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19
제219화
“당신 자신에게 말해봤자 소용없잖아요. 난 어차피 죽을 거니까 약속 따위 어겨도 된다면서.”
“그래도 이건 아니죠. 뒤므리에는 당신 아들이라고요.”
“알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해요?”
레아는 씩씩거리며 분노한 얼굴이었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아나이스도 같았는데 그녀가 약속을 어기면 내가 에이츠로부터 제국을 뺏으려 할 걸 알아서였다.
“이 방법 밖에 막을 수 있은 게 없으니까요. 그리고 연약한 엄마를 둔 뒤므리에도 그 연약함을 닮았을 테니 결국 제국은 연약한 황제로 인해 망할 테고, 뒤므리에의 후손도 마찬가지로 부끄러움을 당할 테니 차라리 지금 에이츠나 하인리히에게 제국을 나눠주는 게 맞겠죠.”
“으으. 너무해요!”
“그러니까 약속을 지켜요.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요. 아나이스?”
“네?”
“지켜줘요. 약속.”
“알았어요.”
따로 이자벨에겐 말하지 않았다.
이 셋 중에서 그 누구보다 약속을 철저하게 지킬 테니까.
사실 이자벨이라면 약속 따위 시킬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상황을 가장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에 따라 움직여줄 테니까.
***
시간이 어느덧 흘러 6개월 시간이 지났다.
이제 퀘스트의 남은 시간은 대략 2개월 정도.
정말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화약도 대량으로 생산했고, 대전차저격총, 탄환, 비격진천뢰를 비롯해 기타 여러 가지의 준비가 다 끝났다.
생산만 말하는 게 아니라 강화까지 끝났다는 얘기다.
강화만 며칠의 시간이 걸렸고, 이제까지 벌은 포인트가 모두 소비되었다.
‘후우, 남은 건 드래곤을 찾아서 싸우는 것뿐이다.’
축축.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나버렸다.
딱히 뭘 한 것도 아니고 드래곤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만 한 건데도 말이다.
‘나 정말 긴장하고 있구나.’
이건 나로선 마지막 퀘스트.
반드시 해내야 하는 퀘스트.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인생을 건 퀘스트였다.
두 드래곤의 레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안다.
밍구가 없지만 와이번의 날개가 있으니 나, 말리오, 지그먼트가 세 아내를 하나씩 데리고 이동하면 된다.
“으으. 그런데 뭔 옷을 이렇게 두껍게… 하늘을 날 때도 무겁고, 이래서야 몸을 움직이기 힘들잖아. 어떻게 싸우겠다는 거야?”
“싸울 땐 가볍게 해야겠지만 우리가 갈 곳은 북쪽. 그것도 가장 추운 곳이야.”
지구로 치면 북극점이 있는 곳이라고 할까.
“땅보다 하늘이 더 추워. 그러니 두껍게 입어야 한다. 아니면 얼어죽으니까.”
내가 첫 목표로 삼은 건 타우젠트.
호르킨스보다 타우젠트가 더 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준비가 잘 되어 있고, 아무도 다치거나 힘이 빠지지 않은 지금 쎈 놈을 먼저 치는 게 정답이라 여겼다.
‘어차피 두 드래곤을 다 죽여야 퀘스트 성공이다. 호르킨스만 죽이고 타우젠트를 죽이지 못하면 실패라고.’
때문에 두 드래곤을 다 잡을 가장 높은 확률의 경우는 역시 쎈 놈부터 잡는 것.
“그런데 말이야. 굳이 우리가 찾아가야 해?”
출발 전에 초를 치려는 건지 말리오가 불평스럽게 말했다.
“무슨 말이야?”
“드래곤이 우릴 찾아오게 하면 되잖아. 그럼 추운 곳까지 갈 필요도 없고.”
“후후. 그런 방법이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
“화산 터트리면 되잖아. 이 대륙에도 화산은 존재하잖아.”
“야! 화산이 터지면 그게 얼마나 재앙인지 알아? 올해가 역대급으로 추웠어. 여름이 사라질 정도였지.”
그랬다.
바다 건너 대륙에서 터진 화산이지만 그게 대륙을 뒤흔들 정도의 규모인데다 3개나 되었다.
이 세계의 기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으며 여름의 기온이 10도나 떨어져 여름이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대흉작이었지.”
