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48
제248화
퀘스트에선 비행을 해서 섬을 가라고 했다.
차원의 문은 예외 사항에 있지 않았다.
‘후우, 먼 남극까지 가려면 진짜 힘들 텐데.’
그래서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어떻게?
전에 갔던 새로운 대륙의 남쪽 땅에 있는 포탈 마법진.
여기까지 간 후에 열기구로 이동하는 거였다.
문제는 세 아내와 셋째인 세 아들에게 포탈 마법진이 노출되는 거였다.
‘이번엔 어쩔 수 없지.’
내가 신대륙 남쪽의 포탈 마법진을 알려준 종족은…
엘프.
‘그래서 편해.’
며느리가 없는 건 좀 그렇지만.
‘그런데 연락도 없이 가면 놀라긴 하겠다.’
연락은 상황이 이래서 어쩔 수 없었다.
열기구를 비롯해 짐은 전부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그 후에 포탈 마법진에 올라간 후에 일행과 함께 이동했다.
파아앗!
나타난 곳에 포탈 마법진을 지키는 엘프 경비병 넷이 활을 겨누며 우리를 맞이했다.
“쏘지 마세요. 저희는 적이 아닙니다!”
얼른 소리쳤다.
“전 스타크 베르게르입니다. 여기도 아는 분이 계실 수 있으니 나가셔서 물어보시면 저를 아실 겁니다.”
“아! 압니다.”
경비병 중에 하나가 나섰다.
“전에 몬스터들 몰려올 때에 같이 싸웠죠.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 그래요?”
“그런데 함께 한 이들은 누굽니까?”
“제 아내들과 아이들입니다. 전에 온 아들들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애들이죠.”
끄덕끄덕.
“그렇군요.”
얼마 후, 족장을 만났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곳에 족장님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전 구대륙에 계실 줄 알았는데요.”
“흐흐. 새 땅을 받았으면 여기부터 자리를 잡는 게 먼저죠.”
“그럼 구대륙은 누가…”
“부족장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저기 보시겠습니까?”
쓰윽.
족장은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손을 따라가 지켜보니 작은 나무가 하나 보였다.
‘응? 빛이…’
그랬다.
주위의 다른 나무와 다를 거 없어 보였는데 옅은 빛이 새어나오는 거 같았다.
“저 나무…”
“흐흐. 좀 특별해 보이죠?”
“맞습니다. 저기만 햇빛이 더 드는 건지…”
“세계숩니다.”
“헉!”
예상도 못한 답이었다.
“심은 지가 20년 정도 되었죠.”
“오~, 그래요? 그런데 그렇게 크지가 않네요?”
“구대륙의 세계수 정도 되려면 적어도 만 년은 되어야죠.”
“으으. 만 년이요?”
두 번째로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지금 세계수는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 수준이죠.”
“태어날 정도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하나요?”
“으음. 천 년?”
세 번째로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백 년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놀랐나요?”
“놀랐죠. 역시 세계수는 다르구나 느꼈습니다.”
“잘 지켜야죠. 그래야 태어나기도 하고, 잘 자라기도 하겠죠.”
“저도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습니다.”
예의상으로 한 말인데 바로 후회하고 말았다.
“그럼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속으로 계속 외쳤건만…
“바다에는 큰 섬들이…”
족장의 말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엘프 종족의 부탁]신대륙에서 세계수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선 좋은 거름이 필요합니다.
10개의 섬에 있는 흙을 가지고 오시오.
보상:엘릭서 1병
‘야~ 이씨. 엘릭서 1병 따위로 이런 걸 내가 할 거 같아? 흙? 북극, 남극에 흙이 어딨어? 아니, 남극은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북극은? 거긴 얼음섬이라고. 땅이 있기나 해? 수만 년인지, 수십만 년인지 쌓였을 눈을 파헤치고 흙을 어떻게 찾아!’
분노가 드글드글 끓어오르는데 메시지가 답을 해주었다.
