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57
57
리삭은 아침에 일어났다. 머리에서 두통이 밀려왔다. 어제 즐겁게 노는 바람에 술을 과하게 마셨기 때문이다. 로이가 막지 않아 더 마신 것 같았다.
“검술이나 연마할까.”
어제 있었던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리스를 만나고 싶다고 휴가를 달라고 했던 로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부끄러워하는 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늘 무표정하게 있거나 말이 없는 그가 그리 변하다니. 정말로 사랑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 걸까.
“우리 아내처럼 좋은 여자여야 할 텐데.”
아내를 떠올리면 무척이나 그립다. 그 역시 얼른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내는 전쟁터를 떠도는 남편을 만나 고생하고 있었다. 떨어져야 할 때마다 마음이 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령관이 전쟁에 안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령관 각하!”
한창 생각 중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사신이 도착했습니다.”
전쟁에서 패하고 도망친 오란 제국에서 사신을 보낸 것 같았다. 하긴 넓은 평야 지역을 빼앗겼으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쪽으로 모셔라.”
“네, 각하.”
곧이어 사신이 걸어 들어왔다. 리삭은 사신을 살폈다. 후드를 쓰고 나타난 이가 리삭을 보고 후드를 벗었다. 사신은 놀랍게도 여자였다.
전쟁에 여자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물론 군대에 여기사도 있긴 하지만 지금 나타난 여인은 전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늘색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가 무척이나 맑아 보였다. 거기에 무척이나 가녀렸다.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여자였다.
“당신이 사령관인가요?”
“맞습니다.”
“전 오란 제국의 공주, 솔리나 디엔 오란입니다.”
공주가 직접 올 줄은 몰랐다. 왜 공주가 온 걸까. 무슨 속셈인 것일까. 리삭은 생각이 많아졌다.
“남편이 전쟁에 참가해서 직접 전쟁터로 왔습니다. 제가 신분이 제일 높아 오게 된 것이고요.”
솔리나는 자신이 오게 된 경우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러자 리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의지가 적힌 내용입니다.”
리삭은 솔리나가 든 종이를 받았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휴전을 하자는 것이군요.”
필체가 무척이나 예뻤다.
“공주마마께서 직접 적으신 겁니까?”
“네.”
리삭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황제의 뜻이 어떤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황가의 문양이 찍혀 있다 해도 황제의 생각이 달라 뒤통수를 칠 수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거듭된 패배로 황권이 약화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쟁도 져 버렸기에 지금은 종전파들이 정권을 잡고 있어요. 종전파들은 이번이 마지막 전투라고 못을 박았고 이번에도 패배했기에 제가 사신으로 온 겁니다.”
“그럼…….”
“폐하께서 무리를 하신 거지요. 전쟁을 하려면 좀 더 알아보고 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이겨 오라고 하시고. 결국엔 유능한 사령관과 총사령관을 잃게 되었으니까요.”
그녀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도 전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명분이 없었다. 총사령관마저 포로가 되었는데 무엇을 한단 말인가.
“황제의 뜻이 달라서 우리를 공격하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리삭이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진영에는 뛰어난 장수가 많습니다. 오란 제국과 달리 말입니다.”
“로이라는 자가 있으니까요?”
“적국에서도 인정하는 모양이군요.”
“어떻게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리 말하면서 그녀는 리삭을 보았다.
“간청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총사령관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그가 살아 있는 걸 제 눈으로 꼭 봐야겠습니다.”
그녀가 부탁했다. 그러자 고민하던 리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호위를 물리시오.”
그러자 그녀 뒤에 서 있던 기사들이 발끈했다. 그들은 그녀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알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호위 기사들의 손을 잡았다.
“다녀오마.”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그래야 그를 볼 수 있다. 그녀의 말에 기사들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를 홀로 데리고 가며 리삭이 말했다.
“안 좋은 일을 당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러실 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오호.”
