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14
제114화
사실 유제프가 찾아오기 전부터 드레이크도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아무리 칩거상태라 하더라도 검술 지도를 부탁하며 찾아오는 이는 문턱이 닳도록 많았고, 저들이 전해주는 소식이 있었다.
저들 중에는 진짜 검술을 배우고 싶은 이들도 있었지만 온전히 정치적인 마음으로 오는 이들도 많았다.
나름 검소하게 사는 드레이크지만 그렇다고 돈이 싫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도 가족이 있고, 가문이 있고, 품위를 지키기 위해 재물도 필요했다.
때문에 찾아오는 이를 적당히 상대해주며 그들이 주는 돈을 잘 챙겼다.
이런 사정으로 바깥소식도 잘 알고 있었다.
유제프는 오기 전에 미리 연락을 취했는데 이때부터 드레이크는 고민에 쌓였다.
이유는 스타크 때문이었다.
‘스타크는 절대 소드 마스터가 아니다.’
직접 맞붙어서 싸웠는데 모를 수가 있나?‘
‘하지만 이기지 못했지.’
너무 약하게 봤는데 막상 붙었을 때는 딴 사람처럼 돌변했다.
물렁물렁한 줄로 알고 깨물었는데 돌이었다.
너무 단단해서 이빨이 부러질 뻔 했다.
‘그래. 아팠다. 아주 많이.’
지난번 대결 때에 끝을 봤다면 하는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중립을 지키기로 했는데 대놓고 죽일 수도 없잖아?’
처음에는 죽일 생각도 했다.
스타크가 허접한 실력을 가진 자라면 죽이려고 했다.
허접한 자는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
그런데 붙어보니 강자였다.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자를 죽이면 버나드 황태자의 세가 꺾이겠군. 유제프 황자가 황제가 되겠는데?’
마침 자신도, 스타크도 서로 틈을 보이며 물러나게 되었다.
이때 드레이크는 그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멈추자는 제안을 하자 스타크도 넙죽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이게 중립을 지키는 길이라 여기여 아쉬움을 달랬지만 지금은…
‘두 번째 대결에서 스타크는 약점을 보완하고 나올 테지?’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딸리는 걸 아는데 대비도 없이 나설 리가 없으니까.
때문에 후회하는 중이었다.
마음 한편에는 지가 대비해봤자 뭘 어떻게 하겠어?
이런 마음도 들지만 전투 때에 돌변했던 모습을 보면 분명 대단한 수를 대책으로 가지고 나올 거 같았다.
피식.
‘소드 마스터도 아닌 자, 마법사도 아닌 자에게 내가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후우, 고민은 나중에 하고 유제프를 만나자.’
그리고 유제프를 만나게 된 거였다.
“황자님?”
“왜 그러시오?”
“먼저 베르게르 공국에 휴전 소식을 전하며 포로를 돌려 달라 하시는 게 순서 같습니다.”
와락.
버나드의 얼굴이 구겨졌다.
“후우, 그러면 시간이 몇 달이나 지날 텐데?”
“제가 보기엔 그게 원칙입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따르지 못하겠다고 하면 그땐…”
드레이크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땐?”
“그때는 제가 명을 받들고 가겠습니다.”
이번 명령은 자신이 세운 원칙에 벗어나는 게 없었다.
혹시나 상대가 휴전을 존중해서 포로를 풀어준다면 더는 나서지 않겠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저택 안에만 있었어도 수백 대의 마차와 수많은 말들이 약탈품을 싣고 수도를 나가는 걸 모를 수 없었다.
알뜰하게 싹 쓸어간 놈의 행태를 본다면 포로를 이용해 철저하게 이익을 챙길 게 뻔했다.
“끄응. 좋소. 스타크가 거부하면 그땐 약속을 지키시오.”
“물론입니다.”
유제프는 바로 명령을 따르지 않는 드레이크를 쏘아보며 밖으로 나갔다.
“에이 쌍! 카아악~ 퉤엣!”
