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67)
김진아 (5)
헌터 은행 강남 지점.
대출팀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김 팀장님! 이번에도 대박 터뜨리셨다면서요? 이햐, 축하드려요!”
“진짜 신기해요. 어떻게 계약하시는 것마다 그렇게 펑펑 터뜨리시는지.”
이번에 드미르 공방에서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와 대출 계약을 쓴 김진아가 다시 한번 화제 인물로 떠오른 것이다.
“하하, 뭐. 그냥 운이 좋았죠.”
김진아는 마주 인사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축할 일이긴 하지마는.
그녀 나름대로 머릿속이 복잡했기 때문.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솔직히 김진아는 아직도 충격이었다.
‘주동훈…….’
B급 실력을 갖추고도 한동안 E급으로 살았던 사내.
그렇기에 본인을 드러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모름지기 진정으로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재주를 가능하면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후한 말의 모사 방통이나,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했다는 제갈량처럼 말이다.
‘그는…….’
오성이라는 거대한 산을 보고도 쫄지 않고 정복하려는 호기로운 등반가인 줄 알았다.
한 지역의 패자인 표범에 맞서 싸우려는 용감한 이리 정도 되는 줄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리 따위가 아니었어.’
그의 포부는 결코 오만이 아니었다.
정말로 오성 그룹과 맞짱 뜰 만한 포텐이 있었다.
주동훈, 그는 새끼 호랑이였다.
장차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는 산군(山君)이 될 존재.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의 시선은 절대 오성 그룹을 향해 있지 않았다.
기자 인터뷰에서도.
기분 나쁠 수 있는 도로 점령 사태를 굳이 밝히지 않았다.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넘겨 버렸다.
마치 호랑이가 앞다리로 위협하는 사마귀를 보고 그냥 지나치듯.
‘멋있잖아!’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선천적인 통찰력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청사진을 그렸다.
자신이 그를 모시면 어떻게 될까?
나름 야망이 있어 보이는 그가 어디까지 올라설 수 있을까?
생각하던 그녀가 문득 흠칫했다.
본인이.
누군가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던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중에는 재벌도 있었고, 망명 높은 사업가도 있었으며, 심지어 랭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누군갈 모시고 싶어 한다니.
‘감.’
이건 일종의 감이었다.
촉이 말했다.
지금껏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본능이 말했다.
주동훈.
그 남자의 잠재력엔 한계가 없다고.
만약 자신이 누군가를 섬겨야 한다면, 그자보다 나은 사람을 찾기 힘들 거라고.
‘과연 주동훈 씨가 날 받아줄까?’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 보였다.
대략 몇 주 정도 지켜봤던 그의 주변엔 분명 인물이 없었으니까.
그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역시 우량주보단 성장주지.’
애초에 공격적인 투자를 좋아하기도 했고.
또한, 자신 있기도 했다.
드미르 공방이 앞으로 클 확률을 수치상으로 따지자면 이제 99.99% 정도?
절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음.
으으음.
그래.
‘좋아, 결정했어.’
짧은 순간.
그는 퇴사를 결심했다.
‘이건 못 먹어도 고지.’
물론, 못 먹더라도 후회는 없다.
본인의 선택이니.
“이야, 김 팀장! 역시 믿고 있었다니까? 응? 방금 은행장님께 전화 왔어! 이번 일로 김 팀장 권한 상승이랑 보너스까지 고려해 보시겠대. 크하하, 김 팀장 덕분에 이번에도 우리 지점이 1위야, 1위!”
“아아, 지점장님!”
김진아가 자리로 다가오는 지점장을 보며 벌떡 일어섰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급히 할 얘기가 있습니다.”
“응? 뭔데! 왜 보너스가 마음에 안 들어? 걱정하지 마. 저번이랑 달라. 이번엔 은행장님이 한턱 크게…….”
“아뇨, 보너스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엥?”
지점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김 팀장이 돈을 마다한다고?”
