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1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10화
몬스터 대전 (5)
세계는 낙담했다.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상대.
페트록.
생선 얼굴을 한 그들이 영리하면서도 강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상 이상으로.
– 처, 천마신교가 밀리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 페트록은 무슨 몸에 생체 GPS라도 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궁을 빠져나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에요!
– 아아, 하세라가 무력으로 함정을 제거하고 있지만, 너무 느려요!
– 제발……. 조금만 더 힘내줬으면 좋겠습니다!
빅3라 평가받으며, 하나의 집단으로 세계 정복마저 가능할 거라 생각하던 천마신교의 열세.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생에 처음 보는 외계인이 저렇게 강하다니.
그래.
천마신교만 밀렸으면, 차라리 괜찮았을 거다.
– 세계 협회 측에서 벌써 10번째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 하필 제일 최약 전력으로 평가받던 세계 협회가 하필 PVP라뇨……!
– 운이 나빠도 어찌 이렇게 나쁠 수 있는 거죠?
PVP.
랜덤으로 배정된 랭커와 랭커가 1:1의 생사결을 펼치는 것.
인원수만 많은 세계 협회팀에겐 그야말로 최악의 게임이었고.
– 이대로라면……. 세계 협회도 패배인가요?
– 그럴 겁니다.
– 아아, 랭커의 희생은 안타깝습니다만……. 우리는 현재 인류 종말의 순간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힘내주었으면 좋겠는데요……! 전 세계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마탑 역시.
– 마탑의 상황도 여의치 않습니다.
– 여기는 그나마 비등비등한데, 페트록 쪽이 짓는 타워가 조금 더 많고 센 거 같죠?
– 그게 중론입니다. 마탑의 지혜도 무색하게 할 만큼 위협적인 페트록 종족이네요.
위태로워 보였다.
땀을 삐질 흘리고 있는 마탑주의 모습.
다만.
– 그래도 마왕군은 상황이 좋습니다!
– 든든해요! 마치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것처럼 팀워크가 좋아요!
공성전에서 공(攻) 포지션을 맡은 마왕군의 기세는 물 만난 물고기였다.
선두에 선 마왕, 잭 스미스의 포스는 정말 마계의 악마를 보는 듯했고.
당황한 페트록 족들이 우왕좌왕 거리다가 죽어 나갔다.
마계에서 밥만 먹고 영지전만 했던 그들이라, 공성전에 관한 노하우는 마왕군을 따라올 수가 없었다.
– 그래도 페트록 족이 저런 모습이라 다행입니다.
– 왜요?
– 상대가 인류와 비슷한 모습이었으면, 죄책감이 들었을 수도 있잖아요?
– 아아, 인정합니다. 그래도 이는 생존의 장이에요. 우리가 살기 위해서 뭔 짓을 못 하겠습니까. 상대도 칼을 들고 위협하는데, 우리도 칼을 들어야지요!
심지어.
세계 협회 측 사상자들의 상태는 참혹했다.
어른들은 지켜보던 아이의 눈을 가렸으며.
심신미약자들은 화면에서 눈을 뗀 채, 심호흡했다.
그리고.
– 별천지도 완전히 밀리고 있습니다!
– 정말 안타까워요! 몬스터 대전이라……. 솔직히 주동훈 없었으면 벌써 끝났겠죠?
– 그렇습니다. 다들 궁금해했던 세계 랭킹 1위의 참모습을 이번에 제대로 확인하네요! 정말 멋있고 화려하면서도 든든합니다!
– 시청률도 마왕군 쪽과 별천지 쪽이 가장 많아요!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만을 보고 싶은 거겠죠. 예, 저도 중계하는 입장이지만 여러분들과 같은 마음입니다!
대형화면이 전선에서 미친 듯 싸우고 있는 주동훈과 그의 수하들을 비추었다.
백무흔, 아린, 드미르 등등.
이제는 웬만한 랭커보다도 유명한 얼굴들.
– 오, 저기. 백발노인이 주동훈이 마지막으로 각성한 스켈레톤이라죠?
– 그렇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스켈레톤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존재입니다!
–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콰가가가가!
검과 창, 활을 휘두르는 만술 노인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워낙 임팩트 있는 움직임이라 눈에 띈 것이다.