“당신이 오고 나서 군의 진영이 달라졌다고 들었어요. 지저분하다는 소문도 없었고요.”
그녀가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았다. 리삭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옥으로 데려갔다. 감옥에는 여러 사람이 갇혀 있었다.
그리고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주다스가 보였다.
“주다스!”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주다스가 눈을 떴다. 창살 앞에 그녀가 있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솔리나.”
주다스가 얼른 걸어왔다. 어깨를 다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괜찮나요?”
솔리나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주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어깨는 조금 다친 겁니다. 상처가 아물면 검을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정말요?”
그의 말에 솔리나가 안도했다.
“다행이에요.”
“포로라 해도 딱히 나쁘게 대하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아.”
“걱정 마십시오.”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전쟁에서 졌다고 해서 죽은 게 아닌가 걱정했어요. 그런데 포로로 잡혔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어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한 그녀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주다스는 엉엉 우는 그녀를 보며 전쟁에 참가한 것을 후회했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결혼한 것이 아닌데.
자신이 죽었으면 솔리나는 더 슬프게 울었을 것이다.
로이의 손에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부부십니까?”
옆에 있던 리삭이 물었다. 그러자 주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울음을 멈춘 그녀는 창살 사이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주다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꼭 구해 줄게요.”
“솔리나.”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요.”
그녀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녀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솔리나는 눈물을 꾹 참고 일어났다. 그가 무사한 걸 알았으니 여기 온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그녀는 걸어가며 리삭에게 물었다.
“로이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녀의 질문에 리삭이 고민을 했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남자입니다.”
“사랑?”
“네.”
“우리 오란 제국에서는 사람을 먹는 무시무시한 남자로 알려져 있어요. 여자를 싫어해서 남자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고요.”
그녀는 저벅저벅 걸었다.
“그런 자도 사랑을 하는군요. 인간이 아닌 것 같던데.”
“너무 공을 많이 세웠죠.”
리삭도 여기에 동의했다.
“전쟁터에 오래 있으면 오래 살지 못할 남자입니다.”
공을 많이 세우다 보면 그에게 일이 몰린다. 그렇다고 공을 잘 챙기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 너무 명성이 강해서 누군가의 질투를 살 수도 있다. 그가 명예욕이 없는 게 다행일 정도다. 리삭이 와서 공을 많이 챙겨 주었지만 리삭도 그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 로이 혼자 공을 세웠다 해도, 그 무리가 공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로이 혼자 독식해야 할 공도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로이가 너무 돋보이지 않았다.
오래 살려면 적당히 유능해야 한다. 로이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리삭에게 별달리 불만 사항을 제시하지 않았다.
“내 남편은 유능했어요.”
“압니다.”
리삭도 인정하고 있었다. 작전이 통하지 않아서 결국 평원에서 대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로이가 검술 실력으로 그를 사로잡은 것이지 전략으로 사로잡은 것은 아니었다.
“뛰어나서 늘 전쟁터에 불려갔죠.”
“아아.”
“이번 기회에 이 실패를 물어 은퇴시키고 싶어요.”
그녀는 심장을 눌렀다.
“제 남편 잘 부탁드려요.”
리삭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가 부탁하는 걸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포로가 살아 있어야 배상금을 받을 테니 말이다.
솔리나는 호위 기사와 함께 떠났다. 떠나는 모습을 본 그는 로이를 떠올렸다.
곧 휴가를 떠나는 그와 주다스가 비슷해 보였다.
“으흠.”
그는 로이의 막사로 걸어갔다.
“로이 있는가?”
막사 밖에서 외쳤다. 그러자 막사 문이 열리며 더윈이 나왔다.
“계십니다.”
“아아.”
“전 나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리삭이 긴히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다. 더윈은 막사를 나가고 리삭이 로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
그의 말에 로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스 영애를 어디로 데려가는 게 좋은지 더윈에게 묻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