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60
〈 60화 〉 만월의 전야 – 4
카앙, 카가가가각! 캉!
“재밌는 움직임이네.”
텟샤가 뒤로 스탭을 밟으며 유에의 도를 검신으로 긁으며 튕겨냈다. 베이지 않게 날을 죽인 훈령용의 검과 도임에도 불구하고 불꽃이 튀기며 쇠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제대로 응수하셔도 좋습니다.”
튕긴 도를 반동을 이용해 고쳐 잡으며 유에가 담담하게 말했다.
“처음 보는 검술을 쓰는 상대로는 수비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지 않겠어?”
“제가 쓰는 무기는 검이 아닙니다. 도입니다.”
“검이나 도나 베는 데 쓰이는 날붙이인 것은 똑같지. 동방에서 쓰는 검술일 뿐.”
텟샤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겠다는 듯 여유로는 태도를 취했다. 유에는 무표정하게 그런 텟샤를 응시하다 의 자세를 취하고, 땅을 박찼다.
타악! 캉, 카앙!
‘리드 포지션인 유에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것은 굉장하군.’
나는 유에의 2연격을 막아내는 텟샤를 보며 감탄했다. 피차 가드 판정을 내기 좋은 훈련용 무기라고 해도 기대 이상으로 잘 응수했다.
부웅!
“!”
텟샤의 첫 반격을 유에는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하고 그대로 텀블링해서 자세를 벌렸다. 액션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암살자다운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이었다.
“재빠른데.”
“……좋은 일격이었습니다.”
“맞지 않은 공격을 칭찬해줘도 민망할 뿐이야.”
텟샤답지 않게 멋있다. 아니, 사실은 멋진 유닛이 맞던가.
다만 내 밑에서 앙앙대며 응기익하는 모습이 더 익숙해진 탓에 괜히 어색하다.
‘저런 멋진 대사를 하는 주제에 평범한 섹스로는 만족할 수 없는 마조히스트란 말이지…….’
“……교수, 시선이 기분 나빠서 집중에 방해되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학생을 살폈다.
“다들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혹시 부상을 입으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지원역인 아비는 내 근처에 서서 운동부 매니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5명이다 보니 한 명이 남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다면 지원역인 아비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조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약간 안쓰러워도 보였다.
나는 찬찬히 전투연습장을 둘러보았다.
‘이제 막 튜토리얼 첫 전투를 시작하는 시점이라곤 생각되지 않네.’
그리고 내 제자들의 수준이 높음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아이시클 랜스! 플레임! 우앗, 와아앗!!”
“플레임은 느리니까 멀리서 쓰면 안 통한다고!”
루시아는 B랭크의 마법을 자유롭게 난사했고 파란 모리건은 능숙하게 그 공격을 피하며 루시아에게 날아들며 손을 뻗었다.
물론 정말 공격하면 다칠 테니까 머리를 쓰다듬고 뒤쪽으로 날아서 넘어간다. 루시아는 헝클어진 머리를 만지작대며 허둥지둥 모리건을 향해 돌아보았다.
“으으. 역시 큰 마법은 거리가 멀면 명중률이 떨어지네요. 어려워요.”
“너무 기죽지 말라고. 네가 윈드 커터를 쓴다면 애초에 내가 밀리는 싸움이니까.”
파란 모리건이 날개를 펄럭이며 아쉬워하는 루시아를 위로했다. 루시아는 네, 하고 기운차게 대답한 뒤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파란 모리건은 재미있다는 듯 씩 웃고 맞춰보라는 듯 루시아의 주변을 날았다.
‘의외로 괜찮은 조합인걸.’
루시아는 처음에 모리건을 데려온다고 할 때는 그렇게 겁먹었으면서 막상 붙여두니 합이 꽤 좋다. 파란 모리건도 루시아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신나서 놀아주는 느낌이다.
‘이참에 사이좋게 지내준다면 전장에서도 같이 쓸만하겠어.’
루시아와 기승위를 좀 더 해서 을 로 만들면 파란 모리건과 함께 날아다니면서 마법으로 진영을 휩쓰는 것도 가능하리라. 된다면 마치 폭격기다.
