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4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46화
그릇에 맞게 행동해야지(1)
스켈레톤, 천계, 마계.
주동훈의 굳건한 세 라인 중 둘.
천계와 마계의 전력에 대해서 한 번 더 짚고 넘어가 보자.
일단.
천신과 마신이 봉인 상태였을 때.
즉, 신(神)의 힘을 아예 받지 않았을 때 기준으로 대천사와 사도들은 성운급이었다.
치천사 미카엘과 1사도 바알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거대 성운이었고.
하지만?
이제 이들은 신(神)의 힘을 나누어 받는다.
일(日)과 월(月)이 강해지는 만큼, 그들의 힘도 비례하여 강해진다.
때문에, 천계의 상품 천사들과 마계의 상급 마왕들은 이미 모두 초월체나 다름없었다.
인지 마법으로 숨기고는 있었지만.
“천신의 대리인을 뵙니다.”
“천신의 대리인을 뵙니다.”
무릉도원의 대전으로 일곱 천사가 들어섰다.
최고의 천사, 치천사 미카엘부터.
지천사장 가브리엘.
좌천사장 우리엘.
총사령관 라파엘.
제1 역천사장 사리엘.
제2 역천사장 라구엘.
주천사장 라미엘까지.
천계는 이들을 7대 천사라 부르며 천족들은 이들을 존경하고 따른다.
이들이야말로 천신을 제외한 천계의 기둥이라 불리는 자들.
“앉아라.”
주동훈이 명령하자, 그들 모두 군말 없이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다음은.
“마신의 사자를 뵙습니다.”
“사자를 뵙습니다!”
마계의 절대자들이 입장했다.
1사도 바알부터.
2사도 잭 스미스.
3사도 바사고.
4사도 가미긴.
5사도 마르바스까지.
마계의 최상급 마왕들이자, 한때 우주를 지배했던 진정한 악마들이다.
이들 모두.
향후 있을 전쟁에 대비해 우주 외곽에 숨어 힘을 기르고 있다가, 주동훈의 호출로 황급히 도착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입을 뗐다.
“너희도 알겠지만, 나는 우주의 진짜 주인을 찾으려 하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미카엘이 답했다.
우주의 진짜 주인.
천신과 마신, 그리고 그 친우들의 힘을 말하는 거겠지.
“원래는 우주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너희에게 숨어서 힘을 기르라 했었지.”
“그 말씀을 번복하시려는 겁니까?”
“숨는 것만이 답이 아님을 이번에 알았다.”
우주도 하나의 세상이었다.
거래소가 있었으며, 투기꾼들이 널렸고, 초월자 간에도 생산과 소비를 하고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경제 활동이 돌아가고 있었다.
“쇄국이랍시고 안에 틀어박혀 있어서는 발전을 도모할 수 없어.”
“하면, 마신의 뜻이 무엇입니까.”
이번엔 바알이 일어나 말했다.
“알려주시면 뜻대로 하겠습니다.”
이유는 필요 없다.
뜻을 알면?
그 뜻에 맞게 행하면 될 뿐.
“우주로 진출해 집단을 만들 거다.”
“……저희가 말입니까?”
천계의 총사령관 라파엘이 의문을 표하자, 다른 대천사들도 각자가 생각하는 우려를 말했다.
“그러다 혹여 들키면 어찌합니까.”
“분명 우리 종족의 존재를 아는 초월자들이 있을 겁니다.”
“인지 마법이 튼튼한 것은 알고 있으나, 현 우주 찬탈자들을 만나게 된다면…….”
주동훈 혼자 숨기고 나다니는 것까지는 괜찮다.
현 신(神)들은 이미 너무도 막강한 힘을 쌓아두어서, 웬만큼 우주 일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주동훈을 찾을 확률?
해변가 모래밭에서 뭉뚝한 다이아몬드 한 조각을 찾을 확률이다.
하지만, 그 다이아몬드가 한곳에 뭉텅이로 몰려 있다면?
반짝반짝해서 눈에 띄지 않겠는가?
“호호호, 이런 겁쟁이들.”
듣고 있던 가미긴이 참견한 것은 그때였다.
“사자께서 시키면 그냥 알겠다고 하면 될 것을 무엇이 그리 걱정이 많더냐.”
“우리가 겁쟁이가 아니라, 너희가 멍청한 거다.”
라파엘이 코웃음 쳤다.
“당연히 대리자께서 시키면 할 거다. 아니, 해야만 한다. 다만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야 대리자께서 의도한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의 뒷수습은?”
“흥, 불상사 생각하면 할 일도 못 하지. 이 세상에 확실한 게 있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다들 그만.”
