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47
제247화
‘아니. 조금 더 두고 보고. 너무 쉽게 주면 안 되지.’
스킬을 줘버리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와도 스스로 이겨내려 하지 않고 나에게 달려올 테니까.
또 슈체니만 골라서 줄 수도 없었다.
형평성을 따져서 다른 자식들에게도 주어야 한다.
이러다보면 한도 끝도 없게 된다.
‘하지만 죽기 전에 내가 가진 걸 물려주기는 해야 할 텐데.’
가장 중요한 스킬은 정밀분석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스킬을 전승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밀분석은 가장 사기적인 스킬이다.
다만 상대방이 어떤 스킬이든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내가 살아있을 때라면 퀘스트를 주어 경험치를 쌓아 지휘관으로 삼은 후에 상점에서 스킬을 사서 줄 수 있다.’
그 후에는 정밀분석으로 이 스킬을 변형시키면 된다.
하지만 내가 죽은 후라면?
이게 문제였다.
그때는 대를 이어 전승하는 건 끊어진다고 봐야지.
‘그런데 내가 가진 스킬을 물려주는 게 맞는 걸까?’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스킬이 하나 같이 너무 위험해. 일반인 입장에선 초능력이나 다름이 없잖아?’
버서커나 빅자이언트의 경우는 1분이지만 헐크처럼 강한 힘을 발휘하는 거고.
행운룰렛도 사기만 당하지 않는다면 항상 운이 좋은 것만 골라낼 수 있고.
위험감지도 그렇고, 뭐 다른 것도 그렇고.
만일 스킬을 준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성이었다.
‘그런데 뒤므리에, 에이츠, 하인리히. 전부 인성은 좋은데. 누굴 고르지?’
솔직히 난 육아는 0점이었다.
하지만 세 아내의 지극정성 덕분인지 엇나간 자식이 없었다.
만일 그런 자식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때려서 바로 잡을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안 되면?’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데 그건 맞는 말이다.
‘드워프에게 보내야지. 그게 최선이겠네.’
엘프, 놈, 다크 엘프는 받아줄 리 없을 테고.
드워프는 신기한 거 좋아하니까 증기기관 같은 새로운 장치를 주는 조건으로 자식을 맡기면 받아줬을 거다.
‘드워프 여자는 인간 기준으론 전혀 끌리지 않으니 사고칠 것도 없고.’
아마 탈출하려고 기를 쓸 테지만 그 추운 북쪽에서 탈출이 가능할까?
아마 얼마 못 가서 죽을 거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너무 깊이 가네.’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정밀분석… 만일 준다면 야인의 삶을 선택하는 아들에게 주자.’
권력도 마다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야인의 삶을 선택하는 아들.
그래서 후보는 현재 열기구로 같이 모험을 하는 셋인데…
‘결정은 여행 끝날 때에 하자. 그냥 아무 것도 안 주는 게 셋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남쪽으로 가는 동안 바다 위를 지난 건 하루 정도?
나머지는 땅 위를 지나갔다.
때문에 날씨에 따른 불안은 있어도 바다 위를 지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
땅에 내려와 있을 때에 몬스터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때는 세 아들과 함께 사냥했다.
세 아들이 감당하기에 힘든 놈이 나타날 때도 있었는데 이럴 때엔 내가 나서서 단칼에 해결했다.
한편 밑으로 내려가려 해도 숲으로 가득할 때엔 열기구의 고도를 충분히 내려놓은 후에 밧줄을 타고 먼저 내려갔다.
그 후에 버서커와 빅자이언트를 번갈아 사용하며 나무를 베고, 돌을 집어던져 공터를 만들었다.
내가 힘쓰는 모습을 처음 보는 세 아들은 기겁하며 놀랐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도 실감을 못했는데 진짜 놀라워요.”
“어떻게 그런 힘을 내시는 거예요?”
“아버지 같은 초인의 힘을 가진 이가 또 있나요?”
전에 없던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흐음. 아들들아? 아버지는 신탁을 받는다. 그리고 이건 신이 주신 힘이야. 너희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힘이다.”