기분이 완전 구겨진 유제프는 길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황성에 돌아온 후엔 마탑에 연락을 취해 마탑주인 그로모엔을 불렀다.
그로모엔이 오자 대뜸 질문했다.
“제국의 수도에서 베르게르 공국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고 있다. 그곳으로 가는 포탈 마법진이 있나?”
“베르게르 공국에는 없습니다만 동쪽 국경에서 가까운 오르오프 도시에 있습니다.”
“좋다. 그럼 거기로 사람을 보내야겠다.”
“최고급 마정석이 여럿 필요합니다만…”
“그 정도는 어떻게든 마탑에서 마련하라!”
“후우, 이번에 마탑이 탈탈 털렸기에 여유가 없습니다.”
“젠장.”
쓰윽.
유제프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내 어머니이자 삼촌의 여동생을 위한 일이다.”
“흠흠. 제가 어떻게든 마련하겠습니다.”
그래서 다리우스가 최고급 마정석을 구했다.
포탈 마법진을 통해 베르게르로 가야할 사자가 이동했다.
이런 방법으로 고작 일주일 만에 스타크에게 온 유제프의 사자.
“거절한다.”
난 냉정하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기대거나 매달리지도 않고 사자는 바로 몸을 돌렸다.
‘어쭈.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거 같은데? 매달리지도 않아? 대비책이 있군.’
사자의 태도를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사자는 다시 포탈 마법진을 통해 수도로 돌아왔다.
“후우, 수고했다. 삼촌?”
유제프가 쳐다보자 다리우스는 뭘 하라고 하는지 알아들었다.
“드레이크 공작에게 명령서를 전달하겠습니다.”
불과 보름여 만에 명령서를 받은 드레이크.
‘끄응. 몸이 아주 달았구나.’
명령서에는 드레이크가 제3기사단과 만 명의 병사를 이끌고 베르게르 공국으로 가서 포로들을 구해오라고 했다.
이 정도 규모의 원정군이라면 결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핵심이 되는 건 병사의 수가 아니었다.
바로 소드 마스터!
거부할 명분이 없는 드레이크는 명대로 하겠다고 대답했다.
***
포로를 끌고 돌아온 지 어느덧 6개월여가 지났다.
황후(죽은 황제의)의 경우에 감옥에 들어가 처음 한 달 동안은 미친 듯 소리를 피우며 난리를 쳤지만 이젠 포기했는지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게오르가 와서 그녀의 사람들을 끌고 간 것도 이런 변화의 이유 중에 하나였다.
실어증이라도 걸렸나 싶어서 말을 걸어봤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래. 독한 여자였지.’
실어증이 걸릴 정도로 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다른 포로들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부분 포기한 듯 시키는 대로 잘 따랐다.
반면에 풀려난 자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어떻게?
유제프는 거부했지만 잡힌 자들의 가문에서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가져왔다.
가문에서 보낸 자가 와서 돈을 깎아달라고 사정하는 경우도 있었고, 상황에 따라 10~30%까지 깎아주기도 했다.
사실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부담이긴 했다.
적대감을 키우는 일이고, 포로구출을 위해 귀족들이 힘을 모아 병사를 일으킬 수 있었다.
물론 겁은 안 난다.
하지만 이런 직접적인 것 외에도 간접적인 피해가 조금씩 영향을 주고 있었다.
바로 용병이나 상단 같은 조직이 베르게르 공국과 거래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제국의 국경지대를 봉쇄해서 오가는 이가 없도록 한다거나.
당장은 이렇게까지 상황이 극단적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목을 조여오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포로를 풀어주며 얻어지는 수입도 꽤 짭짤했다.
똥밭은 벌써 두 번째 초석을 생산했는데 양이 꽤나 많았다.
박쥐 동굴에서 흙도 다 가지고 왔다.
황도, 숯도 영지 내에서 얻을 수 있기에 흑색화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성 지하의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
물론 물을 뿌려 알맹이지게 잘 섞었다.
계절은 벌써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었다.
