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4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48화
그릇에 맞게 행동해야지(3)
일레오르와 주동훈이 일종의 동업관계란 것은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를 배제하고 일을 벌이려고 애썼다.
711만 정수와 주동훈 속에 담긴 그 엄청난 힘만 가져올 수 있다면, 일레오르를 상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생각했으니까.
– 참, 어리석단 말이지.
쿠구구구……!
우주 위로 드리운 거대한 용의 얼굴, 일레오르가 몬드라를 보며 비웃었다.
– 그래, 그동안 귀여워서 장난질 치는 것 좀 봐줬더니 네가 진짜 날 상대할 만큼 커다란 존재라도 된 줄 알았느냐?
움찔!
몬드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웃고 있는 것은 일레오르뿐만이 아니었다.
– 끌끌. 몬드라, 저놈 눈빛을 볼 때마다 느껴지긴 했었어. 지가 꼭 우리랑 동급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
– 뭐? 어딜 우주의 티끌만큼도 살아보지 않은 놈이 정수 좀 모았다고. 확!
– 장난질이 심하긴 했어.
– 근데 건드려도 하필 일레오르를 건드냐. 살아온 세월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던가?
쿠과가가가!
모두가 각기 각색의 기운을 드러내며, 몬드라를 압박했다.
“…….”
몬드라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입을 뻐끔거렸다.
도무지 어떻게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는 일종의 자연재해였다.
알고 있어도 휩쓸릴 수밖에 없는 눈앞의 쓰나미였다.
– 어쨌든, 일레오르 님. 약속대로 저놈 처리하고 나온 정수는 나눠 가지는 겁니다?
– 크크큭, 잘 가라, 몬드라. 그래도 그동안 정들었는데, 이렇게 가는구나.
– 저런 놈 그동안 한둘이었냐? 끌끌. 혹여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그때는 너무 욕심내지 말아라.
“자, 잠깐!”
천천히 다가오는 거물들을 바라보며, 몬드라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내 정수를 나눠 가진다고?’
왜?
도대체 왜?
“위대하신 거물들이시여! 왜 굳이 저를 공격하는 겁니까! 차라리 일레오르 저 작자와 주동훈을 죽이고 나오는 정수를 섭취하면 그게 훨씬 더 이득 아닙니까?”
거물들은 대다수가 계산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존재다.
그렇기에 이해가 가질 않았다.
“거기다가 제가 드리는 10만 정수는 그 모든 것을 나눠 먹으셨을 때 그 위에 더 얹어드리는 보너스의 개념이었습니다!”
위기의 몬드라는 말을 바꾸었다.
원래는 711만 정수도 같이 나눠 먹을 계획이었지만, 지금 그런 말을 했다간 큰일이다.
정말 이 우주에서 소멸하는 거다.
자신의 몫을 포기하더라도 거물들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그 10만 정수를 50만 정수로 바꿔드리겠습니다……! 그러하니, 제발! 마음을 바꾸어 저 두 놈을 처리해 주십시오!”
픽.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레오르가 웃었다.
우우웅!
용의 본체에서 빛이 번뜩이더니, 이내 파앗! 하며 백발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이 새끼가 참.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네?”
“히익!”
몬드라가 사색이 된 채, 뒤로 넘어졌다.
“그릇은 작아도 머리는 똑똑한 놈인 줄 알았는데, 헛똑똑이였구나. 생각을 해봐라, 생각을.”
일레오르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주동훈을 죽여도 탈이 없다고 했지?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자. 현 리그의 주역인 주동훈을 죽이는 게 부담스러울까? 일개 자산운용사 사장인 네놈을 죽이는 게 부담스러울까?”
“…….”
“게다가.”
일레오르가 스윽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네가 살아온 세월의 수만 배 이상으로 저들과 교감을 쌓아왔다. 고작 눈앞의 조그마한 실리를 두고 저들이 날 척질 것 같으냐? 쯧쯧.”
그가 혀를 차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차라리 저자세로 무릎 꿇고 빌기라도 했으면, 종속 조건으로 살려주기라도 했을 텐데. 멍청하긴 해도 부리기는 딱 좋은 놈이었으니.”
일레오르가 손을 들어 올린다.
