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4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42화
오랜만에 비나사(4)
“시, 신묘님.”
성벽 외곽으로 나와 있는 묘인족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나도 모르겠다.”
신묘라고 뭐 다를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정찰묘를 통해, 전쟁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고.
연합군을 통해 지구를 먼저 선 타격했다고 했을 때는 지원가기 위해 전투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
왜냐.
어차피 지구가 끝장나면, 그다음 차례는 케인이 될 게 뻔하니까.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혼자 싸우는 것보다 지구와 싸우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하지만.
“……끝? 그냥 다 쓸려 나간 거야?”
갑자기 하늘이 찢어졌다.
그 사이로 파충류의 샛노란 눈이 보였고, 입이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분명 용족이었어.’
묘인족들도 용족을 안다.
몇 번 마주해 싸워본 적도 있었다.
실제로 지구 측에서 델라일라가 찾아왔을 때, 조언도 해줬다지 않는가.
‘그런데.’
그 존재는 일반적인 용족이 아니었다.
고작 입 벌리는 것만으로, 모든 묘인족들이 바닥에 엎드린 채 끌려가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내뿜었지.’
분명 용의 입에서 브레스가 쏘아졌다.
하얀 섬광.
그것이 묘인족을 포함해 이곳 세계 전체를 휩쓸어 버렸다.
그건 그야말로 재해였다.
피하고자 해도 피할 수 없는 끔찍한 재앙.
“우리가 왜 살아 있는 거죠?”
“……설마 여기가 천국입니까?”
“그렇다기엔……. 정찰묘가 보내오는 영상을 보십시오! 거인족을 비롯해 연합군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근데 지구는 남아 있어요! 우리랑 지구만 살아남은 거예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죠? 무슨 놈의 용이 브레스로 죽일 생명체를 선정한답니까. 그 이전에 물리적으로 이게 가능한 겁니까?”
합리적인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비합리적이었다.
이미 저 용은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일 것 같은데 여기서 합리, 비합리를 따져 뭐할까?
“그걸 따지기보다는 왜 저 용이 우릴 살려줬는지부터 파악해야지.”
“그러게. 왜 굳이 우릴 살렸을까?”
술렁술렁.
묘인족들이 각자 의견을 말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의 존재부터.
왜 갑자기 용이 나타나 브레스를 쏘았는지.
종국에는 왜 지구와 케인만을 살려두었는지까지.
“……설마.”
신묘가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그때였다.
“시, 신묘님!”
“왜.”
“영상을 보십시오!”
묘인족 중 하나가 정찰묘의 영상을 가리켰다.
거인족 정도로 커다란 검은 용이 꼬리를 흔들며 날아가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것을.
“저 용은……?!”
“뭐, 뭐야. 왜 이리 작아졌어?”
“그래도 그 용이 확실합니다. 저 눈동자를 보십시오! 분명 하늘을 뚫고 오시하던 그 눈깔입니다!”
“그렇다는 건……!”
“저 용을 지구 측에서 부른 거야?!”
“그럼 지구만 살렸어야지, 왜 우릴……!”
순간, 신묘는 소름이 돋았다.
‘진짜였어?’
그녀가 날름 혀로 발바닥을 핥았다.
옛 기억을 떠올릴 때 하는 행동이었다.
‘연합군에 합류하란 제의가 들어왔을 때.’
그때 묘인족은 선택을 했다.
지구에 개기지 않는다고.
그때 그 마음가짐 하나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었던 거야?
“…….”
신묘의 꼬리털이 풍성하게 부풀어 올랐다.
만약.
거기서 연합군을 선택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그전에 더 신기한 것!
그럼 저 용은 묻지도 않고 피아식별할 수 있다는 거야?
“……신묘님.”
옆에 누군가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해랑아.”
신묘의 눈이 서느렇게 가라앉았다.
그때, 자신에게 연합군에 가입할 것을 설득했던 고양이.
“보았느냐?”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예…….”
해랑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나의 현명한 고양이가 케인의 10억 고양이를 살려버렸다.
“앞으로 모두에게 일러두거라.”
신묘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구는 건드는 게 아니라고. 알겠느냐?”
전사의 피가 흐르는 묘인족이지만.
그래도 지구는 아니다.
전사란 싸울 수 있어야 전사 아니겠는가?