– 참고로 화면은 저희가 잡는 게 아닙니다!
– 누가 중계하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만큼 저 움직임이 그들에게 어필되었다는 거겠죠!
– 물론입니다. 아, 이번엔 저기 백무흔이 나오네요! 백무흔이 칼이죠? 원래 뼈다귀1이었던!
일각에는 이런 반응도 나왔다.
어차피 멸망하는 거.
좋은 스포츠라 생각하고 즐기자고.
실제로 암시장에는.
인류의 존망이 걸린 게임을 두고 베팅을 하는 자도 있었다.
– 그런데, 별천지 상황이 점점 많이 심각해집니다!
– 지금 보니까. 건물을 아예 안 짓고 있는데요!
– 예, 그렇습니다! 주동훈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채집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나무를 캐고 있어요!
그리고 그 별천지는 현재.
일생일대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 * *
“배지민!”
까아앙!
갈색 기사의 검을 힘겹게 쳐낸 내가 일갈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다.
카푸의 능력이다.
채팅?
볼 시간 없었다.
현재 내 시야는 페트록이 뽑아낸 수천 대군의 검격으로 가득했으니까.
“시간이 없어! 뭐라도 좀 해봐!”
내가 수하들을 다시 소환했다.
수하들은 또 수하를 소환했고, 그렇게 수천수만 스켈레톤들을 다시 한번 욱여넣었다.
까아앙!
이제는 병사와 기사만 있는 게 아니었다.
기괴한 무기를 든 영웅도 있었고, 와이번을 다루는 테이머도 있었다.
‘아마.’
까아앙! 까아아앙!
커다란 방패를 든 카덴과 기도하는 다나가 없었다면 벌써 건물이 무너지고 말았겠지.
“마스터, 더는 무리입니다.”
크드드득!
양손에 모든 무게를 실은 채, 뒤로 밀리고 있는 카덴이 중얼거렸다.
“나도 알아! 그래도 막아! 어떻게든 막아!”
“알겠습니다!”
화르륵!
건물에 불이 붙었다.
지붕이 녹기 시작했고, 벽면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아군이 죽는다.
‘혹은.’
내가 죽는다.
지금껏 세계 랭킹 1위 달아보자고, 그렇게 고통받았는데.
이 배치 고사라는 게임 한판에 뒈지는 거다.
‘절대.’
그렇게 될 순 없어.
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칼과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았으며, 막을 부위가 없으면?
머리와 가슴, 복부를 들이밀었다.
푸숙! 푸욱!
고통이 몰려왔지만, 괜찮다.
나는 다나를 믿으니까.
[올 마스터(All Master) : 조금만] [올 마스터(All Master) : 조금만 버텨 주세요!]빌어먹을.
그 조금만이 도대체 언제인데?
이제는 점차 나도 피로가 느껴졌다.
더군다나.
아무리 내성이 있어도, 온몸에 칼과 창이 지속해서 뚫리는 데 아프지 않을 순 없었다.
회복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피로와 고통은 사치였다.
억겁의 시간도 겪었던 나에게, 이런 찰나의 고통은 아이의 재롱이다.
“흐아아아압!”
호흡을 힘껏 몰아쉰 내가 힘차게 뱉어냈다.
기합과 함께 칼을 휘두르고 독무(毒霧)를 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전부 다 했다.
모조리 내뱉었다.
그러나.
쿠르르르릉.
하늘은 야속했다.
아무리 나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쌓이는 병력을 막아낼 순 없었고.
마침내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두의 동공이 확장되었고.
벌려진 입에선 안타까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제발.’
고대 마법을 난사하던 아린이 눈을 질끈 감을 때였다.
[올 마스터(All Master) : 지금!]콰앙!
배지민이 캐던 나무를 중지하고 곡괭이를 바닥에 내려찍음과 동시에.
[1,200골드, 12나무를 사용합니다.] [상대측 진영에 ‘신벌’(神罸)이 내립니다.]쿠르릉……!
푸르렀던 하늘이 갑자기 찢어지는 고요함의 파열음으로 깨어졌다.
전장이 먹구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파지지직!