쿠과가가가!
그곳에서 막대한 기운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일레오르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솟구치는 기운은 점차 더 살벌해졌다.
“네놈의 장난질은 도가 지나쳤다. 그동안은 귀여워서 애교로 봐주었지. 이번 장난질 판에 거물들을 고작 푼 정수로 이용하고 그걸 다 먹으려 들어? 진심으로 저 노련한 자들이 네 속셈을 몰랐을 것 같으냐?”
지켜보던 거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고럼, 고럼.
– 모름지기 생명체란 자신의 그릇에 맞게 행동해야 목숨을 길게 연명하는 것이지.
– 리그 판이 더러워지면, 결국 장기적으로 우리 손해라고.
– 우리가 장난질을 치지 못해서 안 치는 건 줄 아느냐?
– 신(神), 그 양반들이 잠에서 깨기라도 하면 만사가 골치 아파져. 빨리 처리하자.
몬드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도움을 요청하거나, 직원들을 불러 신(神)께 알리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우주 외곽,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무, 무릎을 꿇겠습니다!”
“응?”
털썩!
몬드라가 무릎을 꿇었다.
“내, 내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다시는 정수 탐내지 않고 조용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이번 일도 절대로 어디에다가 발설하는 일 없을 겁니다!”
“호오?”
일레오르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쇼! 제가 정신이 확 돌아서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분수를 몰랐습니다!”
“맞지, 맞지.”
일레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네가 날 만나면 해야 했을 자세였다.”
일레오르의 기세에서 고압적인 느낌이 사라지자, 몬드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 잘하면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거물님들도 항상 절 귀엽게 봐주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도 귀엽게 살아갈 테니……. 제발 노여움을 거두어주십시오.”
“노여움?”
일레오르가 빙긋 웃었다.
“그거 아느냐? 난 애초에 네게 노여웠던 적이 없다.”
“그, 그렇습니까?”
“화도 화낼 가치가 있는 상대에게 내는 거니까.”
“…….”
“그리고 말이야.”
“예.”
“너도 이 우주의 섭리에 대해 알 만큼 알잖아?”
“예?”
“먼저 칼로 쑤시려 하다 들켜놓고, 잘못했다 빌어서 쉽게 넘어갈 수 있으면 나도 바로 신(神) 뒤통수부터 쳤지. 안 그래?”
“…….”
“누군가를 담그려 했다면, 본인이 담길 것 정도는 각오했어야 한다 이 말이야. 알겠냐, 이 머저리 같은 놈아.”
쿠과가가가!
다시 일레오르의 손아귀에 살기가 가득 담기자, 몬드라가 기겁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일레오르의 속도가 더 빨랐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몬드라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갔다.
“끄, 끄아아아악!”
휘청이며 날아가는 녀석을 바라보며 일레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거물들이 일제히 몬드라를 덮치기 시작했다.
– 미안하다.
– 잘 가고. 다음 생에는 장난질 치지 말도록.
우주 최대 자산운용사 사장이자, 최단기간에 거물의 위치까지 올랐던 자.
몬드라의 최후는 이토록 싱거웠다.
***
“어떤가, 주동훈.”
수많은 정수를 토해내며 죽어가는 몬드라를 지켜보며, 일레오르가 다가왔다.
“이 정도면 널 최전선에서 도울 자격이 있다 봐도 무방하겠지?”
일레오르를 영입한 건 확실히 좋은 결정이었다.
몬드라보다 훨씬 발이 넓었고, 영향력이 있었으며, 두뇌 회전도 빨랐다.
앞으로도 주동훈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스스로 물어 답을 찾을 것이다.
“자격은 충분히 넘칩니다. 그렇기에 그런 제안을 했던 거고요.”
“후후, 몬드라의 회사는 곧 해체될 거다. 그가 가진 정수도 저 거물들이 잘게 잘게 분해해 나누어 가지겠지. 겁 없이 우리에게 등을 돌린 대가를 치른 거다. 아, 이건 하나 짚고 넘어가도 될까?”
“뭔데요?”
“이번에 저들이 날 도왔다고 내가 저들을 온전하게 컨트롤할 거라 생각하면 안 돼.”
