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57
제156화
156화
24장 – 푸른 마법과 검은 마법
중간 평가가 끝나고 난 뒤 닷새 후.
드디어 그 결과가 아카데미에 정식으로 공지되었다.
“……결과가 나왔어.”
“드디어 노력의 평가가 내려질 때가 왔네요. ……과연 심판은 누구에게 내려질 것인가요.”
“그딴 거 안 내려지는 게 좋지 않아?”
시험 결과에 조마조마해 하는 걸 보니 한창 좋을 때구나.
얘들아? 인생은 이깟 시험지 몇 장으로 갈리는 게 아니란다?
그러니까.
“그럼~ 어디 시험 망친 녀석들의 낯짝이나 구경하러 가자!”
“…….”
“…….”
응? 그게 시험의 즐거움 아니야?
하여튼 결과는 확인해야 하잖아.
우리는 곧바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결과를 공지해 놓은 장소로 향했다.
본관의 게시판.
그곳에 기수별로 이번 평가 결과의 순위를 게시해 놓았다.
자세한 평가 사유는 각 클래스의 담당 교실로 가면 알려 주는 것 같았고.
도착하니 이미 그곳에는 기쁨과 안도 그리고 절망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야 시험 결과는 아이들에게 절실한 문제.
하물며 단순히 시험에서 몇 등을 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각 가문이나 소속된 나라의 위신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으니.’
내 쪽은 밑천 하나 없는 무근본 흑마법사라서 마음이 편하구먼.
‘어디 느긋하게 아래에서부터 훑어볼까.’
남의 등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혹시라도 사소한 변동의 계기가 될지 모르니 확인을 해 두는 게 좋겠지.
“어디어디! 일단은 눈에 띄는 건 없는데.”
“시안, 확인했어.”
“오? 벌써 확인했어? 셀리디아?”
“응!”
빠르기도 하지. 셀리디아는 뭔가 기대하는 눈치로 나를 올려다본다.
어디.
《셀리디아의 평가 등수가 27위를 달성하였습니다.》
《훌륭한 결과입니다.》
《위 성과는 중간 평가 종료 후 보상에 반영됩니다.》
그렇군. 충분히 훌륭한 결과란다.
“잘했네.”
“응. 시안 덕분이야.”
“내 덕은 무슨.”
시험 비결을 조금 나눠 주긴 했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건 결국 당사자의 몫.
줘도 의지가 없다면 결과는 나오지 않는 법.
“맞는 말이에요. 셀리디아. 이것은 저희의 노력의 결과. ……그래요, 이것만큼은 자랑해도 벌 받지 않겠죠.”
“그래서 그렇게 으스대는 얼간이 성녀는 결과가 어떻길래.”
“궁금한가요? 그전에 누가 얼간이에요?!”
아니, 별로.
기대 자체를 하지 않거든.
“말 안 해도 상관없는데. 어디 보자~. 역시 내 이름은 상위권에 있나.”
“잠깐만요! 말하게 해 주세요! 아니, 말하고 싶어요!”
“……그보다 네가 무슨 자신감으로 자랑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
알피네의 다른 면은 신뢰하지만, 저 언동과 머리만큼은 무턱대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들어 줘요!”
“그간의 얄팍한 우정을 생각해서 들어는 볼게.”
“칭찬할 준비나 하세요. 둘 다.”
나도, 셀리디아도 일말의 기대감 없이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알피네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마치 큰 위업이라도 세운 양 으스대더니.
“무려 79위랍니다!”
“…….”
“…….”
“네? 79위라니까요. 무려 79위예요!”
대체 어떤 반응을 바라는 걸까? 폭죽이라도 터트리면 돼?
(시안, 저 성녀는 진심이야. ……안타깝게도.)
나도 알아. 그래서 비웃어 줄 수가 없어.
무엇보다 저 반짝이는 눈동자를 봐라.
“분명 대성녀님도 기뻐하시겠죠.”
“……그래, 눈물은 흘리겠네.”
조용히 애도를 해 주자.
《알피네의 평가 등수가 79위를 달성하였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성과입니다.》
《위 성과는 중간 평가 종료 후 보상에 반영됩니다.》
목적은 달성하긴 했지만.
저딴 게 기적 같다니. 대체 얼마나 머리가 나빴던 거야?!
내가 눈물이 난다.
본인이 만족하니 다른 말은 굳이 하지 않으마.
어쨌든 둘은 만족할 결과를 얻었다.
