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ordered to transfer to the Demon King Army RAW novel - Chapter 3
002.
“어이, 베켄.”
“하급 전사, 베켄!”
베켄은 고참의 부름에 빠릿빠릿하 게 대답하며 자세를 더욱 똑바로 했 다.
“조용히 해라. 귀 떨어지겠다.”
“죄송합니다! 아무르 중급 전사 님!”
베켄은 고참이 조용히 하라고 했지 만 결코 목소리에 힘을 빼지 않았 다.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당장 욕을 먹어도 빠릿빠릿한 모습 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죄송할 건 없고. 오늘 베르무스 님이 순찰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 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 봐라.” 건들건들한 자세로 히죽이는 고참 에 기가 막혔지만 베켄은 없는 이야 기도 만들어 내며 고참을 즐겁게 했 다.
“제가 밖에서 서큐버스를 만났었는 데 말입니다.”
“오오, 서큐버스! 죽이지!”
지구든 마계든 병사들의 관심사는 역시나 여자였다.
베켄도 신참일 때 고참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혓바닥을 놀렸고, 고참일 때는 신병들을 그렇게 가지고 놀았 었다.
물론 다시 신참이 되어 고참의 딸 랑이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 만 오늘따라 허기가 진다는 고참의 투덜거림에 베켄은 살기 위해 열심 히 혀를 놀렸다.
베켄은 고참과 함께 경계 근무를 나왔다.
경계 근무는 군인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 지 않았기에 지루한 시간을 때우느 라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경계 근무를 던전에서 하다니.’
처음 경계 근무에 투입하라는 분대 장의 말에 베켄은 불침번이라도 서 려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오산 이었다.
이상한 검은 문을 통해 고참과 함 께 이동한 곳은 동굴 같은 곳이었 다.
그리고 고참으로부터 이곳이 던전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꼭 용사는 아니어도 인간들의 군대 나 모험가 파티들이 던전을 침입했 다.
그런 던전에는 당연하게도 마물이 라 불리는 사악한 존재들이 있었고, 그 사악한 존재들은 마왕군 소속의 병사들이었다.
물론 높은 등급의 던전에는 간부급 의 강한 마왕군 병사들이 있었고, 낮은 등급의 던전에는 일반 병사들 이 근무를 섰다.
베켄이 있는 던전은 등급이 낮은 하급 던전으로, 밑바닥 계급의 마왕 군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는 곳이 다.
당연히 하급 던전에는 값어치 있는 보물도 없었고, 던전의 보스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영양가 없는 던전이었다.
베켄은 왜 마왕군 병사가 이런 가 치 없는 던전을 지켜야 하냐는 생각 이 들었지만 지상 아래는 마왕의 영 토이기에 마왕군의 병사들은 지상 아래의 던전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고 마왕군 훈련소에서 교육받아 알 고 있었다.
하여튼 베켄은 그렇게 위에서 까라 면 깔 수밖에 없는 하급 중에서도 하급 전사였고, 경계 근무는 처음이 었기에 실력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중급 전사인 고참과 함께 근무를 나 왔다.
함께 근무를 서게 된 고참인 놀 종족의 아무르는 잔득 긴장한 베켄 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너, 아직 인간 본 적 없지?”
“예? 예! 없습니다! 아무르 중급 전사님!”
“조용히 하라니까! 그러다가 인간 놈들이 우리 위치 알면 어쩌려고 그 래? 목이 베이고 싶냐?”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베켄은 인간을 본 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었다는 것을 마음속으 로 꾸욱 눌러 참으며 이번에는 목소 리를 낮추었다.
대한민국의 군대에 있을 때도 경계 근무는 셀 수 없이 나갔었지만 생명 의 위협을 느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한번 위병소 근무를 서다가 말도 없이 투 스타가 나타나 극도의 위기감을 느낀 적은 있었지만 생명 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은 분명 아니 었다.
하지만 던전에서의 경계 근무는 생 명의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언제 용사가 나타나 용사의 경험치 가 되어 버릴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용사를 쓰러트려 자신의 경험 치로 삼을 수도 있었지만 세상이 그 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베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언제 용사의 무리와 만날지 몰랐기에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했다.
