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6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61화
마왕의 군단장들.
마르바스에게 물러가란 소리를 들었던 그들은 사실 근처에 대기 중이었다.
마왕의 명을 받들어야 해서도 맞지만.
‘궁금하잖아.’
‘당연히 마왕님을 이길 순 없겠지만, 그놈……. 보통내기가 아니었거든.’
‘과연, 그 공포의 마르바스 님을 상대로 얼마나 견딜 것인가.’
한동안 제법 무료했던 터라, 군단장들은 피가 끓었다.
흥미가 돋았다.
하지만.
“……어?”
1군단장의 얼굴이 곧 당황함으로 물들었다.
“마르바스 님이……. 밀린다고?”
어디 보자.
분명 이기시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어떨 땐 황급하게 물러나신다.
땅이 갈라지고, 공간이 찢기는 혈투가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뭔가 그들이 알고 있는 전투와는 한참은 동떨어진 느낌.
군단장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러다 지시는 거 아냐?”
“설마.”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저자가 마르바스 님보다 훨씬 강했다면?
이렇게 얌전히 데려오지도 않았을 거다.
최대한 빨리 도주 후, 군대를 소집시켰겠지.
마르바스께는 조심하시라 간곡히 보고드렸을 테고.
즉, 이들은 마르바스가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허공에서 생겨난 물줄기가 마르바스를 거세게 후려쳤다.
“끄으윽!”
달려오던 마르바스가 뒤로 거칠게 나뒹굴었다.
차가운 침묵이 장내를 지배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마르바스를 저렇게 넘어뜨린 자가 있었던가?
‘마왕님이 쓰러져?’
군단장들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장에라도 군대를 불러 모아 이곳을 포위하고 싶었다.
하지만.
“크하하하핫!”
다시금 일어나 이를 악물고 주먹을 휘두르는 마왕님을 보자니 그럴 수가 없었다.
마르바스가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은 오랜만이었으니까.
정말로.
‘끙.’
주동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막강한 정수의 힘으로 놈을 상대하는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크하핫! 크하하하핫!”
마치 광전사를 보기라도 하듯, 다시 일어나 계속해서 달려드는 마르바스의 투지가 장난이 아니다.
‘점점 힘들어지는데.’
호흡이 딸리기 시작했다.
정수의 힘을 쓰면 쓸수록, 몸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크후욱.’
폐에서부터 피가래가 들끓어 올랐다.
마르바스에게 맞아서가 아니라, 그저 정수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내부가 진탕되었다.
‘시간 끌면 안 돼.’
정수 사용 페널티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몸에 무리가 가는 건 매한가지다.
주동훈은 아직 성좌급이고, 정수가 가진 근원적인 힘 자체는 그보다 급(級)이 몇 단계는 더 높기 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도 사실 배지민 덕이야.’
그녀가 가진 육망성의 축복.
그 천재성은 정수를 본능적으로 최고 효율로 뽑아낼 수 있게 해주었다.
만약 그녀의 능력을 훔치지 못했다면, 이미 방전된 채 의식을 잃었을 터.
까아아앙!
황금색 방패로 마르바스의 주먹을 막아낸 주동훈이 시선을 그 너머로 던졌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붉은 눈의 마르바스가 보였다.
참 격세지감이었다.
‘눈앞의 성운급 존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정신 차리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정수고 뭐고, 바로 목이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
“흐읍!”
주동훈이 기합과 함께 창을 휘둘렀다.
화르륵!
동시의 창 주변으로 화염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콰가가가가!
통제하기 힘든 거력이 요동치며 전방으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마치 질주하는 화룡을 연상케 하는 위력이었다.
“……아아! 정말 말도 안 될 만큼 아름답고 강한 힘이로구나!”
그 광경을 마주하며 마르바스가 감탄했다.
“하지만.”
스윽.
자세를 낮춘 마르바스의 눈빛이 섬뜩하게 가라앉았다.
“비기는 네놈만 있는 게 아니지.”
스슷, 스스슷!
