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69)
침입자 (1)
“와, 이거 봐라.”
나는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형형색색의 아이템을 바라봤다.
“사용 시 10시간 동안 개미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목걸이? 세상에 이딴 아이템도 있었어?”
“호오. 폴리모프 스킬을 각색한 건가? 우리 세계에선 용족만이 쓸 수 있는 기술인데……. 아무리 한낱 개미라지만 대단하다, 주인.”
“이게 대단하다고……? 그냥 또라이 같은 기능이잖아. 이런 걸 누가 써……?”
참고로.
이번에 구매한 10가지 무기 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를 자를 때마다, ‘라이트닝 스톰’(B급)이 나가는 자해용 지팡이부터.
웨이트 트레이닝하면 근력(筋力) 대신 정력이 오르는 벨트까지.
“……?”
정력?
으음.
이건 왠지 비싸게 팔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벨트 위에 손을 올렸다.
[아이템 : 남자의 벨트] [등급 : C] [종류 : 벨트] [설명 : 고중량 시 허리 보호를 위한 마법 벨트.] [효과1 : 근력(筋力) 대신 정력 증가. 정력(精力)이 아닌 정력(定力)임에 주의.]‘정력(精力)이 아니라 정력(定力)……?’
사전을 쓱쓱 검색해 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그런 힘이 아니라, 불교에서 나오는 집중력과 비슷한 느낌의 힘이란다.
“미친, 개 쓰레기네.”
보기만 해도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효과였다.
“이런 걸로 아이템을 만든다고?”
“물론이다, 주인.”
드미르가 씩 웃으며 아이템을 한곳에 모았다.
그러고는 망치로 그것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미친 아이템은 맞아야지. 그거 아는가? 모름지기 무기도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거.”
“…….”
콰앙! 까앙!
가죽이 뭉개지고 철이 찌부러져 하나로 뭉쳐질 때까지 미친 듯이 내려쳤다.
그런 드미르에게는 분명 미친놈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과연……. 미친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친놈이 되어야 한다는 건가?”
“주인도 어서 시작해 주게.”
“나도?”
“저번에 했던 것처럼, 심상을 떠올리고. 그 속에 용기를 불어넣어주게.”
“갑자기 용기를 불어넣으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드미르는 계속 망치질하며 말을 이었다.
“쉽게 말하면 미쳐달란 소리일세. 용기 있는 주인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미친놈이니까.”
“잉?”
우리 드미르.
그게 무슨 깜찍한 소릴까?
기분이 이상하리만큼 묘했다.
소환수에게 미친놈 소리 듣는 주인이라니, 이거…… 조금 슬퍼지려 하는데……?
드미르가 씩 웃으며 다시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광인(狂人), 즉 미친놈의 정의는 적게는 사람마다, 크게는 종족마다 다를 걸세. 우리 바위 일족에겐 이런 괴상한 아이템들을 모아놓고 녹여 합성하는 게 가장 미친 행동이라면…….”
역시.
괜히 미친놈처럼 보이는 게 아니었구나?
“이곳 사람들은 주인과 같은 도전을 하는 자를 미친놈, 아니, 미친 새끼라 부르곤 하지 않던가. 포기할 수 있음에도. 굳이 제자리에 머무를 수 있음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끝까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자! 우리 일족은 그런 걸 용기라 표현하는데 말이지.”
“…….”
“뭐, 그게 인간들이 말하는 광인을 판단하는 척도라면, 그것대로 따라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자, 함께 두드리세! 용기 있게 두드리세! 미친놈처럼 두드리세!”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드미르를 바라봤다.
이 녀석.
개소리를 일리 있는 것 같이 지껄이는 재주가 있었나?
어쨌든.
칭찬인 것 같으니까 봐주자.
그나저나.
“정말 이런 거로도 아이템이 만들어지는 거야?”
“말해 뭐하나? 주인, 내 입으로 말해 쑥스럽다만……. 나. 이래 봬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장장이라네.”
“……오케이.”
그래.
생각하는 걸 포기하자.
언제 생각하고 저질렀나?
저지르고 생각하는 거지.
나름 기대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아이템이 탄생할까?
까앙! 까앙!
나는 태청심법을 펼치며 녀석이 내려치는 망치에 용기를 막막 불어넣었다.
‘정체불명의 던전에서 노인에게 도전했던 것.’
‘태양이의 시련을 정면으로 받아 섰던 것.’
‘거대마룡과의 대치.’
등등.
아아, 제야 나는 드미르의 말을 이해했다.
‘나 미친놈 맞았구나?’
랭커도 아니면서.
행보 하나하나가 전부 스펙타클했다.
길가는 헌터 잡아놓고 이런 거 겪었다 설명하면, 그 누가 믿으랴!