그럼 불만을 말할 이유는 없겠군.
“일단 25등까지는 내 이름이 안 보이네? ……당연하겠지만.”
점수를 따기 위해 온갖 짓을 다했다.
6일 차의 점수까지 생각하면 정점을 예약해 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자~! 자랑스러운 내 이름 시안아, 대체 어딨니? 여유롭게 상위권 성적을 찾아보면서 히죽거릴 때였다.
엘시아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뭐냐. 너희도 확인하러 온 것이냐?”
“아……. 엘시아.”
“응……. 왔네.”
보아하니 그녀도 성적을 확인하러 온 모양이다.
……엘시아의 성적이라.
“……그렇지?”
“……응.”
“……전 조용히 있을 거예요.”
우리 셋은 이미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야 조금 전에 확인하고 말았으니까.
문제는 그것을 먼저 본인에게 말하는 것이 도리일까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뿐.
“뭐냐. 셋이 동시에 입을 다물고. ……그렇군. 역시 본 거군.”
정작 엘시아 본인은 우리들의 표정을 보자마자 예상했다는 듯 뭔가 후련한 웃음을 짓는다.
“그 정도인가. 직접 보고 말해야겠군.”
“야…….”
“알고 있다. 나라고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일단은 말리려는 나를 엘시아는 점잖게 타이르듯 말하고는 자신의 성적은 확인한다.
“과연 이래서였나.”
엘시아의 성적은 17위.
낮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입학 시점에서 수석이었던 그녀에게는…….
개떡락이라고 할 수 있는 성적.
그러나 웃을 수 없다. 웃어선 안 되겠지.
“한 가지 물어볼게. 엘시아, 너…… 이거 일부러야?”
“오해하지 마라. 시안. 단지 선택했을 뿐이다.”
엘시아는 평가 기간 동안 능력의 숙달 방법을 익히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네 탓이 아니다. ……거기에다 아마 이건 6일 차의 일도 한몫했겠지.”
“그것도 묻고 싶었어. ……왜 시키지도 않은 고발을 한 거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가문의 일원으로서 책임이다.”
엘시아는 그렇게 일축해 버렸다.
“17위인가. 어쩐지 오늘 아침부터 늘 보이던 녀석들도 찾아오지 않았다. 하하, 과연. 그럴 법하군.”
그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게 지금까지 리올레이트가에 매달렸던 파벌의 아이들.
과연 불상사가 생기니 바로 손절한다는 건가.
잔인하군.
“그거 괜찮냐.”
“그따위 일을 신경 쓸 녀석들이라면 차라리 지금 떠나는 게 낫겠지.”
정말로 시원스레 말한다.
간단한 문제는 아닐 터.
데올킨 리올레이트는 잠적했다. 그것도 예상했으니 놀랄 일은 아니겠지만, 엘시아에게는 고생길이 열린 셈.
딱히 그녀 개인을 나무라는 일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그것보다 시안, 네 성적은 어떻지? 역시 1위는 네가 차지한 건가?”
“아직 확인 안 했어. 뭐, 상위권이기만 해도 바랄 게 없겠군.”
이제 나만 확인하면 되나.
얼마 남지 않은 상위권의 이름을 확인한다.
3위. 리니아 벨튼
……음? 리니아? 그 약골이?
2위. 미셀 위스티닐
과연, 차석의 위엄은 유지했다는 거군.
여기까지 내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하긴 그럴 법하지.’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 입으로는 신경 안 쓴다고 말해도 실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속물이니까요.
“자아! 그럼!”
어디 경사스러운 이름을 확인해 볼까.
그러나 내가 곧 깨달은 것은 어쩐지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이상하다는 것.
그리고.
“어? 어럽쇼?”
1위. —
현재 심의 중으로 확정되는 대로 재공표할 것입니다.
평가의 1위가 공석이다.
잠깐? 잠깐?
1위가 공석이라고?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그럼 내 이름은?
그때 딱 맞췄다고 해야 하나? 내 머리 위에 전서구 한 마리가 내려앉는다.
불길한 기시감이 든다.
전서구는 내 손바닥 위에 편지를 하나 툭 떨어뜨리곤 날아간다.
당연하지만, 나 개인에게 보내는 안내장.
“……시안.”
“괜찮아. 별일 아닐 거야. 뭐, 기껏해야 시답잖은…….”
편지를 확인하자마자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흑마법 클래스 소속.
제83기생 시안은 본 평가에 대한 추가 심의가 필요하기에 내일 회의에 출석하여 증언해 주기를 요구합니다.