[얼음섬의 경우엔 눈이 흙을 대체합니다.]‘그러니까 북극만? 남극은?’
대답이 없었다.
‘젠장. 남극은 흙 가져오란 소리지?’
속으로 투덜투덜 하는데 내 속도 모르고 족장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기 힘든 일이라는 거 저도 압니다.”
“그런데 바다 위에 큰 섬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엘프 종족의 역사는 인간 역사에 비해 몇 배나 될 정도로 깊고 오래 되었죠.”
“그래서요?”
“바다를 개척하려는 노력도 인간보다 몇 배나 될 정도로 많이 했습니다.”
“혹시 섬의 좌표도 기록되어 있습니까?”
갸우뚱.
“좌표요?”
“그러니까 포탈 마법진의 좌표 같은 거죠.”
“아!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럼 다시 찾아갈 방법은요?”
“기록에는 어느 계절에 어떤 방법을 타고 갔는지, 며칠을 간 후에 돛의 방향을 어떻게 바꿨는지 나와 있으니 그대로 따라가면 되겠죠.”
“하, 하하.”
웃었다.
웃겨서가 아니라 어이가 너무 없어서.
내가 바다를 나가본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웃을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난 안다.
근해만 돌아다닌 게 아니라 대양의 바다를 돌아다닌 나였기에 잘 안다.
아무리 수십 년이나 뱃사람 해봤자 다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일 뿐이다.
큰 바다는 나보다 잘 아는 인간이 있을 수가 없다.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는데. 정확한 날짜도 아니고 계절이라고?’
그리고 같은 날짜에 출발한다고 같은 상황이 계속 벌어질 거라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지구를 비교해 보아도 일정한 해류는 있어도 매 순간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뀌지 않던가!
계속 같은 날씨만 계속 된다면 이상재해 따위 왜 발생하겠나?
‘게다가 여긴 지구보다 몇 배는 크다.’
또 4개의 바다.
지구와 달리 4개로 쪼개져 있는 바다.
예상도 못한 변수가 언제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냥… 기록은 무시하자.’
하지만 궁금한 게 없는 건 아니었다.
‘가봤지만 좌표를 모르는 섬.’
바로 정령고래를 타고서 갔던 섬은 좌표가 없다.
다음으로 섬을 간척해서 퀘스트를 깨었다.
‘내가 만든 섬이 2개.’
원래라면 항해를 통해 발견했어야 할 섬 2개.
‘그러니까 섬 3개의 존재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참고를 위해 기록을 보기로 했다.
족장에게 부탁하니 흔쾌히 승낙했다.
“새 땅을 준 그대니 당연히 보여줘야죠.”
“그리고 죄송합니다.”
“뭐가요?”
“사실… 이 포탈 마법진. 저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절대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신대륙에 만든 포탈 마법진도 각 종족마다 하나씩 주었고, 그 위치를 아는 인간은 저와 모험을 했던 두 명뿐이었죠. 그런데 지금…”
말끝을 흐렸지만 족장은 내가 무얼 말하려는지 알고 있었기에 껄껄 웃었다.
“하하. 포탈 마법진을 저희가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받은 것인데 어떻게 주인 행세를 할 수 있겠습니까?”
“말씀하신 세계수의 거름을 최대한 모으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오기 위해서 포탈 마법진은 앞으로 몇 번 정도 더 써야 할 거 같습니다.”
“당연히 써야죠.”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이후엔 다시는 포탈 마법진을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말씀은 고마운데 더 이용해도 되니 너무 철벽을 칠 필요는 없습니다. 어길 일이 생기면 서로 곤란해지니까요.”
“감사합니다.”
불편하니까 더는 오지 말라고 해도 난 따라야 할 입장이었다.
그런데 내가 먼저 거름 구하는 것만 끝나면 안 온다고 했는데도 여지를 주며 벽을 세우지 말라니 고마울 수밖에.
사돈댁은 아니지만 엘프 종족의 거주지가 사돈댁과 다를 건 없었다.
그렇기에 오자마자 떠나는 건 동방예의지국 출신인 내가 할 짓은 아니었다.
