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4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45화
잭팟
“으음.”
몬드라가 불쾌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분명 장난질은 잘 진행되고 있다.
행성 위르뱅에 50만 정수를 걸었으며 픽스된 배당률이 14.4이니, 계획대로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몸이 부르르 떨리는 정수를 벌어들일 게 분명하다.
하지만 자꾸 누군가가 생각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레이어이자 초월자.
주동훈.
몬드라는 우주의 거물로서 수많은 존재들을 만나왔다.
두뇌 회전이 굉장히 빠른 자부터, 말도 안 되는 재능이라 힘 늘리는 속도가 다른 초월자의 100배 이상 가는 자까지.
하지만 그런 이들을 볼 때도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주동훈, 그 구렁이 같은 놈은……. 참.’
살면서 그런 수모는 처음이었다.
자신을 속이고, 맞은 만큼 되돌려주었으며, 마지막엔 본인을 쥐고 흔들기까지 했다.
이 천하의 몬드라를 말이다.
‘게다가.’
분명히 보았다.
슬며시 개방했던 그놈의 몸 안에 들어 있던 그 끔찍하게 순수한 기운들.
단언컨대, 몬드라는 신(神)을 제외하고 그렇게 많은 힘을 숨기고 있는 초월자를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갑자기 어디서 나온 놈일까?’
몬드라는 우주 최고의 자산운용사라는 지위를 쉽게 딴 게 아니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와 척지면 앞으로도 골치 아플 거란 사실을.
동시에 그의 약점도 절로 파악했다.
‘분명 신(神)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월자가 자신의 힘을 개방할 때 그렇게 조심스러울 이유가 없다.
뭘까.
우주법을 위반한 범죄자일까?
아니면 신(神)에 대척하는 집단?
미지(未知)에 대한 공포는 생각보다 더 엄청났다.
괜히 관계되었다가 걸리면 깡그리 우주법 위반으로 처단당할 수도 있지 않던가.
‘조사해 봐?’
우주에는 별 다양한 기관들이 즐비하다.
그중 하나가 「스페이스 탐정 사무소」이다.
뒷조사부터 정보, 개인적인 미행 같은 걸 해주는 곳인데.
‘쯧, 인제 와서 뒷조사하면 뭐 하나.’
이미 홀린 듯 계약서에 서명한 상태다.
일단, 이번 게임에서 돈을 벌고 그 수익금을 분배할 때까지는 어찌 됐든 운명 공동체라는 거다.
‘하지만.’
그게 완전한 같은 팀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은 한배를 탔지만, 세상일이란 모르는 것.
‘우선은 게임에 집중하자.’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
이벤트 매치 당일.
모든 「몬드」의 일원들은 날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다.
장난질에 들어간 비용만 얼만데.
조금의 실수나 변수로 계획이 들킨다면?
혹여라도 사고로 ‘위르뱅’이 우승을 못 하기라도 한다면?
이는 어마어마한 손실이다.
분노한 몬드라가 직원 대다수를 잔혹하게 찢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들만 날이 선 건 아니다.
이번 판에 베팅한 모든 초월자들은 그들의 소중한 정수를 걸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모두 베팅장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건 생각 못 했다. 아예 쓰러져 버릴 줄이야. 덕분에 장난질이 한결 편해질 수 있었어.”
“별말씀을.”
팔짱을 낀 채, 지켜보는 몬드라와 주동훈이 있었다.
“위르뱅은 건드리지 말라고도 말 해뒀지?”
“당연. 대충은 언질 해뒀어. 수하 중 하나가 내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서 잘해줄 거야.”
잭에게 말해뒀다.
‘위르뱅’이라는 행성을 도우라고.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명령이었지만.
– 사자의 명을 따르겠다.
잭은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상급자의 명령에 토 달지 않고 행하는 것.
그것이 잭이 생각하는 충심(忠心)이었다.
몬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을 위해서 우리가 쓴 정수만 수만이다. 투자 금액을 제외하고도 그 정도야. 절대 지면 안 된다.”
“그래야지.”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됐다.
