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1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18화
합동 훈련(6)
세상을 뒤흔들었던 1차 배치 고사.
그로부터 벌써 3주가 흘렀는데도,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김진아 기자회견, ‘랭커들에게 예의를 지켜달라’] [아직도 랭커들에 대한 훈련 내용은 감감무소식.] [김진아, ‘그냥 좀 믿고 기다리면 안 됨?’]아직도 대중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한 채, 불안에 떨고 있었고.
김진아는 ‘어쩌라고!’로 일관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별천지라는 집단의 부길마라는 직위에 있는 이상, 그녀는 세계를 뒤흔드는 태풍의 핵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
귀찮음은 감수해야 했다.
물론.
대중들에게 굽신거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덜컹!
무릉도원 회의실의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어?”
김진아가 반색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존재가 다름 아닌 길마였기에.
김진아가 태풍의 핵이라면, 길마님은 태풍 그 자체였다.
“벌써 훈련 끝났어요?”
“아뇨, 잠깐 휴식하는 김에 왔죠.”
길마님이 배지민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지만, 여타 멤버들처럼 24시간 온종일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휴식도 중요하다며, 철저하게 시간을 배분했다.
스윽!
주동훈이 푹신한 소파 위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인터뷰랑 기사 난 거 봤어요.”
“헤헤, 그래요? 어땠어요?”
서걱, 서걱.
김진아가 서류에 사인하며 미소 지었다.
훈련에만 집중해도 좋다니까, 꼭 휴식 시간에 길드 관련된 뉴스를 찾아 보신다.
그녀는 그걸 길드 마스터의 배려로 보았다.
홀로 외로울까 봐.
혹은 여론에 시달릴까 봐.
걱정해 주는 거겠지.
“화끈하시던데요?”
“에이, 뭘요. 그냥 성격이 좀 삐뚤어진 거죠.”
“전 개인적으로 시원시원하니 좋았어요. 앞으로도 그런 상황 있으면 그냥 질러요. 책임은 제가 다 질 테니.”
“와, 말만 들어도 든든하네요. 그럼 그냥 까불대면 죽여버린다고 해도 돼요?”
“……실제로도 그러시잖아요?”
“예?”
김진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아니, 길마님. 도대체 저를 어떻게 보시고……?”
“하하, 농담입니다.”
주동훈이 웃어넘기자, 김진아가 손을 내리며 동시에 가슴을 쓸었다.
‘휴, 깜짝이야.’
진짜 아는 줄 알았네.
사실, 그녀는 스틱스를 통해 몇몇 악플러를 찾아내 반 협박한 전적이 있었다.
자신을 욕하는 사람이 아닌, 오직 길마님을 욕하는 사람만 골라서.
물론 화가 난다고 실제 죽여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짓은 하지 않았고.
그저 말 몇 마디로 조곤조곤 패줬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길마님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이런 일은 나 혼자 감당하면 되니까.’
“저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길마님. 대중들이 뭐라 떠들던 아무 신경도 안 쓰니까요.”
김진아가 대중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이유.
그것은 말 그대로 그녀가 갑(甲)이기 때문이었다.
연예인이나 공인들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통해 인기를 얻고, 그게 돈이나 명예가 된다지만…….
김진아는?
오히려 그녀의 집단, 별천지가 사람을 살리는 중이었다.
대중들의 반응만 봐도 이랬다.
└ 야야, 자극하지 말자.
└ 맞아, 별천지가 지금 우리의 희망이야. 괜히 배치 고사 던진다고 하면 어떡해?
└ ㅇㅈ. 그리고 솔직히 김진아 말에 틀린 게 없지 않음? 랭커는 참전용사나 다름없지. 지구 종말이고 외계인이고 그저 우릴 대신하여 싸워주는 랭커들께 감사해야 함.
└ ㅇㅇㅇ 랭커들 하나하나 전부 영웅들이다. 나만 그래? 오망성의 끝에 딱 서라 했을 때, 회의 딱 마치고 망설임 없이 섰던 그 광경. 캬, 난 평생 그 광경 잊지 못할 거임.
불만을 가지는 자도 있었지만, 그만큼 감사할 줄 아는 자도 많았다.
“든든하네요. 부길마,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네, 헤헤.”
