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1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11화
천계(4)
그 시각.
천계 주천사 회의실.
자드키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쉬말, 무리엘……. 너희는 응답해서 왔는데, 야리엘은 어디 있는 거지?”
네 주천사 중 셋은 자드키엘의 호출에 응했으나, 나머지 하나.
야리엘의 응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리엘은 참……. 안 되겠군. 비상 호출망은 꼭 열어두라고 했건만.”
창을 어깨에 이고 있는 천사, 무리엘이 혀를 찼다.
“평화가 오래되었던 거지. 아주 물러 터져 버렸어.”
하쉬말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우리끼리 진행하면 안 되나? 주천사 넷이 꼭 다 모여야 할 정도로 다급한 일인가?”
“다급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우리끼리 진행해도 된다.”
자드키엘이 답했다.
어차피 웬만한 사건은 주천사급에서 해결된다.
그렇기에 상품 천사들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재량껏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높으신 분들을 부르는 것은 자신의 무능함을 입증하는 것.
자드키엘은 야리엘 없이 회의를 진행키로 했다.
“여기를 보아라.”
촤르륵!
그가 준비한 자료를 보기 좋게 펼쳤다.
그곳에는 넓은 천계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이쪽, 이쪽, 이쪽……. 그리고 이쪽, 이쪽. 총 다섯 곳의 권천사들이 모조리 사살당했다.”
“권천사가?”
무리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쉬말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놀랍군. 균열의 틈이 벌어졌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들이 권천사를 상대할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그렇다.”
자드키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여기 지역을 보면 죄다 떨어져 있어. 권천사를 상대할 수 있는 무리가 다섯 이상이라는 뜻이지.”
“흐음……. 제법이로군.”
“제법이긴 한데, 그 정도면 권천사들을 더 투입하면 해결될 일 아닌가?”
하쉬말과 무리엘의 반응은 뚱했다.
지금처럼 약해진 상황에서 인간이 권천사를 이길 수 있는 경우도 나올 수 있겠다 생각했기 때문.
“천사 부대야 많잖아?”
“맞아,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 해도 권천사 여럿이면 이길 수 없다는 게 정론 아니었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여기 보이나?”
고개를 흔든 자드키엘이 마법구를 켰다.
– 긴급 보고입니다! 권천사 셋을 포함한 천사 부대가 몰살당했습니다.
– 상대는 검의 귀재입니다! 검으로 베어 넘기는데 잘 보이지가 않아, 당해낼 수 없습니다!
– 생존한 천사가 말하기를 창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자가 있답니다!
– 믿을 수 없습니다! 분명 정령 왕이었습니다! 이 시대에도 정령왕을 부릴 줄 아는 인간이 있다니! 그것도 네 정령왕 모두를 소환했습니다!
– 상대가 좀비입니다! 또한 수가 엄청납니다! 스켈레톤이 신전 주위를 한가득 뒤덮고 있습니다.
…….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보고들.
그제야 하쉬말과 무리엘의 표정이 굳었다.
“……정말 심각하긴 한가 보군.”
“대천사들께 보고하려다가 너희를 먼저 불렀다.”
“암, 그래야지. 잘했다.”
하쉬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일 하나 해결 못 하면, 자리에서 내려와야지.”
“우리가 나서면 되는 건가? 각자 뜯어져서? 지역이 다섯 곳인데, 하필 우리는 넷……. 아니, 야리엘이 없으니 셋이군.”
무리엘이 다시 혀를 찼다.
“야리엘, 그자는 아직도 답이 없는 건가? 도대체가 주천사라는 자가 어찌 그렇게 경황이 없어서야!”
“…….”
자드키엘이 말없이 마법구를 만지며, 다시 야리엘에게 신호를 보내는 와중에.
덜컹!
회의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누구냐! 감히 노크도 없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뒤돌며 윽박지르던 무리엘이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들어온 상대가 자신과 같은 위(位)의 천사인 야리엘이었기 때문.
“뭐냐……. 야리엘. 아니, 저게 야리엘이 맞나?”