주동훈이 참전하지 않는 첫 경기.
경기의 방식은 ‘땅따먹기.’
배치고사 3차전과 동일했다.
모든 행성은 처음 하나의 성채를 가지고 시작하며, 제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성채를 점령한 행성이 우승이다.
– 신기하네요. 고래가 보여주는 장면이 여기서는 이렇게 뜨는구나.
김진아가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초월자들이 바라보는 경기 화면의 모습은 똑같았다.
관리팀장이 송출하는 그대로를 홀로그램을 통해 바라보며 환호하거나 경악하거나 하곤 했다.
지구는 제법 잘 싸워주었다.
이번에 기운을 나눠준 게 힘을 발휘한 모양인지, 쉽게 밀리지 않고 치열하게 버텨냈다.
특히 올 마스터 배지민의 엄청난 활약이 돋보였다.
“지구에 저런 걸출한 인물이 또 있었어?”
“……저 정도가 세계 6위라고? 지구가 확실히 오버 티어긴 하네. 무조건 챌린저 감이야. 얘네들.”
“빌어먹을 지구 놈들! 노쇼만 안 했어도! 노쇼만 안 했어도 정배가 우승인데!”
“쓰러진 주동훈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랭커 놈들은 왜 지켜만 보는 거냐고! 앙? 리그가 장난이야?”
당연히 억울한 초월자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경기는 시작됐고, 결과가 서서히 보이고 있었다.
먼저 가장 높은 배당률을 자랑했던 ‘킨’ 행성이 무너졌다.
“아아아아……!”
“도박 실패.”
“못해도 어떻게 저렇게 못하냐.”
연달아 이든, 파시앙, 융라든 행성이 박살 났다.
반면에 배당률 14.4인 위르뱅이 급속도로 땅을 먹어대기 시작하자, 점차 베팅장이 조용해졌다.
‘역시.’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몬드라가 어떤 술수를 썼는지 모른다.
다만, 이 판을 그가 만들었고 그렇기에 분명 저것도 다 짜인 각본일 것이다.
“집중해라! 오르토스!”
“카노타스, 저 자식들은 왜 이리 삽 푸는 거야? 아오, 답답하네.”
“위르뱅은 또 왜 저렇게 잘하고. 마지막에 배당 급히 떨어지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다니까? 고래들은 아마 다 저거 샀을걸?”
“저 행성은 잘 알려진 행성도 아닌데 뭐 저리 조직적이야?”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남은 초월자들의 눈빛에 간절함이 깃들었다.
우주의 도박꾼들이 여기 다 운집해 있다.
자신이 건 행성이 이기는 순간, 그야말로 대박!
미래가 바뀌는 거다.
당연히 혈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
게임은 지속됐다.
웬만한 팀은 탈락했고.
마지막 남은 전투는 [지구], [오르토스], [위르뱅].
딱 세 행성뿐이었다.
– 아아, 지구가 오르토스의 전면을 뚫어냅니다! 하지만, 그 후미를 위르뱅이 치고 있어요! 이러면 지구의 상황이 좋지 않아집니다!
– 이런! 결국, 최상위 랭커 없이 버티던 지구! 3등으로 마무리됩니다! 오르토스는 지구 때문에 전력 대부분을 잃었어요! 이렇게 되면 위르뱅의 우승으로 마무리되는 건가요?
– 그래도 우리 랭커들 대단합니다. 특히! 배지민의 활약이 엄청났어요! 과연 주동훈의 제자! 신의 제자답습니다!
지구에서는 한참 중계진들이 떠들고 있었다.
이전에는 생존을 위해 손에 땀을 쥐며 봤다면, 지금은 편안한 경기였다.
마치 2군으로 설렁설렁 치르는 경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후.”
주먹을 꽉 쥔 몬드라가 이내 격정의 호흡을 뱉어냈다.
“……이겼다. 위르뱅이.”
이제 9.99부 능선을 넘었다.
별다른 항의만 없으면, 수익이 확정되는 것이다.
이번 거사는 산전수전 다 겪은 몬드라도 긴장될 만큼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5,000 정수 손실에도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몬드라인데, 얼마나 긴장될까.
