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69
제368화
368화
50장. 끝을 물리치기 위해
전쟁.
케니실린이라는 개체명을 지닌 인간이 일으킨 욕망을 이루어 낼 수단을 이용하던 종언의 흉성은 생각했다.
인간을 이용한 분쟁 따윈…….
“그것 따윈 어찌 되든 상관없다.”
전쟁 따위의 승패는 안중에도 없었다.
승리든 패배든 어느 쪽이든 관계없다.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유용하기에 이용하는 것일 뿐.
전쟁을 이용하면 주의를 돌릴 수 있다.
방해가 되는 자들의 눈을 돌리고 그들이 눈앞의 적에 집중하게 만드니까.
“그렇기에 이용할 뿐.”
인간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침공해 오는 적들에 대비하느라 비게 되는 곳이 있었다.
그들이 본래 지켜야 할 중심.
에타니올 제국의 핵심인 제도…….
전쟁 때문에 실력자 대부분이 국경으로 이동하였고, 뒤늦게 제도의 습격을 알아챈다고 해도 이미 너무 늦었다.
“딱 좋군.”
악의.
지금부터 하려는 일에 대해 알아챌 때 얼마나 분해할 것인가. 얼마나 절망할 것인가.
그것을 상상하며 종언의 흉성은 뒤틀린 웃음을 짓는다.
제도의 상공에 나타난 그 괴물이 손짓하자, 그의 발치에 거대한 물체가 나타난다.
제도와 같은 크기의 바윗덩어리.
떨어트리기만 해도 제도를 포함해 그 도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짓뭉갤 수 있는 충분한 크기.
“뭉개져라. ……어리석은 자들.”
마법으로 태워도 되지만,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은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저 아래에서 이 이변을 눈치챘을 인간들이 자신들에게 일어날 일을 가장 확실히 상상할 수 있을 법한 수단을 골랐을 뿐.
이해도 못 할 고도의 마법보다 단순히 거대한 바위로 짓뭉개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그 최후를 쉽게 상상할 수 있을 테니.
제도에 바위가 떨어진다.
가장 먼저 제도 전체에 쳐 놓은 방어 결계에 부딪힌다.
어지간한 마법도 버텨 낼 견고한 것이지만 제도 전체의 질량 이상의 무게를 당해 낼 수 없었다.
파직!
깨진다.
이후 뭉개지기 시작하는 것은 제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
황성의 꼭대기.
그것이 부서지고 제도 전체를 순식간에 바위가 덮쳐든다.
쿠우우우우웅!
마치 대륙 전체가 가라앉는 듯한 굉음과 함께 제도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파괴되고.
그곳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들리지 않게 된다.
궤멸.
점령도 섬멸도 끝이 났다.
“파멸은 이곳으로부터 시작되리라. ……이 허망한 별에 존재하는 이들이여.”
종언의 흉성은 제도를 깔아뭉갠 바위 위에 착지하고는 즐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제도 괴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그 괴물 자식.”
나는 놈이 한 짓에 대해 별개 루트로 날아온 정보를 확인하고는 이를 갈며 분개했다.
“인간은 개미 취급하는 거냐.”
누구나 못된 꼬맹이였던 시절, 한 번쯤은 해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미집에 물을 쏟아붓거나 돌멩이 같은 것으로 찍어 부수는 일.
“그걸 인간이 당하는 처지가 될 줄이야.”
그리고 확실해졌다.
이미 저것의 악의와 행동. ……그리고 가진 힘은 게임에서 설계된 수준에서 크게 일탈하였다는 것을.
말하자면 제멋대로다.
“그보다 문제는…….”
나는 이를 갈며 시선을 돌렸다.
혼란스럽다.
종언의 흉성이 제도를 향해 거대한 바위를 떨어트린 것은 이미 여기저기서 관측되었으리라.
무엇보다 그 일격으로 제도로부터 송신되던 모든 연락이 끊겼겠지.
뒤따르는 것은 혼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황실로부터 어떠한 명도 하달되지 않는다!”
“벌써 이틀째라고!”
“어서 보고를!”
“그러니까 그 보고를 받아야 할 그곳이 연락되지 않는다고!”
미안하지만, 일단 저 혼란은 놔두자. 내가 끼어든다고 진정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차피 곧 그들도 정보를 받을 것이고.
근처에 걸터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자니 에밀리가 실체화하며 내 옆에서 말을 걸었다.
“시안, 정말로 저거랑 싸울 셈이니?”
“……그래야지. 저런 방식으로 이미 중심까지 빼앗겼어. 지체할 수 없잖아.”
“흐음~ 돌멩이 하나 던져서 제도를 함락한 괴물인데.”
“엄청 큰 돌멩이지.”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괴물이다.
승산은? 수단은? 그것을 궁리하고 검토하는 것으로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남은 건 최종 보스 한 마리…….”
