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4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42화
이벤트 매치(3)
[수(水) : 호오.]5% 제안에 수가 반응했다.
일레오르에게 전해지지 않게, 주동훈의 시야에만 보이는 채팅창이었다.
[수(水) : 5%면 좀 많지 않냐?]100%가 일곱 신(神)들의 힘을 하나로 합쳤을 때의 기준이면 어마어마한 게 맞다.
아마 비신(非神) 중 가장 많은 정수를 소유한 존재로 남게 되겠지.
[수(水) : 하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창조룡의 수장을 확실한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지.]그래요?
[수(水) : 무려 태초룡이다. 우리가 만든 존재가 아닌, 이 우주에 원래부터 존재했던 자들의 존재감은 장난이 아니야. 수백 창조룡의 지원은 추후에 있을 전장에서 필히 큰 도움이 될 거다.]***
‘5%라.’
일레오르가 기꺼운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싹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싹이 텄구나.”
“꽤나 매력적인 제안이지요?”
주동훈이 마주 미소 지었다.
“매력적이기야 하지.”
왜 아니겠는가.
5%의 힘은 엄청나다.
신이 일곱이니 5%를 가져간 95%의 상태를 일곱으로 나누면 대략 13.5%의 힘이다.
신 하나당 13.5% 정도의 출력을 낼 때, 본인이 5%의 힘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분명 전쟁이 길어지면, 다른 집단…….
요컨대 파괴룡 수장 놈한테도 이런 제안을 할 테고.
그렇게 되면 추후엔 정말 신과 비슷한 힘을 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신 쪽의 힘이 더 줄어들 터이니.
“하나 더 말씀드리지요.”
저벅.
주동훈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누군가에게 5%를 떼어주는 것은 일레오르가 마지막일 겁니다. 혹여 누군가를 포섭하기 위해 힘을 떼어줄 것을 약속한다면, 분명 그 비율이 낮아지겠지요. 5%는 일종의 얼리 버드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얼리 버드?”
“일찍 누리는 혜택이지요. 절 먼저 도왔으니, 그만큼의 보상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크, 크흐흣.”
일레오르는 끓어오르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계산이 빠른 그는 성공했을 때의 미래가 그려졌다.
자신이 파괴룡 수장 놈보다 더 강해져 있을 그 모습이.
“분명 한없이 적은 세월을 살았을 텐데, 네 제안에서 제법 현명함이 묻어나는구나.”
“제 뒤에는 구신들이 있으니까요.”
“그렇지, 그렇겠지.”
일레오르가 턱을 잡고 고민했다.
옆에 있는 네달람은 [이게 무슨 일이지?] 생각하면서도 끼어들지 않았다.
무언가 중요한 상황임을 본능적으로 인지한 탓이었다.
‘과연.’
일레오르는 오랜 세월을 살았다.
이 우주에서 얼마 남지 않은 구신(舊神)의 세대와 현신(現神)의 세대를 모두 체험해 본 존재.
몬드라를 비롯해 웬만한 거물들도 구신(舊神)을 아는 자가 없을 만큼의 오랜 세월이 흐른 게 당금의 우주다.
이미 구신(舊神)이란 말 자체도 자신이 지어낸 것 아니던가.
각설하고.
두 세대를 비교해 봤을 때, 마음에 드는 쪽은 솔직히 구신이었다.
왜냐, 지금 신들은 이기적으로 자신 배 채우기에만 바빠 있거든.
수많은 세월 동안 그들이 수수료로 쌓아 올린 힘만 생각해도 답이 나온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렇기에 위험하다.
도전할 용기조차 생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상대다.
통찰력이 가득한 그가 이 전쟁을 승률로 따졌을 땐, 우주의 먼지 한 톨만큼도 나오지 않는다.
“네 몸에 구신의 힘이 잠들어 있단 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그 힘만으로는 턱도 없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차츰 모아야지요.”
“……가능성 없는 게임에 참전하라? 이 일레오르 더러?”
“생각해 보세요.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었다면, 제가 당신에게 굳이 5%의 보상을 제안했겠습니까?”
“…….”
일레오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절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 찝찝한 기분은 무엇이란 말인가.
머릿속이 그 어느 때보다 홱홱 돌아가고 있었지만, 쉽사리 답이 나오진 않는다.
“고민이 되겠지요. 저도 당장의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가?”
“예.”
그저 고민할 시간 동안 중립을 유지하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주동훈에겐 가치가 있었다.
“충분히 고민해 보시고, 결정이 났을 때 다시 찾아오시죠.”