김진아는 예전부터 준비했던 종이를 서랍에서 꺼내, 지점장에게 건넸다.
“이건……?”
종이를 바라보던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직서(辭職書)]“이게 뭐야!”
“사실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어요. 너무 서운해하진 마세요.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해서 돈도 많이 벌어다 줬잖아요.”
“아니, 김 팀장!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갑작스럽…….”
말을 하던 지점장이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라고 모를까?
김진아 팀장이 고작 헌터 은행에 머물러 있을 인재가 아니라는 건,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 드디어 때가 된 거냐?”
“네, 이제야 삶이 좀 재미있어지려 하는 것 같거든요.”
그녀가 웃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점장은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흐음.”
까앙!
2층 구석에 위치한 공방에서.
드미르가 열심히 망치를 내리쳤다.
비록 뼈밖에 없는 몸뚱어리였지만, 내려치는 위용만 봤을 때.
온몸에 근육이 흘러넘칠 것만 같은 포스였다.
까앙! 까앙!
그렇게 얼마나 내려쳤을까.
“됐네.”
쿠우웅!
“이제야 좀 드워프 구실 좀 할 수 있겠군!”
드미르가 망치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고생 많았다.”
나는 그런 드미르를 격려했다.
왜냐.
-‘상급 제련’(Lv.1)
-‘중급 방직’(Lv.7)
-‘상급 아이템 제작’(Lv.1)
-‘상급 연금술’(Lv.1)
-‘스켈레톤 소환’(Lv.MaX)
드미르의 스킬 중 3개가 벌써 ‘상급’에 다다랐기 때문.
각성을 이룬 후로 쉴 새 없이 망치를 내려친 결과물이었다.
“이제 A급 도면도 뽑아낼 수 있고, 아다만티움이나 미스릴 등의 상급 광석들도 다룰 수 있을 걸세. 크하하, 어떤가, 주인. 내 노력이 보이는가?”
드미르가 흐뭇하게 웃었다.
“노력은 우리도 했어요. 드미르.”
3층에서 활을 든 뼈다귀, 엘드린이 내려왔다.
보아하니, 방금 전까지 훈련을 끝낸 것 같았다.
“주문 의식도 강화했고, 어색한 활 솜씨도 숲의 일족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은 만큼 끌어올려 놨지요.”
“그래도, 주군이 드미르만 편애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태양이 역시 창을 들고 내려왔다.
진정한 각성을 이룬 뼈다귀 셋.
그 셋은 어느덧 서로 말을 놓고 있었다.
어차피 모두 내 부하 된 처지에, 서로 친우처럼 평등하게 지내기로 합의한 듯했다.
그나저나.
“에이, 태양아. 내가 드미르만 편애한다니. 그건 좀 서운한 오해인데……?”
라고 말하면서도 입에 침이 마른다.
사실 내가 봐도 요즘 드미르만 신경 쓰긴 했다.
엘드린이 그 모습을 보며 살포시 웃는다.
“아니에요, 주인님.”
어떻게 보면, 뼈다귀 주제에 굉장히 우아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 현재는 주인님의 앞날을 위해 드미르가 훨씬 도움이 되는 게 맞으니까요.”
“그렇지?”
역시.
내 맘을 알아주는 건 엘드린뿐이다.
짝짝!
“어쨌든.”
나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제 무기를 만들어야 해. 나름 중요한 상황이야. 우리 드미르 공방이 매스컴의 집중을 받고 있을 때, 한 번에 팍 치고 올라가야 하거든?”
“그래, 주인. 그럼 이번에도 함께 만드는 건가?”
“물론이지.”
“크흐흐, 또다시 둘의 합작이라니! 설레는구먼! 그럼 무기 종류는?”
“이제부터 다 같이 까봐야지. 과연 누가 당첨됐는지. 주인이 정해져야 종류도 정해지는 거니까.”