지구를 건드는 건 우릴 학살해 주세요~ 우리 자살할게요~ 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해랑이 답했다.
사실 명심할 것도 없었다.
정찰묘의 영상에 보이는, 용을 끌어안고 좋아하는 존재를 마주한 순간.
이미 묘인족들은 전투 의지를 상실했다.
그리고 뼛속까지 각인시켰다.
지구에는 상당히 위험한 존재가 산다고.
* * *
충격의 도가니에 묘인족만 빠진 게 아니었다.
지구의 인류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 아, 아아아…….
– 하아아…….
– 허허허허, 이게 뭔가요. 정말 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해설진의 뇌가 마비되어 버렸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순간적으로 바보가 되어버린 거다.
기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소름 돋기도 했다.
한 인간이 저런 말도 안 되는 생명체를 길들이고 있었다니…….
마치, 핵폭탄을 끌어안고 잠을 자는 느낌이지 않던가.
– 비나사가……. 우리가 알던 그 비나사가 맞습니까?
– 지수룡 사건 당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주했던 그 비나사 말이죠? 영상에 살짝이나마 담겼던…….
– 그때랑은 정말 차원이 다른 크기입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성장했길래 저런 존재가 될 수 있는 걸까요?
–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이제야 해설진 중 하나가 안도를 표했다.
– 주동훈이 크롭스한테 당할 때만 해도 사실 간담이 서늘했었거든요. 솔직히 해설하면서도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 그렇죠, 그렇죠. 시청자분들. 이건 양해를 해주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저희도 사람이라고요.
– 사실 목숨이 걸린 마당에 중계한다는 게 참 쉽지 않으면서도, 또 이런 광경을 보면 보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어요.
세상은 난리가 났다.
주동훈의 입지는 원래 꼭대기에 있었는데 아예 우주를 뚫고 수직으로 상승해 버렸다.
파괴룡이 주동훈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까지 포착되면서, 주동훈은 아예 신이 되어버렸다.
“주동훈은 신(神)이고, 비나사는 신의 사자(使者)다! 다 같이 경배하라!”
“주동훈이야말로 인류의 구세주입니다. 살아 있는 예수의 재림이 틀림없습니다!”
“그게 맞지! 솔직히 주동훈이 우릴 몇 번 살렸냐!”
이미 ‘주동훈’ 이름 석 자는 사람들에게 프리 패스나 마찬가지였다.
길가에서 시기심에 그를 욕한다?
그냥 총살이라도 날 분위기였다.
이미 별천지는 신(神)이 만드신 성역이 되어버렸으며.
안 그래도 인기 많은 무릉도원은, 더더욱 사람들이 모였다.
전 재산을 투자해서라도 입주권을 얻어야 한다고 떠드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시려는 겁니까?”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김진아가 중얼거렸다.
그녀로서도 주동훈은 참 귀신같은 사람이었다.
잠깐 어디 떠나서 소식 없다가, 말도 안 되는 소식과 함께 복귀하는 사람.
“맨날 이런 식이었던 거예요?”
그 모습을 이제 영상으로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손에 땀을 쥐며 보았던 그 위기들이.
주동훈은 매일 매 순간 떠날 때마다 겪었다는 걸.
그러니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했던 거겠지.
‘운?’
누군가는 주동훈이 운 좋은 사람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김진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운도 실력인 것은 둘째치고.
‘저 위치에 내가 있었다면?’
절대 못 했을 거다.
“후후, 빨리 복귀하세요.”
파괴룡이 다 끝내 버렸으니, 곧 3차전이 정리될 거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확실한 건 지구는 이번에도 생존에 성공했다.
“드미르랑 같이 파티 준비하고 있을 테니…….”
* * *
– 키루루룩! 크루루룩!
아니, 참 웃긴다.
힘은 말도 안 되게 세고, 성운급 괴물조차 벌벌 떨게 했던 녀석이.
마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는 개처럼 소리 내며 달려든다.
내 몸만 한 머리를 들이대며 미친 듯이 비벼댄다.
“하하, 녀석.”
나는 비나사와 해후를 풀었다.
어차피 완력으로 하면 완전히 밀리기에, 그냥 받아주면서 녀석의 입 주위를 쓰다듬었다.
그르렁그르렁 소리를 내며 가만히 있는 녀석.
