 죽이고.
다시 소환하면?
그럼 퇴출 페널티가 사라지나?
“그건 안 될 거예요.”
내 생각을 읽은 듯, 아린이가 나섰다.
그녀가 대단한 게.
직접 내 생각을 읽은 게 아니라, 감정만 살짝 내비치었음에도.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훤히 다 안다.
가끔은 무서울 때도 있을 정도였다.
“이곳 세계의 규율이 그래요. 참가자든 심사위원이든 그 자격이 박탈되는 순간, 출입 금지.”
“아.”
내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델라일라가 그랬구나.
이 세계의 개연성을 지키기 위해서, 내 수하들도 ‘심사위원’ 타이틀을 달아야 한다고.
이곳은 델라일라의 고유 능력으로 구성된 시련 세계다.
힘의 제한이 없이 실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심사위원’뿐.
즉, ‘심사위원’ 타이틀을 박탈당한 소환수들은 ‘심사위원’이기 이전에 그 힘이 너무 세서 출입 금지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내 수하들은 대다수가 ‘성좌’거든.
“여, 주동훈 나으리~”
내가 혼자 생각하고 있자, 냉광철이 그새를 못 참고 다시 앞으로 나섰다.
“워낙 고귀하신 나으리라 그런가?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나 봐?”
껄렁껄렁하며 앞으로 나서는 녀석.
그의 몸에서 서늘한 한기가 꿈틀거렸다.
‘흠.’
이거 옛날 생각나네.
예전 시련에서도, 다짜고짜 나한테 반말 갈기던 랭커가 있었지.
뇌명, 플로아라고.
내 존중은 상대의 존중으로부터 나온다.
즉, 예의가 없는 자에게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
“…….”
입을 굳게 다문 내가 녀석을 바라봤다.
살기를 쏟아내는 녀석의 두 눈에는 분명 숨길 수 없는 욕망이 피어오르고 있다.
나와 내 수하들을 퇴출시키면 얼마의 시련 포인트가 떨어질까 궁리하는 모습.
픽.
내가 웃었다.
“뭐, 다 좋아. 심사위원들을 퇴출시켜도 좋고, 뤼카를 잡아도 좋고. 그것도 하나의 히든 루트인 것 같으니.”
나는 히든 루트를 존중한다.
내가 강해질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런 이유였으니.
“그런데 말이야.”
다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내가 심사위원이 되어버렸네?”
“…….”
“어쩔 거야?”
내가 묻는 의도는 단순하다.
선택은 자유라는 거다.
공격?
할 거면 해봐.
그 대가는 너희들이 책임지는 거고.
갈 거면?
뭐, 곱게 보내……. 줄 일은 없을 것 같네…….
사실 그냥 보내주기엔 이미 늦은 것 같다.
쿠과가가……!
콰가가가가가……!
각자의 위치에서 서슬 퍼런 살기를 뿜어대는 내 수하들을 나도 말릴 자신이 없거든.
규율상 저들에게 직접적인 위압을 가하진 않고 있지만, 그 기세만으로 랭커들이 움찔거렸다.
“뭐, 뭐야?”
“괜히 하이퍼 랭커가 아니라는 건가? 분명 우리가 유리한 상황인데. 나 방금 살짝 쫄렸어.”
“야, 너두? 난 순간 뒤돌아서 도주할 뻔……. 근데 심사위원들이 우리 공격 못 하는 거 맞지?”
“공격은 할 수 있긴 해……. 아까 한 놈 뒈지는 거 봤잖아.”
“솔직히 쫄리는 건 인정해야 해. 저기 아린이만 해도 마탑주를 이긴다며.”
술렁이는 자들을 바라보며.
“시끄럽다.”
빙제가 뒤를 돌아 낮게 읊조렸다.
“센 척하는 것뿐이야. 그 자리에 대기해라.”
그러고는 다시 나를 바라봤다.
“주동훈.”
“…….”
내가 가만히 녀석을 응시했다.
“랭킹 1,000위 밖에서 서울 오성(五星)이라는 인맥 빨로 운 좋게 델라일라의 시련에 참여한 애송이. 이번에 그 운을 정당하게 부여받은 내가 이곳에서 성장하면,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보는가?”
“……?“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 씨부렁거리는 것 같은데.
솔직히 뭐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운 좋게?
내가 운이 좋은 건 맞긴 하다만.
흠.
그 운은 네가 더 좋은 것 같은데.
난 시련 때 랭커도 아닌 상태에서 용 정도의 성좌를 상대했었는데.
냉광철은 상대해야 할 성좌가 이렇게나 많잖아?
이걸 어떻게든 비벼서 이겨내기만 하면, 녀석도 확실히 상상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우리 헌터들은 그런 걸 ‘운’이라 표현한다.
떡상할 수 있는 기회.
“후우.”
그래.
선택권을 줬는데, 저렇게 나온다는 건.
일단 조지는 건 확정이고.
저 새끼를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까?
“주군.”
저벅.
백무흔이 앞으로 나선 것은 그때였다.
“이번 건은 제게 한번 맡겨 주십시오.”
내 수하가 되고 나서, 첫 임무를 맡은 백무흔의 출사표.
녀석은 본인이 혼자 전부 다 처리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나를 제외한 수하들의 통제권을 임시로 달라고 말하는 거다.
“그래?”
나는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그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조져봐.
마음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