바알이 손을 들어 언쟁의 시작을 멈추었다.
“예의를 지켜라. 마신께서 보고 계신다.”
“…….”
“…….”
마신이 보고 있다는 말은, 천신도 보고 있다는 말.
라파엘도 찔끔해 뒤로 물러섰다.
[월(月) : 불편한 그림이로군.] [일(日) : 피차일반이에요.] [월(月) : 그래도 개인적으론 우리 애들이 멋있는데? 상명하복. 상관의 명령엔 토 달지 않는다. 크으으으.] [일(日) : 대책 없이 따르다가 사고 치는 게 항상 그쪽 애들이 하던 짓이었죠. 무식하게 싸움하는 것밖엔 몰라서는.] [월(月) : 뭬야?!]다들 조용.
주동훈이 두 기운을 억눌렀다.
채팅창이 깔끔해졌다.
정적이 흘렀고.
대천사들과 사도들이 주동훈을 빤히 바라봤다.
스윽.
주동훈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정제한 어둠(Dark)의 정수와 빛(Light)의 정수였다.
“이게 현 우주에서 쓰이는 화폐이자, 힘이다.”
“……저건.”
대천사들의 두 눈에 파문이 일었다.
느껴지는 거다.
그 안에 담긴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우주의 초월자들은 이것을 얻기 위해 피가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지. 구석에 숨어서 힘을 기른다고 강해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한다고 강해질 수 있는 우주가 아니다. 당금의 우주는 이걸 모아야 강해진다.”
“…….”
“앞으로 우리는 이걸 벌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참여할 거다.”
우주는 지구의 역사와도 비슷했다.
칼을 휘두르고 활을 잘 쏠 수 있었던 게 힘이었던 세상에서 자본이 힘을 결정하는 세상으로 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었지.
이 우주도 똑같았다.
정수를 어떻게든 더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존재가 제일 강한 세상.
이 우주를 지구로 치환하면 현신들은 하나의 패권 국가다.
19세기의 영국이나 20세기의 미국, 현 별천지 소속 대한민국처럼.
국제 사회에서 다른 곳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국가.
그리고 주동훈은?
패권 국가를 상대하려는 일개 작은 사업가다.
이제는 살짝 중소기업 정도의 부를 쌓아 올린 사업가.
‘하지만.’
지구에서는 간혹 그 작은 사업가가 성장해 패권국을 좌지우지할 만한 힘을 기르기도 했다.
19세기의 영국 귀족이나 20세기 유대인 기업 가문들처럼 말이다.
“대천사들.”
주동훈이 미카엘을 바라봤다.
“그리고 사도들.”
이번에는 바알을 바라봤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이제부터 우주로 진출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곳으로 스며들어 정수를 축적하는 단체를 만들어낼 거다. 단, 신(神)들에게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 거야. 자세한 얘기는 여기, 부길마에게 들어라.”
주동훈이 김진아를 가리키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걸어 나왔다.
“지구에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개념이 있어요. 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단체를 뜻하는 건데. 보통은 자금 출처를 세탁하려고 쓰는 거거든요? 우리도 최대한 복잡하게 꼬아서 벌어들인 정수를 여러 곳에 퍼뜨려 놓을 거예요.”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번에 받을 711만 정수도 엄청난 양이지만 나중에 711억 정수가 되고, 711조 정수가 되면?
그 힘을 보고도 신(神)이 가만히 있을까는 의심해 봐야 한다.
현 우주는 독재체제의 공산당과도 같다.
원래 본인을 위협할 만큼 커지면 곧바로 숙청하는 게 독재자의 정석.
숨기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니, 여러 집단에 나누어 숨긴다는 발상이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조심하자는 말씀이로군요.”
“아, 그리고.”
짝!
김진아가 손뼉을 쳤다.
“두 집단은 일종의 경쟁을 할 겁니다.”
“……경쟁.”
대천사들과 사도들의 귀가 쫑긋했다.
“네, 이 우주에는 거물이라 부르는 존재들이 있죠. 별처럼 수많은 초월자가 있지만, 그 거물의 이름은 웬만한 초월자들이 알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분명 집단을 그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전 자신 있어요. 결국은 가운데서 제가 통제할 거니까요.”
실로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멋있었다.
이 드넓은 우주의 초월자들을 상대로 한낱 미물에 불과한 김진아가 밀리지 않겠다 선포하는 그 배포가.
대천사와 사도들은 궁금했다.
저 인간의 머릿속엔 얼마나 큰 그림이 들어가 있을까?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해요. 먼저 성장하는 쪽이 더 대단한 것. 저는 길마님께 매일 보고할 거예요. 어떤 집단이 가장 잘하고 가장 쓸모 있는지.”