“크크크크! 이놈, 완전히 쫄았네? 걱정 마라, 이런 던전에 용사가 오 겠냐? 고작 해야 조무래기 모험가나 기웃거리겠지. 그런 놈들 따위는 별 것 아니야.”
자신의 우람한 근육을 보여주는 고 참에 베켄은 조금은 안도했다.
베켄의 눈에도 고참의 우악스러운 근육은 인간들 따위는 단번에 찢어 죽일 수 있어 보일 정도였다.
“헤헤! 아무르 님만 믿겠습니다.”
“그래, 그래! 나만 믿어라! 용사 따위는 몸에서 머리를 뽑아 버릴 테 니까! 하하하하! 그래서 서큐버스하 고 어떻게 되었다고?”
아무르는 서큐버스와의 끈적끈적한 이야기를 더 해 보라고 재촉했다.
서큐버스는 사실 고위 마족이었으 니 마족이 아닌 몬스터라 불리는 하 급 병사들이 만나 보기도 힘든 존재 들이었지만 어차피 그런 건 중요하 지 않았다.
베켄도 인간 군대에서 복무할 때 연예인과 사귀었다고 구라를 치던 후임이 있었기에 그냥 시간 때우기 용도임을 잘 아는 것이다.
물론 너무 오버하면 고참의 불쾌함 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기에 적당히 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르 중급 전사님께서도 아시 죠? 서큐버스의 손길이 그렇게 부드 러운 걸 말입니다.”
“응? 어! 그, 그래! 알지! 그럼 나 도 왕년에 여자 마족들 얼마나 후리 고 다녔는데.”
아무르는 갑자기 자신의 동의를 받 으려는 후임의 말에 당황을 했다.
서큐버스를 본 적도 없는데 서큐버 스의 손길을 어찌 알겠냐만은 후임 앞에서 모른다는 말을 도무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역쉬! 선수 눈에는 선수가 보인다 고, 제가 아무르 중급 전사님 딱 보 니 여자 마족들 꽤나 울리셨다는 느 낌이 들더란 말입니다.”
“응? 하하! 알아본 거냐‘? 하하하하 하!”
아무르는 베켄의 간사한 혓바닥에 놀아나기 시작했다.
‘내가 짬밥이 얼마인데.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의 예비역이라고!’
쌓인 짬밥으로 어수룩한 고참 정도 는 얼마든지 쥐었다 놓았다 할 줄 아는 베켄이었다.
“그런데 서큐버스하고는 왜 헤어졌 냐‘?”
“아이고! 아무르 님도 아시다시피 서큐버스가 예쁘기는 하지만 오래 사귀면 남자 기가 빨리지 않습니 까?”
“응? 아, 그렇지! 그럼! 그렇고말 고! 알지!”
아무르도 베켄의 말에 언젠가 들어 보았다는 서큐버스들에 대해서 떠올 리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러다가 내가 해골 전사가 되겠다 싶은 거 아닙니까! 그래서 더 이상 제 명에 못 죽겠다는 생각 이 들어서는 여자 친구한테 야! 우 리 그만 만나자!”
“오! 상남자! 상남자!”
베켄의 말에 아무르는 긴장을 하며 베켄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이 야기를 듣다 보니 어쩌면 진짜일지 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어찌나 울면서 저한테 매달리 던지, 아이구! 말도 마십시오! 결국 헤어지려고 군대로 도망 온 거 아닙 니까!”
“아! 그런 거냐?”
“뭐 어차피 그녀와 저는 어울릴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베켄의 말에 아무르는 고개를 끄덕 였다.
고위 마족과 하급 몬스터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사실은 아무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르 님은 왜 헤어지셨 습니까?”
“응? 아! 나도 그거 때문이지.”
“그렇지요?”
“그럼! 아이고! 어찌나 기가 쪽 빨 리던지. 큼! 큼!”
후임에게 무시를 당할 수는 없는 법이었기에 베켄의 혀 놀림에 열심 히 응대해 주었다.
그렇게 수다를 떨며 던전 경계 근 무를 서는 베켄과 아무르는 아무런 일도 없이 부대 막사로 복귀했다.