해맑게 웃는 김진아.
대충 서류를 정리한 그녀가 들어온 김에 보고를 시작했다.
3주라는 시간 동안.
더 많은 인류가 무릉도원으로 입성하고 싶어 해, 부지를 계속 알아보고 있다는 걸 먼저 브리핑했고.
그다음.
“첫 배치 고사에서 진행되었던 다섯 경기 있잖아요?”
“예.”
“그게 전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뭔가 과거 2, 30년 전에 유행하던 지구의 게임들이랑 많이 닮았거든요.”
“아, 변승태 씨가 그 말 했던 거 같네요.”
“그래서 전문가들을 초빙했어요.”
“전문가?”
“옛날에 그런 말이 있었더라고요. 이지 모드, 하드 모드, 헬 모드 위에 코리안 모드가 있다. 대한민국이 게임의 민족이라 불리며, 한창 이름을 날릴 때 유명했던 사람들이라던데요?”
“그래요?”
사실, 요즘 헌터들은 게임에 대해 잘 모른다.
당장 주동훈만 봐도 완전 애기였을 때 세상이 이 꼴이 되는 바람에, 게임을 즐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 ‘낭만파’라는 닉네임을 쓰던 프로게이머랑 ‘구와구와’라는 닉네임을 쓰던 게임 분석가인데 둘 다 피지컬이랑 뇌지컬로 유명했던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요?”
“배치고사 영상들 보면서 분석 엄청나게 해놨대요. 동영상으로 강의 찍어놓으라 했으니까, 가기 전에 참고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이게 큰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뭐라도 해보는 게 조금이나마 유리하겠지.
“좋아요, 부길마가 항상 고생이 많네요.”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휴식은 이 정도로 충분.
“다시 가시게요?”
“예, 훈련해야죠.”
한창, 배지민을 가르치는 데 재미 들인 주동훈.
그가 웃으며 다시 밖으로 나섰다.
* * *
그 시각.
「시스템」을 관리하는 성좌들이 모인 구석진 건물.
“후.”
성좌, 주광철이 휴게실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여어, 주 씨.”
그런 그의 뒤에는 또 다른 성좌가 있었다.
검은 피부에 토끼와 비슷한 얼굴을 지닌 괴생명체.
그 역시 시스템을 관리하는 관리자, 이름은 라파였다.
“왜 한숨이여? 아, 이번에 주 씨 행성 배치 시작했다며? 지구라 했었나?”
“……응.”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손에는 무언가가 빼곡히 적힌 책이 있었다.
힐끔.
그것을 쳐다본 라파가 고개를 저었다.
“주 씨, 쓸데없는 짓 말어. 걸렸다간 자네는 물론 자네의 행성까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 수가 있어.”
“알지, 알지. 그냥 취미생활일 뿐이야.”
책.
그것은 다름 아닌 리그전 공략집이었다.
그동안 관리자질 하면서 아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것.
인기 게임부터 히든 루트까지 그가 관람했던 경기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어차피 배치 고사엔 의미 없는 내용들이야.’
배치 고사에서 행해지는 게임은 대다수 비주류다.
아니면, 리그에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전 테스트 목적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거기서 재미있고, 살아남는 게임만이 상위 리그로 올라와 주류 게임이 된다.
동료 관리자들은 주광철이 이 공략집을 지구에 가져다줄까 봐 걱정했다.
관리자의 부정행위는 종족 말살급 범죄.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해. 그런데 알지? 걸렸다가 어떤 꼴들을 당했는지.”
“응. 누구보다 잘 알지.”
그렇게 하다가 멸망한 행성이 어디 한둘이던가?
애초에 이곳은 그렇게 허술한 곳이 아니다.
은하급 초월자들이 판을 치는 곳에서 일개 성좌급 관리자 따위가 몰래 부정을 저지르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그 엄청난 부정행위를 한 번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그 사례를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주광철뿐.
왜냐고?
그 부정행위자가 바로 주광철이니까.
‘힘들었지.’
관리자들에게 발품 팔아, 알게 모르게 [저주받은 네크로맨서]라는 고유 능력을 아들에게 선물해 줬던 것.
얼마나 교묘하게 움직였는지.
그를 도와준 관리자조차 모르고 있었다.
