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Mistaken as a Monstrous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09
키가 190 넘는 조셉 펠튼이 처음 사격체험장에 도착한 것은, 강우진이 체험장의 뚱뚱한 주인에게 설명을 듣고 있을 때쯤이었다. 미리 세워진 우진의 승합차 옆에 그가 타고 온 차가 세워졌다. 그 차에서 내린 것은 조셉 펠튼과 갈색 단발의 메건 스톤.
헐리웃 유명 인물들이 이 사격체험장에 온 것은 간단했다.
강우진을 만나기 위해서.
결정은 오늘 아침 조셉과 메건이 카페에서 만났을 쯤 확정됐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메건이 최성건에게 연락을 취했었다. 최성건 쪽에서 답은 의외로 빨리 나왔다.
‘오늘 오후 전까지는 시간이 괜찮은데요.’
특이한 점은 강우진이 사격체험장에 갈 것이라는 말이었다. 조셉은 메건에게 점심시간에 맞춰 체험장에 들르자는 의견을 내놨다. 물론, 메건도 동의. 그렇게 성사된 사격체험장의 방문이었다.
어쨌든 차에서 내린 조셉과 메건. 둘 중 조셉이 체험장 창문을 통해 강우진을 발견했다. 그리곤 움직이려는 메건의 발을 막았다.
“잠깐.”
길쭉한 메건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일단은 방해하지 말자고요.”
“아.”
본인들은 깜짝 방문한 손님들에 불과했다. 조셉은 매너상 강우진이 하려는 일을 마친 뒤 등장하려는 뜻을 전했다. 메건도 고개를 끄덕였다. 곧, 강우진 팀을 창문을 통해 지켜보던 메건이 입을 열었다.
“근데 갑자기 사격이라니. 의아한데요.”
거인 조셉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좀 그렇게 보이긴 하지만. 큰 이유는 없겠죠, 아마 작품에서 총격씬 때문에 간단히 쏴보려는 게겠고.”
“아- 역시 한국에서는 쉽지 않을테니.”
둘이 대화하는 와중, 체험장 안의 강우진이 사격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조셉과 메건은 최대한 티 안 나게 안으로 움직였다. 뚱뚱한 주인에게 강우진이 일행이라는 손짓을 보인 조셉 펠튼. 그런 그가 사격장 입구 밖에서 강우진을 확인했다.
그가 선택한 건 글록 17.
권총을 다루는 강우진의 손놀림에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뭐랄까, 굳이 따지자면 상당히 익숙했다.
‘역시-’
조셉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착각의 몸집이 부풀었다. 그쯤 총 쏠 준비를 마친 우진의 옆쪽 외국인들이 비아냥거렸다.
“중국인인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조셉은 단박에 미간을 좁혔다.
‘저런 머저리들이.’
대충 대화만 들어도 저 3명의 외국인들이 강우진을 무시하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진이 그들에게 제안한 것은 신박했다.
“게임은 나와 하죠. 당신들과 나, 어느 쪽이 점수가 높은지.”
무심히 툭 던지는 내기. 금세 흥미가 돋은 조셉이었다. 물론, 메건도 같았다.
그렇게.
“내가 먼저 합니다.”
귀마개를 찬 강우진이 글록 17을 먼저 들어 올렸다.
-탕!
첫발 뒤로 네 발의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탕탕탕탕!
우진을 무시했던 3명의 외국인은 물론, 조셉과 메건의 얼굴도 딱딱해졌다. 눈이 디립다 커진 것은 덤. 당연했다. 강우진이 쏜 총알은 마치 빨려 들어가듯 모조리 가슴 쪽의 빨간 점을 관통했으니까. 사람 형태의 조준판 말이다. 연습 따위 없이 단박에? 저건 절대 초심자의 레벨이 아니었다.
그러나 저게 끝이 아니었다.
-탕탕탕탕탕!
이어 울린 다섯 번의 총성. 이번에 우진이 맞춘 조준점은 머리의 빨간 점이었다. 이번에도 빨간 점이 싹 지워졌다. 단 한 발의 실수도 없었다.
순간, 조셉은 저도 모르게 읊조렸다.
