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0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09화
몬스터 대전 (4)
“무, 무작위 사망이라고요?”
“미친!”
“자, 잘못 본 거 아닙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별천지의 멤버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아, 그냥 지겠구나]에서 [이러다 누구 하나 죽을 수도 있겠는데?]로 바뀐 거다.
“길마님! 게임이……. 좀 이상한 거 아닙니까?”
지켜보던 배지민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 측 몬스터가 너무 많아요!”
“…….”
답답한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콰앙, 콰아아앙!
진심 전력을 다해 몰아붙이고 있음에도, 기어코 타워를 다 부수고 와 ‘중간 타워’에 손대는 이들이라니!
게다가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 타워’도 무너질 거다.
좌, 우, 중앙.
총 세 개의 ‘중간 타워’가 있으니, 희생자도 총 셋 나온다는 거겠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내가 입술을 씹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들이 펼치는 생존 게임이었다.
그런 게임에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허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다니…….
‘안 돼.’
짜악!
내가 본능적으로 내 뺨을 올려 쳤다.
‘정신 차리자.’
26명의 멤버들.
그들 중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별천지의 입단하는 순간부터, 그들은 나의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몸을 던져! 일단 최대한 막아!”
수하들에게 일갈했다.
스켈레톤을 계속 소환해 내도록 요구했고, 상대 병력이 오는 길목에 몸을 계속 들이밀게 시켰다.
“그리고 아린!”
“예, 교수님!”
“뭐, 방법 없을까?”
요즘 들어 느끼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강해져도.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
지금은 수많은 책을 읽었던 아린의 지혜가 필요했다.
“흐아압!”
아린과 대화하면서도 나는 손을 놀리지 않았다.
푸스슥!
어떻게든 놈들의 급소를 찾아 찔러넣었다.
좌측에는 백무흔을, 우측에는 어르신을 지원 보냈기에…….
이곳, ‘중앙 타워’의 존속은 오직 나의 손에 달려 있었다.
[방어신(防禦神)의 축복을 받는 병사입니다.] [데미지가 99.9999% 감소됩니다.]“지랄.”
데미지가 그만큼 감소한다고?
그럼 그만큼 더 채워 넣어주마.
“교수님!”
마법으로 지연 벽을 쌓고 있던 아린이 외쳤다.
“응.”
“이건 어떨까요?”
“말해!”
콰가가가가가!
내가 있는 힘껏 갈색 병사와 기사들을 밀어내며 답했다.
“페트록이 어떤 애들인진 모르겠지만, 지휘관이 제법 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우리 쪽 중앙 지휘에 차라리 배지민 씨를 보내는 거예요!”
눈앞의 갈색 병사가 칼을 들었다.
내 신살(神殺) 검이 투구의 틈을 날카롭게 노렸다.
까앙! 까앙!
한 번 막히고, 두 번 막혀도 내 손은 쉬지 않았다.
‘제대로 먹힐 때까지.’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금은 멤버들 혹은 나의 목숨이 걸린바.
휴식 따윈 사치였다.
“안 그래도 지금 중앙 쪽에서 지휘 안 오거든요? 변승태 씨 패닉 온 것 같은데, 차라리 그쪽에 육망성의 천재를 보내 버리자고요!”
육망성의 천재.
그녀를 전투에서 빼고 전략 쪽으로 보내자는 것 같은데.
괜찮은 발상이네.
나도 노인이 만들어낸 천재이긴 하지만, 배지민과는 급이 다르다.
그녀는 전 우주적인 천재.
“배지민!”
“예!”
“지금부터 네가 군사다!”
“……군사.”
“당장 메인 건물로 뛰어가! 가서 어떻게든 해결해 봐!”
“옙!”
순식간에 상황을 이해한 배지민이 뛰어갔다.
‘나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조금만 정신 놓다가는 건물이 무너진다.
“흐아아압!”
화르륵!
이제 방패까지 만들어낸 내가 다시 뛰쳐 나갔다.
* * *
“……우선.”
현장에 도착한 배지민이 곰곰이 생각했다.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변승태.