“아주 좋다! 주인! 굉장히 멋진 작품이 탄생하겠어! 좋아! 더 역동적인 기억 없나? 아니, 그럴 필요 없겠군! 이 정도의 심상으로도 충분할 걸세! 그저 좀 더 구체화하는 것에 집중해야겠어!”
[완성도 2%]자, 이제 또 시작이다.
집중하자.
이제부터 장기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집중력으로 최고의 아이템을 만드는 거다.
까앙! 까앙!
스슥슥!
공방 2층은 두 가지 소리로 가득 찼다.
드미르가 망치 내려치는 소리.
그리고 김진아가 장부 정리하는 소리.
슥슥! 깡! 깡!
단순한 소리임에도.
열정이 가득 담겨 있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선율(旋律)이었다.
* * *
저벅저벅.
압구정 동네를 걷던 사내의 시선이 한 건물을 향했다.
아니, 정확히는 요즘 화젯거리인 「드미르 공방」의 건물을 보고 있었다.
무시 못 할 어두운 기운을 풍기는 자.
그는 다름 아닌 랭킹 720위, 섀도우 워커였다.
“공방이라.”
그기 픽 웃었다.
“고작 생산직 하나 죽이는데 300억을 태우다니, 참 재벌이란……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오성 그룹의 망나니, 신종오.
그에게 의뢰를 받은 섀도우 워커는 대충 이틀 동안 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파악했다.
‘딱히 위험 요소는 없어.’
주변에 랭커급 기운도 없고.
드미르 공방주인가 하는 작자도 딱히 인상 깊을 정도의 기운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일반 헌터들에 비해서는 좀 강해 보인다지만.
‘세상은 넓고 벽은 높은 법이지.’
자신은 랭커.
비랭커 헌터와의 격차는 말해봐야 입 아프다.
“그럼 처리해 볼까?”
섀도우 워커는 그림자를 다루는 술법사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적당히 밝은 환경이 좋았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도 생기는 법.
스슷!
땅을 박찬 섀도우 워커가 건물 속으로 침투했다.
까앙! 까앙! 슥슥!
그러자,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나? 훨씬 쉽겠군.’
그가 팔뚝 길이의 검을 역수로 쥐었다.
2층으로 올라가 단숨에 목을 따고 사라진다.
어차피 그림자 속에 있기에 CCTV에 걸릴 일도 없을…….
스슷!
“뭐지?”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섀도우 워커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스켈레톤?”
그곳에는 긴 창을 든 스켈레톤이 보였다.
섀도우 워커는 살짝 당황했다.
지금, 고작 스켈레톤에게 은신을 파악 당한 건가?
그뿐이 아니다.
기분 나쁘게 스켈레톤이 말을 한다.
“그대는 이곳에 어떤 경유로 들어왔는가? 그것도 은밀한 살기를 품고 말이야.”
“말을 하는 뼈다귀라……. 듣긴 했지만 직접 보니까 더 신기하군.”
워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태양창에게 꽂혔다.
그런 그의 얼굴엔 긴장감이라곤 없어 보였다.
어차피 저들은 실력적으로 본인에게 안 된다.
스슷!
그림자에서 나온 워커가 검을 들이밀었다.
“넌 드미르 공방주의 스킬로 나온 언데드인가?”
“주군을 말하는 건가? 그것보단, 참 당당한 침입이로군. 쯧. 본 실력이었다면 한 수도 못 버텼을 놈이 침입이라.”
“크큭, 스켈레톤 주제에 허세는. 뭐, 재밌긴 하네.”
섀도우 워커가 코웃음 쳤다.
웃기지 않은가.
언데드 주제에 진짜 사람처럼 얘기하는 게.
“그냥, 죽어라.”
파밧!
섀도우 워커가 두 손을 유려하게 떨쳤다.
그림자를 머금은 검이 두 갈래로 나뉘어 태양창에게 쇄도하는 순간.
“침입자로군요. 경보 듣고 왔어요, 태양창.”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슈슈슈슝!
화살 수십 개가 섀도우 워커를 향해 날아들었다.
“흠?”
멈칫한 섀도우 워커가 달려드는 화살을 모조리 튕겨냈다.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그 궤도에 담긴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맞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
“주문 의식을 걸었지요. 요컨대 맞으면 그 주변이 빛으로 뒤덮이는?”
“…….”
뭐 그딴 스킬이 다 있어?
참고로 그림자를 다루는 섀도우 워커에게 가장 취약한 건 사방을 다 비추는 밝은 빛이다.
‘……좀 이상한데.’
섀도우 워커는 살짝 싸한 감정을 느꼈다.
고작 B급 헌터 따위가 다스리는 소환수일 뿐인데.
무언가 꺼림칙했다.
분명, 가지고 있는 힘은 미약한데.
그 안에 흉포한 괴물이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빨리 처리하자.’
물론, 기분이 나쁠 뿐.