“Oh my gosh······”
메건도 마찬가지의 얼빠진 얼굴이었다. 이쯤 거인 조셉은 오늘 오전 옆에 선 메건과 만났던 카페를 상기했다. 정확히는 그녀와 나눈 대화 중, 강우진 관련 ‘특수부대’란 단어가 나올 때쯤부터였다.
시작은 메건부터.
“······혹시 들었어요? 강우진이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거.”
“특수부대? 그게 무슨 소리지?”
“개리가 말해줬어요.”
‘라스트 킬3’에서 함께 작업했던 스턴트 코디네이터 개리 펙을 말하는 것.
“강우진이 ‘라스트 킬3’ 무술 관련 스크린 테스트에서, 왜 그리 날아다녔는지 이제야 이해됐다고 하더라구요.”
거인 조셉의 눈이 커졌다.
“너무 갑작스러운데? 개리는 그걸 어디서 알았다는 거죠?”
“에단이 지금 한국의 드라마 스턴트 팀을 맡았어요, 물론 강우진의 주연인 드라마고. 개리는 에단에게 정보를 들었다고 했어요.”
“······에단? 에단 스미스?”
에단의 얼굴을 조셉은 알고 있었다. 그 역시 과거에 에단 스미스와 작업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에단과 강우진이 지금 한국에서 같은 작품을 작업 중이라고?”
“그렇죠. 우연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강우진이 특수부대 출신?”
“‘CQC’를 기가 막히게 해냈다고 해요.”
“······‘CQC’”
착각과 오해의 눈덩이가 헐리웃에서 굴러가기 시작했고, 조셉의 커진 눈이 작아질 기미가 없다. ‘CQC’란 기술은 헐리웃에서도 최고급으로 취급할 정도였으니까. 많은 헐리웃 영화에서 등장하기도 하며, 숱한 헐리웃 배우들이 ‘CQC’를 숙달하기 위해 죽어라 훈련한다.
실제 ‘CQC’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배우도 몇 없었다.
그런데 뜬금 한국의 배우가 ‘CQC’를?
헐리웃에서 오랜 기간 굴러먹은 조셉의 눈이 반짝일 수밖에. 과연 강우진이 구사할 ‘CQC’는 어떤 형태일 것인가? 착각이 스며든 조셉이 갈색 단발의 메건과 눈을 맞추며 읊조렸다.
“미치도록 궁금해, 강우진의 ‘CQC’.”
여기까지.
몇 시간 전을 떠올리던 조셉이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10발로 빨간 점을 지워낸 강우진에 다시금 시선을 맞췄다. 그는 별수롭지 않게 글록 17을 내리고 있었다. 조셉이 작게 입 벌린 자신의 입을 한 손으로 쓸었다.
‘저 자세와 사격 실력. 뭣보다 총을 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래, 단편적이긴 하지만 확실히 ‘CQC’가 몸이 익었어. 특수부대······솔직히 처음 들었을 땐 반신반의했었는데- 확실한 거 같군.’
메건의 커진 눈에도 비슷한 뜻이 서려 있었다. 이쯤 사격을 마친 강우진의 고개를 돌렸다. 혼이 빠진 외국인 3명을 보는 것.
“당신들 차롑니다.”
멍때리던 외국인 3명.
“······”
“······”
예상 밖의 상황에 이들은 서로 눈치를 볼 뿐 말을 뱉진 못했다. 그중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가까스로 움직였다.
-스윽.
약간 떨리는 손으로 미리 받았던 권총을 올렸다. 굳어진 얼굴. 나름 긴장이 팽배한 탓이었고.
-탕탕탕탕!
금세 총소리가 파다하게 퍼졌다. 그가 쏜 것도 총 10발. 하지만 자동으로 다가온 사람 형태의 조준판에 구멍은 해봐야 5개였다. 즉, 10개 중 반은 허공에 꿰뚫은 것.
명백한 강우진의 승리.
하지만 방금 총을 쏜 외국인이 객기 비슷한 것을 부렸고.
“다, 다시 해봅시다!!”
강우진이 무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이번엔 먼저 하세요.”