그런데 그게 터무니없는 괴물이네.
게임이었다면, 지금쯤 제작사에 보내는 메일에 장문의 욕설을 써 갈겼겠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군.
“시안, 괜찮은 것이냐?”
욕설을 입에 담고 투덜거리고 있자니 엘시아가 내 낌새를 살피면서 묻는다.
“아, 생각 좀 하느라. 그런데 무슨 일이야?”
“지난 전투에서 난입한 사람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만. ……뭔가 소란스러워서 그럴 분위기가 아니더군.”
“아, 그 사람 말이지.”
아무래도 지난 전투에서 난입한 전직 유령 선배. 멜리사 케닐리온에 관한 것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정작 당사자도 돌아가 버렸으니 내게 묻고자 하는 것일 테고.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물을 때가 아니기에 다른 것을 묻는다.
“황실에서 연락이 끊겼다더군. 아는 게 있나? 시안?”
“연락? 뭐, 그야 그렇지. 제도가 박살이 났으니까.”
“과연. 그렇군. ……음?”
흠칫 굳어 버리는 엘시아. 거기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병사들과 다른 아이들도 듣고 그대로 몸이 딱 굳어 버린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정보를 발표하지 않았으니 말하면 난리가 나나.
뭐, 됐다.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
“……그게 별일이 아닐 리가 없잖냐. 제도가 박살이 났다고 들은 거 같다만.”
“응. 바위로 냅다 짓뭉갠 거 같으니까.”
내가 농담처럼 말하자, 영 와 닿지 않는 모양인지 아무도 따지지 못한다.
아, 큰일 나겠네.
이대로 말해 버리면 정말로 난리가 나겠다 싶었다.
할 수 없지.
본래라면 이곳의 사령관이나 다른 어른들이 말해 줘야 할 일이지만.
나는 일단 말해 주기로 했다.
“곧 발표는 있을 거지만, 제도는 박살이 났어. 그건 나도 확인했어.”
“시안. 어째서 그 말을 그리 태평하게…….”
“일어난 건 일어난 거야. ……그리고 희생자는 없으니까.”
재산 피해는 아깝고 안타깝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거기까지 연연할 수는 없지.
중요한 것은 인명이란다.
“제도는 박살이 났지만, 사람들은 전부 대피했을 거야.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
“그걸 어떻게…….”
“미리 이야기해 뒀거든.”
당연히 이해하기 어렵겠지.
아마 지금쯤 종언의 흉성, 그 망할 최종 보스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것이다.
제도가 박살 났지만, 정작 희생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그리고…….
제도의 지하에 무분별하고도 난잡하게 닥치는 대로 쳐 놓은 결계에 부딪혀 당황하고 있겠지.
“처음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했거든.”
물론 제도에 바위를 냅다 꽂아 버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제도를 직접 공격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빈집 털이는 당연히 생각할 법하니.’
나라도 비슷한 짓을 했을 거 같고.
* * *
얼마 전.
내가 전장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황제와 직접 의논했던 것이 있었다.
“만약에 종언의 흉성, 그 괴물이 직접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하실 셈이십니까?”
“직접 공격이라고?”
“예. 가령 일격에 제도 전체를 먼지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다면요.”
내가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확신하듯 말하자, 황제도 눈치챈 듯 물었다.
“그 정도의 괴물이라는 것이냐.”
“그 정도는 장난치듯 하겠죠. ……틀림없이.”
오히려 나는 왜 그놈이 굳이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전쟁을 이용하는지가 더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악의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혹은.
“……신중하든가.”
“틀린 생각은 아니로군.”
황제 역시 아니라고는 말 못 한다.
“뭐, 악의로 인한 변덕으로 전쟁을 즐기는 거라면 그건 그것대로 최악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만.”
“어째서냐?”
“간단하지 않습니까.”
인간에게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제국을 통치하는 기능을 위해 고안된 존재인 황제에게는 비합리적인 개념일지도 모른다.
그 악의란 것이 말이지…….
“변덕으로 즐긴다면 변덕으로 언제든지 때려치울 수 있죠.”
판을 엎어 버리듯.
장난으로 장기판을 걷어차 버리듯. 그렇게 끝내 버릴 수도 있고, 그럴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 변덕을 부리면 유감스럽게도 막을 가망성이 없습니다.”
“네놈이라 하더라도?”
“놈이 부활할 때 한 번 싸워 보니 알겠더라고요. ……현시점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흠.”
황제가 침묵한다. 뭔가 따지고 싶은 눈치였지만, 알 게 뭐냐.
“그래서 뭘 요구할 것이냐?”
“확인차 여쭙겠습니다. ……제도의 궤멸에 대비한 대책이 있지 않습니까?”