[저주받은 네크로맨서]를 보고.– 뭐? 네크로맨서가 스켈레톤밖에 소환 못 한다고? 그래서 저주받았다고 표현한 거야?
– 참, 안됐네. 이딴 쓰레기 같은 능력을 받는 놈은……. 이런 건 누구 발상이야, 도대체?
이렇게 평했을 정도이니 말 다 했지.
‘솔직히.’
주광철이 속으로 생각했다.
‘겁이 난다.’
괜한 자신의 오지랖으로 아들이 다칠까 봐.
하지만.
그가 이번에 포착한 기회는 정말 둘도 없을 타이밍이었다.
‘관리자가 자신의 출생 행성에 접근하거나 무언갈 건드리면 바로 포착되지.’
다만, 그 행성에만 접근하지 않으면?
걸릴 일이 현저히 줄어든다.
어차피 다른 행성의 시스템을 건드리는 게 그들의 일이자 임무이니까.
‘즉, 그저 이 공략집을 우연히 주기만 하면 돼.’
누구에게?
지구 밖에 있고, 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에게.
시스템을 통해 간간이 아들을 눈팅하던 주광철은 그 존재를 하나 알고 있었다.
‘파괴룡, 비나사.’
그의 눈에 그 존재의 모습이 그려졌다.
쿠과가가가가!
벌써 성룡이 된 채, 마음껏 포식과 파괴를 즐기는 성운급 용.
하필, 녀석의 주변에 있는 한 저급 문명의 행성이 자신이 관리하는 행성이었다.
그곳에 이 공략집을 묻어놓고, 시스템을 살짝 건드려 비나사에게 알린다면?
‘충분히 가능해.’
눈을 질끈 감은 주광철이 속으로 기도했다.
‘비나사야.’
제발.
부디 무럭무럭 자라서, 제 주인을 찾아가 이걸 전달해 주렴.
비록 아직 공략집을 묻어놓은 건 아니지만.
또 거기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주광철은 진심으로 기도했다.
‘살아남거라, 아들아.’
꼭.
* * *
시간은 물 흐르듯 흘렀다.
흐르고 흘러, 어느덧 약속된 시간까지 딱 하루 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합동 훈련 중인 랭커들은 소위 ‘밥값’이라 표현할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고.
배지민도 꽤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투두두두……!
백운호수 위 「드엘 공방」 상공.
그곳엔 이미 정보를 받은 취재진이 헬기를 타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 예, 마침내 나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랭커들이 무릉도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엄청난 인파가 북적대고 있어요! 그동안 목이 빠지라 기다렸던 우리 세계인들입니다!
와글와글.
취재진뿐만 아니라, 응원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그들은 천천히 걸어 나오는 랭커들을 바라보며 환호를 내질렀다.
“주동훈! 주동훈!”
“사랑해요!”
“별천지 이기자!”
“내일 꼭 이겨주세요!”
누가 이 광경을 본다면 울컥할 만큼이나, 커다란 환호였다.
– 와, 분위기가 무언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 예, 랭커들. 표정이 달라요. 눈빛이 다릅니다. 도대체 어떤 훈련을 받으면 저런 기세를 가질 수 있는지. 어찌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 그런 걸 떠나서……. 제발, 1차전의 부진을 제치고. 이번 2차전이 50%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역전의 발판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하나둘.
걸어 나온 랭커들이 준비된 고급 여객기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미국 동부, 게시판에 새겨진 오망성으로 가는 비행기였다.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 이겨라! 이겨라!”
– 예,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기대가 몹시 클 거예요.
– 한 달간의 폐관 수련이니 말이죠. 마침내 그들의 행보에 우리의 운명이 달려 있습니다.
– 저기 화면에 유명인사들이 많이 잡히네요?
– 그렇습니다.
카메라는 간혹가다 유명인사들을 비추었다.
세계 제일의 부자, 알런 마스크.
주한미군의 폴 육군 대장.
각국 대통령과 총리들.
– 랭커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끝판왕급의 VIP들이죠?
– 그럴 수밖에 없지요. 국민들의 운명이 걸려 있는데 말이에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계는 계속되었다.
그들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까지 이동하는 순간에도 계속.
그리고 마침내.
배치 고사, 2차전의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