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9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98화
스페이스 경매장(1)
잭 스미스는 약 이틀간 사경을 헤매다 일어났다.
의식이 없을 때 힘들어하던 것 치고는 그의 표정이 굉장히 밝아 보였다.
“오랜만에 잠을 푹 잔 기분이다.”
오히려 개운하다는 듯 기지개를 켰다.
마치 보양식이라도 먹은 것처럼 안식이 밝아진 이유는 당연히 마신의 축복 덕이다.
“주동훈, 고맙다. 네 덕에 또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었어.”
“에이,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잭은 굳이 자세한 사항을 묻지 않았다.
그저 주동훈이 강한 만큼 말도 안 되는 기연을 가지고 있고, 그 기연의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추적하고 있을 거라 예상할 뿐이었다.
잭, 자신도 그래왔었으니.
“저는 다시 무릉도원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같이 가실 거죠?”
“흐음.”
고개를 살짝 숙인 잭이 고민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 지금은 2사도의 업무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즉위한 이후로 제대로 된 업무조차 본 적 없으니……. 다음 리그까지는 마계에 남아 있으려 한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어차피 성운급 힘을 가지게 된 그가 무릉도원에서 얻어낼 것은 없다.
이제 잭은 명실상부 지구의 이인자이니까.
주동훈은 마계를 허투루 관리할 생각이 없었다.
마신의 지위를 넘겨받은 이상, 마계의 전력은 곧 자신의 전력이나 마찬가지다.
혹시 모를 전쟁에 대비해, 각 사도들도 힘을 기르게끔 도와야겠지.
“영약은 정제되는 대로 마계로 보내드릴게요.”
“후후, 잊지 않았군.”
무기를 잡는 고통을 감내하는 대신, 주기로 했던 영약 반띵.
잭은 정말 안 줘도 상관없었지만, 굳이 준다는 걸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결국, 지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골고루 강해져야 하는 게 맞으니까.
“그럼 감사히 받아먹겠다.”
“아, 그리고.”
주동훈이 막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혹시, 업무 보시는 김에 천계에 대한 정보도 찾아봐 줄 수 있어요?”
“……천계?”
일(日)의 정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
정수들도 그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에, 사도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마계처럼, 우주 구석에 그 세계를 숨겨놓은 터라 찾기가 어렵다나?
“사도들과 합심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지.”
잭이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의 부탁인데, 허투루 할 수는 없는 법.
급한 업무만 끝나면 바로 알아볼 생각이었다.
* * *
월(月)의 정수를 획득한 주동훈은 다시 무릉도원으로 복귀했다.
아, 복귀 전에 기력 2,000을 더 얻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알의 성, 그리고 가미긴의 지역을 찍고 업적 보상으로 기력 1,000씩 받은 것.
조만간 무릉도원의 랭커들도 쭉 한 바퀴씩 답사를 돌릴 예정이었다.
공짜로 기력을 얻을 기회가 있는데, 그걸 놀릴 순 없지.
“길마님!”
복귀 소식을 들었는지, 김진아가 헉헉거리며 바로 뛰어왔다.
항상 보면, 부길마가 참 고생이 많다.
체력 좋은 랭커들이랑 함께 지내느라 힘들겠지.
그녀 역시 체력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일반인 수준을 벗어나진 못하니까.
“어떻게 딱 귀신같이 축제 끝나자마자 와요?”
살짝 눈을 흘기는 그녀.
주동훈이 픽 웃었다.
“축제는 재밌었어요?”
“주인공 없는 축제가 재미있었겠어요?”
“저기 보이는 건 그렇지 않은데요.”
주동훈이 훈련장을 스윽 바라봤다.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한쪽에 정리된 술 박스가 거의 작은 언덕을 이룰 정도.
또 대웅이 형이랑 플로아가 주도해서 한바탕 난리를 벌였겠지.
“어쨌든, 빠진 건 미안해요. 대신 좋은 거 가져왔어요.”
주동훈이 아공간의 술(術)을 펼쳐, 저장해두었던 마족들의 조공품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와, 이게 다 뭐예요?”
김진아가 이를 흥미롭게 쳐다봤다.
“영약이죠. 전부 다 최상품.”
“마계에서 얻어오신 거예요?”
“예, 지도익 할아버지께 이것 좀 우선으로 정제해 달라고 부탁해요. 절반은 마계 쪽에 보낼 거고, 나머지는 우리끼리 나눠 먹읍시다.”
“저도요?”
스릅.
김진아가 군침을 삼켰다.
“당연하죠. 무슨 그런 소릴.”
주동훈이 픽 웃었다.
암, 당연히 김진아도 ‘우리’의 범주에 들어가야지.
그녀가 아무리 비랭커라도 그녀를 제외하고 좋은 걸 나눌 생각은 없었다.
* * *
“……다시.”
휘리릭.
주동훈이 검을 떨치며 묵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앞에는 두 만술(萬術)의 대가, 어르신과 배지민이 있었다.
