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86
86
같이 들어온 루진은 시녀들이 대기하는 곳으로 갔다. 더윈은 로이와 아리스가 같이 있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 이안과 아리스는 비올레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비올레 앞에 도착한 아리스가 방긋 웃었다. 그리고 로이, 이안과 함께 그들에게 인사했다.
“이쪽은 로이 델라이예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를 만나니 비올레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결혼이란 건 멀리 있을 줄 알았는데 같이 있던 아리스가 결혼 상대를 정하고 나니 자신도 곧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이 델라이입니다.”
“비올레 디 에셀이에요.”
로이의 말을 들으며 비올레는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가 방긋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리스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리몬트리는 안 보이네요.”
“아직 도착 안 했어요.”
“아, 아쉽다.”
같이 소개하면 더 좋을 텐데. 나중에 만나면 소개해 줄 생각이었다. 만약 만나지 못하면 봄의 정원에서 소개해 주면 되는 일이었다.
“함께 춤추고 올게요.”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먼저 온 이들이 춤을 추었다. 로이와 첫 춤을 추고 싶었던 아리스는 그를 데리고 갔다.
춤을 추러 가는 그들을 보던 비올레가 시선을 돌려 이안을 보았다. 이안의 표정은 미묘했다. 딸이 사랑하는 남자와 같이 춤을 추는 게 영 와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잘 어울리는군.”
루이슨이 한마디 했다.
“그렇습니까?”
“그렇지.”
이안의 말에 루이슨이 이어 말했다.
“좋은 남자잖아.”
아직까진 그렇다. 아리스를 행복하게 해 주는 남자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도 않고 아리스를 위해 군인도 그만둔다고 했다. 그런 남자는 찾기 힘들다.
“그래도 결혼은 늦게 시킬 겁니다.”
이안은 다짐하듯 말했다. 그의 말에 루이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 * *
춤을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추어야 할지 철저히 배웠다. 그렇기에 아리스는 춤을 출 때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로이의 손을 잡고, 그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은 순간 긴장감이 확 몰려왔다.
그의 발의 밞으면 안 되는데.
다행인 것은 로이가 춤을 찰 춘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어리바리하게 있을 때 알아서 능숙하게 처리했다.
“로이는 춤을 잘 추네요.”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로이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누가 그런 말 했어요?”
아리스가 물었다. 솔직히 알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말을 한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했다.
“아카데미 다닐 적에 파티에서 춤을 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아.”
로지엘이 아카데미에서 로이가 인기 많았다고 말해 준 적이 있다.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며 로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다 예뻤어요?”
아리스가 물었다. 그러자 로이가 조용히 웃었다.
“그냥 평범한 아가씨였습니다.”
“정말요?”
“아리스만큼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무도회에 참석했으니 의무적으로 춤을 춘 거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이 원해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의 미소에 긴장이 사르르 풀렸다. 아리스는 그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춤을 추었다. 치마가 살포시 위로 올라갔다.
춤이 끝났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로이에게 아가씨들이 몰려들었다. 아리스는 힐을 신어 발이 아팠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의 춤 신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로이는 거절할 수 없다. 춤을 춰야 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질투가 났다. 그래도 로이의 첫 춤을 자신이 췄으니 되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로이는 그리 말하면서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공격에 아리스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가 이렇게 도장을 찍고 갈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춤을 추러 간 로이를 보던 아리스는 구석으로 걸어갔다. 구석에는 비올레와 방금 전 도착한 리몬트리가 같이 있었다.
“리몬트리.”
아리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 왔네요.”
“혼자 있습니까?”
“아, 로이는 춤을 추러 갔어요.”
그녀는 로이를 데려간 아가씨를 보았다. 아가씨와 로이와 함께 춤을 추는 게 보였다.
“곧 있으면 전하께서 도착하실 겁니다.”
“폐하께서도 같이 오실 것 같아요,”
리몬트리와 비올레가 번갈아 가며 말했다.
“곧 춤이 멈출 거란 뜻이네요.”
좋은 일이었다. 로이가 수많은 여자와 춤을 추는 걸 보려고 참석한 무도회가 아니니 말이다.
리몬트리에게 어떤 여자가 접근했다. 얼마 전부터 리몬트리와 자주 춤을 춘 여자였다.
“그럼 실례.”
리몬트리는 그리 말하고 여자와 함께 춤을 추러 갔다. 아리스는 음료수를 찾았다. 리몬트리는 와인을 마시고 있었지만 아직 어린 비올레와 아리스는 음료수를 마셔야 했다.
“리몬트리와 첫 춤을 안 추었네요.”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아요.”
비올레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행복해요.”
“리몬트리는 비올레의 그런 마음을 알아요?”
그러나 비올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편지를 써 볼까 했는데요.”
“네.”
“편지가 안 써져요. 부끄럽고 그렇네요.”
비올레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아리스가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둘이 얼른 연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리스는 그리 말하면서 로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춤을 끝낸 로이가 바로 아리스 옆으로 다가왔다. 리몬트리도 왔다.
“이쪽은 리몬트리 라온이에요.”
아리스가 바란 대로 그를 소개해 주었다. 로이와 리몬트리는 서로 악수를 하며 자기소개를 나누었다.
아리스는 로이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 준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정말로 잘생기셨군요.”
리몬트리가 로이의 외모에 감탄했다. 아리스가 잘생겼다고 그리 말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만했다. 이 정도로 잘생긴 남자는 제국에서도 드물었다.
“황제 폐하 드십니다.”
황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황태자 폐하 드십니다.”
이엘도 같이 들어왔다. 춤을 추던 귀족들이 행동을 멈추었다. 음악이 멈추고 황제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로이는 황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아리스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이들이 황제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오늘 연회는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여는 것이다.”
주셀은 그 자리에서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포상을 내렸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무도회장에서 확인하니 기분이 남달랐다.
“델라이 백작.”
“네, 폐하.”
마지막으로 로이의 차례가 되었다.
아리스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원작에서 로이는 작위를 거절하고 영지만 받는다. 그렇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로이는 스스로 성을 정하고 델라이 백작으로 불리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대에게 영지와 작위를 내리노라.”
로이는 고개를 숙였다.
만인이 보는 자리에서 영지와 작위를 받게 된 것이다.
이것으로 아리스와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곳에 있는 기사단도 그대의 것이다.”
그러자 다들 술렁거렸다. 영지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사단도 내리는 것이었다.
로이는 다시 한 번 황제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보며 아리스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원작의 내용이 변했어.’
이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로이의 곁에 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위를 거절하지 않은 그를 보며 아리스는 이제 스토리가 원작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아니, 자신이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부터 달라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로이가 고개를 들었다.
“말해 보거라.”
“지금 제 자리에서 은퇴할까 합니다.”
그의 말에 다들 술렁거렸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황제와 다른 이들은 놀라지 않았다. 비올레와 리몬트리는 놀란 눈으로 아리스를 보았다. 아리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알고 있었어요.”
“정말요?”
“네. 로이는 전쟁을 싫어해요. 싫어하는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잖아요.”
아리스가 방긋 웃었다. 그러자 리몬트리가 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대단하군요. 그래도 군인으로 공을 세운 자인데 그가 그만두는 것을 허락하다니.”
“전 로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했으면 해요.”
그가 바라는 걸 들어주고 싶었다.
아리스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이야기를 다 마친 로이가 그녀에게 다가와 웃었다.
“다녀왔습니다.”
“수고했어요.”
고생은 더는 할 필요가 없다.
아리스는 까칠한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