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58
제157화
157화
사람이 뛰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겠지.
“시안, 저 학생이 분명 우수한 것은 저도…… 인정……은…… 하겠습니다……. 끄응…….”
아니, 인정 못 하시는 거 같은데요.
왜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떠시나?
심호흡까지 해 가면서 나를 인정하는 듯 혹은 그렇지 않은 듯한 말을 해 가며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법에 국한된 분야의 재능일 겁니다만.”
“무슨 뜻인가?”
“시안의 성적은 지극히 비상식적입니다. 마법 계열의 성적은 그렇다고 쳐도 다른 과목의 성적은 대체 무엇입니까?”
비상식. 말렉 교수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내가 치른 과목의 점수들.
공용 마법과 흑마법 계열은 그렇다고 쳐도 연금술과 심지어 점성술 점수까지 높았다.
“무엇보다 점성술 클래스의 시험은 적어도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온전히 통과한 적 없는 시험이라고 들었습니다만.”
“……흠, 그랬죠. 그렇군요.”
듣고 있던 점성술 클래스의 교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 그게 그 정도로 고난도 시험이었나.
하지만 정작 점성술 클래스의 교수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올해에는 그 시험에 통과한 것은 시안뿐이 아닙니다. 그가 통과하고 10분 후에 클리어한 신입생이 있었으니 말이죠.”
“그 학생은 점성술 클래스의 기대주가 아닙니까? 하지만 시안은 타 클래스의 학생입니다만.”
말렉 교수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젓는다.
“거기에다 듣자 하니 점성술 클래스에서 다루지 않는 이론을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썼지.
그야 흑마법을 이용한 기술은 다른 애들이 쓸 수 없을 테니까.
“시험 현장에서 판단했을 때 별문제는 없다고 여겼습니다.”
“네. 그 판단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 과연 시안 학생은 그런 다양한 지식을 대체 어디서 얻은 것입니까?!”
요컨대 말렉 교수의 주장은.
도금도 정도껏 해야지 그게 지나치다면 비현실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
‘우와! 겁나게 뜨끔하네.’
무엇보다 그 당사자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면 할 말이 없군.
“그렇지 않나? 시안.”
“그저 제가 잘났을 뿐이네요. 음, 듣고 보니 제 재능이 정말 완벽하다는 게 느껴지네요.”
물론 자각은 하고 있지만, 더욱 뻔뻔해질 수 있는 게 지금의 나라는 인간이다.
“시안! 자네는 순수한 자기 재능과 지식으로 이번 평가에 임했다고 생각하나?”
“네!”
“……아니, 정말로?”
“물론이죠!”
나는 잘났으니까.
(응, 응, 악마도 감탄할 뻔뻔함이네.)
머릿속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전혀 기쁘지 않은 인정이야.
본래라면 옆에서 변호하고 있어야 할 다니엘 교수님도 “흑마법 클래스 교육에…… 인성 교육이 포함되었어야 했나요?”라고 심각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보셔?
내가 살짝 서운한 눈길로 쳐다보자, 그제야 다니엘 교수님은 짧게 헛기침하는 시늉을 하며 반론에 들어갔다.
“적어도 시안의 재능에 이견이 없는 것은 제가 보증합니다. ……애초에 아카데미 시험의 감독은 교수들이 모든 재량을 총동원하여 감시하는데, 과연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못 한다면 그건 저희의 재량이 일개 학생만도 못하다는 소리가 됩니다만.”
“그렇다면 교수들의 재량도 이 기회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면 됩니다.”
음? 웬일로 말렉 교수가 자신들의 체면을 구기는 발언을 받아들였다.
그 정도로 내가 밉보인 건가?
다니엘 교수님조차 이건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잠시 말문을 잃고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저거 괜찮은 겁니까?”
“……묘하네요. 속 좁은 인간이라는 건 알았는데, 저 정도였다니.”
“……오늘 아주 작정한 거 같은데요.”
“……여차하면 오늘 이 자리가 끝난 뒤에.”
“……아니, 살려는 놓으셔야죠.”