그리고 긴급하게 상황을 전달하는 카푸의 화면에는 위태로운 전장의 상황이 보이고 있었다.
“어떡하죠?”
“저흰 일단 계속 건물 짓고 있긴 한데.”
곡괭이를 든 권탐지와 권선지가 발을 동동 굴리며 물을 때였다.
“……그거 취소돼요?”
“예?”
“그거 취소 되냐고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대답이 답답하게 돌아오자 배지민이 버럭 일갈했다.
“자, 잠시만요. 한번 해볼게요.”
거의 다 지어지던 터라, 아쉬웠지만.
권자매가 둘 다 곡괭이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작은 칼잡이 훈련소’의 건설을 취소하시겠습니까?] [취소하면 20골드를 돌려받습니다.]“취소돼요!”
“그럼 당장 취소하세요!”
배지민이 눈을 번뜩였다.
이제부터 이런 기본 건물 따위 지을 필요가 없다.
아무리 지어봐야 페트록의 물량을 감당할 수 없거든.
그렇다면?
도박을 해봐야 한다.
죽을 때 죽더라도 발버둥은 쳐봐야 하지 않겠는가?
“변승태 씨.”
“예, 옙!”
쉿 이터가 정신이 확 깼다.
델라일라의 시련 때도 그랬지.
배지민이 저렇게 눈을 빛내고 있을 때면, 뭔가 해답을 찾아내곤 했다.
그래서 자신도 랭커가 되지 않았던가!
“지금부터 모든 멤버들에게 건설을 중단하라 전달하세요!”
배지민이 힐끔 위를 올려다봤다.
[골드 : 150] [나무 : 3] [인구 : 26/26]현재 아군의 자원.
암담한 상황이었다.
“……제발.”
배지민이 입술을 올리며 기다릴 찰나.
[골드 : 370] [나무 : 3] [인구 : 26/26]골드가 꽤나 올라갔다.
짓던 건물들을 전부 취소한 결과였다.
“좋아요! 이제부터 길마님을 제외한 모든 멤버의 임무는 채집입니다!”
“건물을 짓지 말자고요?”
“한 방을 노릴 거예요! 길마님만 어떻게든 병력을 막아주시고요!”
배지민이 화면을 바라봤다.
혼자서.
십만이 넘는 스켈레톤 군단을 운용하시는 길마님.
‘솔직히 길마님 말고는 아무 의미 없어. 나머진 채집이나 하는 게 나아.’
만약 주동훈이 없었다?
이미 메인 건물까지 뚫린 채, 패배로 끝났을 거다.
랜덤으로 멤버들의 목숨도 잃었겠지.
‘그게 길마님이라면?’
최악 중 최악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지구의 미래는 없게 된다.
“우선 2,200 골드. 그리고 22 나무를 모을 겁니다.”
배지민이 보는 것.
[드래곤 박스 – 1,000골드, 10나무]그리고.
오직.
이 두 개만이 별다른 건물 조건 없이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두 개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 거라 장담하진 못한다.
오히려 페트록이 먼저 지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가능성 있는 방법은 저거밖에 없다.
“채집은 어떻게 합니까?”
“기존 나무 캐던 분들은 그대로 캐시고! 거기에 전력 낮은 순으로 16명 더 나무 캐러 가세요!”
“나머지는 골드 지렁이 찾는 거죠? 알겠습니다!”
변승태가 씩씩하게 외쳤다.
당연히 중앙을 지휘하던 그들도 나무를 캐러 이동하기 시작했고.
배지민의 지휘로, 다시 전장에 활력이 돋기 시작했다.
* * *
별천지의 멤버들은 기민하게 움직여줬다.
“나무! 주변 나무를 찾아!”
“길마님! 부탁드립니다!”
카푸의 분류대로, 각자 나무와 골드를 캐기 시작했다.
“…….”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지민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게 맞지.’
나였어도 그렇게 지휘했을 거다.
‘오냐.’
배지민이 나에게 맡긴 핵심 임무는 저 병력들을 내 순수 무력만으로 막아내는 것.
콰득, 콰드득!
지금도 기사와 병사들,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 건물을 때리고 있었고.
