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0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07화
몬스터 대전 (2)
불(Fire) 팀의 상징인 붉은 지붕 마을.
그 중앙 구역에.
스슷!
그림자를 밟은 나와 배지민이 바닥에 착지했다.
‘대단한데?’
내가 힐끗 뒤를 쳐다보았다.
암탉을 따르는 병아리처럼, 언제 어디서나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녀석.
세계 랭킹 100위.
올 마스터(All Master) 배지민.
어떻게 한 건지 몰라도.
그녀는 벌써 그림자를 밟는 내 기술, ‘무음’(無音)을 어느 정도 흉내 내고 있었다.
실로 말도 안 되는 천재.
물론, 그녀의 무력이 세서 데리고 다니는 건 아니다.
배지민은 그저 토템이다.
앞으로도 쭉 함께해야만 하는 경험치 토템.
투웅!
허리를 편 내가 바닥에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스킬, ‘스켈레톤 엠페러 소환’(SS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후두두둑!
한 마리당 10씩, 총 100의 기력이 빠졌고.
동시에 쏟아지는 나의 수하들.
순간적으로 이 일대의 마력이 온몸을 짓누르듯 무거워졌다.
백무흔부터, 어르신까지.
엠페러답게 하나하나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
“주군, 여기는 또 어디입니까?”
“새로운 세상이로군요. 엄청난 기운으로 지탱되고 있는 공간이에요.”
“이놈아. 진즉 불렀어야지, 왜 이제야 부르는 게냐?”
그들은 내 상황을 금방 이해했다.
나의 감정을 일정 부분 공유받기 때문이다.
“하하, 어르신 죄송합니다.”
내가 만술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이제 유령이 아닌, 어엿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나의 스승.
“이놈아 죄송은 무슨.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빨리 단서를 찾아보자꾸나.”
“예, 같이 움직여 보죠.”
이제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쉬웠다.
이미 서열 정리가 끝난 터라.
어르신께만 말씀드리면 모든 게 해결되거든.
‘좀 족보가 꼬인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어르신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존재.
내 밑으로 들어왔다고 수하 취급할 생각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어르신이 곧바로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그렇게 마을 중앙 구역을 점령한 우리는 곳곳을 탐색했다.
이곳저곳에 방어 타워로 보이는 것들이 지어져 있었으며.
중앙 구역 가운데에는 부 건물이 있었다.
메인 건물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살짝 작은 건물이었다.
이건 어떤 용도로 쓰이는 거지?
우선, 조금 더 걸어 나가자 투명한 벽이 보였다.
저 건너에 페트록의 진영이 있겠지.
‘…….’
근처에 접근한 내가 그것에 손을 가져다 댈 때였다.
투웅!
그 순간, 엄청난 반발력이 손을 튕겨냈다.
“깜짝이야…….”
손바닥이 찌릿찌릿한 게, 잘못 들어가다간 대미지가 꽤 있을 것 같았다.
고통에 꽤나 내성이 있는 내가 짜릿할 정도면 말 다 했지.
[생산 유닛은 해당 진영을 건너갈 수 없습니다.]“못 지나간다는 건가?”
“주군,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근처에 있던 백무흔이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스릉!
혹시나 한 그가 검을 뽑았고.
“흐압!”
엄청난 기세로 투명 벽을 내려찍었지만.
콰아아아앙!
소리만 크게 울릴 뿐, 벽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심지어.
“크윽.”
미간을 찌푸린 백무흔이 뒤로 열 발자국이나 물러섰다.
그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검신(劍神) 백무흔.
무림의 고금제일인인 그가 베어내지 못한 벽이 생긴 것이다.
“안 되겠습니다, 주군. 제가 심검으로 어떻게든 이 빌어먹을 결계를…….”
자존심이 강한 그가, 다시금 자세를 잡았지만.
“됐어.”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구라는 세상에 고래가 등장한 때부터.
힘에 자부심을 느끼지 않기로 다짐했다.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가 나대다간 곧바로 뱀한테 잡아먹힐 수 있거든.
“일단 대기해. 다른 방법을 찾는다.”
벽을 넘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백무흔도 못 넘는 걸, 우리라고 넘을 수 있을 리 없다.
