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73
제272화
272화
기숙사에 돌아오니 약속에도 없던 손님이 찾아온 모양이다.
“그것도 지체 높은 손님인가 보군.”
기숙사 바깥에 익숙한 얼굴의 기사가 서 있다.
최강의 기사 에드리올.
“설마 초대입니까? 저 바쁜데요?”
“들어가라.”
아무래도 부르러 온 건 아닌 모양이군.
그 반대다.
모시고 온 건가.
내가 기숙사 안 손님용으로 준비된 방으로 들어가자.
짝짝.
가벼운 박수 소리가 울렸다.
“이번만큼은 놀랐다. 진심으로 놀랐구나. 시안 알케우스.”
제국의 황제.
그가 악의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박수를 치면서 말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키르실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내가 오기 전까지 일단은 손님으로 맞이한 거겠지.
“설마 폐하께서 이런 누추한 기숙사에 직접 왕림하시다니 자랑으로 홍보해도 되겠습니까?”
“관두거라. 몰래 나온 보람이 없지 않으냐.”
“그것보다 황궁 밖으로 나오실 수도 있었군요.”
“호오, 몰랐느냐? 나들이 정도는 상관없다. 눈에 띄기에 자중하고 있었을 뿐.”
게임에서 황제는 황궁 밖으로 나온 적이 없었기에 못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오해였군.
“저를 비밀리에 부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황궁에는 호기심을 가진 놈들이 많다. 거듭 부르면 뭔가 쓸데없는 소문이 나돌게 되지. ……마침 산책을 겸해서 들러볼까 했다. ……흠, 꽤 멀쩡하게 지내고 있군. 흑마법사답게 지내지 그러냐.”
“다른 멀쩡한 흑마법사들이 들으면 섭섭하겠군요. ……역시 뒤처리가 끝난 것입니까?”
“뒤처리라고 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 그 금악룡은 토벌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시안 네놈이 작살을 냈지.”
제국 입장에서는 손해 본 게 없었다.
멋대로 움직인 아필리온 후작은 별개로 징계를 받겠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공표할 내용도 정리가 되었다. 시끄러운 놈들이 겨우 입을 닥쳤지.”
그리고 일단 제국은 금악룡이 토벌되었다는 사실을 정식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었다.
그 대본을 정리하기 위해 지금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꽤 걸렸군요.”
“서두른 것이다. 알고 있느냐? 토벌대의 공을 가로챈 벌을 내려야 한다고 외친 녀석들도 있었다.”
“그 바보의 이름은 따로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나중에 선물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뒤끝은 잊지 않는다.
뭐, 어디까지나 질투 혹은 공포에서 나오는 소리니 별수는 없겠지.
당연히 황제도, 그리고 제국에서 나름 머리가 굴러가는 귀족도 그런 헛소리를 들을 리가 없었다.
황제는 곧 발표할 내용을 가르쳐 주었다.
“네놈의 공로임을 그대로 밝힐 것이다.”
“당연하군요.”
“……맞는 말입니다.”
조용히 듣고 있는 키르실도 동의했다.
그리고 당연히 뒤따르는 것은 공표 뒤에 주어질 상.
“우선 금악룡의 잔해 말인데, 머지않아 귀속을 인정해 줄 것이다.”
“그건 감사합니다.”
일단은 황실의 체면을 위해 맡겨 놓은 금악룡의 소재.
그것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처분권은 전부 내게 일임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백작의 작위가 주어지겠지.”
“설마 귀족들이 그걸 동의한 것입니까? 그것도 단기간에?!”
“관례다. 몰랐느냐? 드래곤을 단신으로 토벌한 자에게는 당연한 포상을 주어야 한다는 관례가 있지.”
생각해 보면 평범한 인간이 해낼 공로는 아니다.
당연히 이례적인 보상을 주지 않으면 그것을 칭송할 수도 없다.
“이례적인 상을 적용해야 그것을 우러러볼 사람들도 있다는 거군요.”
“그런 셈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나. ……따라서 이번에는 영지도 주어지겠지.”
“영지…….”
“내키지 않는 것이냐?”
무작정 땅만 준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보통은 이런 경우 받아도 곤란한 곳만 주겠지.
“주어질 땅이 어디인지 정해진 것입니까?”
“이제부터 놈들이 혀가 갈라지도록 떠들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제 희망 사항도 반영될 수 있습니까?”
“……말해 보거라. 갖고 싶은 곳이 있느냐?”
나는 희망하는 곳을 말했다.
그곳이라면 달리 탐내는 이도 없을 테고, 이권 다툼과도 별 상관이 없겠지.
“진심이더냐?”
