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50
제50화
첫 던전이 숨겨져 있는 거였다면 이번 건 알려져 있는 거였다.
고대의 유적지로 누구나 알고 있는 장소.
하지만 이 안에 숨겨진 장소는 플레이어만 열 수 있었다.
난이도는 다이어 울프 던전과 비슷했다.
유적지에 와서 안에 들어가려 하니 몽크가 날 말렸다.
“영주님, 이 안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
“네. 아주 오래전에 조사가 다 끝났죠. 아마 수십 년도 더 되었을걸요?”
“그래도 보고 싶은데? 기사 수행이 꼭 전투만을 위한 건 아니니까.”
끄덕끄덕.
“흠흠, 기사 수행…….”
납득한 몽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던전에 들어왔지만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진짜 던전이 아니라 그냥 고대 유적지일 뿐이니까.
내부도 어두웠으며, 안에 들어온다고 해서 내부가 환해지는 것도 아니라서 횃불을 밝혀야 했다.
“영주님, 끝까지 가시게요? 여기 꽤 깊은데.”
“페온, 그대는 와 봤었나?”
“네.”
“오호, 그래?”
“그냥 고대 유적이란 게 뭔지 궁금해서 와 봤죠. 그런데 정말 썰렁하고 아무것도 없어서 실망했어요.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 아닌 여름이었는데도 북부는 여전히 추웠으니까요.”
페온의 말이 실감이 가는 게 안에 들어오면 좀 덜 추우려나 했는데 그다지 차이도 없었다.
대략 30여 분이 지나 드디어 던전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슬쩍 비밀의 문이 있는 벽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쿠르르릉~ 덜컹!
“허억! 영주님!”
“저, 저기 왜 문이…….”
“어머머, 저거 뭐야!”
다들 당황하는데 난 슬쩍 안으로 들어갔다.
‘히든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보상으로 1,000코인과 2점의 포인트를 받았다.
또 내부가 환하게 밝혀졌다.
“들어가 볼까?”
고개를 돌리며 일행에게 물어보았다.
“위험하면 나오면 되지. 만일 우리가 이대로 가 버리면 다른 이들이 와서 차지할 텐데?”
이 말이 결정적이었다.
내가 선두가 되어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
던전 속의 또 다른 던전에서 1박 2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렇게까지 한 끝에는?
당연히 클리어!
보스가 좀 위험했지만 버서커와 빅자이언트를 쓴 내가 치명적인 일격으로 끝을 냈다.
여기서 나온 아이템들이 여럿이었는데 난 힐링 포션, 마나 포션, 그리고 주문서만 챙겼다.
양피지 두루마리가 나오니 다들 관심 있게 바라보았다.
“으음, 이건 쓸 사람이 나밖에 없겠는데?”
지휘관 성장 주문서가 아니었으니까.
살짝 의심하는 것 같아 몽크에게 준 후에 양피지를 찢어 보라고 했다.
찢는 게 곧 사용 방법이었으니까.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 아무도 변화가 없었다.
나도 변화가 없었다.
나온 건 하급 3장이었는데 이 정도로는 변화를 줄 수 없어서였다.
북쪽의 던전은 이걸로 끝이었다. 다른 던전이 더 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태론 덤빌 수준이 아니었다.
따라온 일행이 없다면 발견만 해서 포인트를 챙기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건이 아니었다.
‘남은 건 한스인데… 한스만 발견하면 되는데…….’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주위 정찰을 나갔던 몽크가 두툼한 털가죽 옷을 입은 자를 데리고 왔다.
“영주님, 이자는 사냥꾼인데 몬스터 추적에 능하다며 영주님을 뵙고자 합니다.”
꾸벅.
한스는 허리를 굽히며 절했다.
“안녕하십니까? 영주님. 한스라고 합니다.”
‘후후, 드디어 만났군.’
속으로 뛸 듯이 기뻤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일을 찾아왔나? 추적에 능하다고?”
“그렇습니다.”