[쉿 이터(Shit Eater) : 다들 자리 잡으셨죠?] [쉿 이터(Shit Eater) : 골드 모을 방법은 찾고 있나요?]‘골드…….’
내가 눈을 감았다.
동시에 태청심법을 발현했다.
‘뭐, 없는데…….’
주변은 그냥 평범한 마을이다.
또한 벽 너머의 세계는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음.”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갸웃할 찰나.
스슷!
“흠?”
분명 미약한 무언가가 잡혔다.
잠깐 나타났다가 재빠른 속도로 도주하는 미지의 생물체.
녀석은 분명 땅 밑에 있었다.
“주군도 느끼셨습니까?”
백무흔 역시 보았는지, 다시 검에 손을 대었다.
그 순간.
[‘골드 지렁이’를 확인합니다.] [처리할 시 불(Fire) 진영에 1골드가 들어옵니다.]“아!”
저거구나!
내가 속으로 감탄을 외칠 찰나.
“교, 교수님!”
멀리서 아린이의 외침이 들렸다.
“저, 저기 보세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우리가 있던 투명 벽.
모두가 고개를 돌리자, 그 장막 사이로 무언가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저건?”
제법 두꺼워 보이는 철퇴와 커다란 사각 방패를 들고 있는 중세 병사.
가죽 체갑과 철 흉갑으로 뒤덮인 병사의 눈빛에서는 살벌한 안광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갈색의 투구와 방패를 쥐고 있는 병사는…….
‘설마?’
페트록 놈들.
벌써 몬스터를 뽑아낸 건가?
“다들 전투 준비!”
스르릉, 챙!
내 명에 수하들이 각자의 전투 준비를 마쳤다.
일단.
나는 저것부터 막아보기로 했다.
* * *
갈색 병사.
비록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렇게 큰 위기는 느끼지 못했다.
가지고 있는 기운 자체는 대충 S급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쿠과가가가가!
무각이 내지르는 주먹에도.
화르륵!
내가 찌르는 창에도.
[방어신(防禦神)의 축복을 받는 병사입니다.] [데미지가 99.9999% 감소됩니다.]콰아아아아앙!
녀석은 끄떡없었다.
그저 방패를 들어내 막아낸 후, 앞으로 전진했다.
“교수님! 제가 해볼게요!”
화르르륵!
불의 엘로이즈가 화(火) 속성 최고 마법, 헬 파이어(SSS급)를 뿜어냈고.
바닥이 살짝 녹아내릴 정도의 엄청난 열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지만.
콰아아아앙!
[방어신(防禦神)의 축복을 받는 병사입니다.] [마법 면역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미친!”
내가 욕을 내뱉었다.
페트록 새끼들.
도대체 어떤 몬스터를 뽑아낸 거야?
고대 마법까지 쌩까 버린다고?
저벅, 저벅.
갈색 병사는 우리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방어 타워.
푸슉!
그곳에서 쏘아지는 화살을.
티이잉!
방패로 튕겨내며 그저 전진했다.
그리고, 그사이에.
“교, 교수님……!”
당황한 아린이 또 외쳤다.
“저, 저기 한 마리 더 오는데요?”
“아아.”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거.
몬스터를 잡을 게 아니라…….
빨리 골드를 벌어 건물을 지어야 하는구나.
이곳에서 우리는 전투 요원이 아니었다.
곡괭이를 든 일꾼일 뿐.
변승태가 말했던 ‘캐슬 파이트’ 장르의 의미를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 * *
그 시각.
주동훈의 반대쪽.
갈색 진영에는 얼굴이 생선으로 이루어진 괴물이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좋군.”
어족(魚族)이라 불리는 그들은 페트록 행성에서 사는 종족이었다.
“다들 골드 지렁이를 잡아먹거라! 그리고 쌓이는 대로 작은 몬스터 기지를 지어!”
그 가운데서 명령을 내리는 존재는 이곳의 세계 랭킹 4위, 페드리움이었다.
이미 성좌급으로 올라선 지, 10년이 넘은 자.
메인 건물에 위치한 그가 허공을 바라봤다.
[골드 : 5] [나무 : 0] [인구 : 200/200]사방에 퍼져 있는 200명의 페트록 랭커들이 사정없이 지렁이를 잡아들였다.
“클클.”
페트리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하필 지렁이라니.’
