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0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01화
에필로그
1위를 밝힌 이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별천지 수장, 스켈레톤 마스터. 랭킹 1위 발표!] [검증할 수는 없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2위의 정체는 누구? 아직까지도 밝히는 자 없어.]김진아는 결국 주동훈의 순위를 매스컴에 밝힐 수밖에 없었다.
HNN의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대중들이 계속 물었기 때문.
그 결과.
세상이 환호했다.
별천지의 위상은 한층 더 드높아졌으며, 주동훈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으며.
별천지의 멤버들 역시 며칠간은 환희의 폭풍 속에 몸을 맡기며 그 순간을 즐겼다.
배지민과 변승태는 약 1시간 정도 심층 면접 후, 합격 처리되었고.
배지민과는 약속했던 대로 전속 계약을 따로 맺었다.
즉, 이제 별천지의 멤버는 총 24명이 되었고.
그 누구 하나 랭커 아닌 자가 없게 되었다.
“참, 시간이 빨리도 흐르네요. 길마님이 대출 상담받으러 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른 아침.
창밖으로 아름다운 무릉도원의 절경을 바라보던 김진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길마님.”
“예?”
나 역시 훈련 가기 전, 잠깐 도심에 들른 상태.
가끔 김진아와 이렇게 모닝커피를 때리며, 각종 보고를 받는다.
“E급 명패 달고 오셔서, 대출 얼마까지 되느냐고 물어보셨던 거. 기억나시죠?”
“당연하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2,000만 원밖에 안 되는걸.
그녀는 어떤 마법을 썼는지, 100억이란 돈을 가져왔었다.
그 돈이 구르고 굴러, 드미르 공방이 탄생했고, 그게 드엘 공방이 되면서 별천지까지 만들어졌다.
과연 김진아가 없었어도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있기야 했겠지.’
내 능력이 있으니까.
다만 확실한 건, 이렇게까지 빠르게 자리 잡진 못했을 거다.
그건 온전히 김진아가 해낸 몫이었다.
“부길마가 고생이 많았어요. 물론, 앞으로도 많이 고생해야겠지만.”
“에이, 길마님! 이럴 때 뒷말은 굳이 안 해도 되는 거예요.”
살짝 투덜거린 김진아가 이내 픽 웃었다.
불과 3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헌터 은행 대출팀 팀장이었던 자신이 이젠 대(大) 별천지의 부길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랭커들을 관리하고 이끌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던 김진아가 폰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좋아하네요. 여기도 주동훈, 저기도 주동훈. 어? 여기는 별천지네요? 헷.”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아닐 거예요.”
“맞죠.”
내 말에 김진아가 동조했다.
“가짜 즐거움이죠.”
대중들은 불안하다.
이 세상에 ‘고유 능력’이라는 게 등장한 이후로부터, 항상 불안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가 자신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불안하지 않은 게 더 이상하다.
언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지 모른다.
자고 일어났는데, 옆에 몬스터가 있을 수 있으며.
아직도 헌터 범죄는 줄어들 기세가 없었다.
“거기다가 선지까지 큰 위기가 온다고 예고했으니…….”
사람들은 불안하면, 자극적인 걸 찾는다.
불안이란 감정을 더 큰 감정으로 숨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랭킹 제도라는 ‘줄 세우기’로 다 같이 축제처럼 기뻐하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오래가진 않을 거다.
다시 불안에 떨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아직도 무릉도원에 입주하고 싶은 사람들의 신청서가 빗발치고 있었다.
사유는 ‘안전을 위해서.’
그것만 봐도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답이 나온다.
저들을 다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드미르가 더욱더 열일을 해야 한다.
빠르게 마탑 도시를 완공하고, 제3의 도시를 또 구축해야겠지.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세상이 이렇다는데.”
김진아가 따스한 커피를 홀짝였다.
“어쩌면 인간도 다시 예전의 야생으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죠.”
약육강식.
법보다 힘이 먼저인 대자연의 세계.
그 원초적인 곳에서 인간은 항상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통제되지 않는 맘모스가 돌아다니고, 숲에서는 언제 맹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래서.”
일어난 내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그대로 맞으며 힘껏 기지개를 켰다.
“우리가 이렇게 대비하는 거죠.”
저 밖에서.
별천지 멤버들의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세계 최고가 되었음에도 이른 아침부터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들.
