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2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25화
모두가 별천지로(2)
“계약은 간단해요. 저희 별천지 멤버들이 들어올 때 하는 건데, 독소 조항 같은 것도 없을 거고 그저 서로 배신만 하지 않게끔 설정해 두었어요. 확인해 보시고 궁금한 것 있으시면 바로 물어봐 주세요.”
술이 깬 김진아는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아린을 불렀고.
고대 마법으로 하나둘 서약을 진행했다.
“별천지 밑으로 온다고 집단을 해체하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그저 평소처럼 지내시면 돼요.”
요컨대 제국(Empire)과 왕국(Kingdom)의 관계.
아니면, 모회사 자회사의 관계와 엇비슷했다.
– 별천지(別天地)가 마왕군(魔王軍)과 천마신교(天魔神敎), 그리고 옥스퍼드(Oxford)를 지배한다.
지배.
이제 별천지는 예하 집단에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그게 집단의 존속을 해칠 만큼 불합리한 명령이 아니면, 따라줘야 한다.
그 대가로.
예하 집단은 별천지와 함께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후후.’
김진아는 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면서, 별천지를 자타공인 1등 집단으로 한 번에 끌어올린 셈!
솔직히 그녀는 마왕이 고마웠다.
집단을, 그리고 지구를 위해 자존심을 굽히고 무릎을 꿇은 것.
그 용기가 어디 쉽게 나오는 것이던가?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어차피 저 세 집단의 수장은 오늘의 선택을 두고두고 자축할 날이 올 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양정애의 요리부터, 약존의 영약.
심지어 무릉도원에 만들어질 도시까지.
저들을 지원할 수단과 자원, 대책들이 무수하게 많았다.
김진아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 * *
집단은 빠르게 의기투합했고, 랭커들은 훈련 준비를 마쳤다.
술렁술렁.
랭커들이 훈련장에 오와 열을 갖춘 채 숙덕이고 있을 때였다.
“다들 조용!”
“…….”
검은 모자를 쓴 누군가가 걸어왔다.
그 누군가는 예전과 같은 장대웅과 플로아가 아니었다.
그는 투호(鬪虎).
별천지의 멤버이자, 세계 랭킹 16위인 아드리언 프랭클이었다.
“이번 합동 훈련은 본 교관이 대신하기로 했다.”
그가 무서운 눈빛으로 랭커들을 한차례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천마와 마왕, 마탑주도 있었지만, 투호는 쫄지 않았다.
“훈련에 앞서 경고하나 하지.”
오히려 준엄한 목소리로 그들을 오시했다.
“교관과 조교 아래, 여러분들의 직위는 그저 동등한 훈련생일 뿐이다. 계급? 랭킹? 이런 것 따위는 통용되지 않아. 알겠나?”
“예…….”
“목소리!”
“옙!”
머뭇거리며 답하던 랭커들이 강하게 외쳤다.
사실, 애꿎은 투호가 교관이 된 이유는 단순했다.
길마인 주동훈이 별천지의 주요 멤버들을 다 빼갔기 때문.
– 다음 한 달은 특별히 제가 봐 드리겠습니다. 딱 몇 명만 선별해서요.
그가 복귀하자마자 했던 말이다.
‘제길.’
속 쓰린 투호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 [몇 명]이 하필 세계 랭킹 15위인 쇠주먹에서 끊겼기 때문이었다.
– 죄송하지만, 투호 씨가 이번 훈련의 총 책임을 맡아주세요.
장대웅, 플로아, 기소율, 맷 제랄드, 도하랑, 에밀리, 봉재영.
이렇게 일곱은 길마인 주동훈에게 직접적인 훈련을 받는다.
투호는 그게 너무도 부러웠다.
하지만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안다.
자신이 포함되면?
다음 순번인 세계 랭킹 17위, 묘이 하나가 아쉬워하겠지.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목소리 똑바로 안 내는 놈들은 뭐야? 불만 있나?”
투호는 그 아쉬움을 훈련생들에게 풀었다.
“본 교관이 통제하는 것에 불만이 있으면, 지금 당장 열외해라. 훈련에 참여하지 않아도 좋다!”
주동훈이 직접 부여한 권한이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왜, 한 달간 훈련해서 전승 챙기니까, 니들이 뭐라도 된 것 같아?”