“우리는 딱히 추적하는 몬스터가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지금 기사 수행 중이거든.”
“아! 그렇습니까?”
“그래도 사냥꾼이 옆에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되겠지. 혹시 사냥 외에 그대만의 재주가 있다면 말해 보라. 마음에 들면 고용하겠다.”
“어… 저는 몬스터를 잘 다룹니다.”
한스가 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한스가 왜 이러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몬스터를 조련하는 걸 안 좋게 보는 이들이 있었다.
사술을 쓰는 것으로 오해하는 거다.
야수 조련이란 특성은 타고난 것으로 한스로서도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말로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다룬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몬스터를 이용해서 몬스터를 추적하는 거죠. 아! 추적은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잠깐! 몬스터를 이용해?”
“쉽게 말씀드리면 사냥개처럼 이용한다는 거죠.”
“사냥개? 몬스터를 개처럼 길들인다고?”
“…네.”
밝히기 싫은데 억지로 밝히는 것처럼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돈이 궁해서 그런 거야.’
한스의 문제가 뭔지 안다.
일찍 결혼한 아내가 현재 오늘내일하고 있다.
조산으로 아기를 힘들게 낳았는데, 하혈을 많이 해서 몸이 엄청 약해져서 일어나지 못한 지 몇 개월째였다.
아내를 돌보느라 사냥도 못해 먹을 걸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이웃에게 아내를 맡기고 현재 사냥을 나온 것.
이런 사정이기에 밝히기 싫은 것까지 말하면서라도 일을 구하는 거였다.
“오호, 대단한 재주구나. 그대 말이 진짜라면 지금만 아니라 계속 고용하고 싶은데?”
“진짭니다.”
“그럼… 직접 보여 줄 수 있나?”
나야 믿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으니 한스를 왜 고용하는지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네!”
한스는 급히 대답한 후에 몸을 돌리고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익~!
소리가 나고 얼마 후.
후두두둑.
나무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커다란 덩치의 다이어 울프.
북쪽에 와서 자주 보는 놈이었다.
몽크와 페온이 긴장하여 공격하려 했지만 한스가 크게 외쳤다.
“공격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키우는 놈입니다!”
“멈춰라!”
한스에 이어 나도 크게 소리쳐서 제지했다.
다이어 울프는 긴장해서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 섰지만, 한스가 다시 낮게 휘파람을 부니 가까이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마치 개처럼 한스의 몸에 자신의 몸을 부비며 아양을 떨었다.
“오호, 진짜구나. 널 고용하겠다!”
쓰윽.
미리 준비해 둔 가죽 주머니를 내밀었다.
300골드? 500골드?
아니다.
평민에게는 3백이든 5백이든 엄청나게 큰 액수라 한 번에 줄 정도는 아니다.
한스에게 내민 주머니에 담긴 건 100골드.
안을 열어 본 한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오, 이걸 전부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
“그렇다. 계약금이라고 생각해라.”
껌벅껌벅.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대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잘하면 잘할수록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말이다.”
“아! 가, 감사합니다.”
한스를 찾았으니 추운 북쪽에서 더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
“한스.”
“네?”
“가족이 있다면 영지로 같이 데리고 가자.”
“아, 아, 그, 그게…….”
한스는 난처해하면서 아픈 아내와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에 대해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그대의 아내를 먼저 고쳐야겠군.”
“저도 고쳐 보고자 백방으로 노력을 했지만 차도가…….”
“내게 방법이 있다.”
쓰윽.
품에서 내민 건 미리 게임 상점에서 사 둔 큐어 포션과 상급 힐링 포션.
게임에서도 한스의 아내를 이걸로 치유했었기에 이번에도 될 것이 분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상급 힐링 포션은 2개로 하나는 아내, 다른 하나는 아기 거였다.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에게 힐링 포션을 사용하면 보통의 아기 정도로까지 건강 상태가 좋아진다.
심상치 않은 빛깔의 포션을 본 한스는 눈이 커지며 물었다.
