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68
제367화
367화
그 시각.
종언의 흉성에게 한 가지 정보가 신속하게 전해졌다.
가일론 리올레이트.
정확히는 그자의 시체를 이용한 꼭두각시의 패배.
“이미 파멸한 자로는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이 괴물은 그 패배 정보를 전해 듣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며, 고개마저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쓰러트린 인간은 역시나 그 시안이라 불리는 소년.
그것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괴물이 지은 것은.
악의를 품은 미소.
“당연한 일이다.”
처음부터 패배를 예상했다.
시체 따위로 만든 꼭두각시가 쓸모가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 괴물은 그 소식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인간의 단어로 말하자면 계략.
이 괴물에게는 사소한 장난.
종언의 흉성은 바로 그것을 발동시켰다.
그 어리석은 인간, 즉 가일론이라 하였던 자의 시체를 조종할 때 이미 심어 두었던 것을.
* * *
“2차전. ……역시 뭔가 수작을 부려 놨나.”
놈이 가진 악 특유의 기분 나쁜 느낌이 느껴지는 듯했다.
조건부로 무언가를 발동하게 해 두었다.
당연히 그 조건이 내게 패배하는 것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가일론의 시체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붉은 기운.
종언의 피 특유의 발동 시 발산되는 에너지의 광채.
하지만 그것이 더욱 짙고 붉게 물든다.
그 밀도도, 양도 조금 전 가일론과 싸웠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 막대하고 불길한 기운은 단순히 발산되는 것뿐이 아니라 망가진 가일론의 시신에도 영향을 주었다.
부풀어 오른다.
놈의 육신이 찰흙처럼 흉측하게 꾸물거리며 비대해지는 게 아닌가.
“꼭 폭탄 같은데. ……아니, 틀린 건 아니려나.”
“내빼는 게 좋지 않겠니?”
“나도 그러고 싶다만.”
에밀리의 제안은 타당했지만, 여기서 내빼는 건 썩 현명한 짓거리는 아니리라.
그 이유는 아마 내게만 보이겠지만.
《출현할 괴물을 토벌하십시오.》
《단, 해당 페이즈에는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해당 시간을 초과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합니다.》
《60:00》
시간제한?
그것도 고작 1분 이내에 저걸 어떻게든 하라는 소리인가?
‘웃기고 있네! 장난하냐!’
따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내뺄 수 없는 것은 막대한 피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것이 뭔지는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저거 터질 거 같지? 아무리 봐도.”
“그런 거 같네. 누나도 똑같이 생각해. ……저 수상쩍은 에너지가 이상할 정도로 팽창하고 있어. 제어할 생각도 없고.”
“터지면?”
“어떻게 되겠니?”
“알고 싶지도 않아!”
물을 것도 없다는 건가.
저것은 종언의 피 고유 능력을 훨씬 증폭시킨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폭발한다면?
당연히 그 여파로 모든 것을 파괴시키고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겠지.
그 범위는 아마 이 전장 정도로 끝나지는 않으리라.
막대한 피해.
그것만으로도 설명이 될 정도의 범위.
“칫! 그럼 터지기 전에 박살을 내 버리자!”
임계점에 이르기 전에 처리해 버리면 기껏해야 이 혈궁 정도의 범위로 그치지 않을까.
해치우고 탈출한다.
신속하게 판단한 내가 지팡이를 겨누자.
《59:58》
제시된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며, 동시에 부풀어 오른 놈의 덩어리가 어떤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꾸무럭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것은 순식간에 짐승의 형태가 되었다.
붉은 피를 토해 내며 죽어 가는 짐승의 모습으로.
“기분 나쁜 꼴을 하고 있네.”
저런 형상을 한 이유는 간단하리라.
잡히지 않게끔.
그리고 날뛰기 위해서.
짐승은 포효하며 마구잡이로 날뛰기 시작한다.
“쓸데없이 잽싸네!”
마법 공격을 난사하며 어떻게든 대미지를 주려고 했지만,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어중간하게 맞힌 마법 공격은 그대로 소멸하여 별다른 효과도 얻지 못했다.
위력이 부족한가?
“……저 괴물의 육체가 종언의 피의 효력을 내포한 기운 자체라는 건가.”
성가시다.
시간을 들이면 토벌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43:23》
이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저것을 몰아넣고 충분한 공격을 가해 쓰러트릴 수 있을까?
“……진짜 골 때리는 짓을 하는군.”
과연 악 그 자체의 괴물.
사람이 싫어할 만한 짓을 잘 안다는 거구나.
“흥…….”