어금니를 살짝 문 외국인이 쓴 선글라스를 벗어 머리 위에 걸쳤다. 그리곤.
“······”
잠시간의 공백. 대략 10초쯤. 이내 그가 총을 갈겼다.
-탕탕탕탕!
재차 10발. 다만, 다가온 조준판을 보니 직전보단 준수한 성적이 나왔다. 8개의 구멍이 뚫렸고 그중 6개가 빨간 점을 관통했다. 다음은 강우진 차례.
-스윽.
이번에도 우진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글록 17을 시원하게 쐈다. 특이한 것은.
-탕!
그의 첫발이 조준판의 가슴이나 머리가 아닌, 옆구리 쪽에 그려진 7이라는 숫자를 관통한 것. 이는 당연히 실수처럼 보였다. 증거로 선글라스 외국인의 얼굴에 미약한 미소가 번졌으니까.
‘됐어! 역시, 처음은 운이 좋았던 거야!’
하지만 그의 미소는 길지 않았다.
-탕탕탕탕!
연달아 쏘는 우진의 총알이 조준판에 7이란 숫자를 지워내고 있었으니까. 즉, 강우진이 쏜 7점은 실수가 아닌.
-탕탕탕탕!
모두 의도한 것이었다. 그의 9발 총알은 모조리 같은 곳을 관통했다. 어느새 조준판에 7이란 숫자는 지워져 있었다. 끝으로 한 발은.
-탕!
머리의 빨간 점을 뚫었다. 조준판이 자동으로 다가왔다. 우진의 것에 구멍은 단 두 개였다. 머리에 하나 옆구리에 두껍게 하나. 총을 내린 우진이 외국인들에게 낮게 말했다.
“500달러.”
뒤로.
3명의 외국인은 그 어떤 항변도 없이 돈을 모아 강우진에게 500달러를 내밀었다. 누가 봐도 승자는 저 한국인이었으니까. 그의 실력은 사격장 직원의 박수를 받을 정도였고, 500달러를 받은 우진이 3명 외국인에게 다시금 돈을 내밀었다.
“이 돈으로 맥주나 사 먹어요, 내가 삽니다.”
그들의 표정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자존심이 바닥을 쳤으니까. 반면, 덤덤한 우진은 별 감정 없이 몸을 돌렸다. 입 벌린 채 멈춘 최성건과 bw 엔터 직원들이 보였다. 포커페이스를 진하게 만든 우진이 속으로 약간 후회했고.
‘아오- 씨, 저 새끼들 때문에 괜히 빡이 쳐가지고 오바했네. 걍 적당히 맞추고 갈랬드만.’
허세와 쎈척을 장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어 무심히 다가온 우진에게 꽁지머리 최성건이 어렵게 물었다.
“···야야, 우진아. 너 총을 무슨 전문가 뺨치게 쏜다? 내가 본 게 맞냐??”
당연히 끌어올린 ‘CQC’의 힘이었지만 우진은 최대한 별수롭지 않게 답했다.
“예전에 몇 번 쏴봤었습니다.”
“······”
한없이 낮은 톤의 대답에 최성건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직원들을 그렇지 않았다. 대박이나 대단한데요?! 따위의 탄성을 뱉어댔다.
이때였다.
“강우진씨.”
최성건과 마주 본 우진에게 거인의 흑인이 붙었다. 조셉 펠튼이었고 그 옆으로 메건 스톤이 서 있었다. 이미 그들의 방문은 최성건을 통해 들었던 우진이었기에 그는 담담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조셉과 메건이 비슷한 인사말로 반응했다. 곧, 거인 조셉이 우진을 보다가 시선을 움직였다. 그의 뒤쪽, 직전까지 강우진이 글록 17을 쏴댔던 칸이었다. 조금 전의 전율이 아직도 이어지는 모양.
“······”
묻고 싶은 것이 굴뚝같았으나 조셉은 일단 참았다. 여긴 보는 눈도 많고 얘기하기 적당하지 않았다.
“우진씨, 시간 괜찮다면 식사 같이하시겠습니까?”
