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6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64화
빛과 어둠(1)
2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렀다.
리그 안에서 지구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몰랐다.
[리그가 종료됩니다.] [지구의 승, 그랜드 마스터 티어에서 챌린저 티어로 상승합니다.]수명이 많아진 인류의 삶은 한층 더 나아졌고, 그랜드 마스터를 거쳐 챌린저에 도달한 인류는 이제 우주의 상위 종(種)이라 보아도 무방했다.
참고로 그랜드 마스터 티어 보상은 ‘던전 안정화’였다.
더는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고, 던전의 수준과 보상 역시 확실히 오른 것이다.
삶의 질이 한 단계 올라선 것!
[‘챌린저’ 티어 보상이 도착합니다.]그리고 챌린저 티어 보상은?
[위대한 업적을 달성합니다.] [이제부터 행성 ‘지구’는 완전한 우주의 일족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더 이상의 티어 하락은 없습니다.] [더 이상 리그에 강제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 이상 플레이어들이 리그에서 사망하지 않습니다.]쿠구구구구구!
하늘 위에 항상 보이던 고래, 관리팀장이 몸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차원문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부터 인류는 자유다.
가끔 들어오는 이벤트 매치.
즉, 챔피언스 리그만 선택적으로 참여해서 뛸 수 있다.
보통은 그 리그를 반복하며 초월자로 거듭나는 것인데, 주동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초월자 중 초월자였으니까.
“와.”
“으흐흑.”
세계인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세계에 종말이 올 것 같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정말 다 끝난 거야?”
“끝난 것뿐만 아니라, 훨씬 살기 좋아졌지.”
혹자는 말한다.
생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삶에 대한 간절함이 없어지고 나태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인류는 알았다.
이 우주에 수많은 세상이 있고, 그들과의 경쟁은 지속될 거란 것을.
삶이란 상대적이고,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무언갈 가지고 싶어 하는 그 욕망을 통제하지 않는 이상, 인류는 계속해서 의욕으로 불타오를 것이다.
***
쿠웅!
“하아.”
드미르가 호흡을 내뱉으며, 망치를 내려놓았다.
드디어 모든 건축이 끝났다.
커다란 행성, 무릉도원의 전체가 각종 구조물로 가득 차게 된 것이다.
주동훈의 수하들, 즉 스켈레톤들이 각자의 도시로 앞다투어 이동했다.
“와.”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이것이 우리의 국가인가……. 분명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기 힘들군.”
“허허허허.”
백무흔부터 어르신까지.
자신들만의 커다란 공간이 생겨 버렸다.
그들은 흥미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돌아다니며 자신의 국가를 음미했다.
그것은 각자 특색에 맞는 예술품과도 같았다.
넓어진 길에 청석을 비롯한 각종 신비 광물들이 깔렸고, 국가를 통치할 왕을 기리는 석상이나 신앙소도 있었다.
졸졸졸.
커다란 강물 사이사이 지어진 수로가 도시를 관통했다.
또한 곳곳에는 아치형의 다리나, 조각품, 미술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주동훈을 중심으로 하나로 이어져 서로의 마음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드미르다.
제 방식대로 해석해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
“추후, 모든 우주인이 이곳으로 관광을 올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할 거면 제대로 만들어야지. 하하핫!”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 신(神)이 되고자 한다.
그런 그를 최측근에서 모시는 대장장이인 만큼, 드미르도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자신의 품격이 곧 주인의 품격과도 같지 않던가!
“이 정도면 충분해요.”
“충분하다마다. 드미르, 네가 최고다. 진심이야.”
“맘에 쏙 들어요. 정령들이 좋아하겠는걸요?”
“좋군. 고맙다. 앞으로는 이곳에서만 훈련시키도록 하지.”
“아카식 레코드 관리하느라 바쁘지만, 수하들은 최대한 이곳에 있도록 할게요. 마탑도 금방 옮기고요.”
스켈레톤들은 만족해했다.
드미르는 뿌듯했다.
드워프가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감정 때문이다.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것을 누군가가 인정해 주는 것에 대한 가치!
“허허허, 자네들이 더 고생하지. 내가 망치질하는 것 이상으로 칼과 창을 휘두르지 않던가! 이제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지?”
드미르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가 무릉도원을 꾸미는 동안, 다른 스켈레톤들은 힘을 기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주동훈이 우주 외곽에서 정수를 모으는 만큼, 그들의 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진다.
한없이 오르는 그 힘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이 강요됐다.
“대비해야지.”
“주군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 때까지 견마지로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끌끌, 이놈들. 그래, 잘하고 있다.”
훈련은 무겁게, 실전은 가볍게.
그것이 만술(萬術) 어르신의 신조다.
자신들의 주군인 주동훈을 키워낸 스승이기에, 스켈레톤들은 어르신에게 훈련을 검토받곤 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일곱 신의 멸종이야.”
스켈레톤들은 각자에 맞는 속성을 부여받았다.
그 속성의 원천이 구신에게 있는지라, 자연스레 현신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갔다.
“명심하겠습니다.”
“예, 어르신.”
“다시 마저 훈련하러 가시죠. 새로운 국가에서.”
수하들이 웃으며 흩어졌다.
모두들 하루를 허투루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다.
***
“……네달람 님.”
시스템을 살펴보던 주광철의 눈빛이 흔들렸다.
“응? 무슨 일인가.”
스스슷!
그 부름에 빠른 속도로 달려온 네달람이 물었다.
“신(神), 그들 중 어둠(Dark)과 빛(Light)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네달람이 황급히 자리 잡았다.
주광철의 표정과 말투가 무언가 심각한 것을 감지한 탓이다.
“그들이 움직인다고? 자는 거 아니었나?”
