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0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08화
몬스터 대전 (3)
다시.
우주 어딘가.
“가이안 행성, 불(Fire) 팀 승리에 불(Fire)의 정수 1개를 베팅한다.”
엄청난 기세의 초월자가 안광을 줄줄 뽑아내며, 「일곱 신의 정수」를 베팅했다.
“그래? 난 레골 행성, 물(Water) 팀 승리에 불(Fire)의 정수 1개를 베팅하지.”
베팅하는 존재는 하나가 아니었다.
배치고사가 시작된 이후로, 수많은 화면이 펼쳐졌고.
초월자들이 이곳저곳을 오가고 있었다.
“음? 정말인가? 믿지 못할 판단력이로군. 가이안 행성은 배치고사 1등 후보라고.”
“흥, 결과는 두고 보면 알 일 아니겠나? 내 분석은 레골 쪽이야.”
자신들보다 한참이나 약한 행성들을 싸움 붙여놓고.
그것을 즐기며 놀이를 하는 자들.
그들에게 죄책감이란 없었다.
유희(遊戲).
그들에게 이제 막 배치를 시작한 행성들이란 그저 언제든 날개를 떼어버릴 수 있는 잠자리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던 순간.
“호오오오.”
“오오?”
한쪽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소수의 초월자만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 인기 있는 행성은 아닌 듯했다.
그들 중 하나가 신기한 표정을 했다.
“지금. 저거 몬스터 대전 맞지?”
“맞네.”
“그럼 저 열등한 종족이 방어신(防禦神)의 축복을 뚫은 거야?”
“보면 모르냐? 거의 죽어가던 놈을 잡은 거라 완전히 뚫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법이네.”
방어신은 은하급의 초월자이지만, 그중에서도 무려 ‘단급’이다.
’군급‘보다도 위에 있는 존재.
그런 존재가 만들어놓은 축복을 고작 성좌급 존재가 뚫어내다니……!
“놀랄 일은 아니지. 리그전만 올라가도 그 정도 할 줄 아는 애들은 널렸잖아?”
“그래도 아직 초창기잖아. 벌써 저러는 걸 보면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일단 난 지구 행성, 불(Fire) 팀 승리에 나무(Tree)의 정수 1개를 베팅하겠어.”
“흠? 그건 좀 성급하지 않나.”
“어째서?”
“인구수를 봐라. 저긴 고작 26이다. 페트록 쪽은 200이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몬스터 대전에서 물량은 못 이겨.”
지구.
그것도 불(Fire) 팀에 관심을 가지는 초월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 봐들! 여기 한번 트라이해 봐! 재밌어 보여!”
“그래?”
“여기 베팅만 하고 가 보지 뭐.”
배치 고사란 게 그렇다.
거의 대다수 초월자가 모여 미친 듯이 환호를 내지르는 챌린저 리그와 다르게.
골라 먹는 맛.
이들은 초짜 행성의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미리 그들의 환심을 사 후원을 선점한다.
나중에 체급이 커진 후, 인기가 많아지면, 후원하기도 어렵거든.
“…….”
그리고 그러한 지구의 모습을.
저 멀리서 팔짱 낀 채 진중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 존재는 바로 우주의 4대 무신(武神), 네달람이었다.
* * *
콰아아아앙!
“흐읍!”
파바바밧!
붉은 지붕 마을 중앙 구역.
그곳에서는 기이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다시!”
“예.”
백무흔이 펼치는 상승 무리로 병사의 방패를 들어 올리면?
서걱!
노인의 검이 인간이 인지할 수 있을까? 싶은 속도로 그 목을 갈라내었다.
“끌끌, 투구와 흉갑 사이 틈을 노리면 되는구먼?”
검을 아래로 떨친 노인이 머리를 털었다.
“버프가 막강하면 뭐 하나, 급소를 찌르면 그만인데.”
길게 풀어 헤쳐진 백발이 그의 신비함을 더해주었다.
“할아버지!”
바로 다른 표적을 노리는 노인의 곁으로 아린이 다가왔다.
헬파이어가 먹히지 않은 시점부터, 그녀는 그저 노인과 백무흔에게 보조 마법만 걸 뿐이었다.
“점점 더 많이 몰려오기 시작해요!”
놈들의 속도는 장난이 아니었다.
초반에 하나둘 밀려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물량이 다가왔다.
“처리하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를 것 같은데요?”