B급 수준의 스켈레톤 잡는 건, 랭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킬, ‘분신’(S급)을 사용합니다.]스스슷!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섀도우 워커의 형체가 둘로 나뉘었다.
하나의 더미(Dummy), 즉 속임수를 생성하는 것.
하지만 평범한 속임수가 아니다.
스킬을 쓰면 똑같이 딜이 들어가니까.
[스킬, ‘그림자 일격’(A급)을 사용합니다.]촤아앗!
태양이와 엘드린 뒤쪽에서 튀어나온 섀도우 워커의 유려한 검격이 두 존재의 뒷목을 타격할 찰나.
‘음?’
섀도우 워커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둘 다 공격을 벗어났기 때문.
분명 가진 힘은 미약하나, 기술이 미쳤다.
적은 힘으로 강한 힘을 흘려낸다.
‘과연.’
힘을 통제할 줄 아는 놈들이란 건가?
“흠, 확실히 아직 상대하긴 힘들군. 씁쓸하도다, 이런 허접을 상대로 피해야만 하는 처지라니.”
“그러게요. 그래도 그동안 많이 훈련했는데, 저도 예전 힘까지 돌아가려면 먼 것 같아요.”
두 스켈레톤이 하는 말들도 무언가 찝찝했다.
왜 저 말들이 허세가 아니라 여유처럼 느껴지는 거지?
하지만, 확실한 건.
저들은 지금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자신에겐 안 된다.
‘빨리 해결하고 빠지자.’
핫!
섀도우 워커가 다시 한번 땅을 박찼다.
* * *
“음.”
나는 활성화했던 태청심법을 취소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양창’의 소환이 해제됩니다.] [‘엘드린’의 소환이 해제됩니다.]둘의 소환이 해제됐기 때문.
그 말은 누군가에게 이미 당했다는 소리.
물론, 그걸 떠나서.
[경고! 경고! 경고!] [‘보안 설정’(A급)이 활성화됩니다!] [침입자가 있습니다!]아까부터 엘드린이 설정해 놓은 보안 메시지가 울리고 있었기에, 알고는 있었다.
“주인. 경보가 울리는군.”
“응, 드미르. 아무래도 보통 놈이 아닌 거 같아.”
태양이와 엘드린이 당했다.
녀석들 둘을 짧은 시간 내에 해제시킬 수 있는 자라면.
“적어도 S급……. 최악의 경우 랭커일 거야.”
랭커(Ranker).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이자, 탈 인간…… 아니, 탈 헌터라 할 수 있는 자들.
꿀꺽.
긴장감이 온몸을 집어삼켰다.
던전을 돌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었다.
랭커라는 이름이 가진 위압감.
“진아 씨는 3층으로 이동해서 숨어 계세요.”
“아, 알겠어요.”
불안에 떨며 눈알을 굴리던 김진아가 후다닥 위층으로 내달렸다.
흠칫.
순간, 나는 몸을 떨었다.
나는 태청심법을 익혔기에, 주변 ‘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기에 현재,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쯤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나는 구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용건이 뭡니까?”
“이야, 알고 있었구만? 과연, 괴상한 스켈레톤을 부리는 주인다워?”
스슷!
2층 어느 그림자에서 한 신형이 튀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묵빛의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근데 어쩌나. 네가 소환해 놓은 그 두 놈은 이미 내 손에 아작났는데. 그러게, 돈 많은 사람을 왜 건드리고 그랬나?”
“…….”
그 말 한마디로.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갔다.
신종오, 그놈이 결국.
해서는 안 될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그림자에서 나온 걸 보면, 섀도우 워커겠지.
‘오성 그룹의 용병 생활을 자처하는 랭커.’
평소 랭커에 관심이 많은 내가 모를 리 없는 인물이었다.
그 순간.
멀리 있던 살기가 순식간에 쇄도했다.
“흐읍!”
까앙!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꺼내 휘둘렀다.
그 검은 막중한 충격과 함께 녀석을 한번 튕겨냈다.
“호오?”
사내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진심으로 놀란 표정.
하긴, 나도 놀랐다.
아무리 대충 내지른 검이라지만, 내가 랭커의 검을 반격했다고?
‘참(斬)’(B급).
고된 훈련 속에서 탄생한 나만의 베기.
고작 B급으로도 이러할지니.
과연, 이게 바로 만술의 위대함인가?
‘하지만.’
그뿐.
랭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나는 해제됐던 태양이와 엘드린.
그리고 뼈일, 뼈사, 뼈오를 재빨리 소환했다.
“주군.”
“죄송해요, 좀 더 시간을 벌었어야 했는데.”
태양이와 엘드린이 다시 나타난다.
“…….”
동시에, 머릿속에 있는 모든 잡생각을 지워 버렸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랭커.
집중해야 한다.
몰입해야 한다.
저자는.
내가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