다행히 그동안 저장해놓은 곡식이 있기에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기후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긴 하겠지만 앞으로 2~3년 동안 계속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상황에 화산을 또 터트려?”
퀘스트 깨자고 수백만 명을 굶어 죽이려는 것과 같았다.
인간만 아니라 동식물까지 합치면 그 영향은 셀 수도 없고.
“그런데 우리가 지금껏 3개 터트렸잖아. 여기에 1개 더 더한다고 뭐 얼마나 바뀌어?”
“으응?”
“그렇잖아. 3개나 4개나. 별다를 게 있어?”
“그래도 더 심각해지는 건 사실이지.”
“힘들기야 하겠지만 드래곤보다 더해?”
갸우뚱.
“뭔 소리야. 드래곤이랑 기후랑 뭔 상관이야.”
“우리는 어차피 드래곤에게 도전할 거야. 만일 실패한다면?”
“죽는 거지.”
“우리만 죽으면 깨끗하지만 그게 아닐 걸?”
“그럼?”
“분노한 드래곤이 모든 인간을 말살하려 할 수도 있다.”
“헛!”
“진짜?”
말리오와 지그먼트가 기겁하며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끄덕끄덕.
난 고갯짓으로 답했다.
다른 드래곤도 아니고 타우젠트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분노만 사고 끝나면 인류에게는 기후보다 더한 재앙을 남기는 거야.”
“흐음…”
“물론 지금 힘들지. 여름이 사라졌으니. 농사도 안 되고. 하지만 힘들 때 그냥 조금 더 힘든 게 낫잖아?”
“…드래곤을 잡지 못하는 것보단 말이지?”
“그래.”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간이 많아?”
“으윽. 아니. 없어.”
남은 건 고작 2개월여.
이 부분이 내 마음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솔직히 두 드래곤의 레어를 찾아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 이상이 걸릴 판이었다.
끄덕끄덕.
“맞는 말이네. 하지만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뭔데?”
“만일 화산이 또 터지면 한 놈만 올까?”
“어… 그렇네. 두 놈이 다 나타날 수 있겠네.”
“잠깐!”
갑자기 대화에 지그먼트가 끼어들었다.
“왜?”
“어차피 가능성은 다 있는 거잖아? 한 놈만 올 수도 있고, 두 놈이 다 올 수도 있고, 한 놈이 오더라도 오는 놈이 타우젠트가 아닐 수도 있고.”
“그런데?”
“아예 한 놈도 안 올 수도 있으니까 괜히 이것저것 따지지 말자. 골만 아파진다.”
“따지지 않는다면…”
“때론 일단 저지르는 게 정답일 수 있단 거지.”
셋 중에서 가장 냉정한 게 지그먼트라 여겼는데 이런 단순한 태도라니.
좀 의외였다.
오히려 이것저것 분석하면서 반대할 거 같았는데.
“흐흐. 너 추운 데 가기 싫어서 이러지?”
지그먼트의 속셈이 눈에 훤히 보이는 거 같았다.
사막에서 지내던 놈에게 추운 곳으로 가자니까 싫겠지.
밀림서 살던 말리오도 마찬가지긴 했다.
둘 다 사막과 밀림에서 2백여 년의 세월을 보냈으니까.
이전에 북쪽에 있는 드워프 왕국에 갔을 때 눈치를 챘다.
추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거 말이다.
“물론 가기 싫지. 그리고 가는 동안 우리 전력이 얼마나 떨어질 건지 생각도 해야 해.”
하긴 생각하긴 해야 했다.
극도의 혹한 속에서 혼자도 아니고 한 사람씩 맡아서 안고 날아가야 하고, 가서도 쉴 틈이 없다.
왜냐고?
드래곤의 레어 앞에서 어떻게 쉬냐고!
‘그리고 레어는 입구부터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지.’
이러니 레어를 찾아가는 건 어려움이 많았다.
반면에 드래곤을 밖으로 불러낼 수 있다면 가디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불러낼 수만 있다면 불러내는 게 최상이긴 하지.’
이런 저런 것들을 다 고려했을 때에 말이다.
“그런데 이 대륙에 화산은 어디에 있어?”
“하나는 사막지대 끝.”