내가 신탁을 받는다는 건 이미 유명한 얘기였다.
“신의 음성은 어떤가요?”
“저도 들어보고 싶어요.”
“신은 어떤 존재인가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최대한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만족시킨 건 아니었다.
“얘들아. 질문은 그만 하자. 아버지도 신탁을 받은 건 몇 번 안 된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듣지 못하고 있어.”
지난 20년 동안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가 너희 형과 누나들이랑 하던 게임이 있는데 같이 해볼까?”
세 아내는 전에 즐겨봤기에 무언지 알고 있었다.
게르에 들어가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
남쪽의 섬에 도착했다.
시간은…
한 달 정도 걸렸나?
날아서 오는 데 왜 이리 오래 걸렸냐고?
단번에 오지 못해서였다.
중간에 10여 회 이상 땅에 내려왔다.
쉬는 게 목적이기도 하고,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거센 바람이 불고, 바람의 방향이 남향이 아니면 안 되니까.
어찌 되었든 도착 후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20년 만?
여하튼 메시지는 아주아주 오랜만이었다.
[추가 미션 중에 ‘찾아낸 미지의 섬 10개을 비행으로 찾아간다(1/10)’의 일부를 클리어 했습니다.]‘끄응. 이 메시지 듣자고 이 고생을…’
새삼 느끼지만 자괴감이 든다고나 할까?
다행인 건 섬 하나 방문하면 같이 클리어할 퀘스트가 3개라는 것.
포탈 마법진을 설치하고, 부두를 만들었을 때에도 다시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추가 미션 중에 ‘찾아낸 미지의 섬 10개에 포탈 마법진을 설치한다(1/10)’의 일부를 클리어 했습니다.] [추가 미션 중에 ‘찾아낸 미지의 섬 10개에 배를 정박할 부두를 만든다(1/10)’의 일부를 클리어 했습니다.]포탈 마법진은 아무 곳이나 만들 수 없기에 단단한 지형 위에 미리 준비한 건축물을 세웠다.
건축물은 바위로 쌓은 작은 피라미드 같은 것.
왜 피라미드냐고?
튼튼하잖아.
오래 가고.
처음에 어떤 걸 만들어야 튼튼하며 안전할까 고민했는데 지구에서 수천 년이 지나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피라미드가 먼저 떠올랐다.
미리 직육면체로 쪼개서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둔 바위를 겹겹이 쌓아 며칠 만에 피라미드를 완성했다.
가장 안쪽에는 포탈 마법진을 설치할 방을 만들었으며, 입구는 바위로 봉인했다.
여는 것도, 닫는 것도 버서커나 빅자이언트를 써야만 바위를 움직일 수 있었다.
‘나처럼 힘을 쓸 수 있는 자가 있거나, 힘을 합쳐서라도 바위를 밀어낼 정도의 용사가 있어야 할 거야.’
마법사만으론 여기를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좌표까지 잘 기록했다.
‘후우. 이제 하나… 남은 건 아홉.’
좀 아득하기는 했다.
“어때?”
질문하는 건 이자벨이었다.
“뭐가?”
“오래 준비하고 왔잖아. 성공한 보람이 있어?”
“보람이라…”
아직 끝난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인데.
내가 말끝을 흐리니 이자벨이 다시 물었다.
“왜 힘들어? 돌아갈래?”
“난 괜찮아. 하지만 레아랑 아나이스는 좀 지친 거 같고. 세 아드님도 지친 거 같더라. 그리고… 당신도.”
이자벨의 말은 정확했다.
‘그래. 나도 좀 지쳤어. 하지만 포기하지 않아. 그동안 준비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하지만 좀 쉴 필요는 있었다.
때문에 며칠에 걸쳐 배를 댈 부두를 만든 후에 열기구는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포탈 마법진을 통해 옛 황성으로 돌아갔다.
‘이건 좋네. 진즉에 이렇게 했으면 항해 중간에 충분히 쉴 수 있었을 텐데.’
뒤늦게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전에는 내가 포탈 마법진을 설치할 마법 능력이 없었고, 마법사를 데리고 다니지도 않았었다.