“…….”
“…….”
라파엘과 가미긴의 눈빛에 일종의 호승심이 깃들었다.
“아무렴, 설렁설렁해도 마계 놈들보단 잘할 겁니다. 전투에 환장한 놈들이라.”
“웃기는군. 그런 놈들이 지구의 인간들을 보자마자 썰어버렸냐?”
“그건……!”
“둘 다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나.”
바알이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으르렁거리자, 김진아가 픽 웃었다.
“아뇨, 괜찮아요. 경쟁 심리도 생기고 좋죠, 뭐. 아, 그리고. 단체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분명 초월자들도 고용하고 할 거 아니에요?”
“……초월자들은 우리 종족들로만 쓰는 게 아니었나?”
바알이 묻자, 김진아가 검지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니죠, 아니죠. 바알! 마이너스 1점.”
“크흠?”
“스케일을 크게 가져야죠. 제가 생각하는 집단은 우주 전체를 지배할 만큼 거대한 단체예요. 당연히 일반 초월자나 관리자도 고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군.”
“어쨌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겁니다. 그 고용되는 초월자들 있잖아요. 걔들이 절대 우리 길마님의 존재를 알아서는 안 될 것.”
그게 핵심이었다.
자금은 주동훈이 벌어 소유하겠지만, 우주의 시선으로 보면 주동훈은 무일푼에 가까워야 한다.
그래야 더 마음껏 설치고 다닐 수 있다.
“자세한 건 따로 알려드릴게요. 소통할 방법만 마련해 주세요. 그리고 일단 가용한 초월자들은 하나둘 서서히 시스템에 등록부터 하세요.”
차근차근.
김진아의 계획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다음 날.
주동훈은 몬드라가 안내한 행성으로 향했다.
꽤 많은 양의 정수가 오가는 일이기에, 장소는 우주 외곽으로 정해졌다.
참고로 우주는 굉장히 광활하여, 외곽으로 가면 각 잡고 미행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우주가 사하라 사막이라면, 그 사막의 모래알이 우주 외곽의 행성 하나라고 보면 된다.
천계와 마계가 억겁의 세월 동안 신(神)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던 것도 그 이유였다.
– 여긴가 봐요!
당연히 김진아 역시 따라왔다.
이제 그녀는 주동훈의 분신과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모든 상황을 보고 판단하며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주는 개인 비서이자, 최고의 컨설턴트.
“왔나?”
몬드라는 예정대로 장소에 나와 있었다.
711만 개를 10,000개씩 소분하여 정리한 711개의 함을 들고 말이다.
“세어봐라. 확실할 거다.”
주동훈이 정수의 기운을 빠르게 체크했다.
‘과연.’
문제없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약속을 어기면 사망할 텐데, 어찌 거짓이 있겠는가.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세었으리라.
– 대박. 대박! 이게 얼마야!
스윽.
주동훈이 손을 뻗어 그것들을 몸 안 그릇 속에 흡수했다.
흡수된 정수는 주동훈의 힘이 되며, 언제든 꺼내고 싶을 때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이 역시 초월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동훈이 씩 웃었다.
“꽤나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몬드라.”
“……나도 마찬가지. 너만큼은 아니지만, 꽤 많은 정수를 벌었어.”
“그래, 꽤 많은 정수를 벌었지. 딱 네 그릇에 맞는 만큼 말이야.”
“……뭐?”
몬드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주동훈은 그저 미소 지은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세계엔 이런 말이 있어. 사람은 그릇에 맞게 행동해야 다치지 않는다는 말. 네 그릇에 넘치는 정수를 획득하려 하는 순간, 당연히 탈이 날 수밖에 없지.”
“……알고 있었나?”
“모를 수가 있나. 이런 한적한 우주 외곽에 말도 안 되는 기운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 넘실거리는데.”
– 예……? 뭐라고요? 진짜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김진아가 당황했다.
함정에 빠졌음을 파악한 것이다.
– 계약이잖아요! 계약! 어떻게 저럴 수 있어요……? 아, 설마……!
이게 바로 계약의 허점이다.
몬드라는 분명 주동훈에게 정수를 내어주었고, 그것으로 계약 관계는 끝.
이제부터 그가 만들어낼 갈등은 다른 이유겠지.
억지로 만들어낸 다른 이유.
어쨌든 몬드라가 저렇게 나온다는 건.
정수 711만 개와 주동훈의 몸 안 속 기운을 감당할 수 있는 모종의 방법이 있다는 뜻일 텐데.
“큿, 크흐흐흣!”
몬드라가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핫!”
주동훈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얼굴로 짓는 광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