“아닙니다!”
“그래 아니겠지. 뭐라도 된 것 같았으면, 굳이 이런 훈련 받으러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
“그러니까 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거다. 나 역시 부족하다. 많이 모자라며 갈 길이 먼데 너희는 어떠하냐?”
투호가 호랑이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
여기.
수백이 넘는 훈련생 중 그보다 높은 랭킹인 자는 여섯뿐이다.
마왕, 천마, 옥스포드의 현자.
던전 메이커, 팔라딘, 로이더.
그 여섯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투호 아래에 있다.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다시, 천천히 아포피스부터 잡을 거다. 알겠나?”
“예!”
그 카리스마를 인정했을까?
대답 소리가 기존과 다르게 우렁차졌다.
“이번 전투에서 느꼈겠지만, 우리가 살려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면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
철컥!
투호가 건틀릿을 꼈다.
“그리고.”
결연한 표정을 짓는 랭커들을 바라봤다.
“아포피스를 잡는 자들 중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기여도가 높은 자들을 이 교관이 뽑아서 가장 먼저 대사환을 섭취할 수 있게끔 할 거다! 알겠나?”
“……!”
랭커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사환(大巳丸)이 무엇이던가!
‘아포피스의 내단’(SSS급)을 정제해 만든 약존 최고의 영약 아니던가!
별천지의 랭킹을 급속도로 올려준 최고의 약!
그걸 이렇게 쉽게 나눠준다고?
‘허.’
주먹을 쥔 잭 스미스도.
“…….”
꿀꺽, 침을 삼킨 하세라도.
‘대박이네.’
속으로 좋아하는 마탑주도.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본인들이 진짜 별천지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 * *
슥슥.
언제나처럼 결제 서류에 서명을 마친 김진아가.
“으으읏!”
후련한 표정으로 스트레칭을 할 때였다.
똑똑.
직원 하나가 부길마실 문을 두들겼다.
“아, 들어오라고 해요.”
“예, 일전에 방문한다고 말씀드렸던 세계 협회장 아이라 님입니다.”
저벅저벅.
직원의 소개로 들어온 여성의 이름은 아이라.
세계 랭킹 33위, 명월여신(冥月女神)이었다.
그녀는 밀린 업무가 많아, 이번 훈련에서 빠진 상태.
아이라가 소파에 앉아 몇몇 자료를 탁자 위에 올렸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자료입니다.”
“오.”
김진아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고.
아이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배치 고사 준비 말고도 협회가 처리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요.”
“던전 건 때문이시죠?”
“예, 맞아요.”
아쉽게도.
하늘에 고래가 뜬 이후에도 던전은 계속 등장했다.
간혹가다 던전 브레이크도 발생했으며, 그로 인해 피해 입는 지역이 한둘이 아니었다.
“랭커를 제외한 헌터들의 고유 능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그 힘이나 기운까지 사라진 건 아니거든요. 그것 때문에 아직 헌터 제도는 유지하고 있다지만…….”
아이라의 흔들리는 시선이 자료 중 하나에 머물렀다.
“문제는 고난도의 던전들이에요. 랭커급이 나서줘야 해결될 것 같은 던전들이요.”
“몇 개나 되죠?”
“자료 보시면 알겠지만, 대략 100곳이 넘어요.”
“허어? 많긴 하네요.”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1차전, 2차전.
그 두 게임 동안 세상이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는데, 누가 던전을 공략하려 했을까.
심지어 고유 능력도 사라진 마당에 말이다.
“근데 뭐.”
김진아가 빙긋 웃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은데요?”
* * *
“흐아악, 흐아아압!”
“뭐, 뭔 놈의 길이 이래!”
다시 한번 시작된 지옥 훈련에 랭커들이 땅을 박차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 그워어어어어어어!
그들이 가는 길을 땅의 정령왕 노아스가 방해했다.
갈라진 땅 사이로 샐리온의 용암이 분출되었으며, 실피드의 칼날 바람이 그들의 피부를 찢었다.
“끄아아악!”
“흐앗, 흐아앗! 아포피스 잡으러 가기 전에 다 죽겠네!”
하이퍼 랭커급들 후보생들은 이번에도 친히 백무흔이 상대하고 있었고.
하이 랭커는 유이사.
그 외 랭커들은 조교들이 상대했다.