일레오르가 눈을 내리깐 채로 잠잠히 굳어있자, 주동훈이 등을 돌렸다.
일단, 둘의 만남은 여기까지였다.
***
다시 무릉도원으로 복귀했다.
“흐압!”
“하아아압!”
언제나처럼 훈련 중인 랭커들의 기합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김진아 : 간부들 모두 부길마실로 모여주세요. 길마님 소집입니다!]김진아가 채팅창을 날렸다.
대상 간부는 각 팀의 팀장.
천마 하세라, 2사도이자 마왕인 잭, 마탑주 소피아, 신기루 델라일라였다.
– 무슨 일이야?
스스슷!
도착하자마자 하세라가 허공에 글을 새겼고.
“불렀나, 사자.”
잭은 어느 순간부터 주동훈을 사자라 불렀다.
마신의 사자라는 의미인데, 이제 인간의 삶이 아닌 완전한 사도의 삶을 살기로 한 것 같았다.
우우웅!
소피아와 델라일라도 공간을 찢은 채, 부길마실에 등장했다.
김진아가 고용한 비서는 각종 커피와 다과를 준비하느라 분주해졌고.
“앉으세요.”
상석에 앉은 주동훈이 오른손을 뻗어 모두를 앉혔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 랭커들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까?”
지구는 이번 다이아몬드 보상으로 새로운 랭커들이 들어왔다.
기존 사망자들의 빈 자리를 랭킹 1,000위까지의 랭커들로 다시 채운 것이다.
각 팀을 두고 고민하던 그들 모두가 결국은 별천지 산하로 들어왔다.
총원 82명 중.
마왕군 40명, 천마신교 26명, 마탑 16명이었다.
이에 세계 협회 측인 델라일라는 불만이 많았다.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지금에도 볼이 뾰로통하게 올라와 있었다.
“적응은 무슨요. 적응시킬 신입이 있어야 적응도 하는 거죠.”
살짝 가시 돋치게 말한 델라일라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알아요, 알아. 신입들의 가입을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새로운 신입들이 전력에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니……. 근데 서운하긴 해요. 세계 협회가 진짜 꿔다놓은 보릿자루도 아니고.”
“그 문제는 제가 오늘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길마님이요?”
델라일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세계 협회 측 전력이 약한 것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지금도 잭의 산하 군단장이 된 힘으로 버티고 있는 거지, 그 아래 랭커들의 수준은 그야말로 답이 없다 할 수준이었다.
물론, 세계 협회 측 랭커들도 별천지의 가르침을 받는다.
천마신교, 마왕군, 마탑 모두가 이제는 집단에 대한 경쟁 없이 똘똘 뭉쳤다.
랭커는 하나.
정확히는 지구가 하나라는 것을 인지한 탓이다.
이 세상 밖, 우주에 얼마나 많은 종족이 모여있는데.
굳이 우리끼리 견제할 필요는 없었다.
“예.”
스윽.
주동훈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번에 만들어둔 어둠(Dark)의 정수였다.
본래였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바위에 짓눌리는 압박감이 느껴져야 맞지만, 여기 있는 모든 자들은 이미 초월자 이상의 힘을 가졌다.
월(月)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오.”
“이건……. 엄청난 힘인데요?”
“새로 얻은 영단이라도 되는 건가요?”
팀장들이 눈을 빛내며 물었고,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단, 그렇게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딱 이거 하나의 가치가 은하급의 가치라더군요.”
“…….”
은하급.
그 말에 모두가 침을 꼴깍 삼켰다.
이걸 내어주는 이유를 대충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랭커들을 위한 거야? 그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려고?”
마탑주 소피아가 말했다.
“맞습니다.”
스켈레톤들, 천계, 마계의 일원들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에 비해, 아직 지구의 랭커들은 저 밑바닥에 있다.
가장 기본적인 성좌급 자체에 도달하지 못한 자들도 태반이다.
“각 팀에게 이걸 하나씩 드릴 겁니다. 팀장들은 이걸 잘 쪼개어서 천천히 기운을 불어넣어 주세요. 너무 급하게 넣으시면 몸이 터져 나갈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고요.”
아직 그릇이 완성되지 않은 이들이다.
천분의 일, 만분의 일로 쪼개어 넣어도, 이 기운을 다스리는 데에만 애먹을 거다.
자신도 첫 정수를 삼켰을 때 그랬었으니.
“본격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는 거군.”
잭이 읊조렸다.
이들 모두 주동훈의 대계를 알고 있다.
김진아에게 설명할 때, 다 같이 있었던 직계 수하들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주동훈이 대꾸했다.
