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61
061화 우물파기
유정을 배신하자는 장릉의 제안에 모용각의 눈이 커졌다.
“주군을 배신하는 것은 황제를 배신하는 것이오! 자칫하다가는 당신이나 나나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소이다!”
모용각과 달리 장릉은 여유가 있다.
“흐흐흐! 나는 멸문지화를 당할 가족이 없으니 그대만 마음을 굳게 먹으면 될 일이오!”
큰 결심을 해야 하는 모용각은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일단 시간을 벌어 놓기로 했다.
“좋소이다! 내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그렇게 하시오!”
장릉이 이리 폭탄을 던져놓고 사라지자 모용각은 밤새 고민에 빠졌다.
‘내 모용부에게 미움을 사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살다 겨우 유정의 휘하에서 호의호식은 하고 있으나 유정이 언제 나를 버릴지 모르지 않는가? 이참에 나도 한몫 잡아 독립해야 하지 않겠나!’
일확천금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자, 모용각은 점점 대담해졌다.
‘그래! 이왕 마음을 먹었으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야!’
다음 날.
장릉이 다시 찾아오자 모용각은 자신의 결심을 알렸다.
“좋소이다! 내 그대를 믿고 내 운명을 걸어보겠소!”
장릉은 예견했던 대답인지라 놀라지도 않고 모용각에게 다짐을 받았다.
“우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보물만 챙겨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오! 무슨 뜻인지 알겠소이까?”
“알겠소이다!”
두 사람은 서약서를 두 장 쓴 후, 각자의 손바닥 도장을 찍은 후 하나씩 간직했다.
배신하면 유정에게 서약서를 보내 배신자를 응징하겠다는 서로에 대한 담보인 셈이었다.
일이 이쯤 진행되자 장릉은 모용각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며 어찌할지를 상의했다.
모용각은 무도와 모용언이 진시황릉 입구에 의원을 차리고 우물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는 놀랐다.
“정말 무도란 녀석이 장안에서 땅을 파고 있다는 것이오?”
“그렇소이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소!”
생각보다 장릉의 정보가 구체적이어서 잘만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장릉도 천리인들이 무도와 모용언을 돕고 있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모용각이 장릉의 얘기를 끝까지 듣고 나자 조급한지 방안을 서성거렸다.
“지금 유정은 사천의 공손술이 장안을 쳐들어올 것이란 첩보에 온통 신경이 그쪽에 가 있소!”
“…….”
“내가 무도와 모용언이 보물을 찾을 때까지 그 주변에 다른 놈들이 얼씬도 못 하게 손을 써놓을 터이니, 그대는 보물을 찾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보물을 가지고 장안을 빠져나갈 방법을 연구해 두시오!”
이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임무를 정하고 무도와 모용언이 어서 보물을 찾아내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 * *
한편, 개방의 사장로와 곽장로는 북경에서 양춘과 나주량이 보여준 진짜 시황묘도를 보았기 때문에 보물 지도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용언이 유정과 팽연화의 결혼을 무산시키기 위해 만들어 퍼트렸던 가짜 지도를 비싼 값을 치르고 구했다.
가짜 지도라지만 진시황릉의 위치만 다를 뿐 나머지 묘의 형태나 진입로의 위치 같은 내용은 진짜와 다르지 않았기에 그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지도였다.
사장로와 곽장로는 진짜 지도를 가진 누군가가 분명 보물을 찾기 위해 장안으로 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하여 가짜 지도를 가지고 장안으로 와 자신들을 따르는 개방 제자들을 동원해 장안 주변을 감시하며 어부지리를 얻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로와 곽장로가 그렇게 소득 없이 여러 달을 허비하는 듯 보였지만 의외의 희소식을 받게 됐다.
왕사룡이 이미 무도와 모용언을 찾으라 개방 전체에 명령했기 때문에 개방 제자들의 눈에 무도와 모용언이 띄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장로와 곽장로는 개방 제자들이 무도와 모용언을 찾았다고 하자 처음에는 무도와 모용언을 잡아 왕사룡에게 바치고 다시 개방의 장로 노릇이나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북경에서 진짜 시황묘도를 가지고 있던 양춘과 같이 있던 젊은이가 무도였던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생각을 바꿨다.
