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68)
드미르 한정판 2호
“고객님. 아니, 동훈 씨.”
“네?”
“저를 받아주세요.”
“엥?”
갑작스럽게 공방으로 찾아온 김진아의 말은 날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하필.
노인과의 마사지 훈련이 끝나던 찰나에 말이다.
“흠, 이 녀석.”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눈을 좁혔다.
“최근에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있는 것 같더라니, 웬 계집과 정을 나누고 있었던 게냐?”
‘그런 거 아니거든요!’
도대체 뭘까?
라고 생각했지만서도 짐작은 했다.
생각해보면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그녀의 눈빛은 누군가를 평가하는 눈빛이었으니까.
일단,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갑자기 받아달라뇨?”
“동훈 씨가 발돋움하려는 그 드미르 공방 있잖아요? 저랑 같이 키워요! 제가 기업, 아니, 길드 그 이상으로 만들어드릴게요!”
“예?”
“현재 동훈 씨에게 필요한 건 인재예요. 그것도 저같이 깔끔하게 일 처리 하는 고급 인재.”
“…….”
내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말문이 콱 막혀 버렸다.
아니, 이건 자신감이 넘쳐도 너무 넘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요즘은 입사 지원을 이런 식으로 당돌하게 하는 게 트렌드라도 되는 걸까?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깡 있게 말했더니, ‘자네! 배짱도 실력도 마음에 드는군! 나와 함께 일하세!’라는 말을 들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호오, 신기한 처자로군?”
노인 역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분명 한 분야에 트여 있는 귀재로다. 무(武)로 성장하긴 힘들겠지만, 상재(商才)가 있어. 셈이 빠르고 남들보다 발 빨리 미래를 예측하니, 과연 우리 세계에 있었다면 재상이 되었을 상이로구나.”
‘그 정도예요?’
“한 세계의 왕이 되고자 한다면, 편으로 만들어서 손해 볼 것 없는 인재이니라. 뭐, 나야 그런 것 없어도 충분했겠지만.”
‘호오.’
나는 눈을 빛냈다.
저번에 봤었던 통찰력만으로도 비범한 사람이 아닌 건 알았다만.
비교적 평가가 박한 노인이 극찬할 정도면 확실히 대단한 사람일 터.
“근데 우리 드미르 공방을 길드 그 이상으로 만든다고요? 그건 무슨 소리예요?”
길드라.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내 목표는 오직 국내 최고의 공방과 돈.
그것도 랭커로 가는 길을 조금 더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일 뿐.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동훈 씨, 그게 요새 추세거든요. 어떤 사업을 하든 그 끝에는 길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 아세요? 백돈을 보세요. 백돈도 공방으로 시작해서 결국 거대 상인 길드로 성장했잖아요. 동훈 씨 역시 공방을 성장시키다 보면 각종 견제가 쏟아질 테고, 그것에 대항하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무력을 가진 형태의 집단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으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모든 술(術)이 극(極)에 달하면 하나로 통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그래서 혼자서는 쉽지 않을 거예요. 돈, 사람, 서류, 법 등등 관리할 거투성이에, 각종 사교 모임에 나가서 길드 간 정치도 해야 하죠. 협회나 상인연합, 국가에 로비도 해야 하죠.”
“으.”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프다.
“그렇겠군요. 전 그냥 무기만 잘 만들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물론, 그게 가장 크죠!”
김진아가 고개를 역동적으로 끄덕였다.
“다만, 저는 동훈 씨가 오직 무기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게 힘써줄 수 있어요.”
“굉장히 매력적이네요.”
나쁘지 않다.
노인도 극찬하는 인재를 내 밑에 둘 수 있다는 건.
오히려 내 쪽에서 스카우트해야 할 처지였다.
문제는.
“급여는요?”
인건비.
“큰 욕심은 없어요. 그냥 제가 능력을 보여주면, 그만큼 주시면 돼요. 스톡옵션으로 주시든, 현금으로 주시든 그것도 상관 안 할게요.”
“진짜요?”
“근데 대다수 고용주들이 저한테 돈 못 줘서 안달이더라고요? 히히. 아마 동훈 씨도 그렇게 될 거예요. 전 자신 있어요.”
“캬, 마인드 좋네요.”
자신감 하나는 정말, 랭커급이었다.
“저도 뭐, 능력만 되면 얼마든 줄 수 있죠.”
나 역시 아까도 말했다시피.
‘돈’ 자체에는 큰 욕심이 없다.
‘돈’을 통해 랭커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둘 뿐.
좋은 인재를 얻을 수 있다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계약은 차차 나눠보는 거로 하고, 같이 일해볼까요?”
“영광입니다, 공방주님.”