“그랬었죠.”
“그렇다면 깨어난 건가?”
조심스레 물었으나 음성이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시스템을 계속 조작하는 것.
그 속 화면을 뚫어져라 보던 주광철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알고 있다.’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느낌이 그랬다.
왠지 주동훈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
“……중앙 지하의 어둠(Dark)이 조심스레 빛(Light)만 깨우고 있습니다.”
왜냐.
날개의 선임들에게 듣기로, 신(神)들은 간혹 잠에서 깨어나긴 한다.
자신들 앞으로 세금이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 중간중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추측하고 있긴 한데…….
‘굳이 빛을 깨울 이유가 없다.’
애초에 신(神)들은 움직일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을 가졌고, 가만히 있어도 힘이 불어나는 존재들이 굳이 움직여 무엇할까.
놀이나 유희?
이미 질렸을 거다.
‘그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무언가 해결할 것이 있다는 소리.
“네달람, 아무래도 긴급 상황인 것 같습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겠는가.”
그가 든든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달람 역시 2년 동안 정수가 한가득 불어난 상태였다.
날개의 정보를 이용해 베팅에서 재미를 보았기 때문.
“우선 전 비상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네달람은……. 아들 녀석에게 말해주세요. 앞으로 행보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신이 주시하기 시작했다고.”
***
토옥, 토옥!
거꾸로 뒤집힌 시커먼 도시.
마치 심연을 연상케 하는 그곳에서 자그마한 기운이 솟구쳐 반대편 빛의 신전을 건드렸다.
– 빛, 일어나라.
고고한 음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하얀 기운이 부스스 떨었다.
그러더니 백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일어났다.
과연, 외형이 인간과 가장 닮아 있다는 신(神)다운 모습이었다.
부족함 하나 없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랄까?
– ……무슨 일인가.
잠에서 깨어난 게 살짝 불쾌한 듯, 짜증이 묻어난 목소리였다.
빛이 서서히 자신의 기세를 퍼뜨리자.
– 잠시만. 다른 이들은 굳이 깨우지 말아라.
시커먼 머리의 남성, 어둠이 황급히 말했다.
깨어난 빛이 잠자코 머리를 굴렸다.
어둠이 일어나 자신을 깨웠는데, 다른 다섯 신(神)은 깨우지 말라?
– 무슨 속셈이지?
– 속셈이랄 것까진 없고, 나의 그림자들에게서 재밌는 소식을 하나 들었다.
빛이 갸웃했다.
– 소식?
– 그래.
– 그게 무엇이지?
– 후후.
말과 다르게 어둠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빛은 짜증이 났다.
갑자기 깨워서 짜증 나는데, 왜 이렇게 애태우는 거지?
– 빨리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를 깨우겠다.
– 그렇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그러니까 재차 묻지 않나. 그게 뭐냐고.
– 신의 잔재.
– 뭐?
빛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이 그들의 입으로 직접 신(神)이라 부르는 존재는 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이다.
– 설마 정수를 말하는 거냐?
바로 우주의 근원을 이루던 정수.
지금은 초월자들에 의해 구신(舊神)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한때 이 우주를 지배했던 자들이다.
물론, 지금은 그 자리를 우리가 빼앗아 더 큰 힘을 쌓게 되었지만.
– 그래, 정수. 정확히는 그때 사라졌던 월(月)과 일(日)의 잔재.
– ……!
빛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 말에 잠이 확 깨버린 것이다.
어둠이 씩 웃었다.
– 옛 기억이 떠오르지 않나?
이 우주를 제패했을 당시, 사실 빛과 어둠은 찬밥 신세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불, 물, 나무, 쇠, 흙은 구신(舊神)의 힘을 거의 그대로 받은 반면, 빛과 어둠은 그 힘의 대다수를 찾지 못했으니까.
일월(日月)이 자신들의 힘을 우주 외곽 어딘가에 꼭꼭 숨긴 채 스스로를 닫아버린 탓이다.
처음엔 모든 힘을 가용해 우주 전체를 쥐잡듯 뒤집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거대한 힘으로 각 잡고 은닉한 일월(日月)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 다섯 신들에 비해 자신들의 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빛과 어둠은 억울했다.
분명 싸움은 다 같이 했고, 똑같이 위험을 부담했는데 왜 자신들만 약해야 하는가!
그래서 따졌다.
우리가 함께 정복한 거 아니냐고.
특수한 상황이니, 우리의 공을 공정하게 인정해 그대들의 몫을 떼어주라고.
불, 물, 나무, 쇠, 흙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다만, 속성은 속성이기에 정확하게 나눌 순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
조금만 가져가!
다섯 신(神)들은 빛과 어둠에게 자신의 몫을 조금씩 떼어줬다.
그 덕에 힘이 조금 늘었다지만, 당연히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었다.
빛과 어둠은 자신들이 항상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리그를 만들고, 우주를 개편해 초월자들에게 세금을 걷어도……. 허전한 것은 여전했다.
이 우주 어딘가에 진짜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힘이 잠들어 있다는 뜻이니까.
– 그게……. 정말이냐?
– 이제 내가 왜 다른 놈들을 깨우지 말라 했는지 이해가 가나?
– 이해가 간다.
빛은 어둠의 의도를 단박에 파악했다.
– 둘이 먹자는 거군?
정말 그 힘을 회수할 수 있다면, 빛과 어둠은 당당하게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과거에 그들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神)들은 탐욕이 강하다.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또 엉뚱한 소리를 할지 모른다.
이쪽은 둘이고, 저쪽은 다섯이니까.
– 완전히 이해했다, 어둠. 조심히 일어나자.
– 크크큿, 그러지.
잠시 후, 빛이 완전히 일어나 어둠 쪽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