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46
제246화
“내가 볼 때에 과거의 당신과 비교해서 블린트는 100배 이상 훌륭해요.”
“…..”
부인할 수 없는 말이긴 했다.
처음엔 온갖 상태이상으로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난 게임의 온갖 이스터에그를 알고 있었다고.’
이때 문득 떠오른 생각.
‘블린트에겐 내가 있잖아?’
새로운 제국을 세운 황제.
수십 만의 적을 혼자 물리친 자.
소드 마스터를 이긴 자.
흑마법사를 이긴 자.
드래곤까지 잡은 드래곤슬레이어.
이런 막강한 자가 바로 블린트의 아버지였다.
‘그래. 나라는 존재가 이스터에그보다 훨씬 낫기는 하지.’
성장이라는 면에 있어선 과거의 내가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안전이라는 면을 따지면 블린트가 훨씬 나았다.
“허락해줘야 당신이 떠나는 것도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그동안 당신이 마음대로 했던 일들을 떠올려 봐요. 내 부탁을 거절할 수 있어요?”
“…..”
그동안 멋대로 한 게 많아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레아도, 블린트도 허락했는데 이 일은 아나이스와 멕케이, 이자벨과 슈체니를 데리고 가게 하는 결과를 나았다.
레아가 간다니까 왜 자기는 빼놓느냐며 따지는 아나이스와 이자벨의 질문에 대꾸를 못했다.
또 멕케이와 슈체니도 꼭 따라가겠다며 나서는 바람에 그냥 다 허락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세 명의 셋째들은 단 한 번도 황성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이걸 말하며 데리고 가자고 한 건 아나이스.
이자벨도 한 마디 하긴 했다.
“형이나 누나는 데리고 다니며 모험을 겪게 해줬는데 왜 나는 황성에 가둬만 두냐고 해. 솔직히 힘이 넘치는 10대잖아. 그런데 그냥 가둬만 두면 반드시 사고 칠 거라고.”
“그래서 사고 치기 전에 데리고 나가자고?”
“맞아. 아버지란 사람은 한두 번 사고 친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뭘 따져?”
끄덕끄덕.
“그렇긴 하지.”
그런데 진짜 사고를 친 건 내가 아니라 시스템인 건 알고 있나?
나를 이 세계로 끌고 온 게임 시스템…
***
우와아아아!
나와 세 아내, 그리고 함성을 지르는 세 명의 셋째와 함께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후우. 떨리네.’
전에 배를 타고 첫 항해에 나설 때는 떨리는 마음이 아니라 비장함이었다.
이걸 꼭 해내야 이 세계에 남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걸며 꼭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20년을 미루었지. 무려 20년.’
준비 기간도 상당했고.
‘후우, 어렵게 어렵게 이 세계에 남았다.’
그런데 열기구를 타고 가다가 죽는다면?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지.
‘그래도 20년은 살았잖아.’
그런데 사람 욕심은 왜 끝이 없는지.
20년을 살아도 더 살고 싶어서 이리 떨리는 걸 보면.
배웅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제국을 다스리느라 바쁜 세 아들과 결혼 생활 잘 하고 있는 세 딸들에겐 연락하지 않았다.
아버지 배웅하는 건 이미 몇 번이나 했고, 또 불러봤자 나이 먹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말리기나 할 테니까.
‘하긴 나도 이제 50대 후반. 곧 60대가 된다.’
하지만 피지컬 SS인 나는 아직도 30대 외모를 가졌고, 대놓고 만든 세계적인 미모의 세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이젠 아들과 딸들이 친구처럼 보여서 같이 있기 민망하다.
다행이라면 세 며느리는 처음 본 날이랑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
엘프 종족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들은 늙어가잖아. 좋은 걸까?’
잠깐 고민했지만 뭔 상관이랴.
‘내가 강제로 결혼을 시킨 것도 아니잖아?’
그냥 알아서들 하겠지.
열기구의 높이를 계속 올렸다.
“얘들아. 얼른 외투 걸쳐라. 계속 추워질 거다.”
세 아내에게도 모피로 만든 외투를 주었고, 나도 마찬가지로 모피 외투를 걸쳤다.
