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7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74화
쿠구구구구……!
아가레스의 능력은 신비했다.
그저 팔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엄청난 반탄력이 전면으로 퍼져 나갔고.
본인의 병력을 포용하며, 상대를 밀어냈다.
“음?”
무아지경으로 적을 베어 넘기던 주동훈 역시 그 힘에 속절없이 밀려 나갔다.
바닥에 발을 밟고, 버티려고 해봤는데도.
카가가가가각!
오히려 대지가 파이면서 뒤로 밀려났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아가레스의 기운을 발로 박찬 후, 뒤로 멀어져 착지했다.
근처에 있던 배지민도 따라와 옆으로 붙었다.
‘미친.’
솔직히 놀랐다.
이 광활한 범위에 사용하면서도 이 정도의 힘을 줄 수 있다고?
이거, 전쟁 한정으로 굉장히 사기적인 기술일 수도 있겠는데?
– 다들 놀라지 마라.
– 그저 뒤로 물러서 진열을 가다듬어라.
저 멀리서 바사고의 담담한 지휘가 들려왔다.
“끄응.”
짧게 숨을 토해낸 주동훈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아쉬운데.’
한창 무아지경에 빠져 움직이고 있었다.
적을 베어 넘기며 정수도 잘게 잘게 사용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 좀 해보나 싶었는데……. 마치 변이 나오다 끊긴 기분이었다.
어쨌든.
전투가 소강되었고, 병력들은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아갔다.
난장판 된 구역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다는 것부터가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모두가 수많은 훈련과 고행을 거친 정예들.
마계에서 마물들과 구르고 구른 최상급 마왕의 군대였다.
“다들 괜찮습니까?!”
“여깁니다, 여기!”
지구의 랭커들도 금방 주동훈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상황은요?”
주동훈이 카푸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현재 부상 0, 사상자 0이다. 지금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전쟁이었다, 훈.”
“나이스, 좋네요.”
이 난장판 속에서 한 명도 죽지 않았다니, 실로 고무적인 성과였다.
다행히 진형을 갖춰 보수적으로 싸우려 했던 전략이 먹혀들었나 보다.
“잭.”
주동훈이 이번엔 잭 스미스를 바라봤다.
그는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주변을 가리키며 마왕군을 통제하고 있었다.
고함이 평소보다 제법 높은 게, 이 어마어마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무한한 영광을 느끼는 듯했다.
주동훈이 미소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잭?”
“어, 그래. 길마로군.”
“이곳은 계속해서 잭이 맡아 주세요. 마왕군뿐만 아니라, 광전사부터 뇌명까지. 랭커들 전부를 통솔해야 해요. 이제 곧 2사도가 될 몸이시니까.”
“2사도라…….”
아직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도 안 한 것 같지만, 주동훈은 이미 승리를 가정했다.
승자의 마음가짐.
이겼다고 생각해야 진짜 이기지 않겠는가?
“네가 그리 명령한다면 그리하지. 또한, 혹여 내가 진짜 2사도가 되어……. 길마 너보다 강해지게 되기라도 한다면…….”
저 괴물보다 강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가정이니까.
“그래도 언제나 네 명령을 따르겠다. 지금처럼.”
“당연한 말씀을요.”
주동훈이 조용히 웃었다.
‘암(暗)의 정수만 얻는다면, 어차피 1사도도 제 수하거든요.’
1사도뿐이랴?
이 크나큰 마계 전체를 손에 얻을 거다.
그래도.
잭의 그 마음만큼은 기특했다.
본인이 지금 누구한테 감사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거니까.
그래.
지금은 그거면 됐다.
파스슥!
아가레스가 임시로 펼친 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멸했다.
바사고와 마르바스가 힘을 합쳐 무너뜨린 것.
– 다시 돌격하라!
벽이 사라지자, 당연히 바사고 측은 기세를 살려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곳 전쟁에서 전략은 없다.
힘 vs 힘.
서로가 암묵적으로 전투 장소를 개활지로 정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 절대 쉴 틈을 주지 마라. 끊임없이 몰아붙여라!
지칠 시간조차 없었다.
유리한 위치일 때 쉼 없이 파상공세를 펼쳐야 한다.
적에게 부대 재편성 및 증원의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죽여라아아아! 적들은 아직 정신이 없다! 겁에 질린 녀석들에게 진정한 포식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자!”
“맞다! 우리가 더 세다!”
“우와아아아아아!”
밥을 먹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배가 고프지 않았다.
전투로 인해 끓어오르는 피는 마약과도 같았다.
공포를 넘어선 쾌감!
우리가 완벽하게 이기고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흥분!
배고픔도 고통도 잠시나마 잊었다.
오직 싸움으로 인한 흥분만이 육체를 지배했다.