“킁. 그렇구나.”
노인이 씁쓸한 미소를 피워 올렸다.
“100골드는 쌓아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다들 그 골드 지렁이인가 뭔가 하는 걸 열심히 잡고 있을 테니.
“한 마리라도 더 잡아 보자고!”
노인이 무기를 휘둘렀다.
* * *
[변승태 : 제, 제기랄.] [변승태 : 다들 건물 짓고 있는 것 맞나요?] [변승태 : 일꾼 수가 너무 부족해요!] [변승태 : 이대로라면 금방 뚫릴 거예요!]나는 변승태의 조언에 따라 건물을 짓고 있었다.
[골드 10을 사용합니다.] [‘작은 몬스터 성’을 짓습니다.] [소요 기간 5분.] [Building…….]곡괭이를 든 채, 그 자리에서 활성화하면.
투두두둑……!
자재가 움직이며 건물이 자동으로 지어진다.
안타까운 점은 그걸 짓는 동안 내가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
다만.
콰가가가가가!
파바바밧!
다행히도 내 소환수들은 제약이 없었다.
네크로맨서가 전 우주적으로 사기적인 직업이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계속 밀려와요! 정령왕과 그 예하 정령들이여! 조금 더 힘을 내줘요!”
쿠과가가가가!
하늘 위 게이트가 열렸다.
경건하게 손을 펼친 유이사와 그 예하 수하들의 힘으로.
정령들이 일제히 전개되어 전장 전역을 뒤덮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백무흔도, 태양이도, 엘드린……. 마지막으로 만술 노인까지.
전부 자신의 수하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그래, 물량에는 물량이지!”
“공격이 안 먹힌다고? 그냥 몸으로 들이대서 막아라!”
“휘두르는 칼이 닿지 않게! 베어지는 칼날 방향으로 몸을 대어요! 방어 타워의 피를 깍지 못 하게 해요!”
압도적인 물량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수많은 백골(白骨)이 중앙구역을 넘어, 왼쪽 구역과 오른쪽 구역까지 퍼져 나갔다.
‘그래.’
내가 씩 웃었다.
이게 나의 진정한 힘.
만술(萬術)이 나의 기초이지만, 사실 내 진정한 고유 능력은 바로 네크로맨서다.
“우, 우와아아아!”
“막아진다!”
저 멀리.
오른쪽 구역에서 환호성을 질렀고.
“크하하하핫! 마침내 막히는구나! 이때가 기회다! 건물 다 지은 녀석들은 다음 골드가 모일 때까지 지렁이를 잡아!”
왼쪽에서 장대웅의 호탕한 지시가 들려왔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최선의 효율로 움직이는 베테랑들.
그들의 능력은 이미 아포피스의 무덤에서 증명된 바 있다.
우리는 방향을 잡았다.
최대한 골드를 많이 모아, 돈 되는대로 건물을 지을 것.
동시에, 어떻게든 밀려오는 적을 막을 것.
하지만.
“타, 타워가 곧 부서질 것 같습니다!”
“막아아아아아!”
스켈레톤들이 어떻게든 병사들의 공격을 막고자, 사력을 다해 몸을 던졌지만.
쿠르르릉……!
결국, 칼을 수십 대 맞은 방어 탑이 흙먼지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잘 막고!
건물도 잘 짓고 있는데!
거기다 우리 건물에서도 건장한 붉은 병사들이 나와 갈색 병사들을 베어내는데!
‘왜?’
왜 밀리는 거지?
으득.
내가 이를 갈았다.
슬쩍 앞을 보니, 우리 병력보다 적 병력이 적어도 열 배는 더 많아 보였다.
심지어.
‘저건 뭐야?’
– 히이이이잉!
커다란 말을 탄 갈색 기사가.
콰아아아아아앙!
끔찍한 둔기를 휘둘러 단숨에 아군 병사 둘을 찌그러뜨렸다.
하나도 아닌 둘을……!
‘미친.’
죽이기 위해, 백무흔과 어르신이 그토록 노력했던 그 병사를 저렇게 쉽게 죽여?
“…….”
나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 * *
그 시각.
“중앙 구역이 완전히 밀리고 있다.”
변승태의 옆에서 카푸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왼쪽과 오른쪽도 중앙구역만큼은 아니지만, 서서히 밀리고 있어. 상대의 병력이 너무 많다.”
“…….”