체념의 뜻으로 낸 소리는 아니었다.
“네 뜻대로 되지 않게끔 해 주마.”
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말로 떠들 여유도 없었다.
나는 에밀리에게 눈짓하며 내 마력을 통해서 의사를 전달한다.
“……시안, 진심이니?”
따지지 마라.
위험이니 무모함이니 따질 여유도 없으니.
에밀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대로 나를 뒤에서 끌어안고는 날아오른다.
“이를 악물렴.”
혀를 깨물지 않도록.
에밀리는 그대로 힘을 아낌없이 발산하며 가속한다.
복잡하게 궤도를 바꿔 날아오르며 폭주 중인 짐승의 감각을 따돌려.
주저 없이 짐승의 아가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밖에서 공격해서 안 된다면 안에서.
정석 중의 정석.
단지 문제가 있다면…….
파지지지지짓!
나를 감싼 에밀리의 주변으로부터 쳐져 있는 마기의 장벽이 빠르게 붕괴되면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당연히 저 괴물의 안쪽은 파괴의 힘 그 자체.
“으읏! 시안!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조금만 버티면 돼!”
종언의 피의 파괴 능력.
그 기운이 가득한 짐승의 체내에서 내가 찾는 것은.
중심.
폭탄이라면 터트리기 위한 신관이 반드시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하다못해 그걸 날려 버리면!”
폭발하였을 때의 위력이 줄어들게 되겠지.
“찾았다!”
간신히 찾아내었다.
그야말로 실낱같은 위화감 속에서 겨우겨우 그것을 구분해 낸 것이다.
붉은색의 해골.
불길한 안광을 빛내는 그것 안쪽에서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낌새를 구별해 내었고.
“돌진해.”
그것을 향해 돌진하며 나는 지팡이를 치켜들어 마기를 아낌없이 발산해서 단단히 감싸고는.
“꺼져라! 이 지긋지긋한 자식!”
온 힘을 다해 내리쳐서 그것을 산산조각을 내었다.
지팡이가 부서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00:08》
불과 8초 남짓 남았다.
그러나 그 시간은 더는 줄어들지 않는다.
“됐나?”
우선은 놈이 터진다.
그러나 폭발하는 것은 껍데기나 다름없는 육체뿐.
메시지에서 경고한 실패 시 일어날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힘은 폭발하지 않았다.
《토벌에 성공하였습니다.》
《…….》
《…….》
토벌 성공. 그것만을 확인하고는 그 이후의 메시지까지는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한계야. 시안.”
난처한 듯 힘겹게 말하는 에밀리의 말과 동시에 폭발하는 파괴의 힘의 격류에 휩싸여 내 시야도 마구잡이로 뒤흔들려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되었으니.
“탈출을……. 아니, 역시 안 되나.”
각오는 했다.
다만 체념을 하거나 절망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은 보험이 있으니.
여기서는 아깝지만, 이전에 온존해 둔 부활 스킬에 기대해 볼 수밖에 없으리라.
‘여기에 쓸 건 아니었는데. 별수 없나.’
……라고 생각할 때였다.
“시안, 꽉 잡고 있으렴.”
에밀리?
필사적으로 말하는 에밀리의 목소리와 함께 녀석의 힘이 한순간 증폭되었다.
한계 이상까지 힘을 발휘한다.
“에밀리, 너 한계라며 그 이상 무리는…….”
“이 정도로 단념하면 조금 기분이 찝찝하지 뭐니! 이 누나가 말이야!”
아무래도 남은 힘을 발휘하여 폭발의 여파에서 탈출하려는 건가.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발악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니.
나도 에밀리의 뜻을 알아채고 남은 마력을 쏟아부어 지원했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응?”
탈출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내가 공급하는 마기의 잔량은 이미 한도에 다다랐을 터.
그런데도 에밀리가 발휘하는 마기의 힘은 더욱 커진다.
“대체 어디서……. 설마?!”
내가 눈여겨본 곳은 에밀리의 가슴.
물론 음흉한 의도가 아니라, 이전에 녀석이 내게 받은 어떤 것을 숨겨 둔 곳이기에.
그곳에서 마기의 광채보다 더욱 어둡게 물들어 있는 어떤 것의 존재를 인식함과 동시에.
에밀리는 나를 데리고 종언의 피의 폭발 범위 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
“푸하아아아아!”
바깥의 빛과 공기.
그것을 만끽할 새도 없이 내팽개치듯 나가떨어진 나는 상반신만을 움직여서 빠져나온 곳을 바라보았다.