“망할…….”
수석의 자리는 현재 공석.
거기에다 내게 회의에 출석해 증언을 요구하는 서류가 정식으로 날아온 이 상황.
아무래도 내 중간 평가의 마무리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모양이군.
(어머~ 심술의 냄새가 나네.)
‘아, 안타깝게도 나도 동감이야.’
콰직.
출석 요구서를 가차 없이 구겼다.
“괜찮은 건가요?”
“무슨 일이지?”
“아~ 별일 아니야.”
딱히 괜찮은 척하려고 허세 부리는 건 아니다. 정말로 별것은 아니다.
“마침 잘됐네. 그러고 보면 후딱 하나는 정리하려고 했는데.”
슬슬 한 가지는 제대로 못 박아 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나, 시안……. 그리고 내가 속한 흑마법 클래스를 어지간히 얕보는 멍청이들한테.
“더 덤빌 생각도 안 나게끔 콧대를 꺾어 달라네?”
그럼 그렇게 해 줘야지.
* * *
다음 날.
예고한 대로 아카데미 교수들을 소집한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나온 안건은 바로 얼마 전에 끝난 중간 평가에 대한 것.
“유감스럽게도 이번 평가에서는 몇 가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마도 이번 안건을 제기한 듯한 교수가 말을 꺼냈다.
공용 마법 클래스의 말렉 교수.
또 아저씨야?
“역사 깊은 지식의 장에서 평가에 한 점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여러분 모두 잘 알고 계시리라고 믿습니다.”
“말하고 싶은 의혹이 무엇인가?”
“이번 평가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들 때문입니다.”
몇 가지 이야기.
6일 차에서 데올킨 리올레이트 공작이 시험에 부당 개입한 정황.
그 결과, 엘시아 리올레이트의 일부 평가가 취소되었다는 점.
“엘시아 리올레이트에 대한 일이라면 이미 본인과 이야기를 끝내 두었네.”
“예. 그것은 제 소관도 아니거니와 이미 학장님께서 결론을 내신 문제 같으니 말입니다. ……그럼 또 한 명에 관해서는요?”
그가 걸고넘어지는 건 당연히 또 한 명의 학생에 관한 일일 것이다.
“아~ 저 말씀인가요? 네, 딱 들으니 절 두고 하시는 말씀 같네요. 말렉 교수님.”
“그 태도는 대체 뭔가! 지금 자네가 출석을 요구당한 이유를 모르는 건가!”
아니, 날 불렀으니까 말하는 거지.
어차피 최근 들어서는 내 태도에 관해서 알 사람은 모두 알기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이제 더 이상 내숭은 떨지 않기로 했다.
“정말로 모르겠습니다만? 아~ 제가 교수님 출제 문제를 너무 간단히 풀어서 그런 건가요?”
“큭! 억측은 그만하게!”
정곡인가.
그러고 보면 공용 마법 클래스의 필기시험 중 유난히 배배 꼬인 문제가 하나 있었지.
정말로 속이 좁군.
하지만 그런 놈은 싫지 않아.
“자네의 평가 전반에 대한 의문을 말하려는 걸세!”
“평가…… 전반?”
“그렇다네! 자네가 이번에 몇 가지 시험을 치렀는지 기억하나?”
누굴 등신으로 아나.
연금술, 점성술, 공용 마법.
그리고 주 전공인 흑마법 클래스.
“자네가 치른 시험마다 제출한 답안에 대한 소문은 들었네.”
“아, 칭찬인가요. 제가 좀 시험을 잘 보긴 했죠.”
“……설마 칭찬하자고 자네를 불렀다고 생각하나?”
그럴 수도 있잖아?
뭐, 농담이지만.
“시안 학생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엥?
시험을 잘 봐도 탈이라는 건가.
상상도 못 한 논리에 나는 작게 입을 벌리며 문화 충격을 느꼈다.
“……시안, 장난칠 때가 아니에요.”
조용히 있던 다니엘 교수님이 살짝 나무라자 그제야 나는 조금은 점잖게 그 헛소리를 듣는 시늉 정도는 했다.
“시안 학생이 획득한 성적은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필로스 아카데미의 역사를 통틀어 전례가 있는 일입니까?”
뭘 모르는군.
원래 전례라는 건 없는 걸 만들었을 때 생기는 것이거늘.
요컨대 저 아저씨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리라.
“시안 학생의 실력에 대한 의혹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거죠?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