들어온 야리엘의 얼굴은 평소의 것이 아니었다.
물에 불린 듯 불어 터져 있었고, 곳곳에는 피멍이 가득했다.
야리엘이 아니라, 인간들의 주식 중 하나인 호빵이라 불러도 될 정도.
“허억, 헉, 허억!”
들어와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심호흡을 하는 그.
“뭐냐.”
무리엘이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주천사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상황이 심각함을 다시 한번 느낀 탓이다.
현 천계에서 주천사인 야리엘을 저 모양 저 꼴로 만들 수 있는 자?
단언컨대 대천사들 뿐이다.
당연히 대천사가 야리엘을 저렇게 만들었을 리는 없으니…….
“설마, 놈들에게 당한 거냐? 네가?”
자드키엘이 다급하게 물었다.
“……흐억, 보통……. 놈이 아니었다. 당장 대천사님들께 알려야 한다.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는 야리엘의 표정은 누가 봐도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무리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실망이군. 주천사라는 놈이 겁먹고 대천사님 등 뒤에 숨으려는 꼴이라.”
“시끄럽다! 허억, 헉! 네가 가서 당해보면 그런 말 안 나온다!”
“헛소리.”
무리엘이 팔짱을 꼈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고 해도, 난 너처럼 겁에 질리지 않아.”
으드득.
야리엘이 이를 갈았다.
저 빌어먹을 무리엘.
당해보지도 않아놓고 확언하는 꼴이라니.
사실.
야리엘 역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긴 했다.
과거의 자신이었다 해도 무리엘처럼 저렇게 반응했을 테니.
부르르.
그가 몸을 떨었다.
‘진짜 미친놈이었다.’
인간임에도.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놈.
어디를 어떻게 두들겨야 아픈지 소름 돋게 잘 아는 놈이었다.
‘분명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어.’
천사가 된 이후로, 그토록 맞아본 적이 있던가?
아니 삶이란 것을 살아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놈에게 다시 처맞느니, 차라리 지옥에 떨어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
“어쨌든, 빨리 대천사들께 알려야 한단 말이다!”
“시끄럽다, 야리엘.”
자드키엘이 나섰다.
그가 싸늘한 눈으로 야리엘을 응시했다.
“네 꼴이 그렇게 보기 좋아 보이진 않으니 자중하라. 우선 어디서 어떻게 당한 건지부터 말하도록.”
“내 신전 앞이었다. 생존한 권천사 중 하나가 내게 보고했고, 바로 응징하기 위해서 갔지. 가서 보기 좋게 두들겨 맞았다.”
“……맞아?”
자드키엘은 살짝 이해할 수 없었다.
주천사쯤 되면, 목숨 걸고 싸워도 모자랄 판에 그냥 때리기만 했다고?
“네가 그냥 맞고만 있었다고?”
“아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 무지막지한 놈이라고! 단언컨대 단 한 대도 피할 수 없었다. 그놈은 괴물이야. 아니, 악마다. 마계의 마왕보다 더한 악마야……! 아마 마계 놈들도 그놈을 만나면 도망갈 수 있을 거다!”
“흐음…….”
자드키엘이 턱을 짚으며 고민했다.
야리엘이 저 정도로 말하는 것 보면, 정말 강한 상대라는 건데…….
“우리 넷이 힘을 합쳐도 상대하기 어렵겠나?”
“우리 넷? 설마 그놈한테 다시 가라고? 난 못 간다! 절대 못 가!”
“……타락했군. 야리엘.”
이곳에 들인 자를 무조건 처단하라는 게 천신의 명이다.
그 명을 겁에 질려 어기다니.
자드키엘의 눈에 야리엘은 타락 천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타락은 개뿔! 갈 거면 너희끼리 가라!”
야리엘이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
주천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야리엘이 본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누구보다 용기 있고 정의를 아는 천사였는데.
“어떡하지?”
하쉬말이 물었다.
“야리엘이 저 정도까지 하는 것 보면, 꽤나 버거운 상대임이 틀림없다.”
“그건 나도 안다.”