붉은 파괴의 광채는 혈궁을 완전히 집어삼키고는 점점 축소되기 시작한다.
끝난 것이다.
“……어떻게든 되는 거였네.”
“그렇지, 시안?”
“그래. 네 덕이야, 에밀리. ……흐아아아아.”
그제야 한숨을 거하게 토하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간만에 맥이 빠질 정도로 긴장했다.
어쨌든 이걸로 가일론 리올레이트의 토벌은 완료되었다.
남은 것은.
……이제 마지막 토벌뿐인가.
* * *
폭주하는 종언의 피의 광채가 가일론 리올레이트의 은거지인 혈궁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순간이었다.
그 마지막 폭주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전장에서 신호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전투의 끝을…….
“혈궁이……. 설마 시조께서 패하신 건가?”
데올킨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사라져 가는 붉은빛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종언의 피의 힘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약해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겠지.
패배하였다.
“난처하군. ……그 소년 하나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건가. 역시 먼저 처리했어야 했군.”
“후회라도 하는 건가요?”
“설마……. 패배한 것은 패배한 것이다. 그것이 시조께서든…… 그리고 나라도 말이다.”
스스로를 비웃는 것처럼 말하며, 데올킨은 고개를 움직여 자신의 몸을 천천히 보았다.
붉게 물들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문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가 흘린 피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그 역시 패배하였다.
지친 듯 숨을 몰아쉬며 불쾌한 시선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멜리사는 묻는다.
“이제 와서 후회라도 하는 건가요?”
“할 리가 없지. 그 정도로 후회한다면……. 배신할 짓은 하지 않았다.”
“…….”
뻔뻔하다며 매도할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이미 과거의 악행에 대한 이유는 들었다.
그녀는 그것으로 되었다는 듯 더는 아카데미 동기였던 자에게 미련이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마무리하지 않는 건가?”
“의미 없어요.”
용서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굳이 마무리를 하지 않아도 저 사내의 추한 생명은 끝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 채 3분도 남지 않았겠지.
“실컷 후회하고 발버둥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눈을 감길.”
“……어지간히도 밉보였군.”
당연한 일이다. 그만한 악행이었으니.
“아, 말하는 걸 잊었군요. 가능한 전해 달라고 부탁을 받았는데.”
그녀는 이곳을 떠나려다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 누군가의 전언을 말했다.
시안이 한 말이었다.
“번영하고 싶었다면, 영광을 원했다면, 선악은 구분했어야 했다는군요.”
“오만한 소리. ……아니, 승리하였기에 오만할 자격이 있나.”
선악은 반드시 그에 맞는 결과를 가져다주리라.
그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겠지.
깨달았다고 해도 이미 늦었으리라.
더는 들리지 않는다.
기척도, 증오스러운 숨소리도.
“기억은 해 드리죠. 어리석었던 사내가 있었다고.”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이번에야말로 그곳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 *
《데올킨 리올레이트가 토벌되었습니다.》
《해당 토벌의 결과는 당신의 존재가 일정 이상 관여하였습니다.》
한숨을 돌릴 겸 하늘이나 멍하니 바라보며 누워 있자니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가일론의 토벌 성공에 이어 데올킨 리올레이트……. 그 짜증 나는 아저씨도 토벌되었다.
“그럼 이제 당장 성가신 놈은…….”
빠트린 위험 요소가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려던 때였다.
“……어?”
위화감.
지친 내 몸으로도 알아챌 수 있는 불길한 느낌.
“설마…….”
그것이 느껴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종언의 흉성이 발하는 불길한 기운.
하지만 그 힘이 느껴지는 것은 놈이 점거하고 있는 본진이 아니었다.
그 반대.
제국의 중심. 황성이 있는 곳.
제도.
“……이걸 위해서였나.”
굳이 붉은 시조의 시체를 이용해서 자폭 같은 짓을 감행한 이유.
기운을 감추기 위해서.
그 틈에 놈의 악의 어린 행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망할 자식!”
다급히 그곳의 상황을 확인하고자 했다.
아카데미에 기숙사에 놔뒀을 전서구가 있다.
그것을 이용하여 그 전서구가 관측하는 시야를 내 머릿속에 그대로 전달받았다.
“윽!”
떨어진다.
거대한 땅덩어리가.
그것은 마치 어디선가 파내어 옮긴 것 같아 보였다.
아니, 정말로 옮긴 것이겠지.
“저…… 미친 자식!”
내가 놈의 목적을 이해하고 욕설을 입에 담는 것과 동시에 그 거대한 땅덩어리가 추락하며 제도를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