또한.
엄밀히 따지면, 아가레스군이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바사고 쪽 하나가 죽을 때, 아가레스 쪽 다섯이 죽는다.
기세에서 밀려 사기가 떨어지니, 대응조차 못 하고 밀려 나간다.
일개 몇몇 유능한 병사들이 힘을 써보려 했지만, 주변 병력들이 따라주질 않으니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수많은 병력들이 달려들어 칼질해 대는데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할 터.
군단장끼리의 싸움에도 에러가 생겼다.
어르신, 백무흔, 태양창, 엘드린, 아린, 유이사, 무각 등등.
절정급 스켈레톤들이 군단장 역할을 해주니, 기존에 예상했던 수적 우세를 펼칠 수 없게 된 것이다.
“흠.”
아가레스 측 1군단장, 바르바토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모든 병력이 충원됐을진대, 아까와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
오히려 생각 외로 밀리는 느낌이었다.
사기도 떨어져 있는 것 같고.
“자신 있게 쳐들어오는 게 이상했는데, 과연 준비한 게 있었나 봅니다? 벌레들의 총공세가 생각하던 것 이상입니다. 분명 우리 군의 본대가 투입됐을 터인데…….”
비정상적으로 강력했다.
정말 별다른 대책 없이 전투를 이어나가면 질 수도 있을 거란 불안감이 들 정도.
“주군, 어찌합니까?”
바르바토스가 불안한 표정으로 아가레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1군단장과 달리 마왕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어쩌긴 뭘 어쩌나.”
수백만 병력이 평야를 가로질러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아가레스는 흥분하지 않았다.
“왜 억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서도 최상급 마왕의 순위가 유지되고 있었는지 이제부터 알려줘야겠지.”
스으윽!
그저 여유롭게 팔을 위로 들 뿐이었다.
“저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바로 절대적인 강함 앞에 병력의 수는 의미 없다는 것.”
쿠과가가가가가!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의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전쟁이란 잔챙이가 아닌 대가리 싸움이었다.”
도시를 설립하든, 왕국을 키우든, 왕국 여러 개를 묶어 제국을 만들든.
다 상관없었다.
결국은 그들을 이끄는 자가 강해야, 높은 사도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거다.
바사고와 마르바스?
솔직히 아가레스는 둘이 덤벼도 자신 있었다.
그 둘을 빠르게 처리한 후, 남은 힘으로 이 전쟁에 참여한다면?
승부는 명백히 기울 터.
“따라와라, 바르바토스.”
“직접 움직이시려는 겁니까?”
“그렇다. 애들은 애들끼리 노는 거고. 어른은 또 어른들끼리의 대화를 해야 하지 않겠나?”
“마침 느껴지는군요.”
바르바토스가 지평선 너머를 응시했다.
피가 튀기고 땅이 갈라지는 싸움 와중에도, 꿈쩍없이 기다리고 있는 두 존재.
“건방지게 주군을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끌끌, 그래. 정말 말 그대로 건방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가레스의 입꼬리가 삐쭉 올라왔다.
그 역시 마왕.
곧 있을 전투에 피가 끓는 것이다.
이내.
파아앗!
두 존재가 엄청난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한편.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는 전장 위, 드높은 하늘에.
그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는 두 존재가 있었다.
“재밌군.”
팔짱을 낀 채, 아래를 오시하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 사내.
그가 바로 마계의 일인자, 1사도 바알이다.
“오라버니, 중재 안 해도 괜찮겠어?”
바알의 옆에는 흑장발의 미녀가 둥둥 떠 있었다.
검은 날개에 인간형 여성체를 지닌 그녀가 바로 마지막 남은 사도, 4사도 가미긴이었다.
“자기들끼리 마음에 안 든다고 싸우는데, 중재할 게 뭐 있나.”
“에이, 오라버니! 솔직해져야지! 아가레스. 저놈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고? 쟤. 많이 재수 없잖아.”
가미긴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라버니가 극도로 싫어하는 천계 출신이기도 하고?”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가미긴.”
바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은 그냥 유전적으로 천족을 싫어하지. 아가레스, 그가 아무리 마신의 인정을 받아 사도의 위를 받았어도, 그래서 인정하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다.”
인간으로 따지면, 징그러운 벌레를 보고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혐오.
마족과 천족은 서로를 보며 불쾌함을 느끼고 절로 기피하게 된다.
“게다가.”
힐끗.
마왕이 아가레스 쪽을 한번 쳐다봤다.
“밸런스가 너무 무너졌으면, 중재할 법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바사고 측이 훨씬 불리하다.”
“하긴, 아가레스……. 걔가 성격이 모나서 그렇지, 실력은 엄청나잖아? 오죽하면 마신께서 그를 받아들였겠어.”