“이, 이게 뭡니까?”
“수도에 갔을 때 비싼 돈을 주고 산 마법 물약이다. 하나는 웬만한 병은 다 치료해 주는 거고, 다른 하나는 몸을 건강하게 해 주는 거다. 보다시피 건강하게 해 주는 물약은 2개. 하나는 그대의 아내에게 쓰고, 다른 하나는 아기에게 쓰면 된다.”
“이, 이 귀한 걸 써도 되겠습니까?”
“흐흐, 앞으로 나에게 충성을 다 바쳐 일하면 된다.”
“가, 감사합니다!”
털썩.
한스는 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린 후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마워했다.
토벌을 끝내고 한스의 안내에 따라 그의 집으로 갔다.
가는 데만 열흘이 넘게 걸렸고, 도착해서 죽기 직전으로 보일 정도로 쇠약한 아내에게 큐어 포션과 힐링 포션을 쓰니 혈색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기에게는 먹일 수 없어 몸에 부었는데,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울음소리가 맑고 우렁차졌다.
“여, 영주님! 차도가 있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그대가 일을 잘하면 되지. 그런데 아내가 아직도 약해 보이는데? 아무래도 마법 물약을 좀 더 써야겠어.”
상급 힐링 포션 2개를 더 내밀었다.
이것도 상점에서 미리 사 두었던 것.
한스의 아내에게 더 줄 생각은 없었고, 내가 비상으로 쓰려고 산 거였다.
하지만 상태를 보니 아내에게 더 써야 영지까지의 여행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오, 이걸 또…….”
“수도에 다시 가서 구하면 된다.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목숨을 바쳐 충성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한스는 확실한 내 사람이 되었다.
‘최면을 걸어 달라고 하려면 나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자여야 하지.’
최면 중에 어떤 비밀이 새어 나올지 모르는데 그 비밀을 지켜 줘야 할 사람이니까.
“북쪽은 이만 돌아다니고 영지로 돌아가 잠시 쉰 후에 다시 기사 수행을 다녀야겠다.”
“어? 영지로요?”
몽크가 반문하는데 다른 이들도 다 같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왜 그러나?”
“전 3년 동안 영지는 안 가시고 계속 돌아만 다니실 줄 알았습니다.”
“흐흐, 못 가야 할 이유도 없는데 왜?”
한스, 한스의 아내, 그리고 아기까지 데리고 영지에 돌아왔을 때는 한겨울이었다.
이동하는 동안 상급 힐링 포션을 조금씩 먹게 한 덕분에 아내와 아기는 건강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성에 도착했을 땐 아기를 안고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내가 마차에서 내려 두 발로 걷는 모습을 보고 한스는 다시금 눈물을 훌쩍거렸다.
‘흠흠, 이쯤이면 한스가 숨은 능력도 밝힐 것 같은데…….’
한편 내가 영지로 오니 도든부터 실버훈과 모든 지휘관들이 다 당황했다.
심지어 영지민들까지.
“잠깐 온 거다. 기사 수행은 계속할 거다.”
“아~ 하.”
그제야 납득했다는 듯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기사 수행 중에 영지로 몇 번은 돌아올 거다. 난 한 번도 3년 후에 돌아온다는 말은 안 했었는데?”
며칠은 푹 쉬면서 몸에 쌓여 있던 북쪽에서의 한기를 쫘악 빼냈다.
그 후에 한스를 불러 은밀한 상담을 했다.
“한스, 꿈 자주 꾸나?”
“네? 그, 그다지…….”
“전에는 눈 감으면 캄캄하고, 눈뜨면 아침이었는데 요샌 꿈을 왜 이렇게 많이 꾸는지 모르겠다.”
“외람되지만 심신이 좀 약해지신 건 아니신지…….”
눈치를 보며 말하는데 그가 하는 말이 뭔지 알아들었다.
힘을 많이 써서 그런 거란 소리였다.
‘젠장, 그거 아니거든! 꿈 많이 꾼다는 거 거짓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