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0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06화
몬스터 대전 (1)
페트록.
대상이 결정되자, 화면의 시야가 홱 반전됐다.
동시에 주사위 2개가 나타났다.
[운명의 주사위가 굴러갑니다.]투르륵……!
화면에서 빨강, 파랑, 초록, 황금, 갈색, 흰색으로 칠해진 주사위가 데굴데굴 굴렀다.
우리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 운명의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우리 쪽은 파랑, 상대측은 녹색이 떴다.
[지구 – 물(Water) vs 페트록 – 나무(Tree)] [주제 : 미궁 탈출.] [빠른 시간 내에 미궁을 탈출하시오.] [승리 시 5점] [패배 시 –2점]파스슷!
화면에 대기하던 천마신교의 교도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거구나.’
내가 마른침을 삼켰다.
목 안쪽이 타는 듯 갈증이 났다.
또르륵……!
다시 한번 주사위가 굴렀고.
이번엔 우리 쪽이 빨강, 상대측이 갈색이었다.
“젠장.”
“우리야?”
“그런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채팅창 활성화해 놔, 카푸.”
“알겠다.”
멤버들이 긴장한 채, 자세를 낮추었고.
[지구 – 불(Fire) vs 페트록 – 흙(Earth)] [주제 : 몬스터 대전.] [생산 건물을 지어, 상대 진영을 공격해 메인 건물을 부수시오.] [승리 시 5점] [패배 시 –2점]“……몬스터 대전?”
이라는 말과 동시에, 파앗! 시야가 뒤바뀌었다.
* * *
별천지(別天地).
26명의 남녀가 넓은 골목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배경은 중세시대의 마을.
“우선.”
촤르륵!
앞으로 걸어 나온 카푸가 가볍게 손을 떨쳤다.
“시야 확보부터 하겠다.”
두두둥…….
인도자(引導者)의 손에서 새하얀 입자들이 무수히 퍼져 나왔다.
세계 랭킹 26위가 된 그의 능력은 이전에 볼 때와는 차원이 달라 있었다.
우우웅!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간 정찰 입자가 그곳의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허공에 홀로그램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훈, 정찰 결과를 브리핑하겠다. 이곳 공간에는 총 두 곳의 진영이 있는 듯하다. 붉은 지붕이 우리 진영이고, 저 반대쪽이 상대 진영이지. 정찰 입자가 튕겨 나와 확인이 어려웠지만, 언뜻 보니, 저쪽 지붕은 갈색인 것 같다.”
고개를 몇 번 갸웃한 그가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메인 건물로 이동해 조심히 손을 댔다.
“…….”
“……?”
모두의 의뭉스러운 시선을 받은 카푸가 이해했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에 손을 대니 상태창이 나오는군. 다들 해봐라.”
과연 길잡이 출신 카푸.
알지 못하는 공간에 왔을 때, 가장 힘이 되는 멤버였다.
모두가 그의 인도에 따라 천천히 벽에 손을 대었고.
[띠링!] [메인 건물에 접촉합니다.]구수한 향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골드 : 0] [나무 : 0] [인구 : 26/26]“골드?”
“나무도 있어.”
“이걸 얻어야 하는 건가?”
[마을의 공동 자원을 활용해 건물을 직접 생산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골드를 얻고, 나무를 채집하세요!]“이거.”
변승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선 것은 그때였다.
“뭔지 알 것 같아요.”
“뭔데요?”
“캐슬 파이트류 게임이랑 비슷한 개념일 거예요. 세상이 변하기 전에 잠깐 유행했던 건데, 양쪽 진영이 대립 구도로 있고 자동 생산되는 건물이나 단발성 건물들을 지어서 싸우는 방식이죠.”
“호오, 지구에 그런 게임이 있었었나?”
“예, 제가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좀 유명한 겜돌이었어서요. 아마 빨리 건물을 지어 몬스터를 뽑아야 할 거예요. 그래야 상대 진영을 공격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아마 뽑힌 몬스터는 따로 컨트롤 할 수 없고, 자동으로 적진으로 밀고 들어갈 거예요.”
모두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그럼 건물은 어떻게 짓죠?”
“잠시만요. 한번 찾아볼게요.”
변승태가 눈을 굴렸고, 이내 건물 한쪽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곡괭이를 찾을 수 있었다.