아무리 마르바스가 강한 마왕이라 해도, 저 불꽃에 정통으로 맞으면 안 된다.
아까 피부가 익는 걸 직접 느껴보지 않았던가.
‘그러하니.’
파아앙!
마왕이 폭발적인 힘으로 공기를 박찼다.
팡, 팡, 파앙!
얼마나 빠른지, 1초도 넘어가기 전에 방향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그걸 느끼고 있던 주동훈의 눈이 가늘어졌다.
‘공격을 빠르게 피한 후, 옆을 급습할 생각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그대로 당해줄 순 없다.
화(火)의 기운을 내뿜으면서, 다시 금(金)의 기운을 두를 찰나.
“쿠훅!”
결국, 입가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두 가지 기운을 무리하게, 그것도 오래 사용한 대가였다.
하지만.
‘끄으으읍!’
속으로 기합을 지르며, 눈을 부릅뜬 주동훈이 의식을 부여잡았다.
피가 나는 걸 내버려 둔 채, 광속으로 다가오는 마르바스의 방향을 읽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콰드드드득!
목(木)의 기운을 끌어올려, 덩굴을 올렸다.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참아냈다.
‘할 수 있어.’
해내야 한다.
앞으로도 이 정수의 힘을 수족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익숙해져야 한다.
콰득, 콰드드득!
바닥으로부터 올라온 질긴 줄기들이 꽈배기처럼 얽혀, 다가오는 마르바스를 덮치기 시작했다.
“무슨……?”
마르바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주먹을 틀려 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라는 것을 느낀 탓이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돌진하는 바람에, 쉽지 않았고.
황급히 결정을 내렸다.
“크하핫! 감히 덩굴 따위로 이 마르바스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콰가가가가가!
오히려 더욱더 빠르게 주먹을 휘둘러 연격을 가했다.
콰득, 콰드드득!
덩굴 자체를 부숴 버림과 동시에, 주동훈을 박살 내려는 것.
하지만.
“그냥 덩굴 따위가 아닐 텐데.”
마르바스의 귀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더는 진출할 수가 없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처럼 바둥대는 그의 주변으로 더 많은 덩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완전한 포획!
후웅, 후웅!
벗어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던 마르바스의 몸에서 점차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내.
“……도대체.”
마르바스가 팔을 축 늘어뜨렸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그의 모습이 마왕의 권위를 땅에 추락시키는 듯했다.
“넌 뭐 하는 놈이지?”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그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은 처음이었다.
분명 본체의 능력은 별 볼 일 없는데, 사용하는 능력은 마신(魔神)의 향수가 느껴지게끔 한다.
“절대 인간은 아니고. 천계의 놈이냐? 아니, 날개가 없으니 그것도 아닐 텐데…….”
그렇다면.
설마, 마계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던 강탈자들 소속의 초월자들인가?
“인간 보고 절대 인간은 아니라니.”
스윽.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주동훈이 걸어왔다.
“살짝 서운하면서도 기분은 좋네.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니까.”
“그 말은 네놈이 인간이란 거냐? 정말 네놈이?”
“그렇다니까.”
“……말해주기 싫다는 소리로군.”
“…….”
아니, 저놈이.
사실을 말해줘도 저러네?
‘뭐.’
믿고 말고는 녀석의 선택이다.
‘난 원하는 것만 얻으면 되니까.’
주동훈이 다시 마왕을 부르려 할 찰나였다.
흠칫!
그의 몸이 떨렸다.
“스, 스승님!”
멀찍이서 구경하던 배지민도 황급히 다가왔다.
‘으음.’
태청심법에 수많은 기운이 잡히기 시작했다.
주변을 빽빽하게 뒤덮고 있는 수많은 기운.
그중에는 성좌급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설마.’
주동훈이 눈살을 찌푸리자.
“마르바스 님!”
“1군단장 군대를 이끌고 복귀했나이다!”
“2군단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새 다섯 군단장이 본인들의 군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복귀했다.
‘하.’
주동훈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힘을 다 썼는데.’