때문에 며칠을 쉬면서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대접을 받았으면 나도 베풀어야 마땅했다.
쓰윽.
지그먼트에게 준다고 피와 살을 뺀 드래곤의 가죽.
이걸 사돈인 엘프 종족에게 주기로 했다.
고작 사돈이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어, 어, 어!”
너무 놀라 족장은 계속 ‘어~’ 라고만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이걸 드리는 이유는 엘프 종족이 저의 사돈이라서가 아닙니다.”
“그러면요?”
“이 대륙의 지도자가 되길 바래서입니다.”
갸우뚱.
“지도자?”
“말씀 드린 것처럼 이 대륙의 포탈 마법진은 각 종족마다 하나씩 알려주었습니다. 놈 종족, 다크엘프 종족, 드워프 종족 그리고 엘프 종족이요.”
“인간은…”
“인간은 제가 뺐습니다. 포탈 마법진의 존재를 아는 건 여럿이 되었지만 좌표는 저 하나만 알고 있고요.”
“…..”
“그리고 이 좌표는 제가 죽을 때에 함께 무덤에 가지고 가려 합니다.”
그러니 다른 이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다는 말.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대륙과 신대륙을 오가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이죠.”
배로 적어도 두 달 이상은 계속 남쪽으로 이동해야만 올 수 있으니까.
“아마 인간이 오긴 올 겁니다. 언젠가는.”
증기기간도 발명을 했고, 증기선도 만들었다.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신대륙으로 올 수 있었다.
내가 숨기려고 해도.
‘하지만 쉽진 않아.’
증기선이라고 태풍을 피하는 것도, 거센 풍랑에 뒤집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연료!
나는 용량에 한도가 없는 아공간 주머니가 있으니 연료를 담을 공간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의 항해를 버틸 연료를 싣고 올 증기선.
만들기 쉬울까?
‘으음. 수백 년은 지나야 할 거 같은데?’
여하튼 바닷길이 열리긴 할 거다.
지금이 아니라 수백 년이 지나서.
“인간에 대한 걱정보다 이 대륙의 다른 종족을 걱정하시는 게 맞겠죠. 그런데 무엇보다 다크엘프 종족은…”
엘프 종족과는 적대적이었다.
놈 종족은 대면대면.
드워프 종족은 친밀.
“무슨 말인지 압니다.”
“처음에 다크엘프 종족을 뺄까 생각했습니다. 저들에게 굳이 신대륙의 땅을 주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요?”
“이 대륙엔 다크엘프가 아니라도 여러 종족들이 있죠. 고블린, 오크, 오우거 등. 그런데 왜 신대륙에 이간, 엘프, 드워프, 놈, 다크엘프는 없을까… 이유를 아세요?”
“으음. 모르겠네요.”
족장은 바로 대답했다.
“정확한 건 모르지만 제 생각에 신께서 정복하라고 놔둔 거 같아요. 다섯 종족을 제외하곤 나머진 지성체라기보다는 본능이 훨씬 우선인 야수나 다름이 없으니 개척 따위 모르죠.”
“그렇긴 하죠.”
“여하튼 저는 신대륙의 지도자는 엘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평화가 올 거라 봅니다.”
다크엘프라면 타 종족은… 적어도 엘프 종족은 다 죽이려 할 수 있었다.
놈 종족은 외진 땅으로 가서 뭔 일이 벌어지든 상관도 안 하려 할 수 있었다.
드워프도 산맥에 굴을 파고 들어가 지들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할 테지.
결국 엘프만이 책임감을 가지고 신대륙을 지킬 거라고 보았다.
“후일 인간들이 와서 이 땅을 차지하려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맞서서 싸우세요. 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시고요. 협상을 해야 하면 하시고요. 뭐든 편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드래곤 가죽을 드리는 의미는 이제 이해하신 거죠?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이죠. 정말 감사합니다.”
족장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선물도 주었으니 이제 이곳을 떠나 남극으로 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