지구에서처럼 경계 근무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근무를 끝마치고 베켄의 소속 부대 의 지휘통제실(?)로 복귀 신고를 하 러 들어오자 베켄은 군 생활 때 보 았던 광경과 너무나도 유사함을 느 낄 수 있었다.
‘이 기시감은 뭐냐? 생긴 것만 다 르지, 하는 짓은 똑같네.’
무기를 무기고에 다시 넣어 두는 일은 없었지만 온몸으로 귀찮음을 드러내고 있는 당직 사관에게 복귀 신고를 해야만 했다.
“별일 없었지?”
“예!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들어가 봐.”
마왕군 부대의 지휘 통제실에는 다 음 근무자들이 근무에 나가기 전에 신고를 하고 있었다.
“어디 가냐?”
“아도르, 17번 던전 간다.”
“아이고, 험한 곳 가네. 고생해라.”
“그래! 수고했다.” 아모르는 동기가 꽤나 힘든 근무지 로 간다는 말에 고생하라고 말하고 는 막내인 베켄을 데리고서 막사로 향했다.
“막내야, 따라와라.”
“예! 아무르 중급 전사님.”
베켄은 혹시 혹시하면서 아무르를 따라갔다.
근무가 끝나면 후임병과 함께 허기 진 배를 채우기 마련이었다.
베켄도 후임일 때는 고참의 손에 끌려 컵라면을 먹었고, 고참이 되었 을 때에는 후임을 데리고서는 컵라 면을 먹게 해 주었다.
마계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었다.
“인간 놈들 몇 들어오면 거기서 식 사를 해결할 수 있는데, 이번처럼 공치면 어쩔 수 없지.”
“인간들 들어오면 식사를 해결한다 고요?”
“그래. 뭐 근육 덩어리들이라 조금 퍽퍽하기는 하지만 가끔 야들야들한 인간 여자들도 끼어 있는 경우도 있 거든. 뭐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 만 말이야.”
베켄은 던전에서 인간을 만나지 않 았음에 안도했다.
마왕군이 되어 버렸다지만 인간이 었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베켄 이었다.
분명 예쁘게 요리해서 먹을 것은 아닐 터였으니 인간의 팔다리를 뚝 뜯어서는 피가 뚝뚝 흐르는 것을 뜯 어먹을 터였다.
베켄은 그 상상이 머릿속에 떠오르 자 아찔해졌다.
‘언젠가 그런 일이 분명 일어나겠 지. 만일 못 한다고 하면…….’
남들 다 인간들을 뜯어먹고 있는데 자신 혼자 못 한다고 하면 군대의 특성상 관심 병사가 될 터였다. 그렇게 관심 병사가 되면 고참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고참들의 배 속이 자신의 무덤이 될 것이다.
비록 마족인지 몬스터인지 모를 몸 이 되었지만 베켄은 인간이었을 때 도 삶의 의지가 무척이나 강했다.
만일 베켄의 삶의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면 죽어가는 순간에 자신을 부르는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대답하 지 않았을 터였다.
결국 아직도 누구인지 모를 목소리 의 존재 때문에 마왕군 소속의 엑스 트라 병사로 환생한 것이다.
“많이 먹어!”
“예! 아무르 중급 전사님! 잘 먹겠 습니다!”
베켄은 막사 한쪽의 휴게실에서 아 무르와 함께 식어서 딱딱해진 정체 불명의 고기를 뜯으며 허기를 달래 었다.
따뜻하지도 않고 식어서는 노린내 가 났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생각 보다 먹을 만했다.
‘몬스터긴 해도 나름 정은 있네. 이게 전우애인가?’
베켄은 정체불명의 고기를 뜯으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몬스터들의 잔혹함만을 묘사했지만 몬스터들 사 이에서도 살아가는 이치는 크게 다 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베켄은 긴장으 로 인해 지친 몸을 눕힐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막내였기에 기상나팔 소 리와 함께 눈을 번쩍 떠서는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기상! 기상!”
침상 정리를 하며 고참을 깨운 막 내 베켄은 고참들의 갑옷을 입혀 주 며 마왕군 군 생활을 시작했다.
〈마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