물음에 강우진이 최성건과 눈을 맞췄다. 그가 끄덕이자 우진이 간단해 답했다.
“그러시죠.”
이후 몇십 분 후.
강우진은 사격체험장 근처의 다이너란 간판을 단 음식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이너는 한국으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깝다. 많은 음식을 취급하며 LA 곳곳에 분포된 가게였다.
자리는 창가 쪽. 조셉, 메건이 건너편에 앉았다.
최성건은 통화 때문인지 가게 밖에 있었고, 강우진의 옆 테이블에 bw 엔터 직원들이 자리했다. 다가온 종업원이 일단 강우진과 조셉, 메건의 앞에 커피잔을 내렸다. 대강 주문을 마친 조셉 펠튼이 커피 한 모금을 넘긴 후 건너편, 무심한 얼굴인 강우진에게 대화의 물꼬를 텄다.
“······사격은 잘 봤습니다, 대단하던데요.”
메건이 격하게 동의했다.
“맞아요. 놀랐어요, 정말.”
표정 변화 없는 우진이 낮게 답했다.
“대단한 정도는 아닙니다.”
잠시간 강우진의 무던한 얼굴을 응시하던 둘 중, 가까스로 미소를 머금은 조셉이 머리를 쓸었다.
“역시 보면 볼수록 강우진씨는 외계인 같네요. 감히 말하자면, 내가 본 헐리웃 배우 통틀어도 당신 같은 사람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그렇습니까?”
“네, 100%.”
읊조린 조셉이 커피잔을 올리면서도 다시 말했다.
“대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길진 않습니다. 1시간 내외로.”
“음, 알겠습니다.”
조셉은 지금 준비하는 작품의 떡밥보다 다른 것을 먼저 주제로 꺼냈다.
“진행 중인 작품에서 에단 스미스와 같이 작업한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서 우진은 약간 놀랐다. 아니, 꽤 움찔했다.
‘미친, 소식 개빠르네.’
에단의 이름은 LA와서 바로 들을 줄은 몰랐으니까.
‘역시 그 코 큰 아저씨, 헐리웃에서 나름 유명한 양반이었구만?’
새삼 신기함을 느끼던 우진이 가슴에 찬물을 끼얹었다. 포커페이스를 짙게 만들어야 했으니.
“맞습니다.”
“그는 헐리웃에서도 실력 있는 스턴트 코디네이터죠. 개리와도 친하고. 좋은 시너지가 날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작품에 ‘CQC’가 삽입된다고요?”
‘이로운 악’에 세세한 연출이나 콘티 등은 함구가 맞지만, ‘CQC’가 포함되는 것 자체는 딱히 비밀이 아니었다. 국내 언론에서도 ‘CQC’란 단어만 안 썼다뿐이지 에단의 방문을 알고 있었고, 이미 수많은 인원들이 강우진의 ‘CQC’를 봤으니 애초 말을 막는 것은 불가능.
따라서 강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렇습니다. 전체는 아니고 일부분.”
“에단은 여기서도 ‘CQC’ 디자인으로 실력잡니다. 음- 기대가 되네요.”
순간, 헐리웃에서 숱하게 봤던 ‘CQC’ 촬영과 더불어, 아까 전 강우진의 사격술을 섞어 상상하던 조셉이 작게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좀 확인을 해보니 지금 작업 중인 작품이 해외 로케 촬영이 있던데, 그 해외 로케가 ‘CQC’를 위한 일정입니까?”
“비슷합니다.”
“어딘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장소 역시 비밀이 아니었다. 진작에 언론에 밝혀진 상태니까.
“태국 방콕입니다.”
“······방콕.”
이 순간.
-스윽.
통화를 마친 최성건이 우진에게 붙어 말했다.
“우진아, 잠깐만.”
따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고, 조셉과 메건에게 양해를 구한 강우진이 자리서 일어났다. 곧, 둘만 남은 상황에서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
“······”
얼추 15초 정도. 이 고요함을 먼저 깬 것은.
“방콕. 갈만한 가치가 있어.”
거인인 조셉 펠튼이었다.
“저 강우진의 ‘CQC’잖아?”
못 참는다는 뜻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