뿐만 아니라 모자도 쓰고, 장갑도 끼고, 신발도 털로 된 걸로 바꿔서 신고.
열기구를 타고 이동할 때에 가장 문제가 뭐냐면…
방향!
다음은 속도.
먼저 열기구는 올라가고, 내려가고 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데 그건 고도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
그렇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고도를 찾아 계속 움직이면 된다.
물론 주체할 수 없는 바람이 분다면 그땐 땅에 내려와야겠지만 바다에서라면 선택은…
위!
거센 바람조차 밑으로 깔아버릴 정도로 높은 고도!
만일 고도를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이 땅에 내려와야 한다면?
‘그럼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배를 꺼내야지.’
물론 배만 꺼낸다고 되는 게 아닌 거 안다.
특히나 거센 바람이 불어 비상착륙을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모험을 해야 얻는 게 있지.’
위기에 맞서 가장 잘 대처하는 방법은…
모험을 안 하는 거였다.
물론 어느 정도 안전장치는 있어야겠지만 그게 바로 배였다.
어쨌든 바람은 이렇게 대처할 생각이고, 다음은 속도.
이 부분은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했다.
바로 증기기관과 프로펠러.
증기기관과 프로펠러도 무겁기야 하지만 열기구는 정원을 15명으로 놓고 제작했다.
현재 타고 있는 인원은 나, 세 아내, 셋째 세 명으로 모두 7명.
8명이나 되는 인원이 비었기에 이 무게만큼 여유가 있는 거였고, 이건 증기기관과 프로펠러를 놓아도 될 정도였다.
문제는 이게 아니라 연료.
원래라면 연료문제로 설치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아공간 주머니를 가졌기에 이 부분에서 자유로웠다.
“어디까지 올라가요? 너무 높이 가는 거 아니예요?”
“맞아요. 숨쉬기 힘들어요.”
“그만 가면 안되요?”
“내 목표는… 구름 위에요.”
가능한 구름층 위로 올라와서 비나 눈, 바람 등의 영향을 적게 받으려고 했다.
전의 항해를 통해 몇 개 섬을 빼고 위도와 경도는 알고 있었다.
일식 현상이 일어나며 낮밤이 바뀌기도 하지만 기계로 제작된 시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하게 흘러가기에 이를 통해 경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물론 지구의 그리니치 천문대처럼 기준점이 필요한데 이건 내가 머무는 옛 베르니아 황성으로 정했다.
첫 목표는 대륙 남쪽에 있는 인공섬.
그러니까 내가 간척하여 만든 섬이었다.
‘하루 종일 가더라도 부족해. 아마 빨라야 3일? 아니면 5일? 더 걸리나?’
며칠이나 날아가는 건 엄청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화장실.
이건 개인별로 따로 하나씩 제작했다.
세 아들만 빼고.
왜냐하면 세 아내가 같이 쓰는 건 당연히 싫어할 테니까.
대신 나는 세 아들과 함께 쓰기로 했다.
화장실이라 해서 거창한 그런 거 아니었다.
그냥 혼자 들어가서 앉을 수 있는 변기가 있으며, 휴지가 비치되어 있을 뿐.
뒤처리는 줄을 당기면 변기 위에 있는 물통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며 배설물을 쓸어서 밑으로 버리게 된다.
밑이라는 건 그러니까 허공!
누군가 배설물을 맞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극히 희박하지 않을까?
내가 날아가는 곳은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니까.
섬을 찾아가는 거니까 바다 위가 대부분일 테고.
평소에는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가 화장실을 쓰겠다고 하면 내가 꺼내서 사용하게 한 후에 다시 집어넣었다.
화장실을 꺼내면 일시적으로 무거워져서 열기구가 가라앉지만 그만큼 연료를 태워 열기구에 열을 넣으면 된다.
한편 세 아들은 반발했다.
“저희는 하나로 쓰는데 왜 어머니들은 각자 화장실을 따로 가지고 계신가요?”
아기 때부터 귀하게 자라온 세 아들이었다.
누구와 화장실을 같이 쓰는 건 해본 적도 없고, 하라고 요구받아본 적도 없었다.