사장로가 곽 장로에게 말했다.
“무도라는 녀석의 간계가 정말 대단하구려! 왕진웅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에게 시황묘도를 보여주며 접근했다니… 우리가 그 어린놈에게 완벽히 속은 겁니다!”
곽장로는 오히려 반색했다.
“흐흐흐! 그 덕에 우리가 횡재하게 됐습니다. 그놈을 잘만 이용한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천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장로도 곽장로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허허허! 일이 그렇게 되나?”
두 사람은 이렇게 헛된 꿈을 꾸며 일이 진척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 * *
독수리가 먹이를 빼앗기 위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한 무도와 모용언은 밤마다 우물을 파고 덮는 일을 반복하느라 곤죽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무도의 내공이 심후하다고는 하지만 반복되는 작업에 피곤이 쌓여갔다.
이렇게 두 달째 우물 파기를 지속하자 우리는 우물 파기의 달인이 되었다.
“오빠! 오빠 손바닥이 엉망이 됐어. 우리 이제 그만할까?”
모용언이 나의 손을 어루만지며 속상해했다.
“언아! 이젠 우물 파는 게 손에 익어서 파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어. 흐흐흐!”
“그래서 좋아? 평생 우물 파서 먹고살아도 되겠네.”
사람 의지의 한계에 도달할 때쯤에서야 하늘은 결실을 주시는가?
야심한 밤 등잔불 몇 개를 의지하며 작업하던 나의 곡괭이가 땅을 찍자, 드디어 땅이 푹 꺼지는 것이 아닌가?
아래에 뭔가 있음을 직감한 나는 쾌재를 불렀다.
“찾았다!”
다음 날, 아침 땅 아래를 조심히 파보니 분명 아래에 커다란 공간이 보였다.
“언아! 내가 내려가 봐야겠어!”
내가 서두르자 모용언이 나를 말렸다.
“잠깐! 내가 본 책에는 진시황릉에는 침입자에 대항할 많은 기관장치가 있다고 했어! 좀 더 준비한 다음에 내려가자!”
그렇다!
이미 수개월을 고생했는데 마무리를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나와 모용언은 긴 밧줄과 횃불 그리고 온몸을 보호할 갑옷과 방패를 준비했다.
이어서 모용언은 밖에서 외부인의 접근을 감시하고 나는 갑옷을 입고 몸에 밧줄을 묶은 후 천천히 내려가 보았다.
내가 밧줄을 타고 5장가량을 내려가니 바닥에 발이 닿았다.
“헉!”
조심스럽게 횃불을 켜고 주위를 보던 나는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주위에 온통 무장한 병사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세히 보니 병사의 모습을 한 인형들인데 그 모양새가 산 사람과 다름이 없이 정교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주위를 횃불로 비추어보니 인형들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심지어 말 인형과 청동 마차도 실물과 똑같이 만들어져 있었다.
‘진시황릉의 위용이 이렇듯 대단한데 실제 진시황의 위세는 얼마나 대단했을까?’
모용언은 위에서 궁금해 어찌할 줄을 몰랐다.
“오빠! 어떤 것 같아?”
“응!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데…….”
궁금해 미칠 것 같은 모용언이 결국에는 위험을 무릅썼다.
“오빠! 나도 내려갈래!”
결국, 모용언도 밧줄을 잡고 내려왔다.
우리는 횃불 하나씩을 들고 천천히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모용언이 갸웃하며 말했다.
“오빠! 내가 책에서 읽은 내용이랑 많이 다르네?”
“뭐가 다른데?”
“책에서는 천장에는 별을 달아놓고 바닥에는 중국 지도와 같이 강과 산을 만들어놓아 강에는 수은이 흐르게 해놨다고 쓰여 있거든…….”
“…….”
“아무래도 여기는 무덤이 아니고 진시황릉을 지키는 군사 인형을 배치해놓은 것 같아! 그래서 별 기관장치가 없는 것 같아!”
주변을 살펴보니 특별한 기관장치는 안 보였다.
“우리한테는 잘된 일이네! 위험을 무릅쓰며 굳이 진시황릉까지 갈 필요는 없지! 일단 여기서 숫타양경을 찾아보자!”