그 순간.
화르륵!
건물에 불이 붙었다.
[띠링!] [‘중앙 타워’의 체력이 70% 남았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중간 타워’가 무너질 시 불(Fire) 팀, 26명의 팀원 중 하나가 무작위로 사망합니다!]“알고 있다고!”
수하들이 다시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몬스터와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몸을 들이댔다.
삐걱, 삐그덕!
녀석들의 검과 이빨에 몸이 갈라져도, 괜찮았다.
기력은 충분하거든.
‘그나저나.’
골드 지렁이는 잘 찾고 있는 거야?
어, 잠깐.
문득, 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지렁이?
토룡(土龍)이라고도 불리며.
먹이 사슬 최하위에 있으면서도 묵묵히 땅을 일구며 토양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존재.
그리고.
그 지렁이는 땅에 있지.
“맞네.”
내가 이마를 탁! 쳤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유이사!”
“예, 알겠어요!”
내 의지를 전달받은 유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 그워어어어어어어어!
커다란 바위 골렘.
땅의 정령왕, 노아스가 육중한 양손을 바닥에 짚었다.
그리고.
쿠과가가가가가가가!
한 번에 땅을 뒤집어 엎어버렸다.
신기한 게.
땅을 엎었지만, 지어진 건물들은 그대로였다.
이곳 공간의 설정인가 보다.
어쨌든.
엎어져 버린 땅 사이로 하늘로 솟구치는 골드 지렁이들.
“지, 지렁이다!”
“잡아!”
“죽여요!”
스슷!
허공으로 튀어 오른 기소율이 단검을 휘둘렀고.
눈을 부릅뜬 무각이 원거리 격투술로 떠오른 지렁이들에게 하나하나 꿀밤을 먹였다.
그 결과!
[올 마스터(All Master) : 좋아요!] [올 마스터(All Master) : 골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올 마스터(All Master) : 이 정도면 전부 나무 캐러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올 마스터(All Master) : 길마님만 조금 더 힘내주세요!]그래.
진즉, 이렇게 할걸.
왜 페트록 종족들이 저렇게 많은 물량을 초반에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지렁이를 빨리 획득할 방법을 초반에 찾았던 거겠지.’
그래.
이 공간은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델라일라의 시련 때처럼.
우리가 직접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해결해 내야 했다.
‘그럼.’
내 사고는 골드에서 끝나지 않았다.
골드를 빨리 획득할 수 있다면, 나무를 빨리 획득하는 법도 있지 않을까?
나무.
나무가 모이면 숲…….
그리고, 나는 숲의 전문가를 한 명 데리고 있다.
“엘드린?”
“예, 주인님.”
내 의도를 눈치챈 엘드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고는 잠깐 어디론가 떠났다 돌아왔다.
“주인님!”
“응?”
“달라요! 일반 나무와 다른 나무가 분명 있어요! 미묘하지만 확실해요. 더 푸릇푸릇 생기 있는 녀석들이에요!”
“그래?”
내가 씩 웃었다.
“엘드린.”
“예.”
“지금부터 멤버들 네가 다 그 나무로 인도해 줘.”
내가 필사적으로 막는 동안.
큰 거 한 방 노려보자고.
* * *
그 시각.
으드득!
공방 회의실에 앉아, 쓸쓸하게 중계방송을 보는 인물이 있었으니.
“길마님…….”
바로, 별천지의 부길마 김진아였다.
친하게 지내던 멤버들이 전부 끌려가는 바람에, 혼자 남은 그녀는 불안한지 손톱을 씹었다.
특히나.
[‘중간 타워’가 무너질 시 불(Fire) 팀, 26명의 팀원 중 하나가 무작위로 사망합니다!]이 문구가 나왔을 때는 벌떡 일어나 콰앙! 탁자를 내려찍기도 했다.
“길마님, 제발. 그리고 멤버들 제발.”
그녀가 일궈놓은 집단.
하나의 가족이자 소중한 구성원들.
“제발……. 살아 돌아오세요.”
손을 맞잡은 그녀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저 게임판을 연 빌어먹을 ‘신들’에게.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