김진아가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손을 맞잡는다.
동시에 말을 이었다.
“아 참, 동훈 씨가 공방주시면, 저는…….”
“뭐, 하나 맡으실래요?”
“당연히 부공방주죠. 아직 초창기잖아요. 커리어 다 버리고 왔는데, 그 정도 자리는 주시겠죠?”
“뭐, 그렇게 하시죠.”
아직 동네 소규모 공방이라 가능한 채용 방식이었다.
* * *
“와아. 이게 다 뭐예요?”
관리 차 본격적으로 건물을 둘러보던 김진아가 입을 떡 벌렸다.
“세상에, 무슨 광물 더미가 이렇게……. 설마 이건 다 방직용 재료예요?”
“허허, 처자. 거기 나와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네.”
간이 공방에서 망치를 두들기던 드미르가 웃었다.
아직 스켈레톤이 말한다는 사실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그녀가 흠칫 놀랐지만, 곧 평정심을 유지했다.
자신은 드미르의 부공방주.
공방주를 제외하면 가장 친해져야 할 존재가 바로 저 망치 든 뼈다귀, 드미르다.
“빙산의 일각뿐이라면…….”
“적어도 여기 나와 있는 것의 100배는 더 존재하지. 이 가방 안에 말이야. 흐하하.”
“허어.”
입술을 벌리며 감탄한 김진아가 스마트폰을 켰다.
그러고는 빠르게 손을 놀렸다.
“음? 뭐 하시는감?”
“장부 정리요. 저것들도 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들이잖아요?”
“저 많은 걸 다 정리하겠다는 건가?”
“많아서 귀찮은 것보단, 많아서 더 좋은데요? 그만큼 자본력이 튼튼하다는 거니까.”
“……대단한 처자로군.”
김진아가 구석에 앉았다.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내부의 광물 더미를 셈해 체크했다.
눈알 굴러가는 속도가 거의 22세기 로봇 같은 느낌.
왜 노인이 셈이 빠르다 했는지, 알 거 같았다.
‘뭔가 이제야 체계적으로 굴러가는 느낌이네.’
나 역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드미르를 바라봤다.
“그럼 우리도 슬슬 일해볼까?”
“장대웅인가 하는 자의 무기를 만드는 것 말인가?”
“응.”
“보아하니, 건틀릿을 쓰는 자더군. 최근 연금술로 뽑은 도면 중에 이런 게 있네.”
“어디 보자.”
드미르가 구석에 올려둔 도면을 가져왔다.
[아이템 : 거신병(巨神兵)의 주먹] [등급 : A] [종류 : 도면] [설명 : ‘거신병(巨神兵)의 주먹’을 제조하기 위한 설계도입니다.] [효과1 : ‘거신병(巨神兵)의 주먹’ 제작 가능.] [효과2 : ‘철괴’ 200개, ‘은괴’ 20개, ‘미스릴’ 2개 필요.] [효과3 : 제작 난이도가 복잡한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호오, 거신병의 주먹? 꽤나 멋들어진 이름이네?”
“어떤가, 주인. 이거 말고는 다 B급인데.”
“나쁘지 않네. 장대웅, 그 사람이랑도 어울리고.”
“그럼 이걸로 택하겠네. 후, 그나저나 미스릴은 오랜만이로군.”
과거 ‘타이탄의 천둥 망치’를 만들면서 다뤘던 미스릴은 ‘뼈육이’의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드미르가 지구에서 미스릴을 다루는 것은 처음.
“나쁘지 않지.”
슬슬, 무기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나중에, 뼈다귀들 무기도 하나씩 쥐여주려면 말이다.
“자, 그럼 주인.”
“응.”
“그 장대웅이란 자, 한번 떠올려 보게.”
“알겠어.”
제작 방식은 기존과 동일했다.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자를 생각하면서 만든다.
그야말로 맞춤형 무기 제작 방식!
나는 내가 기억하는 광전사 장대웅의 모습을 떠올렸다.
콰앙! 콰앙!
연신 [하하하!]를 외치며 주먹을 땅에 내리박는 미친 폭군.
그 주먹 한 방 한 방이 마치 소규모 핵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위압감이 들었다.
“주인, 장대웅이란 자. 정말 이런 자인가?”
“굉장한 사람이지.”
“솔직히 말해서 굉장한 미친놈이다. 마치 벌레 한 마리 잡겠다고 산을 다 뒤집어 놓는 거대마룡을 보는 것 같군.”
“……그건 욕 아니야?”
“으음.”
드미르가 고개를 숙이며 고심했다.
“미친놈을 위한 무기라. 아무래도 재료를 조금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재료를?”