“웃긴 건, 불리한 쪽이 먼저 선공을 했다는 거다.”
“맞아. 그래서 애매한 거잖아. 아가레스 편을 들자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바사고 편을 들자니, 마신께서 인정한 마왕을 비겁하게 다굴쳐서 몰아내는 것 같고. 참……. 마신께서 계셨으면 통탄할 노릇이겠네.”
“아니.”
바알이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당연한 거라 생각하셨을 거다.”
마계는 본래부터 강자존.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세상이었다.
마족들의 교만, 시기, 분노, 음욕, 탐욕 등등을 풀어내게끔 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기본이어야 했다.
당장 지금 중상급 마왕들만 봐도 피 터지게 싸우고 있지 않던가.
“이처럼 오랜 기간 다섯 사도가 유지되는 게 신기한 일이었지. 평화가 너무 길었다.”
“그럼 오라버니는 누가 이길 것 같아?”
가미긴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아래를 바라봤다.
현재 막 아가레스가 움직인 상태.
“모른다.”
대충 대꾸한 바알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기는 자가 누구든.’
바알은 그것을 존중할 것이다.
정당한 전쟁으로 탈취한 자리이니까.
“그냥 잠자코 구경이나 하자꾸나.”
“쳇, 시시해.”
가미긴의 눈매가 실쭉해졌다.
하지만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그녀 역시 마왕.
옆집 싸움 구경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재개된 전쟁은 분명 바사고 쪽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이변은 그 어떤 예고도 전조도 없이 찾아온다.
– 감히 누가 이 아가레스의 땅에 침범하는가!
웅혼한 외침!
그 엄청난 포효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
쿠구구구구구구…….
온 세상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원래도 땅이 찢기고 공간이 비틀렸지만, 이 정도 급은 아니었다.
지금은 마치 대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중심 잡기가 힘들었다.
당연히 벌어지던 전투가 잠깐 중단되었다.
중심을 잡아야 칼을 쓰든, 활을 쏘든 할 텐데 일어서 있기도 버거운 탓이다.
그리고 이내.
전장에 있는 모두가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뭐라 형언할 수 없게 뒤틀려 있는 불길함이 세포를 하나하나 자극했다.
덜덜덜.
그에 따라, 몸이 절로 떨려왔다.
이는 본능적인 공포.
“으윽.”
“끄으으윽!”
바사고군이 신음을 내질렀으며.
“숨 막혀.”
“토할 것 같아.”
마르바스군과 지구의 랭커들은 구토감을 토로하며 가슴을 두들겼다.
주동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건.’
파즈즉!
태청심법이 흩어졌다.
기운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느껴져서 과부하가 걸린 것.
‘확실히 엄청나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기 정면에 등장한 존재가 바로 아가레스라는 것을.
‘생각보다 더한 놈 같은데?’
마르바스나 바사고는 그래도 정수의 힘을 빌려 비벼보려 했었다.
하지만, 이놈은 그야말로 체급이 달랐다.
같은 성운급임에도 느낌 자체가 다른…….
그래, 굳이 표현하자면 거대 성운이라 볼 수 있겠다.
이 전장 자체를 단숨에 먹어 치워 버릴 것만 같은 끔찍한 살기가 신경을 자극한다.
‘한 번 느껴본 적 있었지.’
파괴룡, 비나사.
녀석이 크롭스를 비롯한 수많은 행성 연합군을 처리할 때 이런 기운을 뿜어댔었다.
지금 느낌이 그때 상황과 엇비슷하거나 살짝 덜한 정도였다.
‘와.’
2사도가 저 정도라고?
그럼 잭 스미스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해지는 거야?
그리고 1사도는 또 얼마나 더 센 건데?
‘그리고 그전에.’
저런 걸 이길 수 있기나 할까?
주동훈은 순간 진심으로 바랐다.
우리 비나사가 한 번 더 이곳으로 와주길.
물론, 당연히 그럴 일은 없을 거고.
“후.”
암담한 한숨을 내쉰 주동훈이 전방을 바라봤다.
중앙에 검은 날개를 펄럭이는 사내가 보인다.
2사도, 아가레스.
– 바사고! 마르바스!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앞으로 나와라! 불만이 있으면 직접 내 눈앞에서 지껄여 보란 말이다!
화르륵!
주동훈이 창을 다시 뽑아 들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차례가 왔다.
‘내가 빠질 순 없지.’
바사고, 마르바스와 함께 합공해야겠지만 뭐…….
마계 보스 레이드라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그것도 보상을 몸속에 한가득 쌓아둔 히든 보스 말이다.
‘어디 한번.’
붙어보자고.
파앗!
주동훈이 바닥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