나 역시 아직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제 가서 몸 풀어야지.
배지민이랑.
“그 위기가 오기 전까지, 전 계속 강해질 겁니다.”
멤버들을 지킬 수 있도록.
그 가족들과 무릉도원을 지킬 수 있도록.
세계 랭킹 1위라는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안주하지 않을 거다.
중급을 넘어 상급, 최상급 단계로 끝없이 나아갈 거다.
“아무렴요.”
김진아가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길마님!”
* * *
[행성지 : 지구] [해당 세계에서 성좌급 개체 기준치 이상 존재.] [베타 테스트 종료 임박.]꿀꺽.
‘드디어…….’
마른침을 삼켜낸 주광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해당 공지를 흘겨봤다.
‘해냈구나.’
관리자, 주광철.
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어떠한 경로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전혀 모른다.
눈떠보니 이곳이었고, 관리자는 각 세계당 한 명씩 무작위로 차출된다는 사실만을 전달받았을 뿐이었다.
관리자.
신(神)에게 직접 힘을 부여받은, 「시스템」을 관리하는 존재들을 칭한다.
그들의 수는 셀 수도 없이 많으며, 또한 하는 일도 다양했다.
지정된 세계의 종족들에게 「고유 능력」을 부여하기도 하며, 던전을 만들어 뿌리기도 한다.
이곳에 처음 와, 직책을 부여받았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지구에 떨어진 끔찍한 재앙이.
이런 존재들 때문에 벌어진 거였다니…….
그리고 이제 그 짓을 자신이 해야 한다니.
하지만, 별수 없다.
살기 위해서는 맡은 바 일을 해야 함은 둘째치고.
‘그렇지 않으면 다 죽을 테니까.’
말이 베타 테스트지.
사실 굉장히 무서운 테스트다.
어느 날 등장한 시스템이 한 종족에게 「고유 능력」이란 힘을 띡 하고 던져준다.
그다음 제한된 시간 내에 성장하지 않으면?
집행자를 보낸다.
집행이라는 고상한 단어를 쓰지만, 사실은 그냥 멸종시키는 거다.
행성 자체를 파괴하고, 모든 것을 지워 버린다.
‘잔인한 새끼들.’
이곳 장성급 신(神)들에게 지구를 포함한 세계들은 그저 실험실의 쥐나 다름없었다.
뭐, 이들의 논리는 그렇다.
– 열악한 환경에서 살 바에 그냥 죽는 게 낫다. 우리는 약자를 위해 기회를 주는 거다. 넘쳐흐르는 자원을 공급받고, 새로운 마법과 기술을 배울 기회. 지금까지는 얻을 수 없었던 지식을 얻어 양질의 삶을 살 기회! 그러니, 증명해라! 그대들이 열등하지 않음을 우리에게 보여라!
지랄.
주광철이 속으로 욕했다.
‘고서에 따르면……. 옛 신들은 그저 흐르는 대로 내버려 뒀다는데.’
이들은 자유보단 통제와 억압을 좋아했고.
또 열등한 종족보다는 우등한 종족을 좋아했다.
지금 하는 베타 테스트도 결국은 저들의 유희 거리였다.
힘 있는 자들이 하는 일종의 놀이.
[베타 테스트 통과 예정 세계 종합 중…….] [10개의 세계가 넘을 시, 배치고사가 시작됩니다!]바로 리그전이다.
세계를 티어로 나누어 놓고, 일정 기간 낮은 티어에 머물 시 제거되는 생존의 장.
지구도.
이제 최초로 리그에 참여할 권한과 의무가 생긴 것이다.
그 말은.
‘살아남았다는 말도 되는 거지.’
주광철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를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어.’
원래의 인류는.
계속 가다가는 온난화와 이상 기후, 핵전쟁 등으로 멸망의 길을 걸었을 거다.
기록 몇 개만 뒤져봐도, 그렇게 자멸한 세계가 한 트럭이다.
하지만.
리그에서 높은 티어로 올라서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게 된다.
앞서 말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 과학기술부터, 항성을 통제할 수 있는 마법까지…….
‘동훈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가정을 버리고 바람난 엄마 때문에 또래보다 철이 빨리 들었던 녀석.
– 걱정하지 마라. 약속하마. 무조건 돌아온다고. 그러니까, 씩씩하게. 알지? 아빠는 널 믿는다.