이것이야말로 별천지식 맞춤 교육!
“후으, 후!”
물론, 교관인 투호 역시 똑같이 저들을 공격하며, 동시에 훈련했다.
어떻게든 기력을 뽑아내려 애썼고, 자기 자신을 잔혹하게 갈아 넣으며 단련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있을 찰나.
‘음?’
김진아의 채팅을 받았다.
훈련과 무기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제법 괜찮은 듯했다.
당연히 길마님의 허락도 받은 상태였고.
그래서.
“다들 스탑!”
랭커들의 달리기를 멈추게 했다.
동시에.
쿠웅!
투호의 앞에 누군가가 망치를 내려쳤다.
수염 난 땅딸보, 드미르였다.
대장장이들의 성좌이자, 블랙 스미스로 극을 이룬 존재.
“하하하, 다들 반갑네.”
드미르의 인사에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심지어 천마와 마왕, 마탑주 마저도.
그들은 이미 드미르의 물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 땅딸보가 얼마나 위대한 대장장이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드, 드미르다!’
‘그 드엘 공방의 드미르?’
‘지구 최고의 명품을 만드는 대장장이!’
그뿐이랴?
이곳 무릉도원의 모든 도시를 그가 지어내지 않았던가.
랭커들이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드미르를 쳐다봤다.
“이번에 새로운 식구들이 별천지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또 이 드미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하하핫!”
그의 호탕한 웃음에, 모두가 설레는 눈빛을 했다.
저 말은?
지금 무기를 만들어주겠다는 말인가?
우리에게?
지구 모든 랭커들의 꿈이 바로 드미르제 무기를 사용하는 것.
솔직히 별천지 아래로 들어간다 했을 때, 속으로 내키지 않는 랭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잘 들어왔어.’
‘아아, 마왕님 감사합니다.’
‘나도 무기! 나도 무기! 나도 무기!’
탐욕과 욕망이 점철된 눈으로 간절하게 드미르를 바라보았다.
저 티 한 점 없는 매끈한 근육!
이마에 두른 새하얀 두건과 안경!
‘멋있어.’
‘어떻게 보면 예뻐 보이기도……?’
아니.
잠깐?
예뻐 보이면 안 되는데?
“대신, 한 달이라는 시간밖에 없다 보니, 많이는 못 만들걸세. 대략 50개 정도? 또, 재료들은 당신들이 직접 구해다 줘야지. 좋은 재료를 가져다줄수록 더 좋은 작업물이 나올 것이란 건 너무 상식적인 말이라…….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지? 하하하.”
그건 맞긴 한데…….
저기요.
50개밖에요?
여기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큼, 훈련생들.”
저벅.
투호가 앞으로 나선 것은 그때였다.
“사실, 바깥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 랭커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서 딱 50명만 희생에서 바깥 던전을 돌아주기로 했다. 이번 합동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신 거기서 나오는 재료들로 무기를 만들어줄 생각인데, 혹시 지원할…….”
“저요! 저요!”
“제가 할게요!”
“아뇨, 절 시켜주세요! 바깥 던전이란 던전은 다 격파하겠습니다! 저 예전 별명이 던전 분쇄기였어요!”
“받고, 사비 털어서 최상급 재료까지 다 사 갈게요! 절 시켜주세요!”
“전 사실 창고에 숨겨놓은 SSS급 재료도 있습니다! 아무한테도 안 말했었는데 그거 꺼내올게요!”
“너, 너 이 새끼! 그런 게 있었어?”
드미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랭커들이 눈에 불을 켜고 손을 들었다.
지옥 훈련 vs 바깥 던전 돌기.
이것만 해도 후자가 인기가 많을 텐데.
거기다 드미르제 최상급 무기를 받을 수 있다고?
당연히 손드는 게 정상 아닌가?
물론.
그중에는 진정한 시련이 자신의 무기라며, 손을 들지 않는 이도 있었다.
하이 랭커들이 그랬다.
그래도 그들은 나름 좋은 무기를 들고 있으니까.
“인기가 많으니 별수 없지. 지원받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을 써야겠네.”
씩.
투호가 웃었다.
“선착순 50.”
동시에 저 멀리 지평선 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먼저 오는 사람부터 보낸다.”
그날, 하루.
훈련의 성과가 평소의 배로 올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