“이번 이벤트 매치 있잖아요?”
이들한테 말하고 싶다.
1등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계약을 어기는 순간, 사망이니까.
그래서 생각해 낸 방안이었다.
“이번 이벤트 매치에 저와 팀장들은 빠질 겁니다. 우리는 그저 뒤에서 구경만 할 거예요.”
“……뭐?”
“진짜야?”
“진짜요?”
팀장들이 경악해 벌떡 일어났다.
여기 모여 있는 다섯이 지구 전력의 전부이다.
나머지는 사실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이들을 데리고 리그를 치르자고?
그럼 1등은커녕 중간에 들기도 힘들 텐데?
“어차피 이번 리그에서는 죽지도 않잖아요. 굳이 1등 하는 것보단 우리 빼고 얼마나 잘 싸울 수 있을지 도와주는 것도 결과적으론 지구 전력을 늘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주동훈은 [우리 1등 하면 안 돼!]를 잘 풀어서 돌려 말했다.
“목표는 8위 이상, 현상 유지하는 거로. 어때요?”
주동훈의 말에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잭 같은 경우엔.
“사자, 네 명령이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지.”
아주 충직한 수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어쨌든, 길마님 말은 매번 우리가 압도적으로 끝내 버리니까……. 애들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거지?”
마탑주가 씩 웃었다.
델라일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동감해요. 결국엔 우리가 압도적으로 세져야 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랭커들이 너무 약하면 생존에 문제가 있을 테니 이런 결정도 필요하긴 하다고 봅니다. 주신 힘. 잘 쪼개어서 써볼게요.”
그녀가 양손으로 정수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다른 데도 각오하셔야 해요. 이번엔 진짜 각 잡고 애들 키울 거니까.”
델라일라의 눈빛이 형형이 빛났다.
주동훈은 나머지에게도 하나씩 내밀었다.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
만약 랭커들이 잘 적응하고 따라와 준다면?
더한 것도 내어줄 수 있었다.
어차피 이번 경기로 수많은 정수를 벌게 될 테니까.
“그럼 다들 흩어져서 힘 내보자고요.”
아직 리그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할 터.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
“……어떻게 된 겁니까?”
주동훈이 사라진 자리.
네달람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리그의 플레이어가 어찌 여기 있을 수 있는 거지?
또한 그걸 일레오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가 구신은 또 뭐고.’
일레오르는 분명 그 구신이란 존재에게 말을 높였다.
단언컨대 처음 보는 모습.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분명 주동훈은 제가 먼저 발견했습니다. 그 이후 일레오르에게 소개해 준 거였는데…….”
“그게 맞다. 이놈아.”
“……그런데 어찌. 설마 예전부터 알던 초월자가 플레이어로 잠입했었는데 그걸 제가 먼저 알아본 겁니까?”
“묻지 마라. 다친다.”
“…….”
“하아, 복잡해 죽겠는데 옆에서 자꾸 조잘조잘. 일단, 이번 베팅은 없는 거로 한다.”
“예……? 지구에 안 겁니까?”
“이런 멍청한 놈. 그 지능으로 어찌 무신을 달았는지 아직도 신기하구나. 이번 이벤트 매치를 기획한 몬드 측 존재와 접선한 걸 눈앞에서 봤는데도 지구를 택한다고? 소중한 정수, 애먼 데 쓰려면 그냥 적선이나 하거라.”
“…….”
네달람은 억울했다.
그냥 복잡해 보이시길래, 분위기 전환상 말을 건 것뿐이었는데.
그도 대충의 분위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주동훈은 분명 이런 말을 했다.
– 모든 신(神)을 수복했을 때 제힘의 5%를 떼어드리겠습니다.
신을 정복하겠노라고.
실로 오만한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불끈.
네달람이 주먹을 꽉 쥐었다.
‘신을 제거하는 것.’
플레이어라면 안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다.
어떤 행성이든 각성을 하게 되고, 리그 판에 장기 말로 끼어들기까지 정체 모를 초월자에 대한 증오를 키운다.
평화롭게 살던 이들을 죽음이란 공포로 억압하고, 강제로 경기를 치르게끔 하던 원흉이니까.
하지만?
초월자가 되는 순간, 낙담하게 된다.
모든 것의 원흉인 신(神)이란 존재가 얼마나 거대하고 위대한지 주변 초월자들을 통해 수없이 듣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플레이어 때처럼 자연스럽게 순응하게 되는데.
‘주동훈은 분명 신을 죽이고자 했다.’
그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만약 진짜 그런 거라면.
‘나도 도와주고 싶다.’
그게 네달람의 솔직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