주광철은 지하철 대피소에서 불안에 떨던 그 눈동자를 잊을 수 없었다.
‘언젠가.’
언젠가는 꼭…….
볼 수 있겠지?
* * *
시간이 제법 흘렀다.
누가 그랬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세계 랭커 발표식이 끝나고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지구는 평화롭기만 했다.
언제나처럼 던전을 찾는 헌터들이 많았고.
그에 맞추어 헌터 관련 사업이 활발했다.
재능이 없는 자들은 일찌감치 비어 있는 일자리를 찾아갔으며, 무너졌던 경제도 천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런 말도 돌았다.
“아니, 종말 온다며? 왜 안 오는 거야?”
“별천지 새끼들. 사기 친 거 아냐?”
“아오, 그때 전 재산 써서 급하게 사들였는데. 유통기한 다 지나 버렸네.”
“이 정도면 손해 배상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불만이 생길 만했다.
대략적인 기간을 제시했지만, 그 기간보다 반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위기다운 위기가 없었으니까.
“아니면, 설마. 이미 위기를 처리한 거 아닙니까?”
“그것도 말이 되네요. 솔직히 별천지의 권선지가 예언자라던데……. 미리 알고 대처했을 수도 있잖아요. 거기 힘도 센대.”
“그럼, 말해줘야지! 우린 불안하다고!”
“아니면, 아직도 하고 있을 수도?”
물론, 대다수는 별천지를 믿었다.
이미 집단 자체가 전 세계적인 영웅으로 격상이 된 데다가, 팬이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그리고. 위기가 안 오면 우리야 환영이지. 사람들이 이상하네?”
“맞습니다. 꼭 위기가 오길 바라는 것처럼요.”
“자기 인생 좆망한 거, 다 같이 망하자는 거야, 뭐야?”
소란이 제법 있었지만.
별천지 측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반응하지 않은 채, 온갖 식자재들을 사들이고 있었고.
멤버들은 그저 아포피스만 계속해서 잡아댔다.
또.
수많은 랭커들의 지원 문의가 빗발쳤지만.
– 별천지 모집 중단.
김진아가 칼같이 잘라냈다.
왜냐.
권선지 때문이었다.
“이제는 받으면 안 돼요. 저번에 말했다시피. 다섯 단체가……. 균형 있게 성장하는 게 중요해요. 지금은 단체를 키울 때가 아니라, 따라오지 못하는 집단에 도움을 주어야 할 때입니다.”
“이번 건 기력 몇짜리 정보야?”
“500이요……. 후, 피곤하네요.”
“제법 힘 좀 썼구나?”
김진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요즘 들어 권선지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일각에서 예언 실패라는 말이 떠돌기 시작할 때부터, 꽤 많은 악플이 달렸고.
또, 그걸 에고 서칭으로 확인하는 듯했다.
‘쯧.’
김진아가 속으로 혀를 찼다.
권선지의 예언은 정확하다 못해 무섭다.
애초에 기력을 대가로 정보를 받는 「고유 능력」이지 않던가.
‘그 소중한 정보를 무료로 풀어주는 것도 모르고.’
자판으로 욕이나 하다니.
근데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은데, 겨우 그런 놈들 때문에 힘들어서야 이 거친 세상을 어찌 살아가겠는가.
“그 위기는……. 아직도 위기야?”
그녀가 묻자, 권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렇잖아. 길마님도 그렇고, 멤버들도 그렇고. 예언 당시보다 훨씬 더 강해졌는데. 그래도 위기일 정도로 심각하냐고.”
“…….”
잠깐 머뭇거리던 권선지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예.”
위기.
그 위기가 뭘까.
선지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 보면, 진짜 심각한 모양인데.
“어?”
권선지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뜬 것은 그때였다.
“부, 부길마님.”
“응?”
“와, 왔어요!”
“뭐가 와.”
“그 위기요……! 온 것 같아요!”
“……?”
밖이 이렇게 조용한데 위기가 온 것 같다고?
김진아가 고개를 갸웃할 찰나였다.
[삐빅!] [현 시간부로 ‘지구’의 ‘베타 테스트’가 종료되었습니다.]그녀의 시야에.
아니, 전 세계인의 시야에 정체불명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1부 완결-
안녕하세요. 임제열입니다.
갑작스럽게, 그리고 처음으로 작가의 말로 찾아뵙게 되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