황제가 의외라는 듯 묻는다. 뒤에서 듣고 있던 키르실도 말은 없지만 놀란 기척이 느껴진다.
“그곳이면 됩니다.”
“……반영해 주지.”
곧바로 허락이 떨어진다.
“별난 놈이군. 하필이면 다크 엘프들이 은거하고 있던 곳을 정식으로 달라고 하다니.”
“필요합니다. ……거기다 어차피 다크 엘프의 존재도 정식으로 공표할 것이 아닙니까?”
“정식으로 공표? 무슨 말씀입니까?”
키르실이 참지 못하고 묻는다.
그러고 보면 말하지 않았다.
금악룡을 토벌하고 복귀한 뒤, 나는 몰래 황제에게 어떤 것을 부탁하는 서신을 보냈다.
그 뒤에 키르실에게 설명하는 걸…… 이래저래 잊었군.
“아~! 그 공표 내용 말인데, 실은 나뿐 아니라 다크 엘프들이 협조해서 처리했다고 알릴 생각이거든.”
“이놈이 요구한 것이다.”
“……어째서?”
공로의 양보 같은 것이 아니다.
어차피 내 단독으로 발표하든 다크 엘프의 존재와 도움을 알리든 내 몫의 이득이 적어지는 일은 없다.
“다크 엘프의 존재를 이참에 각인시켜 두는 게 여러모로 나을 거 같았거든.”
이미 다른 다크 엘프들에게도 동의를 받아 두었지만.
나는 다크 엘프들을 본격적으로 내 밑에 두기로 했다.
부하이자 언제든지 부려 먹을 수 있는 일손으로.
“시안, 그 요구는 짐도 제법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저 외에 달리 다크 엘프에게 영향을 줄 만한 이도 없을 테니까요.”
“약아빠졌군.”
본래라면 닐버스에게 동참한 다크 엘프들에게도 죄를 물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실을 묻어 버리고자 한 것은 그들을 회유하여 진심으로 따르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
“다크 엘프를 버리기 아깝다는 건 인정하마.”
황제의 존재 의의는 오로지 제국의 유지다.
그것에 플러스가 될 거라는 가능성을 제시하면 황제는 동의하게 된다.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시안 님?”
“이왕 이렇게 된 거 다크 엘프들은 착실하게 부려 먹을 셈이거든.”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
게임에서는 전멸할 운명인 다크 엘프. 그들을 보전시켜서 게임 시나리오에 구애되지 않는 병력을 손에 넣는다.
그것은 나 개인만이 이해하는 목적이겠지만.
“그곳을 거점으로 시안 님께서는 영주가 되실 셈이십니까?”
“아~, 그건 아니야.”
틀림없이 땅은 받겠지만, 나는 그곳에 마을이나 도시를 짓고 영주 행세를 할 마음은 없었다.
귀찮다.
게다가 그럼 일해야 하잖아.
분명 나는 출세를 원하고 적당한 내 입지가 보장될 감투를 원하지.
하지만 생각해 놓은 그림은 따로 있었다.
“토지를 원하긴 하지만, 그곳에는 별개의 것을 지을 거야.”
“네놈이 보낸 편지는 이미 읽었다. 짐도 그것은 다시 묻고 싶구나. 정말로 그것을 바라느냐?”
황제가 직접 찾아온 것은 이것을 추궁하기 위해서.
“대체 시안 님께서는 무엇을…….”
“이 애송이는 터무니없는 것을 세우려고 한다.”
“세우는 것입니까? 설마?!”
묘한 말투에 키르실은 의문을 떠올린다.
도시나 마을을 이루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높게 세우겠다는 말에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번 구두로 내 의사를 밝혔다.
“그곳에 새로운 마탑을……. 검은색의 탑을 세울 것입니다.”
흑마법사의 새로운 단체.
길드 단위의 조직이 아니라 더욱 상위의 조직을 세울 작정이다.
흑마법사의 마탑.
검은 탑.
그 허가를 받아 내는 게 내 당장의 목표다.
흑마법 길드의 마법사들은 당연히 탑이 완성되는 대로 그쪽 소속으로 옮길 것이다.
상업 활동도 더욱 본격화할 것이고.
기존의 마탑에 맞먹는 활동을 할 작정이다.
“다크 엘프 역시 마기를 사용하는 자들. 그럼 탑에서 거두면 그만이야.”
현시점에서 흑마법사들의 힘은 다소 불안한 감이 있다.
다크 엘프의 전력을 끌어들인다면, 그 불안한 감이 줄어들겠지.
“뭣보다 지금이 적기고. ……마침 마탑도 잠적해 버렸으니.”
“마탑인가. 짐으로서는 성가신 일이로군.”