휘적휘적 걸어간 그가 곡괭이를 집었고.
이내.
“역시, 이거네요.”
[플레이어는 건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건물 생산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됩니다.]곡괭이를 잡은 자의 시야에 지을 수 있는 물건의 목록이 촤르륵 떴다.
[작은 몬스터 성 – 10골드] [작은 몬스터 기지 – 5골드] [작은 칼잡이 훈련소 – 20골드] [늑대 박스 – 20골드]…….
[기본 방어 타워 – 10골드] [얼음 타워 – 20골드] [대포 타워 – 20골드]…….
…….
[드래곤 박스 – 1,000골드, 10나무] [신벌(神罸) – 1,200골드, 12나무]…….
[게임 승리 – 5,000골드, 50나무]“어이쿠, 왜 이리 많아?”
거의 1,000여 개가 넘는 목록.
제대로 된 설명도 적혀 있지 않는 거로 봐서, 감각적으로 지어야 할 게 분명했다.
“근데……. 여기 보면 가장 적은 코스트가 5골드인데……. 어떻게 지으란 거지?”
하나둘.
곡괭이를 집은 멤버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맞지, 우린 골드가 없잖아?”
“뭐, 다른 곳에 캘 곳은 없나?”
“카푸가 공유한 화면 보니까……. 나무는 있는 것 같은데.”
마을 끝부분으로는 울창한 수풀림이 보였다.
“저걸 캐다 옮겨야 하는 건가? 기둥이 무슨 코끼리만 하네. 딱 봐도 튼튼해 보여.”
“일단 빨리. 골드 캐는 방법부터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멤버들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크하하핫! 그것보단 그냥 상대 진영 가서 다 쳐부수면 되는 거 아냐?”
장대웅이 툭툭 왼 손바닥에 주먹을 부딪치며 웃었다.
“아니, 미친 아저씨야. 그럼 굳이 이런 건물이 왜 있겠냐고!”
물론, 장대웅의 유일한 견제녀, 플로아가 한 소리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실제 상황.
뭐가 어찌 됐든 간에 페트록이라는 종족을 이겨야 했고.
그러려면 급하게 움직여야 했다.
“일단.”
내가 앞으로 나섰다.
“대웅이 형 말도 일리가 있어요. 그러니 정찰부터 해요. 카푸 씨가 화면으로 띄워주고 있다지만, 직접 가서 경험해 보는 것만 못하니까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이럴 땐, 길마인 내가 빠르게 정리해 줘야 했다.
“우선 변승태 씨?”
“예.”
“캐슬 파이트류 게임에 대해 안다고 하셨죠?”
“예, 맞습니다. 비주류라 많이 해본 건 아니었는데, 몇 번 건드려 본 적은 있어요.”
“그럼 중앙 지휘는 카푸와 변승태씨, 그리고 권자매가 맡아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러지, 훈.”
카푸와 변승태가 씩씩하게 답변했다.
“예.”
“저희가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도우려 노력해 볼게요.”
동생 권탐지와 언니 권선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양정애 어르신과 약존 할아버지께서는 멤버들의 음식과 식수를 해결 부탁드립니다.”
“오냐. 아무리 세상이 망해도 굶지는 않게 해줘야지.”
“맡겨만 주게.”
“기소율 씨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 두 분을 엄호해 주시고요.”
“……네.”
휘릭!
기소율이 단검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관련된 게 아니라, 살짝 불만인 것 같았지만 군소리 없이 대답하는 게 그래도 기특했다.
“그다음 쇠주먹 씨?”
“예, 길마님.”
한때, 나한테 참교육 당했던 랭커.
나는 그를 오랜만에 불렀다.
그 이후 무언가 깨달은 게 있었는지, 사고 하나 안 치며 세계 랭킹 15위까지 올라선 그가 이제는 대견했다.
“블라디미르랑 심판창, 이렇게 셋은 딱 나무만 담당합니다.”
“나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블라디미르가 반색하며 나섰다.
“예, 공간술 쓰시니까 마을 곳곳 이동하면서 나무는 어떻게 캐는 건지, 그리고 어떤 방식인지 찾아내서 보고해 주세요.”
“지금 당장 가지.”
고개를 끄덕인 셋이 바로 달려 나갔다.
행동이 빠른 것은 좋은 일.