눈 깜빡할 사이에 태양 빛보다 훨씬 선명하고 밝은 섬광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쿠과가가가가가가!
낙뢰(落雷).
그것의 힘은 땅에 닿는 순간 더욱 확대됐다.
맹렬한 힘으로 그 주변의 공기를 압축시키고, 갈색 병사들을 지져 버렸으며.
땅에 떨어진 번개는 돌 파편이 되어 몬스터들의 피부를 뚫어버렸다.
콰가가가가가!
그렇게 때려도 흔적 하나 없던 갑주가 찌그러지고 파여 버린 거다.
“와우.”
그 웅장함에 잠깐 넋을 빼놓고 있을 찰나.
[올 마스터(All Master) : 길마님!] [올 마스터(All Master) : 죄송해요, 두 개 동시에 쓰려고 시간 좀 끌었어요.]두 개?
[1,000골드, 10나무를 사용합니다.] [드래곤 박스를 설치합니다.] [불(Fire)팀에 ‘드래곤’이 등장합니다.]배지민이 있던 구역 위로.
거대한 용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붉은 용.
아군의 레드 드래곤이었다.
* * *
페트록의 지휘관.
세계 랭킹 4위, 페드리움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벌이라?’
어쩐지 건물을 짓지 않고 버티더라니, 자금을 모으고 있었어?
생산되는 병력에게는 일정 범위의 시야가 제공된다.
즉, 페드리움은 상대측 진영을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은 건물.
우왕좌왕하는 지구의 족속들.
‘원숭이같이 생긴 종족이라니, 허접하구만.’
다만.
그 무력만큼은 무시 못 할 듯싶었다.
몇몇 인원들은 멀리서 보는데도 그 힘이 끔찍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
‘특히 그놈.’
중앙지역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몸을 던지며 막아내는 존재의 모습에는 절로 경외심이 들 지경이었다.
자신이었다면 저럴 수 있었을까?
아마 못 했을 거다.
‘하지만.’
이 게임은 무력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었다.
누가 지렁이를 빨리 찾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인구수가 있는가.
또한.
다양한 몬스터를 뽑아, 어떤 것이 어떤 몬스터에 상성이 좋은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리고.
페드리움은 상대의 약점을 단숨에 파악했다.
‘저기는 인원이 적어.’
초반에 건물 짓는다고 어영부영 짓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확신했었다.
이번 게임은 승리라고.
신벌(神罸)이 아군 병력 대다수를 죽였지만, 그뿐이다.
어차피 지어놓은 건물에서는 지금도 몬스터가 뽑히고 있었고.
“뭐, 레드 드래곤?”
페드리움이 픽 웃었다.
자금 아껴서 신벌에 드래곤 콤보 꽂아놓고 즐거워하고 있을 상대측 지휘관의 모습이 그려졌다.
드래곤은 지속성이 아닌 단발성 몬스터이니만큼 확실히 강하다.
지금도.
신벌에도 살아남은 막강한 영웅급 몬스터를 이빨로 아작내고 있었다.
하지만.
“돈은 여기에도 있다고.”
페드리움이 힐끔 하늘을 쳐다봤다.
[골드 : 12,040] [나무 : 30] [인구 : 200/200]아직도 무수히 쌓이고 있는 골드.
그가 웃으며 곡괭이를 들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드래곤 세 마리다.”
[1,000골드, 10나무를 사용합니다.] [드래곤 박스를 설치합니다.] [흙(Earth)팀에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1,000골드, 10나무를 사용합니다.] [드래곤 박스를 설치합니다.] [흙(Earth)팀에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1,000골드, 10나무를 사용합니다.] [드래곤 박스를 설치합니다.] [흙(Earth)팀에 ‘드래곤’이 등장합니다.]쿠과가가가가가!
갈색 드래곤들이 땅에서부터 등장해 하늘로 불쑥 솟구쳤다.
어스 드래곤.
후웅, 후웅!
녀석들이 힘찬 날갯짓과 함께 상대 진영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러면 어떡할래?
패드리움이 생선 특유의 흉악한 이빨을 부딪치며 낄낄거렸다.
“이제 종결이다. 원숭이들아.”
적응력 빠른 어족(漁族).
페드리움은 이번 전투로 배치 고사 상위권을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