“주동훈.”
“응.”
“배당을 받고 나서……. 수익금을 정산해 보겠다.”
몬드라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몬드」에서 50만 정수를 걸었다지만, 그걸 초월자 한계치인 5만씩 10번 던졌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수천 직원들이 잘게 쪼개어서 베팅해 의심받는 것을 피했다.
몬드라는 그들이 전부 정산받고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 ……기대되는데요?
김진아 역시 떨리는지, 목소리가 흔들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보고해도 되겠나?”
몬드라가 주동훈을 바라봤다.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몬드의 총 수익은 정수 720만 개…….”
– 헉.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몬드라의 입에서 그 수치가 나오자, 김진아가 헛숨을 들이켰다.
주동훈 역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신(神)의 힘을 지니고 있다 해도,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치의 정수였다.
말 그대로 잭팟!
“자잘한 비용이 있긴 하나, 그 부분은 굳이 비용처리 하지 않겠다. 주동훈, 네 허락을 받고 쓴 것도 아니니.”
“아니, 계산은 정확하게 해.”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순수익의 90%를 챙기는 입장이다.
녀석에게 빚을 지면?
신조상 빚을 갚아야 하므로, 완전한 내 편이 아닌 이상 호의는 금물이었다.
“아까 쓴 비용만 수만이라고 했으니. 대충 10만 정수 정도. 비용으로 인정해 주면 되겠지?”
“……그래 주면 고맙다. 그럼 710만 정수의 10%인 71만 정수를 우리가 가져가고……. 네게 줘야 할 정수가 639만 정수라는 건데……. 거기에 네가 따로 베팅했던 5만 정수가 72만 정수가 되었으니……. 총 711만 정수를 줘야겠군.”
몬드라는 문득 기분이 이상해졌다.
암만 생각해도 재주는 자신이 부린 것 같은데, 왜 정수는 되놈이 받는단 말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계약은 지엄하니.
“지급은 내일. 내가 지정한 행성에서 깔끔하게 정리해서 해주지. 괜찮겠나?”
“그래.”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정수는 각 직원이 가지고 있을 거다.
쟤들도 저걸 다 모으고 취합하고 하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었다.
“허튼수작만 부리지 마라.”
“어련할까. 걱정하지 말아라. 나 바보 아니야.”
***
“부길마.”
주동훈이 물었다.
김진아는 아직도 신나서 사방팔방을 방방 뛰어다니고 있었다.
“괜찮아요? 너무 흥분한 것 같은데.”
“당연하죠! 무려 711만 정수예요! 711만! 초월자들이 평균 500년 동안 힘을 쌓아야 정수 1개인데, 그게 711만 개라니까요? 단순 시간으로만 따지면 35억이 넘는 시간을 벌어들인 셈이라고요! 와, 진짜 이런 희열은 또 처음이네.”
김진아의 손이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단순히 엄청난 정수를 벌어들여서 떨리는 게 아니다.
이게 시작이라는 점이 그녀를 행복하게 했다.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우리의 대계?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아.”
“우선.”
김진아가 무언가에 홀린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 총명한 눈동자를 보아하니, 본인만의 환상에서는 이미 깨어나 있었다.
“제대로 정수를 더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초월자가 더 필요해요. 이번에 몬드 보셨죠? 본인 직원들을 차명계좌처럼 쫙~ 이용하는 거. 우리도 그럴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해요.”
“그럴 수 있는 존재라.”
하나 생각 나는 건, 네달람이다.
그는 이미 주동훈에게 충성 맹세를 했고, 그 사실을 김진아도 알고 있었다.
“하나로는 부족해요.”
“그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우리에겐 초월자로 등록시킬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많이 있잖아요?”
김진아의 두 눈이 다시 예전과 같은 흥분으로 번질거렸다.
초창기.
세계 최고의 집단을 만들겠다고 선포할 때 보였던 그 눈빛이었다.
“……길마님.”
“예.”
“대천사들이랑 악마 사도들 좀 불러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