좋은 점은 이곳의 화산은 터지더라도 인류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영향은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막에 사는 놈 종족도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이 사막이란 게 덩치가 지구의 사하라 사막급이라 크기만 보아선 아프리카 대륙 북쪽을 다 차지하는 것처럼 화산이 터진다고 해봤자 그 영향력은 최대 사막의 3분의 1 정도였다.
‘더 크게 잡아봐야 절반?’
어쩌면 3분의 1도 안 될 수도 있었고.
그러니까 하고픈 말은 화산에 근접해 있으면 당연히 문제겠지만 놈 종족이 사는 거주지와 화산이 있는 곳은 거리가 상당히 있어서 기후의 영향은 당연히 받겠지만 그 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얘기다.
용암도 그렇고, 화산 폭발로 날아다니는 바윗덩이도 그렇고.
“다만 화산의 규모가 바다 건너 대륙보다 작아.”
크기로 치면 절반이나 될까 싶을 정도.
“그래도 드래곤의 관심은 확실히 받을 거야.”
바다 건너 대륙의 화산이 연달아 세 번이나 터지기도 했고, 1년 정도도 지나지 않아 또 터지는 거잖아? 화산 폭발은 범행성적 지각변동인데 이런 게 불과 1년 안에 다시 일어난다는 건 수십억 년의 행성 나이로 볼 때에 동시라고 보아도 될 정도니까.
“게다가 타우젠트 하나만 올 가능성도 크기는 해.”
“혼자? 이유는?”
“…그냥.”
이건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게임을 오래 하면서 두 드래곤의 성향을 알게 된 건데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나!
타우젠트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 낸다.
인간으로 치면 분노조절장애 같은 거다.
반면에 호르킨스는 짜증을 잘 내며 귀찮은 걸 무척 싫어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같은 일이 반복되었을 때에 호르킨스는 또야? 하면서 귀찮다고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에 타우젠트는 일단 화가 나면 이걸 어떻게든 풀어야 하기에 즉시 현장에 와서 범인을 잡아 족치려 할 가능성이 높았다.
두 드래곤의 성향에 대해 설명해줄 수도 있지만 그러면 그건 어떻게 알았냐고 할 테니 그냥 이렇게 말해버렸다.
“흐흐. 이유가 그냥이야?”
“하하. 심하네. 혹시 신탁?”
“온전히 내 느낌이야.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어.”
“끄응. 결국 니가 다 결정하는 거니까 알아서 해라.”
“그래. 책임도 본인이 지는 거지.”
말리오와 지그먼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다.
‘으음. 드래곤이 우리 쪽으로 찾아오게 한다면 함정도 팔 수 있겠어.’
화산을 터트리기로 결정을 내리자 모두를 데리고 북쪽이 아니라 남서쪽의 사막 끝에 있는 화산을 향해 날아갔다.
물론 두껍게 입은 옷은 가벼운 걸로 바꿔 입었다.
“그런데 화산은 어떻게 폭발시켜? 그게 가능해?”
가는 길에 계획을 들은 이자벨이 질문했다.
“화산 밑에는 숨겨진 고대유적이 있어.”
이 게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화산 밑에는 던전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고대유적의 가장 깊은 곳에 가면 화산이 터지는 걸 막는 마법진이 존재하지.”
“…그건 어떻게 안 거야?”
“난 신탁을 받잖아. 신탁이 일방적으로 오기도 하지만 가끔 질문에 대답해줄 때도 있거든.”
갸우뚱.
“전에는 이렇게 말하지 않은 거 같은데?”
“따지지 말고.”
깊이 물으면 곤란하다고.
부부끼리인데 묻지 말고 그냥 좀 넘어갑시다.
“으음. 그래서 그 마법진을 파괴하면 화산이 터진다고?”
“맞아.”
“화산 터트리기 참 쉽네.”
살짝 비웃는 거 같지만 화약이 없다면 이렇게 쉽지는 않았다.
“고대유적을 찾는 것부터가 어렵고, 가장 깊은 곳까지 마물을 물리치며 가야하고, 마법진도 쉽게 막 파괴할 수 있고 그런 게 아니야. 물론 난 화약을 쓰니 쉽지만.”
“으음. 알겠어.”
2주에 걸쳐 날아가 드디어 사막 끝에 있는 화산에 도착했다.
와이번의 날개가 있다고 해서 비행기처럼 빠르게 나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