물론, 나에게는 귀여운 애완용? 느낌이었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지 않나 보다.
“하하핫, 나……. 는 잠깐 뒤에 가서 휴식 좀 하고 있으마! 이번 전쟁에 힘을 많이 썼어!”
그 미친 광전사가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고.
“아하하……. 나, 나는 볼일 좀.”
플로아 역시 화장실을 핑계로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외에도.
모든 랭커들이 전부 거리를 둔 채, 비나사를 경계하며 응시하고 있었다.
아, 단 하나.
맷 제랄드만 빼고.
“아아아아, 전능하신 비나사시여 우릴 구원해 주시러 오셨나이까!”
아까부터 무릎을 꿇은 채, 양팔을 들어 올리며 무언가 의식을 취하는데…….
그냥 무시했다.
한두 번 저러던 것도 아니고.
– 키르르르!
비나사는 신나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의지로 전달했다.
무릉도원부터 시작해서 우주를 떠돌았던 얘기들.
녀석은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다.
무작정 다 파괴하고 다니지 말라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놈들만을 파괴했다.
그 과정이 누군가에겐 잔혹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파괴룡은 파괴를 해야 살 수 있는 종족이다.
인간이 살기 위해 가축을 살육하는 것처럼.
파괴룡 역시 생존을 위해 파괴했을 뿐이다.
– 키르르르륵…….
또한 비나사는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옛날 지수룡과 만났을 당시.
갓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주인을 뒤로하고 도망쳤던 자신에 대한 실망을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걷어낸 것 같았다.
녀석이 떠나기 전에 내게 감정을 보냈었지.
– 보고 싶을 거예요.
– 그동안 보살펴 줘서 감사했어요.
– 꼭 더 강해져서.
– 진정한 파괴룡이 되어, 든든하게 등장할게요!
– 뿌듯하게 해드릴게요!
녀석은 약속을 지켰다.
강해져도 너무 강해졌다는 게 문제지만.
“이 녀석아.”
내가 비나사의 콧등을 어루만졌다.
“이제 곧 떠나야 해.”
이미 내 스켈레톤들이 남은 성채들을 점령하러 떠났다.
100개가 모두 점령되고 남은 시간이 지나면 3차전은 끝이 나겠지.
‘나는 지구에서 이곳으로 소환됐지만.’
비나사는 물리적으로 이곳에 다가왔다.
즉, 높으신 존재들이 비나사는 지구로 돌려보내지 않을 확률이 크단 소리.
‘어차피.’
비나사를 지구에 둘 생각은 없었다.
녀석은 내 소환수가 아니기에, 리그에 참여할 수도 없을뿐더러.
지구에 있어봐야 녀석의 파괴욕을 채우긴 힘들다.
– 키르르르.
녀석도 안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일 때였다.
‘음?’
녀석의 비늘 사이로 무언가가 물 흐르듯 튀어나왔다.
녀석이 의지를 보냈다.
먹으라고.
‘이걸?’
무언가 은밀한 신호를 보내왔다.
‘뭔진 모르겠지만.’
내가 예전에 지도익 할아버지를 통해 달콤한 영약을 챙겨줬던 것처럼, 나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인가?
– 키르르륵, 키르륵!
녀석이 반갑다는 듯 다시 머리를 비볐다.
나는 직감으로 알았다.
‘연기다.’
서로 머리를 비비며, 누군가 몰래 건네주려는 연기.
어차피 연기도 하나의 술(術).
물론, 배운 적은 없지만 한번 해보자고!
‘사실.’
불안하긴 했다.
이미 감사단을 통해 어떤 식으로 부정을 조사하는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
하지만.
‘궁금한 걸 어떻게 참냐고.’
원래 탈세도 세무조사 직후에 하면 걸리지 않는 것처럼, 일단 받아보고 그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원래 기연이란 게 위험이 따르는 법이잖아?
“그래, 녀석아! 그렇게 아쉬워?”
내가 손으로 더욱 격하게 쓰다듬으며, 비나사가 내미는 하얀 무언가를 입속으로 스윽 넣었다.
‘음.’
상큼한 향이 콧속을 가득 채웠고.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 동훈아.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색하면서도 익숙한…….
그러면서도 누군지 알 것 같은 소리.
‘아버지?’
내가 두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