대책의 존재를 확인하는 듯한 노골적인 말투로 내가 물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확인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내 게임의 지식대로라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에.
“있다. ……네놈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지만.”
“제도 내에 모든 생명체를 일정 범위 밖으로 강제로 전송하는 비술…….”
제국의 긴급 대피 수단.
나도 게임 내의 언급으로밖에 알지 못하며, 그것이 게임에서 사용된 적은 없었다.
발동에 실패했으니까.
게임에서는 뒤늦게 그것의 존재를 알았고, 쓰려 했지만 실패하는 용도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미리 언급하며 주의를 시킨다.
“쓰도록 해 주십시오. ……만약 이상한 기척이 발생하거든 바로 사용하도록.”
“간단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황실의 것들조차도 알지 못하는 기밀 사항이거늘.”
“설명은 나중으로 미뤄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절차건 뭐건.”
하찮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 다소 철없는 말일지도 모르나,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놈이 나타난 뒤에 쓰려고 하면 다 죽을 겁니다. ……그러니 미리 준비해 둬야 할 겁니다. ……이건 경고입니다만.”
“결국은 제도를 버리라는 것이군.”
황제의 목소리에 불쾌감이 어린 듯했다.
착각은 아니리라.
국가에서 그 중심에 해당하는 행정구는 인간의 심장과도 같은 것.
그것을 버리는 일은 그야말로 최후의 최후에나 선택할 일이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알고 있으렷다? 시안 알케우스? 그 수단을 쓴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는 것을요.”
황제가 고민하는 이유를 안다. 그것만은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
내가 뭐라 할 것이 아니었기에.
“결정을 내리시죠.”
“버리라는 것이냐?”
“과감하게 버려야겠죠. ……제 경험상 말씀드리자면 귀중한 건 늘 숨겨 두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못 쓰고 끝나기 마련입니다만.”
“묘한 비유군. ……보통이라면 고려할 가치도 없는 직언이겠지.”
하지만 실적이 있고 평범하지 않은 자가 말한다면 그 의미는 다르게 다가온다.
“……고려는 해 두마.”
아마 가벼이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 * *
내가 친한 이들에게만 혼란을 피하도록 그 사실을 알려 주고 잠시 있자.
이곳의 전선을 총괄하는 지휘관이 직접 나와서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어떠한 혼란이 일어났는지는 대충 알고 있을 것이네. ……그것에 관해 설명할 테니 듣도록 하게.”
괴물이 제도를 파괴했다.
다만 그들은 알 수 없는 공격에 의해서라고 말했다.
뭐, 거대한 바위가 떨어졌느니 어쩌니 해 봐야 믿기 어려울 테니 정체불명의 마법 공격을 받았다고 말하는 게 더 낫겠지.
제도가 박살이 났다는 사실을 미리 듣지 못한 이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당장 울 것 같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야겠지.
“제도에 거주 중인 모든 제국민은 무사하다.”
제국민은 물론이고
제도 내에 기르는 애완동물 한 마리까지 전부 무사하다.
당연히 이해할 수 없겠지.
장난치느냐는 얼굴을 한 자도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말씀하실 분의 선언을 듣도록.”
그가 꺼낸 것은 음성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가 삽입된 전서구.
그것을 꺼내자, 지휘관이 고개를 숙이고 그 밖의 다른 이들도 전부 자세를 낮춘다.
“황실에 계신 분의 말씀이시다.”
이 사태를 설명하기 위한 역할은 당연히 황실의 사람이 해야 할 테니.
곧 흘러나온 것은 어쩐지 귀에 익은 여성의 목소리.
황녀 미네이울의 것이다.
[저는 미네이울 멜 델레우로스입니다.]생존해 있다.
다른 황족들도 일단은 전해 받은 대로 제국의 각 영지 및 전장에 설명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조차도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말하고 있겠지.
[몹시 혼란스러우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국의 역사상 이런 끔찍한 사태는 전무후무한 일이니 말이죠.]떨리는 목소리.
미네이울 황녀의 설명은 내가 아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제도가 궤멸했다.
그리고 그 직전에 황실은 결단을 내려서 최종 대피 수단을 쓴 것.
그것을 통해 제도에 있던 모든 생명체는 무사히 탈출했다.
일단은 탈출한 이들은 검은 탑에서 준비한 시설에 대피하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단, 황제 폐하께서는 궤멸한 제도에 홀로 남으셨습니다.]유일하게 ‘황제’를 제외하고서.
그렇기에 설명은 황제가 아닌 남은 황족들이 대신하는 것이다.
알고 있다.
그 최종 대피 수단이 무엇을 대가로 하는지.
제국을 통치하는 ‘황제’라는 시스템을 대가로 바쳐야 했다.
나는 그걸 뻔히 알면서도 황제께 권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 벌이를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 아니꼬운 시스템의 마지막 역할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