가을의 추수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농부들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는데 세금이 0이라 수확한 게 모두 그들의 것이 되어서였다.
내가 공국을 세우며 이 땅의 영주들은 모두 떠난 상태.
휘하의 지휘관들을 영주로 세우긴 했지만 저들에게 내가 돈을 하사하며 올해만큼은 세금을 걷지 않도록 했다.
혹시나 백성들의 칭송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백성들이 크게 감격하며 칭송하고 있습니다.] [군주의 효과가 큰 폭으로 올라갔습니다.]상태창을 열어서 확인하니 군주의 효과가 70%가 되었다.
세금 0은 이 세계에서 어떤 왕국, 어떤 제국도 한 적이 없던 일이라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돌아왔다.
‘하지만 두 번은 못 하겠네.’
물론 돈은 아직 많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국도 개발해야 하고, 무엇보다 세금 0이 습관이 될까 무서웠다.
뭐든 주었다가 뺏으면 박탈감이 더 심한 법.
처음은 우와~! 하면서 기뻐할 테고, 다음은 또? 하면서 기뻐하겠지.
하지만 3년째에 세금을 내라고 하면?
엥? 올해는 아니네? 그러면서 불만이 생길 수 있었다.
‘선심 정책은 단발성으로 끝나야 해.’
그렇다고 세금을 예년처럼 하면 이전 영주들을 그리워할 거 같았다.
때문에 원래는 세금이 50%였는데 40%로 줄였다.
이건 영주들이 걷는 거고, 저들이 나에게 바치는 건 15%였다.
원래는 20%였었다.
그러니까 50%에서 40%로 줄면서 생긴 10%의 손해를 나와 영주가 반반씩 감당한 것.
영주들의 실질적인 손해는 5%였는데 다들 처음으로 영지를 받는 거라 불만은 없었다.
다만 남작령의 작은 지역의 재정을 맡다가 공국령의 한 왕국의 재정으로 규모가 몇 배가 커지자 섬머와 레이몬드는 수입이 5%나 줄어든 걸 걱정했다.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보충해줄 테니까.”
“전하. 길게 보셔야 합니다. 10년 후, 100년 후를 보시면 지금 20%에서 15%로 줄인 건 크게 후회하실 일입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내가 다스리는 땅이 2배로, 4배로 늘어난다면?”
“네?”
두 사람은 영토가 늘어난다는 생각까지는 못했나 보다.
“영토는 앞으로도 쉼 없이 계속 늘려갈 테니 걱정하지 마.”
내가 늘리고 싶지 않아도 유제프와 버나드가 날 가만둘 리가 없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전쟁은 피할 수 없을 테고, 난 질 수 없으니 이겨야 하고, 결국 영토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제국의 동향에 촉을 세우며 여러 상단과 길드를 통해 정보를 모으는 드레이크의 원정에 대한 것이 내 귀에도 들어온 것.
‘끄응. 결국은 이렇게…’
다시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인 드레이크 소식에 다소 풀어졌던 마음이 다시 긴장되었다.
‘어린 아들이 셋이나 되는데 질 수 없지.’
어느새 커서 아빠아빠 하면서 걸어 다니는 세 아들.
‘그래. 화약무기도 이미 선을 보였는데 까짓 거 싸우자!’
신기한 건 이 세계에 총을 선보였으니 크게 화제가 될 줄로만 알았다.
제국도 신무기에 대적하기 위해 정탐꾼을 보낸다거나, 총의 견본이라도 얻으려고 기를 쓸 줄로 알았다.
때문에 제국의 수도를 치고 돌아오는 동안에 총이 단 1정이라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했다.
또 돌아와서도 보안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인력을 배치하며 지켰다.
그런데 내가 예상한 것에 한참 못 미치는 관심이었다.
너무 의아했다.
이유를 따져봤는데 총을 신무기가 아니라 마법의 힘이 부여된 아이템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가? 총이 한두 자루도 아닌데.’
무려 3천정.
물론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봉의 숫자도 대륙 전체로 따진다면 만만치 않게 많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