“고얀 놈, 스승을 이렇게 패는 게 세상에 어디 있느냐!”
“후으윽, 이 제자도 아파 죽겠어요.”
급한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됐으니, 다시 훈련을 재개한 것이다.
“에이, 패다뇨.”
주동훈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르신이 하고 싶다고 하셔놓고선.”
그렇다.
이미 청출어람에 성공한 주동훈을 두고 어르신은 살짝 급해졌다.
또한 욕심이 났다.
본인 또한 성운급에 다다르고 싶은 그러한 욕심.
그래서 이제는 반대로, 노인이 주동훈을 붙잡고 늘어지는 상황이었다.
‘근데, 뭐.’
주동훈이 머리를 긁적였다.
만술(萬術) 정도 되는 무학을 익히는 자가 그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보통의 기연으로는 안 된다.
그 역시 정수가 없었다면…….
또한, 아린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이뤄내지 못했을 거다.
“말이 그렇다는 게지. 어디 계속해 보아라. 내 기어코 오늘, 네 옷깃을 스쳐 보아야겠구나!”
쿠구구구……!
노인이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저도 계속 갈게요! 봐주지 마세요!”
그 옆에서 배지민 역시 검을 꼬나쥐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좋네.’
이 둘의 합공 정도면 제법 실전 훈련으로 할 만했다.
절대 질 일이 없으면서도, 전투 방식이 제법 창의적이라 가끔 당황하는 순간이 나온다.
콰드드득!
주동훈은 검격에 여섯 정수의 힘을 번갈아 가며 섞었다.
‘확실히 컨트롤이 어려워.’
조금만 끌어올려도, 이 무릉도원 자체가 무너져 버릴 수 있다.
그렇기에 아예 먼지 한 톨만큼의 기운만 끌어올리려 노력한다.
그것만으로도.
쿠과가가가가!
검에 부딪힌 노인이 아예 저 뒤로 크레이터를 남기며 쭉 밀려난다.
월(月)의 파괴력.
“미친놈. 도대체 이건 무슨 술(術)이냐!”
어르신은 정수의 힘을 자신이 개발해 낸 새로운 기술이라 생각했다.
사실, 새로운 기술이 맞다.
그 힘을 끌어올려 자신의 방식대로 바꿔서 출수하는 거니까.
“그냥 파괴룡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생각해 주세요.”
“이 괴물 같은 놈!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이냐!”
쿠과가가!
다시 일어난 어르신이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이번엔 금(金)의 기운을 먼지 한 톨만큼 사용한다.
까아앙!
그것만으로도 금강불괴 이상의 단단함을 가지게 된다.
“이건 사기예요!”
이를 악문 배지민이 외쳤다.
천재적인 발상으로 주동훈을 속여, 허리에 검을 쑤셔 넣으면 뭐 하나.
맞아도 소용이 없는데.
“실전에서도 사기 타령할 거야?”
콰아앙!
주동훈이 가볍게 손을 떨치자.
“끄읏!”
복부에 충격을 받은 배지민이 저 돌산으로 날아가 처박힌다.
“……다시.”
주동훈의 일방적인 훈련은 그렇게 약 다섯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둘은.
기어코 주동훈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 * *
우주 어느 세계.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가져다 박은 듯한 자연경관 속 절벽 꼭대기에 두 사내가 있었다.
“네달람.”
바로 창조룡 일레오르와 무신 네달람.
그들은 간혹가다 이곳에 놀러 오곤 한다.
우주 구석에 박혀 있는 세계로서, 아직 문명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경치가 죽이기에 자주 감상하러 오는 곳이었다.
“예, 일레오르.”
네달람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려 3,348개.
단 한 경기로 벌어들인 수익이 이 정도인데 어찌 기쁘지 않으랴.
[은하급 : 1~50개] [은하군급 : 50개 이상] [은하단급 : 1,000개 이상] [초은하단급 : 100,000개 이상]해당 기준으로 봤을 때, 네달람은 벌써 은하단급 초월자에 들어섰다.
그 어떤 노력도 없이, 후원을 잘했다는 그 하나만의 이유로 말이다.
“그거 아느냐? 이번 경기 하나로 넌 챔피언스 리그에 돈을 걸 자격이 생겼어.”
챌린저들의 전장.
챔스 리그는 최소 정수 베팅 금액이 무려 정수 1,000개다.
“이제부터 그 정수를 더욱 유의미하게 불려 나갈 수 있지. 물론, 지금처럼 그 안목만 유지할 수 있다면 말이야.”
일레오르가 낄낄거렸다.
“어때, 곧 열릴 챔스 리그가 하나 있는데 볼 테냐?”
일레오르는 네달람을 거의 친구처럼 대했다.
생각보다 묵직하니, 성격도 좋고 안목도 좋은 데다가.
최근에는 그에게 제법 수익도 안겨주지 않았던가.
솔직히 그것과 별개로, 그와 함께 노는 게 재미있었다.