나는 카푸가 띄워놓은 화면을 다시 바라봤다.
“보시면, 우리 진영은 총 셋으로 나뉘어 있어요. 중앙 마을, 좌측 마을, 우측 마을이죠.”
그리고 그 마을마다 상대방의 마을로 향하는 길이 있다.
아마 저곳에서 엄청난 격전이 벌어지겠지.
“저와 배지민이 단독으로 중앙 마을을 맡겠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장대웅이 물었다.
“형이랑 플로아 씨가 나머지 인원들 적당히 밸런스 맞게 찢어서 좌, 우측을 맡아주세요.”
“우린 그쪽으로 이동해서 전투하거나, 중앙 지휘를 따른다 이거지?”
“정확해요.”
나도 내가 하는 방식이 맞는지 모른다.
아마 그 어떤 리더를 데려다 놓아도 모를 거다.
혹여 내가 틀렸으면?
그때 다시 중앙 지휘에 맞게 따르면 되는 거다.
일단 지금은 탁상공론보다 행동하는 게 우선이었다.
“알겠어, 주인. 그럼 내가 우측을 맡지.”
파즈즉.
플로아가 전류를 튀기며 중얼거렸고.
“크하하핫! 그럼 내가 좌측이다. 팀이나 가르자고.”
그에 장대웅이 화답했다.
이제 임무 분배가 끝났으니, 각자 흩어져서 모이는 정보를 채팅창으로 공유하면 끝.
“배지민?”
“예.”
“우리도 빨리 이동하자.”
“알겠어요, 길마님.”
그래.
몬스터 대전.
그게 어떤 게임인지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자고.
* * *
그 시각.
지구.
– 보, 보십시오! 지구의 다섯 개 팀이 모두 분배되었습니다!
– 정리하자면, 천마신교가 [미궁 탈출], 별천지가 [몬스터 대전], 마왕군이 [공성전], 마탑이 [타워 디펜스], 세계 협회가 [PVP]네요!
– 어지럽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지, 어떤 게임인 건지 짐작도 안 돼요.
– 그래도 고래가 친절하네요! 다섯 팀의 상황을 모두 화면으로 보여주잖아요?
– 으으아……. 일단 랭커분들이 무사히 잘 싸워주셔야 할 텐데요……! 저는 걱정스러운 마음뿐입니다.
고래의 화면에 맞추어 중계를 진행하는 HNN의 MC들을 바라보는 중년이 있었다.
“흐음.”
작금의 사태를 실감하며 신음을 흘리는 남자는 다름 아닌 국장이었다.
이번 2026년 세계 랭커 발표식에 랭커들을 초대한다는 발상으로 더 큰 위명을 얻은 남자.
그가 눈을 빛냈다.
‘이건 기회야.’
인류의 위협을 받는 와중에 시청률만을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살짝 회의감이 들었지만.
어쩌랴.
이게 직업병인데.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불안한 세계인들에게 알 권리를 선사하는 게 우리의 몫 아니던가?
게다가 원래 그는 종군기자 출신이다.
전쟁터에서 알 권리를 위해 카메라를 드는데, 온 지구의 운명이 달린 문제에 마이크를 든다고 누가 뭐라 할까.
“이 봐.”
“예, 국장님!”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다가왔다.
“지금 당장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캐스터랑 해설가 다섯 쌍만 구해 오라 지시해. 돈은 얼마든 써도 좋으니까.”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채널을 다섯 개로 늘려. 그다음, 다섯 팀의 상황을 각각 다 중계한다. 전 세계어로 번역 자막 다 때리고.”
사실 지금은 돈의 가치가 완전히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국장은 미래를 보았다.
만약, 이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저 망할 고래가 영원히 지구를 떠나지 않은 채, ‘신들’이라는 이름으로 우릴 시험에 들게 한다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할 테니, 다시 경제활동을 필요로 할 테고.
지금 흡수한 시청률은 HNN에게 더없이 비옥하고 기름진 땅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비축해 놓은 황금이나 보석들, 아이템들 얼마든지 써도 좋아.”
“아, 알겠습니다.”
“아, 구한 캐스터들은 최대한 전속으로 묶어. 나중에 갑질하려 들지도 모르니까.”
“옙!”
후다닥 밖으로 나가는 비서를 바라보며.
꾸욱.
국장이 주먹을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