나는 모아놓은 입찰 용지를 바닥에 후두두두! 쏟았다.
지난 이틀 동안, 여러 사람들이 제출하고 간 용지였다.
‘솔직히 랭커급은 의뢰 안 할 거야.’
나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루트가 이곳만 있는 것도 아니고.
랭커 정도 되면, 본인이 직접 던전 뛰다 구한 무기도 있을 터.
게다가 내가 세상에 알린 무기는 오직 단검 하나뿐이다.
‘비록 그게 성능이 좋다지만.’
그런 류의 무기가 또 나올 거란 확신도 없는 곳에, 분명 큰돈을 투자할 사람은 없을 것…….
“주인님, 여기 100억 있네요. 진주 그룹이라는데요?”
“주군, 천마신교 장로라는 자도 있습니다. 120억입니다.”
“크흠, 주인. 여기는 130억인데, 이거 큰돈인가?”
뭐……?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진주 그룹이면 오성과 함께 10대 그룹 중 하나로 유명한 곳이고.
천마신교는 국내 랭킹 1위 길드 아니던가!
게다가 전부 100억대?
“진짜?”
나 역시 쏟아져 있는 입찰지를 정신없이 열었다.
입찰가는 공개하지 않았기에, 10억부터 100억 사이를 쓰는 자도 많았지만.
분명 100억대 이상으로 통 크게 쏘는 자도 있었다.
“정말이네?”
이러면.
헌터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이 한 방에 해결되는 꼴인데.
세상에 돈 많은 사람들이 이만큼 많은 건지.
아니면, 내가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어서인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여기. 이게 제일 높은 것 같네요. 300억.”
엘드린이 입찰 용지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뭐? 300억?”
나는 넋 나간 얼굴로 용지를 받았다.
그곳에 쓰여 있는 내용은…….
“미친.”
혼자서 형이라 부르라 하는 그 친근감은 여전하더라도.
세상에.
필기체로 ‘하하하’라는 글자를 쓰면서 웃는 미친놈이라니.
역시 광(狂)전사라는 이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닌가 보다.
‘게다가.’
쓰레기 같은 무기면 각오하라고?
광전사가 저래 보여도 세계 랭킹 20위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대재앙.
“젠장.”
이제 반강제적으로 좋은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드미르의 브랜드 가치?
그것보단 내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 * *
“젠자아아앙!”
콰당탕! 콰당!
신종오가 소리를 고래고래 내질렀다.
“이, 이사님. 진정하십시오!”
“진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다들 도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신종오가 분한 듯 씩씩거렸다.
“돈지랄해도 안 돼, 도로 점령을 시켜도 말짱 꽝이야. 거기다 이젠 뭐? S급 무기를 만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세상이 자신을 향해 억까 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점 찍어둔 희생자가 하필 천재 대장장이였다니.
어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게다가 그 비싼걸 기소율한테 그냥 가져다 바쳐?’
역시, 기소율.
그 도도한 년이 괜히 그놈을 따르는 게 아니었다.
다 쓸모가 있어서 그랬던 거였다.
그가 아는 기소율은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 여자였으니까.
‘그거와 별개로.’
신종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주동훈. 넌 이미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
콰앙!
넘어진 책상을 발로 찬 신종오가 비서를 바라봤다.
“이렇게 된 이상, 별수 없지. 회사 랭커 연락처 가져와.”
“이, 이사님. 설마?”
“설마는 무슨. 이미 전쟁은 시작됐어.”
“하, 하지만. 아무리 이사님이라 해도 랭커가 함부로 움직이진 않을 겁니다!”
맞는 말이다.
오성이 고용했다 해도, 랭커는 랭커.
게다가 할아버지도 아닌, 고작 자신의 말을 들을 리 없다.
“그러니까 협상을 해야지.”
“협상 말씀이십니까?”
“일단 랭커 명단이나 가져와.”
“네, 넵! 알겠습니다!”
신종오의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