“으음, 일레오르.”
그 말을 듣던 네달람이 슬쩍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당분간은 주동훈에게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오, 그래? 하긴.”
일레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게 후원까지 성공했는데, 뽑아먹긴 해야지.”
또한 처음부터 챔스 리그에 막 덤벼들다가 패가망신할 수 있다.
노름의 신이라며 기라성처럼 등장했다, 저 밑바닥까지 추락한 초월자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일레오르는 그런 네달람의 신중한 성격 또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일레오르.”
네달람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아까부터 그렇게 뜸을 들이는 게냐. 시원하게 말해봐라.”
“리그가 한 판 끝났으니, 제가 또 주동훈을 후원할 수 있지 않습니까?”
“맞지.”
후원자는 해당 행성 기준으로 1년에 한 번.
보상이나, 후원을 해줄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그렇게 많이 후원해 줄 필요가 없다.”
“……예, 알고 있습니다.”
일레오르가 말하는 요지는 그렇다.
지금이야 첫 후원이라 정수를 기여도에 따라 그렇게 많이 뜯어먹을 수 있었지.
두 번째 후원부터는 사정이 좀 달라진다.
그가 주는 보상 또는 조언과는 별개로.
주동훈이 또 하나의 후원자를 뽑게 되기 때문이다.
“리그의 플레이어들이 총 셋의 후원자를 둘 수 있다는 것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래. 네놈이 괜히 큰 정수 지출로 후원자를 키워내도 그 과실을 다른 후원자랑 나눠 먹어야 하니까. 확실히 가성비가 떨어지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비싼 정수 들여서 산 보상으로 주동훈을 열심히 키워놨더니.
막상 경기 끝나고 기여도 보상은 다른 후원자랑 절반으로 나눠야 한다니.
게다가 또 다음 경기는?
후원자가 셋이니 1/3로 나눠야 한다.
“그래서 말입니다.”
“끌끌,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겠다.”
눈치 빠른 일레오르는 네달람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했다.
“나보고 주동훈을 후원하라는 게냐?”
“예.”
네달람이 즉각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주시면 다음 수익은 서로 반반씩 나눠 가질 수 있지 않습니까.”
“내가 굳이 왜 그래야 하지?”
게다가 계산법도 이상하다.
만약 자신이 후원한다면?
자신의 후원 금액은 자신 거고, 네달람의 후원 금액만 반으로 나눠서 더 가져와야 옳다.
그게 원래의 계약이니까.
즉, 일레오르가 총수익의 3/4를 먹어야 했다.
“대신 후원 보상은 제 사비로 제가 지급하겠습니다.”
“……뭐라?”
일레오르가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네달람이 좋다지만, 그는 철저한 노름꾼이다.
절대 정으로 손해를 보는 성격은 아니었다.
“보상은 어떤 거로 하려는데?”
“……경매장에 갈 생각입니다.”
“호오, 경매장이면……. 스페이스 경매장을 말하는 게냐?”
스페이스 경매장.
우주에 널브러진 각종 세계에서 전설급으로 여겨지는 아이템들이 몰려드는 곳.
대부분 초월자들이 자신이 사용할 것을 구하기 위해 다니는 곳이다.
또한, 아이템에 비해 모이는 초월자들이 무수하기에 성능보다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기도 하는 곳.
물론, 일부는 후원자들을 위해 살 아이템을 알아보기도 하는데.
이는 극소수다.
왜냐.
당연히 비싸니까.
최소가 정수 5개 이상이며, 비싼 건 한도 끝도 없이 치솟는다.
정수 하나도 소중한 그들이, 그런 말도 안 되게 비싼 걸 후원자에게 왜 퍼주겠는가.
“흐으음, 그래? 그건 조금 구미가 당기는구나.”
보상을 본인이 지급하는 대신, 후원만 해달라니.
“어차피 일레오르께서 후원하지 않으시면, 다른 후원자가 우리 보상을 절반이나 낚아채 갈 것입니다. 그래도 좋으십니까?”
“끌끌, 그 대신 우리끼리 얻는 수익을 다 합쳐서 반으로 나누자?”
“예, 그냥 서로의 것을 각자 가져가는 조건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럼 확실하지 않습니까.”
제법 명랑한 딜이었다.
어차피 일레오르에게는 손해 볼 것 없는 딜이기도 했다.
남에게 50% 빼앗긴 걸 나누는 것보다, 그냥 전체의 50%를 먹어버리는 게 더욱 큰 수익이니까.
“좋아, 아이템은 얼마짜리 살 건데?”
그가 웃었다.
“으음, 서운하지 않으시게끔 어느 정도 값이 있는 것으로 지를 예정입니다. 일레오르도 소중한 알을 내어놓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확실히 나쁘지 않다.
“그래, 그럼 다음 후원자 목록으로 쓸 테니, 네가 알아서 날 뽑게끔 만들어라.”
“후우, 여부가 있겠습니까.”
네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