“정신 나간 옵션이 담긴 아티팩트들 혹은 매개체가 필요하다……. 많을수록 좋아.”
“호오.”
나는 눈을 빛냈다.
도면에 나오지 않는 재료를 추가해서 제작한다?
처음 보는 방식에 걱정도 됐지만, 드미르가 누군가.
무려 전설의 대장장이 아니던가!
“오케이, 한번 알아볼게.”
* * *
「헌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어떤 이슈로 한바탕 난리가 난 상태였다.
– 드미르 공방에서 아이템 구매합니다.
– 드미르 공방주입니다. 이번 S급 무기 만들 재료로 ‘제정신 아닌’ 마법이 걸린 아이템이나 매개체 있으시면 개당 1억에 삽니다.
– 제시해 주신 것 중 가장 좋은 거로 10개만 구해봐요.
– 옵션이 말이 안 될수록, 선택 확률이 올라갑니다.
– 많은 지원 부탁드려요.
요즘 핫한 공방, ‘드미르’에서 구매 글을 올린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는 내용으로.
▶정신 나간 옵션이라고? 아무도 안 사는 거 사주겠다는 말이잖아. 그것도 1억이나 받으면서!
▶ㅋㅋ 대박이네. 나 하나 있는데 트라이 해볼까?
▶오, 나도 똥 먹으면 강해지는 거 있는데.
▶위 댓. 너 설마 그 유명한 ‘쉿 이터’냐?
▶뭐야, 이벤트야? 자선 사업이야?
헌터들이 던전을 돌다 보면, 꼭 원하는 아이템만 획득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 특이한 ‘고유 능력’이 많은 만큼, 특이한 ‘아이템’도 즐비했다.
그렇기에 헌터들은 흥미로워했다.
도대체 어떤 아이템이 존재할까?
나보다 더 쓰레기 같은 아이템을 얻어 본 사람이 있을까?
나보다 더 불쌍한 헌터가 있을까?
관심이 쏟아졌다.
▶왜 사는진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을 듯.
▶1억이면 ㄹㅇ 전국에 특이한 아이템 다 모이겠는데?
게시판 글은 하나둘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 * *
똑똑.
오성 그룹 이사 신종오가 강남 어느 호텔 스위트룸 문을 두들겼다.
벌컥!
문이 열림과 동시에 한 외국인 사내가 나왔다.
“신종오 이사님이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반갑습니다. 섀도우 워커님.”
눈앞의 사내는 랭킹 720위의 헌터.
프랑스인으로 섀도우 워커라는 이명을 지닌 자였다.
또한, 오성 그룹에 소속된 용병이기도 했다.
“그냥 그룹 이사로서,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크흠.”
섀도우 워커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자신이 오성 소속이라지만, 눈앞의 이사는 회장도 아니고 고작 재벌 3세.
랭커 하나하나가 소중한 그룹 입장에서 섀도우 워커는 을(乙)이 아니었다.
“의뢰는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하시면 될 텐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새 핫한 드미르 공방주, 그놈 좀 죽여주십시오.”
“으음?”
“고작해야 최근 B급 헌터로 올라선 조무래기입니다. 섀도우 워커님께 그 정도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신종오의 발언에 섀도우 워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맞다만.
“글쎄요. 제가 아무리 용병이라지만, 그룹 소속이라서요. 회장님의 명령 없이 움직일 수 없습니다.”
“보수의 3배.”
신종오가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게다가 아시죠? 제가 오성 공방을 맡고 있는 거. 공방은 현 그룹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 있는 사업입니다. 즉, 미래 그룹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말도 되죠.”
“호오라.”
섀도우 워커의 눈에 호기심이 서렸다.
‘솔직히.’
눈앞의 양아치 꼬마가 후계자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성 그룹 회장, 신주용은 늙었지만 냉철하니까.
본인이 일궈낸 그룹을 저딴 양아치에게 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보수의 3배는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B급 헌터 하나 몰래 쓱싹하는 거야, 자신에겐 일도 아니다.
“이사님, 제 보수가 얼마인지 알고는 하시는 소립니까?”
“연 100억 아닙니까?”
“호오?”
“성공만 하시면 그 자리에서 바로 통장에 300억 쏴드리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고요?”
아무리 재벌 3세라지만 정도가 있는 거다.
30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하나, 신종오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우리 공방 수익,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모아둔 사비도 꽤 되고요. 그건 랭커님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흐음.”
섀도우 워커가 턱을 잡았다.
“그럼 드미르 공방주, 그 사람만 죽여주면 되는 겁니까?”
“예.”
“300억에 사람 목숨 하나라…….”
그가 웃었다.
“나쁘지 않은 장사로군요.”
소름 끼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