사실, 더 이상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만술(萬術)의 힘이야 어느 정도 쓰겠지만, 특히 정수의 힘은 이제 진짜 무리였다.
힐끔.
주동훈이 시야를 올려, 매달려 있는 마르바스를 쳐다봤다.
두건에 가려진 그의 표정이 미묘했지만……. 일단은 아까와 같은 투지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것을 알아본 주동훈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계속할 거야?”
“…….”
만약 계속해야겠다면, 그때는 전쟁이 될 거다.
‘병력은 너희들만 있는 게 아니거든.’
마르바스야 여기 꽁꽁 묶여 있다 치고, 나머지는?
열 구의 스켈레톤들과 마왕군이 힘을 합쳐 치열하게 싸워야겠지.
잭 스미스는 오히려 환호할 거다.
마르바스의 영토를 먹으면 본인이 최상급 마왕이 되는 거니까.
‘오?’
주동훈이 혀를 날름거렸다.
‘그러고 보니,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최상급 마왕을 죽여주고, 잭을 강제로 성운급으로 올리면?
리그는 훨씬 더 쉬워질 거다.
밸런스도 제법 맞게 될 테고.
쿠구구구……!
그 생각 때문이었을까, 주동훈 주변으로 엄청난 투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크크큭.”
마르바스가 허탈하게 웃었다.
“군단장들. 쓸데없는 짓을.”
짜증이 일었다.
쟤들은 왜 또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한단 말인가!
저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을 포위하는 일보다, 최상급 마왕으로서의 위엄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할진대.
수백만 마르바스 대군들에게 마왕 대롱대롱 매달린 꼴이라도 구경하라 이 말인가?
‘게다가.’
아까는 계속할 거냐고 묻던 저 괴물이, 이제는 탐욕에 물든 눈으로 투기를 줄기줄기 뽑아내고 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경험상, 이것은 멈추는 게 맞았다.
싸워봐야 마족들의 피해만 늘릴뿐더러…….
‘일단은 졌으니까.’
승부를 소중히 아는 자는, 패배도 인정할 줄 아는 법.
“군단장들!”
마르바스의 외침이 온 도시를 떨쳐 울렸다.
“군대를 물려라! 그리고 손님을 맞이하라! 이곳, 나의 도시는 종족을 떠나 언제든 강자를 예우한다! 이들을 극진한 예우로 대하지 않는 자는, 내가 직접 찢어 발겨주겠노라!”
마왕의 명령이 도시를 장악했다.
그리고.
“거기, 괴물.”
마르바스가 주동훈을 불렀다.
“그만할 테니, 이제 이것 좀 풀어주지?”
‘세상에.’
배지민이 속으로 경악했다.
최상급 마왕이랑 싸워서 이긴 것도 놀라운데, 극진한 손님 대접이라니!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모두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
솔직히 입이 근질거렸다.
당장에라도 무릉도원으로 돌아가 마왕군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마르바스가 이끄는 군대를 직접 눈앞에서 보았다고.
우리 길마님이 혼자서 마르바스를 때려잡는 사람이라고.
저벅, 저벅.
마족들의 안내를 받아, 궁전으로 이동하면서 배지민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아아아아!”
“손님의 예로 맞이하라!”
“마르바스 님의 손님이시다!”
생긴 건 음침하게 생겨서, 저렇게 순수하게 환호하는 마족들이라니…….
이 모습도 눈 속에 담아둘 찰나였다.
“마왕님이 극진하게 접대하라신다!”
“서큐버스들을 불러라!”
“손님께 끝내주는 환락의 밤을 선사하자!”
“보아하니, 인큐버스도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여자도 있다!”
“여자? 그럼 인큐버스도 부르자!”
‘뭐라고?’
배지민이 화들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감히 저것들이 뭐라는 거야?’
뭐, 뭐…….
뭐?
환락의 밤?
순수한 줄 알았더니, 이것들이!
그러고는 주동훈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서슬 퍼런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당분간 스승님은 자신이 지켜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