주천사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뿐이지, 야리엘의 꼴을 보고 무조건 대천사께 보고해야 하는 상황임을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일단 내가 미카엘께 보고하겠다.”
“미카엘께 바로?”
“균열이 흐트러졌을 때부터 날 찾아오셨다. 특이사항이 있으면 직통으로 보고하라 하셨지.”
“그래? 그럼 그놈은……. 그냥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두나?”
“……우선 미카엘의 뜻을 듣고, 그때 판단하도록 하지.”
자드키엘이 상품 천사들과 연결할 수 있는 마법구를 집어 들 찰나였다.
쿠웅!
저 멀리서 문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와 함께.
“끄아악!”
“끄으아아아악!”
천사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무슨 일이지?”
자드키엘이 눈살을 찌푸렸고.
‘허억.’
야리엘이 입을 떡 벌리고 그 벌린 입을 양손으로 가렸다.
‘설마…….’
그의 동공이 확장됐다.
‘설마 뒤를 밟힌 건가?’
싶을 찰나.
콰아아아아앙!
닫혀 있던 문이 대포처럼 박살 나 저 멀리 표창처럼 날아가 벽면에 꽂혀 버렸다.
먼지가 피어올랐고.
그 사이로 한 사내가 저벅저벅 걸어들어왔다.
“호오, 요놈들 이런데 숨어 있었네?”
시퍼런 둔기 하나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여유롭다.
“……이게 무슨!”
세 주천사가 곧바로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하쉬말은 활.
무리엘은 창.
자드키엘은 철컥! 주먹에 건틀릿을 채웠다.
그리고 야리엘은.
“으, 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건물의 벽을 부수고 도망가고 있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저게…….’
주천사들이 그런 야리엘을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세상에 어떤 천사가 적을 앞에 두고 도망간단 말인가!
‘저건 주천사 탈락이다. 아니, 일반 천사가 될 자격도 없는 놈이야.’
‘내 책임지고 미카엘께 보고해 저놈만큼은 징벌하고 말겠다.’
그들이 이를 갈 동안.
투웅, 투웅!
주동훈은 슬며시 미소 지으며, 손바닥에 둔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너희가 아까 걔 상관이야?”
주동훈의 시선이 자드키엘을 향했다.
내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나마 강한 쪽을 바라본 것뿐이었다.
[월(月) : 아니. 저놈들이 내가 말했던 주천사 넷이다. 자드키엘, 하쉬말, 야리엘, 무리엘. 세월이 많이 지나 바뀐 줄 알았더니 그대로구만.]아아.
상관이 아니었네?
뭐, 그래도 상관없다.
상관 아니니까 각자 30분씩 패면 되겠지.
[월(月) : 크하하핫! 그래그래, 시원하니 좋구나!]월이 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하는 동안, 주천사들이 주동훈을 바라봤다.
“네가 야리엘을 저렇게 만든 장본인인가?”
“아아, 저기 겁먹고 튄 놈? 맞아.”
주동훈이 씩 웃었다.
“그리고 너희도 곧 저렇게 될 거야. 그래, 말 나온 김에 자드키엘 너부터 덤빌래?”
흠칫.
주동훈의 말에 자드키엘이 몸을 움찔했다.
“나를……. 알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억겁의 세월 전에 활동했던 천사인 자신을 어찌 현시대의 인간이 알고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니면 하쉬말? 너부터 할 거냐? 아니면 무리엘? 너부터 덤벼도 되고. 아니다. 그냥 셋 다 덤벼. 귀찮으니까.”
저 인간은 자신들의 정체를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었다.
“……설마.”
하쉬말이 이를 갈았다.
“야리엘, 그놈이 다 불어버린 건 아니겠지?”
“맞네. 그게 아니면 우릴 알 수가 없지.”
“건방진 인간. 우리가 야리엘처럼 겁먹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무리엘이 창을 내리며 눈을 번뜩였다.
“혹여 네가 정말 강하다 하더라도, 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널 찌르다 죽을 것이니.”
“후우.”
주동훈이 한숨 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발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랄게.”
스윽.
주동훈이 손바닥을 치던 둔기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