‘한 달 정도 푹 쉬고 다시 출발해야지.’
***
한 달이 지났을 때.
세 아내와 셋째인 세 아들을 불러서 또 다시 떠날 건지 물어보았다.
내심 안 간다고 하기를 바랬다.
혼자 편하게 다니려고.
그러나…
“가야죠.”
“갈 거예요.”
“후후. 당신을 놔주진 않을 거 알죠?”
세 아내만이 아니었다.
“꼭 갈래요.”
“갈게요.”
“데리고 가주세요.”
셋째인 세 아들도 아직은 모험심이 사라지지 않아서 함께 하겠다고 했다.
‘끄응. 계속 달라붙네.’
다음 목표는…
북극으로 잡았다.
왜냐하면 가깝기도 하고, 이 대륙의 북쪽까지 가는 동안에 아래는 바다가 아니라 땅이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위로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기온이 낮아져서 추위가 문제가 되었다.
너무 추워 열기구를 오래 타지는 못하고 하루에 몇 시간 타면 밑으로 내려와 게르를 설치하고 쉬었다.
이렇게 가기를…
보름여.
드디어 대륙의 땅이 끝나고 바다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북극의 설원까지는 온통 바다.
때문에 세 아들에게 미리 주의를 주었다.
“이번에는 바다 위를 꽤 지나야 한다. 추워도 내려갈 수 없다. 오히려 바람의 영향을 피해 위로 올라가야 할 수 있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세 아들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바다로 나가기 전에 가장 좋은 날을 선택했음에도 북극의 차가운 바람은 거셌다.
때문에 고도를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올렸는데 아래로 구름이 지나갈 정도였고, 대략 10,000미터는 올라오지 않았나 싶었다.
이 정도 되니 바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렇게 날아가기를 며칠.
드디어 아래로 바다가 아니라 설원이 보였다.
‘왔구나!’
하지만 바로 열기구를 내리지 못했다.
아래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며칠 동안 극심한 추위에 노출되어 있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내려가고 싶었지만 당장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세 아내와 세 아들은 특별히 제작된 침낭에 들어가 쉬도록 했고, 나 혼자 계속 불을 지피며 고도를 유지했다.
그러다 몇 시간이 지나 일시적인지 모르겠지만 눈보라가 멈췄을 때에 고도를 내리며 설원 위에 내렸다.
부르르르.
내려와도 계속 춥네.
이때 전에 남쪽 섬에서 들었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제 포탈 마법진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게 문제였다.
왜냐하면 지금 서 있는 곳은 땅이 아니라 눈.
특히나 나중에 기온에 변화가 있어서 빙벽이 무너지면 바다로 떠내려갈 수도 있었다.
‘단단한 땅이 필요해. 그런데 북극은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단단한 땅이 어디 있을지 알 수가 없잖아.’
문제는 또 있었다.
‘부두는 어디에 만들어?’
포탈 마법진과 달리 해안에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끄응. 메시지만 들으면 되잖아. 이후에 망가지든, 말든. 어떤 부두든 영원할 수는 없는 거니까.’
적당한 해안을 정해 아공간 주머니에 있던 바위, 흙가마를 쏟아내며 부두를 만들었다.
성공 메시지가 들려왔는데 솔직히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이건 임시일 뿐이야. 얼마 못갈 게 분명해.’
그렇다 해도 성공은 성공이니 떠나야 했다.
내린 곳에서 다시 위로 올라간 후에 북으로 더 올라갔다.
충분히 왔다고 싶을 때에 내린 후에 아공간 주머니에서 바위덩이들을 꺼내 전처럼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전에 세운 피라미드랑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 세운 건 입구에 놓는 바위가 미는 게 아니라 안으로 당기는 식이라는 것.
북극에 놓을 것과 남극에 놓을 건 미리 바위에 손잡이 비슷한 걸 만들어 당길 수 있게 해 놨다.
눈이 많이 쌓이면 도저히 밀어낼 수 없을 테니까.
여기까지 하고 떠나야 했는데 위치는 차원의 문이 있는 북극점이 아니라 포탈 마법진을 이용해 제국으로 돌아오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