“모험이란 게 황성에서와 같은 생활일 수 없다는 건 너희도 알겠지?”
“하지만 어머니들은…”
“잘난 남편을 둔 덕분이지.”
“저희도 잘난 아버지가 있습니다만?”
“그 아버지가 아들에게 만들어주기 싫다고 한다.”
“…..”
세 아들이 날 노려보았지만 무시했다.
“모험을 하고 싶다고 한 건 너희들이었다. 아버지는 원래부터 데리고 가기 싫었다.”
그러니 불만 같은 거 말하지 말라고.
떠나기 전에 충분히 어려운 일이 있을 거고, 목숨도 걸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화장실 정도야 뭐…
“어쩔 수 없는 때가 아니면 내리지도 않고 계속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그러니 이 정도 어려움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 된다.”
“그게 아니라 불공평…”
“그만!”
손을 들어 말을 막아버렸다.
“떠들 시간에 연습을 하자.”
“무슨 연습이요?”
“저격연습!”
아공간 주머니에서 대전차저격총을 세 정 꺼내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목표는 저 아래에 있는 곰이다. 너희도 보이지?”
더 작은 목표도 있지만 눈에 안 보일까봐 그나마 큰 놈으로 골라서 말했다.
“…아버지? 저희는 아버지가 아닙니다.”
“저 아래에 곰이 있다구요?”
“후우,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요?”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현재 열기구의 위치는 대략 2천 미터 정도 되려나?
아니면 3천 미터?
여하튼 내 눈에는 보이지만 세 아들에겐 점으로도 보이지 않는 거 같았다.
“흠흠. 그럼… 목표를 뭐로 해야 하나? 고도를 좀 낮추자.”
바람이 적은 날을 골라서 출발했기에 지금은 꼭 구름 위로 올라갈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빠르게 내려가기 위해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거운 모래를 담은 주머니를 여러 개 꺼내서 열기구에 걸었다.
잠시 후에 세 아들은 아래에 움직이는 게 보인다고 크게 외쳤다.
내려다보니 곰이 아니라 사슴이었다.
열기구가 내려오는 동안에 곰이 있던 곳은 이미 지나버렸다.
“가르쳐준 대로 종이탄피를 입으로 찢고 안에 있는 화약을 총구에 넣어라!”
내가 외치자 세 아들은 배운대로 종이탄피를 담은 주머니에서 하나를 꺼냈다.
다음에 종이탄피의 윗 부분을 입으로 찢고, 화약을 총구에 넣고, 탄피를 넣고…
준비가 되고 아래를 향해 총구를 내리며 조준까지 끝나자 내가 다시 외쳤다.
“준비 끝났으면 쏴라!”
타앙, 탕, 탕!
세 번의 총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거의 동시였지만 나는 누가 가장 먼저 쏘았는지, 누가 나중에 쏘았는지 구분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누가 목표를 맞추고, 누가 빗나갔는지도 알 수 있었다.
시력이 좋다고 해서 총알의 궤적마저 따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면 어떻게?
쏘아진 순서를 알기 때문이었다.
빗나간 건 한 발이었고, 땅에 박힌 게 아니라 돌에 튀었다.
나머지 두 발은 피가 튀는 게 보였고.
이걸 구분하는 것도 놀라운 시력 덕분이기는 했다.
“슈체니? 너만 빗나갔다.”
어머니를 닮은 게 아니라 날 더 많이 닮아서일까?
이자벨을 닮았다면 절대 빗나갈 리 없었다.
‘아니지. 고작 한 발로 이런 판단은 너무 빠른가?’
그런데 남쪽의 섬까지 날아가면 몇 번이나 이런 저격 연습을 할 기회가 있었다.
결론을 말하면…
슈체니는 날 닮았다.
이자벨은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슈체니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건 하인리히였고, 슈체니는 막내이기도 했고, 권력에서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기를 바랬기에 부족한 모습도 넓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문제는…
“왜 난… 왜 난…”
슈체니 본인이 부족함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거였다.
‘정밀분석으로 스킬을 줄까?’
괴로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고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