“예상하셨던 일이 아닙니까? 이 시점에서 마탑주가 당연히 본색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만.”
이 시점에서 황제는 슬슬 마탑주를 압박할 궁리를 했을 것이다.
지난 시절 물밑에서 한 행적과 닐버스를 부추긴 혐의를 꼬투리 잡아서 제약을 걸 작정이었지만.
이미 그 시점에서 마탑주는 제국에 머리를 숙일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돌아올 일은 없겠죠.”
“네놈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무시할 소리는 아니겠군.”
황제 역시 탑의 반란 가능성은 이미 점쳐 두고 있었을 것이다.
“고놈의 소재지는 짐작이 가느냐?”
“안타깝게도 전혀. ……거기다 마탑주의 경지는 헛것이 아닙니다. 쉽게 접촉할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그 드래곤에게 겁 없이 싸움을 건 네가 말이냐?”
단순히 농담이 아니란 것을 알아챘으리라.
나는 금악룡보다 마탑주가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거기에 키르실에게도 들은 것이 있다.
마탑주가 이상한 면모를 보였다고.
“8서클의 경지에 이른 대마법사에게 미쳤다고 정면으로 싸움을 걸겠습니까.”
냉정하게 따져 봐도 아직은 때가 이르지.
까짓것 조금만 더 힘을 기르면 된다.
“……네 녀석 말대로 놈의 반란은 짐도 예상했다. 다음에 기어 나올 때 목을 쳐야겠구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가능하면 내가 나설 필요 없이 진압되면 좋겠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
“마지막으로 본래 짐이 약속했던 것에 대해서다.”
그렇지.
본래 이 일의 발단은 흑마법의 명성을 높이고 멸망을 막아 보라는 내기였던가.
“결과를 인정해 주시는 것입니까?”
“탑을 세우는 것이 가능한 공훈과 역량, 명성. 그것이 가능한 시점에서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황제가 약속한 것은 검은 시조의 소재지 혹은 단서.
“……참으로 기이하게도 이미 네놈이 그것을 가져가 버렸으니.”
“역시 흑서로군요.”
이미 그것은 내 손에 들어온 셈이다.
흑서.
내가 확보해 둔 것과 닐버스에게서 회수한 나머지 반쪽.
황제는 그저 내가 그것을 가져도 됨을 인정할 뿐.
“짐이 아는 것은 그 책을 얻고 네놈의 선택에 따라 얻으리라는 것뿐. ……나머지는 알아서 해보거라.”
“명심하겠습니다.”
그 힌트는 알고 있으니 착각할 일 따윈 없을 것이다.
* * *
그럼 이제 흑서를 완성하고 그 뒤에 선택을 하도록 하자.
나는 기숙사 내 공방에서 준비를 갖추고 보관 중인 흑서의 두 개의 파편을 꺼냈다.
“시작하자.”
(흐음, 그런데 이 조각난 책을 어떻게 쓰려는 거니? 이거 제대로 붙을까?)
“붙이는 건 어렵지 않아. ……그럴 마음만 먹으면.”
《흑서(2/2)》
《해당 아이템의 수집을 완료하시겠습니까?》
동의만 하면 자동으로 책은 완성될 것이니.
내가 흑서에 마기를 흘려보내 감싸고는 완성할 의사를 보내자.
자연스레 두 개로 나눠진 책은 절단면이 감쪽같이 붙더니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다.
《흑서》
《해당 아이템을 입수하였습니다.》
《해당 아이템은 ‘시안 알케우스’의 소유로 영구적으로 귀속됩니다.》
완성되고 소유권을 인정받는다.
《스킬 – 검은 마도의 멸망을 획득합니다.》
흑서의 효과라고 할 수 있는, 흑마법사를 비롯하여 마기를 다루는 자의 생사여탈권.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마법을 습득한다.
“……참 불쾌한 힘이군.”
(얻고도 기뻐하지는 않네.)
내가 왜?
“자기 목숨을 날리는 자폭 스위치를 얻고 누가 기뻐한다고 그래?”
오히려 소름이 끼친다. 실수로라도 쓸까 봐 식은땀이 나잖아.
(설마 쓸 생각이 아니었니?)
“내가 이걸 왜 써? ……이렇게 할 생각이야.”
얻는 것으로 목적이 끝나진 않는다.
황제가 말했듯이 선택이 남아 있다.
“이 책과 능력을 영구적으로 파기하겠어.”
주저 없이 나는 이 망할 책의 소유를 포기하고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내가 흑서를 손에 넣고 취하려던 본래의 선택.
‘내 사망 플래그를 뿌리 뽑기 위한 핵심 키워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