어족(魚族)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뽑으라 한다면, 그건 바로 지렁이였다.
때문에 페트록 행성엔 지렁이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생기는 즉시 그대로 사라진다.
1㎞ 밖에 있는 지렁이까지 감지할 수 있는 어족의 발달한 후각 덕분이다.
비록 이곳에 있는 골드 지렁이는 바다의 갯지렁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렁이는 지렁이.
어족들은 오자마자 후각을 통해 그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지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건물을 지어낼 수 있었던 거다.
“우리 팀은 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겠군.”
페트리움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팀의 수장으로서, 부담감이 덜어지는 순간.
“그래도.”
그가 눈을 빛냈다.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어족의 성좌.
그 위치를 꽁으로 따낸 게 아닌 듯, 페트리움의 눈동자가 총명으로 빛났다.
* * *
“제기랄!”
“벌써 세 마리예요!”
경악한 아린이 외쳤다.
다행히.
아군 쪽에 있던 타워가 어느 정도 힘을 써주고 있긴 했지만, 밀려오는 병사들의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백무흔과 만술 노인, 그리고 아린을 제외한 수하들은 사방으로 퍼져 지렁이를 찾고 있었고.
그것에 대한 정보도 변승태와 카푸에게 전달한 상태였다.
“타워에 불이 나기 시작했어요!”
“잠깐만 기다려 보거라.”
후.
호흡을 뱉어낸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백무흔.”
“예, 어르신.”
“네놈이 서포트해 봐. 낼 수 있는 한 가장 강력한 힘을 내어 저 방패를 치워줘.”
“해보겠습니다.”
빠득.
이를 간 백무흔의 표정도 제법 사나워져 있었다.
지속된 공격에도 통하지 않는 이 상황에 짜증 나 있는 듯했다.
방어신(防禦神)인가 뭔가.
은하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신 때문인 걸 알아도, 몰려오는 짜증을 막을 순 없었다.
심검(心劍).
백무흔의 검에서 상승의 무리가 펼쳐졌다.
흘러나오는 황혼의 빛 속에서, 그의 검이 천하를 가르듯 병사를 향해 쏘아졌고.
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노인의 두 눈이 빛났다.
‘오랜만이구나.’
노인 역시 백무흔처럼 검을 사용했다.
‘이런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만술(萬術) 노인.
그 역시 본인 세계에서 적수가 없던 절대자였기에.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저런 병사 하나 잡지 못하면, 그건 또 자존심 상한단 말이지.
그의 검에서.
쑤아아아아아!
그만의 비기가 폭풍처럼 쏘아졌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태풍참(颱風斬).
그의 손에서 펼쳐진 매끄러운 검무가 백무흔이 들어 올린 방패 사이로 절묘하게 쏟아졌다.
동시에.
콰아아아앙!
고막을 울리는 엄청난 폭음이 하늘을 찢었다.
그와 함께.
서걱!
엄청난 탱킹력을 가지고 있던 그 병사의 목이 잘렸다.
[작은 병사를 처리합니다.] [불(Fire) 진영이 1골드를 획득합니다.]데구르르…….
굴곡진 바닥을 구르는 병사의 투구.
“정말 잡았어……?”
백무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온 힘을 쏟아내도 죽지 않았던 저 병사를 만술 노인이 제거해 낸 거다.
비록 자신의 도움이 있었고, 타워로 어느 정도 피를 빼놓은 걸 감안하고서라도 말이다.
“하, 할아버지! 대단하잖아요!”
지켜보던 아린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놈아, 할애비가 뭐냐, 할애비가.”
휘리릭!
만술 노인이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그래.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었다.
검과 검이 맞닿는 대련이 아닌, 진짜 목숨을 건 전투.
‘이런 걸 우리는 살아 있다고 말하지.’
노인은 만족스러웠다.
유령이 아닌, 육체를 가지고 제자의 밑에서 함께 싸우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다.
“방금 1골드를 얻은 게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선물해 주자고.”
노인의 볼이 생동감 있게 꿈틀거렸다.
마치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라도 하듯, 혈색도 짙어진 것만 같았다.
“녀석에게 한 100골드만 만들어주면 되는 게야? 낄낄.”
재밌다는 듯, 끌끌거렸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몰랐다.
인원수가 적은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으로 다가올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