딱히 곤란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저 귀찮을 뿐이지.
학장조차도 중간부터는 거의 흘려듣듯 시선을 다른 데 굴리고 있었다.
‘큰 문제는 없겠는데.’
보아하니 이대로 그냥 무시하는 시늉만 해도 이 논의 자체는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건 섭섭하군.’
어물쩍 넘기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아.
하물며 시비를 걸면 반드시 더욱 판을 키우자는 신조로 살고 있는 게 지금의 나.
참으로 건방진 시안.
“그렇다면 말렉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제 재능의 진의를 확인하고 싶으신 것인지요?”
“흥, 어쭙잖은 잔꾀로 넘어갈 생각은 말게.”
“아뇨, 그럴 리가요. 네, 교수님 말씀대로 판가름할 때는 확실히 가려야죠. ……그 흑마법 스크롤 때처럼요.”
순간, 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역시 그때 망신당한 걸 속에 담아 두고 있었구먼?
“어떻게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별개로 시험이라도? 아니면 그때처럼 시합이라도 벌일까요? 아, 이번에는 제 위 기수 학생을 한 명이 아니라 단체로 데려오시는 건 어떨까요?”
“무슨 망발을…….”
“아니면.”
나는 누가 봐도 도발하는 게 확실한 티를 내면서.
“이번에는 말렉 교수님께서 직접 체감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말조심하게!”
사실상 교수에게 도전이나 다름없는 발언.
그것도 나쁘지 않다.
아예 이렇게 된 거 작정하고 한판 붙어서 후환을 제거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물론 교수는 만만하지 않다.
저기 말렉 교수만 해도 마법사로서의 경지가 5서클에 진입한 고수.
‘하지만 교수들 중에서는 최약체의 반열에 들었던가.’
5서클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하물며 이제는 나도 똑같은 5서클이다. 아니, 내가 그보다 더욱 나을 것이다.
정면으로 붙게 되어도 괜찮다.
그것만큼은 진심이다.
“자네…….”
“어떻습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말렉 교수님께서 직접 그 뛰어나신 실력으로 제 실력을 가늠해 주시는 게?”
“어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오! 정말로 넘어갔구나 하고, 내 안면에 화색이 돌려던 그때였다.
“거기까지만 해 두게. ……그 이상 괴롭히는 건 그만두지 않겠네.”
딱 한 마디면 되겠다 싶은 시점에서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회의장에 난입한 중년 사내.
백발이 반쯤 섞인 금발의 사내는 아무렇지 않게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나무라는 이들은 없었다.
“멕젠 학과장? 자넨 용무가 있어서 자리를 비웠을 텐데?”
“생각보다 일 처리가 빨리 끝나서 말입니다. 조금 신경이 쓰여서 늦게나마 와 봤습니다. 필레프 학장님.”
멕젠.
그 이름을 듣고 나서야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멕젠 리켈드.
공용 마법 클래스를 총괄하는 학과장.
본래라면 이 회의도 그가 직접 출석해야 했지만, 종종 바쁜 그를 대신해 말렉 교수가 참석하는 일이 잦다는 설정이었던가.
그가 회의실에 난입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한 것인지 말렉 교수는 반쯤 입을 벌린 채 굳어 있었다.
“괴롭히다니 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자네에게 말한 게 아니네. 말렉.”
“……예?”
그러나 정작 그는 말렉 교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내 쪽.
“우리 쪽 교수가 실례한 모양이군. ……시안이라 했던가?”
“예……. 시안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 말씀은 제게?”
“그럼 자네 말고 누구에게 하겠나?”
음? 내가 언제부터 저 아저씨를 괴롭혔다고 그러시나. 나는 정말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짓궂은 장난은 그만하게. 정말로 일이 벌어지게 되면 수습하기 어려우니……. 자네가 문제가 아니라 저 친구의 안전을 위해서네.”
그러나 정작 그는 그런 내 내숭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듯 마치 어린애의 장난을 타이르듯 말한다.