삐질.
변승태가 식은땀을 흘렸다.
길마님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중직을 맡겼다.
고작 이런 캐슬 파이트류 게임을 안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대로는 안 돼.’
어쩌면.
평생에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번에 길마님의 인정을 받아야 해.’
그의 현재 랭킹은 420위.
별천지에 어울리지 않는 등수라는 것에, 항상 마음이 불편했었다.
이번 기회만 잘 살리면, 자신도 이 집단에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변승태의 머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 교수님이 사는 세상엔 똑같은 물건이라도 장소에 따라 가치가 다르게 매겨진대요.
– 누군가가 당신을 멸시하고 좋지 않게 봐요? 그럼 장소를 한번 바꿔보세요. 당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자가 있는 곳으로요.
별천지는 온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가치를 믿었던 곳.
변승태의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카푸.”
“말해라, 변.”
“…….”
으음.
호칭이 살짝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변승태가 이내 다시 고개를 털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인구수에서 밀리는 것 같아요. 아깐 긴가민가했었는데, 이젠 확실하네요.”
“인구수?”
“예, 우리는 나무 캐는 자 3명, 건물 짓는 자 23명이잖아요.”
참고로 나무 역시 건물 건설과 개념이 비슷했다.
나무 근처에 서 있는 상태로.
일정 시간 있으면 획득할 수 있었다.
아마 30분에 1개 정도?
“그런데?”
“상대는 그게 아닌 것 같아요. 같은 건물로 저런 물량은 절대 뽑아낼 수 없거든요. 적어도 200 정도는 있어 보이는데요?”
“……밸붕이란 말이군.”
“예, 정확해요.”
밸런스 붕괴.
같은 조건으로 더 많은 물량을 상대하라니.
이 게임은 처음부터 지구의 필패였다.
다만…….
불공평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팀을 나눈 것은 지구이니까.
만약, 이 ‘몬스터 대전’을 별천지가 아닌 세계 협회 쪽에서 가져갔다면?
아마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운도 더럽게 없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으음.”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변승태.
하지만 별다른 수가 떠오를 리 없었다.
체스로 치면.
폰 8에, 룩2, 비숍2, 말2를 지닌 막강한 상대를.
폰 2개만으로 이겨보라 하는 셈…….
‘불가능하다는 거지.’
길마님이 스켈레톤을 소환해 어떻게든 비벼내고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을 거다.
지금 나오는 갈색 병사와 기사들은 정말 극 초반 몬스터이고.
이제 점점 감당하기 힘든 적들이 나올 테니까.
[드래곤 박스 – 1,000골드, 10나무] [신벌(神罸) – 1,200골드, 12나무]저 막대한 병력에 이런 것들까지 쏟아진다 생각해 봐라.
답도 없지.
“변? 빨리 지휘해라.”
“……그 호칭으로 부르지 마요!”
“……?”
“으아악! 지금 생각하고 있다고요.”
인상을 가득 찌푸린 변승태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골이 빠개질 것 같았다.
생각하자, 생각.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야 한다.
그는 델라일라의 시련에서 배웠었다.
어떠한 시련에도 길은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때로는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그렇게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쿠르르릉……!
“겨, 결국 중앙구역의 방어 타워가 다 무너졌어요!”
화면을 지켜보던 권탐지가 외쳤다.
“방어 타워 다음은 저 부 건물 같은데요?”
중앙구역 끝에 있는 마지막 건물.
저 건물이 뚫리면, 이제 여기 메인 건물 차례다.
여기가 무너지면 바로 게임 종료.
페트록의 승리다.
“……그냥 진 건가?”
그가 아는 캐슬 파이트류 게임에서는 이 정도 격차를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갈색 병사 하나의 검이 부 건물의 벽에 닿을 때였다.
[띠링!] [중앙 구역 – ‘중간 타워’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중간 타워’가 무너질 시 불(Fire) 팀, 26명의 팀원 중 하나가 무작위로 사망합니다!]“……?”
변승태는 순간 무언갈 잘못 본 줄 알았다.
“뭐?”
사망?
“……예?”
카푸와 권자매도 놀란 듯 입을 벌렸다.
그러니까.
지금.
이대로 가다간 별천지 멤버 중 하나가 죽는다는 말이지?
저 중앙 타워가 무너지게 되면?
“……이런.”
변승태가 이마를 잡았다.
최악의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