“그래!”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이곳은 마치 금방이라도 전쟁을 할 것처럼 전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보병 병사 수천 명이 늘어서 있고 전차부대 뒤에는 지휘관들이 작전 회의를 하는 모습의 인형들이 있는 방들도 있었다.
모용언이 답답함을 느꼈는지 콜록거렸다.
“콜록콜록. 오빠! 너무 넓어서 한 번에 다 확인할 수 없겠어! 우리 일단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자! 그리고 숨이 너무 답답해!”
안 그래도 나도 숨쉬기가 힘들어 모용언이 걱정되던 참이었다.
우리는 밧줄을 잡고 올라와 땅 위에 서서 맑은 공기를 들이쉬니 그제야 몸과 마음이 진정이 되었다.
정신을 차린 모용언이 말했다.
“오빠! 숫타양경은 분명 서고에 있을 거야! 우리는 책이 있는 방을 찾아야 할 것 같아!”
“그래! 갈석궁 지하 밀실에도 석굴 안에 지도가 있었잖아!”
그렇게 두 식경쯤 쉬면서 발굴 계획을 짜고 다시 우물로 내려갔다.
나와 모용언은 작은 방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모용언의 예측대로 작은방들에는 각각 무기창고, 갑옷 창고, 그리고 지도와 서책이 있는 창고가 있었다.
기쁜 마음에 서책이 있는 창고의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니 주로 중국 지도와 병법서 들이었다.
“오빠! 죽간으로 된 책들 말고 양피지로 된 것이 있는지 살펴!”
“그렇지!”
한참을 뒤지던 나의 눈에 대나무 통 하나가 보였다.
아버지 선우사가 물려줬던 숫타음경이 들어 있던 대나무 통과 비슷하게 생긴 통이었다.
흥분된 마음으로 대나무 통을 열어보니 둘둘 말린 양피지 하나가 통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언아! 찾은 것 같아!”
나의 말에 모용언이 반색하며 다가왔다.
“오빠! 꺼내 봐!”
“응!”
내가 양피지를 꺼내 펴보니 맨 위에 숫타양경이라고 정확히 적혀 있었다.
“숫타양경이다!”
“드디어 찾았다!”
우리는 얼싸안고 한참을 기뻐했다.
모용언은 어서 올라가자 재촉했다.
“오빠! 여기 너무 답답해! 우리 올라가서 살펴보자!”
“그래!”
우리는 땅 위로 올라와 맑은 공기를 마신 후 집 안으로 들어가 목구멍의 먼지를 씻어내고자 차를 끓여 마시며 천천히 양피지의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숫타양경도 천축국 팔리어로 적혀 있는데 숫타음경과 다른 점은 숫타양경에는 글씨는 거의 없고 사람이 앉아 있는 그림들만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자세가 좀 특이해 일반적인 명상이나 운공하는 자세와는 사뭇 달랐다.
모용언이 기뻐하며 말했다.
“휴! 이제 땅 파는 일은 안 해도 되겠네! 축하해 오빠!”
“그래! 다 네 덕분이야!”
바스락!
우리가 비급을 찾은 기쁨을 만끽하며 이후의 일을 의논하고 있는데 나의 귀에 사람이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쉿! 누가 왔어!”
나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소곤거렸다.
나는 아미산에서 아훌라 스승이 해독해준 숫타음경을 깨우친 이후로 예전보다 내공이 배가되어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창밖을 조심스럽게 확인하니 개방 거지들이 수십 명 다가오는데 그중에 사장로와 곽장로가 보였다.
“저자들이 어찌 알고 여기에 나타난 것이지?”
모용언이 혀를 찼다.
“정말 거지들은 질색이라니까! 오빠. 숫타양경도 찾았으니 우리 저들과 싸울 필요 없잖아! 모두 놔두고 빠져나가자!”
나는 양목과 약속한 것이 생각나 망설였다.
“분명 양목과 무덤 입구를 봉인하기로 했었는데…….”
“오빠! 이미 수십 명이 알게 됐잖아! 그렇다고 저들을 전부 죽여 입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저들이 돌아가고 난 후에 다시 와서 입구를 봉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