당연히 다른 교수들도 듣고 있다. 학장도 무슨 뜻이냐는 듯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멕젠 학과장!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농담이 아니네. ……자네, 이 소년의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알고 있지?”
“평가에 의하면, 4서클에 진입한 상태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아마 그는 나를 견제하기 위해 나름 내 수준을 조사했을 것이다.
흑마법 스크롤 때는 얕보다가 깨졌으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평가 때 점수나 그 외의 정식 제출 기록을 참조하여 파악해 두고 있었겠지.
문제는.
그게 최신판이라고 누가 그랬지?
……라는 것?
“틀리군. 이 소년은 이미 5서클에 진입해 있어. ……그것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지만,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네.”
“……!!”
말렉 교수는 소리 없이 시선만으로 비명을 지르며 마치 고장 난 듯한 움직임으로 내 쪽을 쳐다본다.
훗, 들켰네요.
“네, 5서클에 접어들었습니다. 자랑할 정도는 아니라서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그, 그럴 리가…….”
“사실이네. 나도 지금 이 소년을 보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네만.”
본래라면 면식도 없는 소년을 첫인상만으로 실력을 파악하기는 어려우리라.
하지만 과장이라는 자리는 거저로 딴 게 아닌지 그는 단번에 내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해 내었다.
실로 무서운 이야기지.
‘역량을 가늠한다는 건…… 적어도 상대가 그 이상 레벨의 고수라는 뜻이니까.’
멕젠 학과장의 경지는 무려 8서클.
뭐, 서클의 개수가 곧 전투력이라고 보는 건 꽤 안일한 생각이지만.
다른 예로 다니엘 교수님은 5서클의 흑마법사이지만 풍부한 실전 경험과, 사령과 저주 계통의 다양성 그리고 위험한 지식들을 토대로 실제 전투력은 거의 7서클의 마법사와 맞먹을 것이다.
반면 말렉 교수는 5서클이지만 거만한 성품과 빈약한 실전 경험으로 4서클의 상대에게도 패배할 수 있을 테고.
하여튼 그가 내 수준을 까발린 탓에 회의장 안은 한순간 경악하는 숨소리가 가득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학장 필레프마저도 놀랐다.
그리고.
다니엘 교수님도 듣고 놀란 얼굴이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고.
“……잠깐, 시안? 5서클? 선생님은 그런 말 못 들었는데요?”
“……아, 보고를 깜박했습니다.”
“……나중에 할 말 있으니까 그때 이야기하죠.”
하여튼 모두가 놀라게 되었다는 뜻.
“말렉, 이 친구가 주장한 것을 얼핏 들었습니다만. ……이 소년의 수준을 생각하면 더 논해 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군. 다른 클래스에서는 이견이 있나?”
필레프가 인정하는 듯 묻자 다른 클래스의 교수들에게서도 이 논의를 계속하자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이견이 없다면, 시안의 성적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인정하도록 하지.”
학장 필레프의 결정에 토를 다는 이는 없었다.
말렉 교수는 초조하게 이를 갈며 무언가 말하려고 애썼지만.
그런 그를 시선만으로 막은 것은 멕젠 학과장.
그는 눈짓만으로 저 오만한 교수를 찍어 누르고는 대표로 이 자리를 마무리 짓듯이 말한다.
“오늘의 무례는 이후 별개로 흑마법 클래스에…… 그리고 시안 학생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후 본인이 직접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이 자리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자 한다.
그 태도에 무어라 화를 낼 기력도 사라진 느낌.
나도 굳이 애꿎은 시비를 걸 마음은 없었기에 개의치 않는다며 형식상 대꾸하고는 넘어가고자 했다.
(그렇게 되었으니 시안, 자네에겐 사과 겸 약간의 용무가 있네.)
그때 들린 것은 염화.
그 목소리의 주인은 멕젠 학과장.
(이 회의가 끝난 후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겠나?)
그것은 나에게만 들리는 초대 의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왜 아저씨들이 자꾸 나를 불러내려 하는지 모르겠어.
(어머, 사랑받아서 좋겠네?)
전혀 안 좋아. 이 망할 악마야!
지금 알면서 놀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