저들은 신(神)을 제외한 우주 최상위권의 존재들.
친목 관계를 형성한 채 서로를 주시하고 있지만, 언제든 서로의 빈틈을 노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
신흥 거물, 몬드라를 한마음 한뜻으로 척살한 것만 봐도 답이 나온다.
“어쩌면 나중에 적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이 아닌 필시.”
일레오르가 속삭였다.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우리가 가진 계획이 신(神)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저들 모두를 우리 쪽으로 회유하던가, 아니면 흡수해야 한다.
즉, 이제부터 제대로 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라면…….
“일레오르,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말해라.”
“혹시 정수만 있으면 일반 생명체도 초월자가 될 수 있는 겁니까?”
“생명체? 아.”
일레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날개에 있는 아이를 우주에서 활동하게 하고 싶은 게로구나.”
“……아시고 계셨습니까?”
“알다마다. 그 날개를 선물해 준 게 누군데.”
“……?”
“아아, 물론 네달람이 열심히 마련한 선물이지만, 거기에 나도 몇 숟가락 얹었거든. 생색 좀 낸다고 뭐라 하지 마. 무려 10,000 정수가 넘게 들었으니까.”
처음 들었다.
날개 가격에 대해서는.
“그랬군요.”
뭐랄까.
네달람이 점점 더 기특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곳, 우주의 생리(生理)를 아니 더 그렇다.
과연, 자신이라면 네달람의 상황에 선뜻 10,000 정수를 내어놓았을까?
“질문에 대해서는 조만간 답을 해주겠다. 오늘. 정수 많이 벌었으니, 또 대책을 정리해 봐야겠지. 우선은 들어가 쉬어라. 저 초월자들은 내가 알아서 잘 상대하겠다.”
“고맙습니다, 일레오르.”
“뭘, 이왕 돕기로 한 것. 제대로 도와야지.”
***
무릉도원으로 돌아온 주동훈은 곧장 부길마실로 향했다.
초월체가 풀렸고, 자연스레 날개에서 김진아가 튀어나왔다.
“아니, 길마님! 적어도 저한텐 말씀하셨어야죠! 제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요?”
김진아가 벌렁이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투덜거렸다.
몬드라가 뒤통수를 때리는 것부터, 거물들의 등장, 일레오르의 반전까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저도 놀랐습니다. 일레오르가 그런 식으로 도울 거라곤 얘기 안 했었거든요.”
“흐우, 어쨌든……. 몬드라 건은 잘 해결된 것 맞겠죠?”
“그럴 겁니다.”
일레오르가 계산적이어도, 계산적인 만큼 깔끔하다.
적일 땐 까다롭지만, 아군일 땐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존재.
이미 계약으로 얽힌 관계인 만큼, 목숨 걸고 확실히 해결하려고 노력할 거다.
“몬드라의 일은 일레오르에게 맞기고 우린 우리 일에 신경 써보죠.”
“아, 맞다. 아까 그건 무슨 말이에요?”
“초월자 그거요?”
“예.”
“우주 최대의 자산운용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면서요?”
“그……. 랬었죠?”
“매번 제 등 뒤에서만 활동할 순 없잖아요. 제대로 키우려면 이제 부길마도 직접 따로 움직여야죠.”
“그게 되는 거예요?”
“아시잖아요. 이 우주에 마음만 먹으면 안 될 게 없다는 거.”
특히나 신(神)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 말이다.
힘은 이제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그릇만 잘 만들면 될 터.
“제가……. 초월자…….”
김진아가 감탄했다.
초월자라는 건, 은하급 경지를 말하는 것일 텐데…….
그것만으로 이미 랭킹 시스템을 초월해 버린다.
그런 걸 그저 명령 몇 마디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어버렸다고?
확실히 실감이 되었다.
점점 스케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는 것을.
‘그리고.’
전쟁이 머지않았다는 것 또한 느꼈다.
“언제 들킬지 모르겠지만, 시한폭탄을 손에 쥐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요. 우리.”
김진아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맞죠.”
주동훈도 인정했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움직여야 해요. 그런 날이 오면…….”
그의 눈빛이 비장하게 가라앉았다.
“정수로 전부 다 찍어 눌러 버려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