‘다만 그냥 모리건을 신경 써주지 못하는 건 조금 미안하네.’
쿨한 척하지만 은근 자잘한 일을 많이 신경 쓰는 평소의 모리건이 조금 걱정되는 정도다. 이제 평소의 모리건으로 돌아와서 마저 훈련하라고 하기엔 둘이 너무 집중하고 있는 탓에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여기는 여기대로 열이 올랐군.’
그동안 텟샤와 유에는 막상막하의 싸움을 이어갔다.
캉, 카앙! 카가가가각…… 카앙!
유에가 텟샤의 강하게 휘두르는 검을 긁듯이 빗겨내며 크게 튕겨냈다.
찰칵, 슈욱!
그리고 그 빈틈에 신속하게 체중을 실은 찌르기를 행했다. 텟샤는 화려하게 몸을 틀며 그 찌르기를 피해내고 옆으로 거리를 벌렸다. 간발의 차이였기에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 하늘을 날았다.
“내 검을 튕겨낼 줄이야. 의외로 힘이 세네.”
“딱히 힘이 센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할 뿐.”
“……역시 동방의 기술은 재밌어. 전부 보여줘야겠어.”
텟샤가 재미있다는 듯 씩 웃으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유에 또한 도를 추스르며 텟샤와 거리를 쟀다.
서로 상처를 줄 수 없는 연습용의 무기로 싸우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고 치밀한 대련이었다.
“하나 충고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뭐지?”
“검사에게 긴 머리는 사치입니다. 언젠가 잘려나갈 것이니.”
유에답지 않은 도발에 텟샤는 한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리곤 씩 웃고는,
“이건 ‘유지할 수 있다’는 내 자신감의 표출이야!”
유에를 향해 돌진했다. 검과 도가 맞부딪히며 경쾌한 금속음을 울렸다.
‘말하는 것만 보면 아주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네.’
실제론 아직 레벨1과 레벨3의 싸움이다. 뭐 능력치 차이만 있지 수준 자체는 높긴 하다. 둘 다 지금 레벨에 가질 스킬 랭크가 아니니까.
‘원체 리드 포지션인 유에는 그렇다고 쳐도 텟샤의 강함에는 새삼 놀라게 되는군.’
텟샤는 2레벨이나 차이나는 리드 포지션인 유에를 상대로 밀리지 않고 잘 싸웠다. 일방적으로 밀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잘 싸울 줄은 몰랐다.
‘……저런 애를 나는 그렇게 다루고 있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의미로 조금 흥분된다. 그럴 때는 아니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간에 텟샤와 유에는 서로의 검과 도가 이따금 살에 닿기 직전에 스치고 바로 다시 이어가는, 마치 검무와도 같은 움직임을 이어갔다.
캉, 카앙! 처억!
최종적으로 텟샤와 유에는 검과 도로 서로의 급소를 겨눈 채 멈췄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태세를 풀었다.
“비겼네.”
“역시 제국의 황녀. 뛰어나십니다.”
“정말 뛰어났다면 간단히 너를 이겼겠지.”
그리고 틱틱거리며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불쾌한 감정은 섞여있지 않은, 서로를 높이 사고 인정하는 감정이 담긴 대화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봤다. 나는 손뼉을 치며 모두의 주목을 모았다.
“자. 오늘은 이 정도로 하자. 내일 전투에 앞서서 너무 체력을 소모해도 안 좋으니.”
나는 훈련의 종료를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루시아가 마법의 캐스팅을 취소했고 파란 모리건이 착지한 뒤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텟샤와 유에도 각각 검과 도를 거두었다.
“저, 모리건 씨, 수고하셨어요!”
“나는 딱히 아무것도 안 했어. 한 내가 했지.”
“그, 그런가요? 그래도 같은 모리건 씨니까요!”
“……루시아라고 했지? 마법, 굉장했어. 솔직히 놀랐어.”
루시아와 모리건은 훈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루시아의 ‘그래도 같은 모리건’이라는 말에 모리건은 그런대로 기분이 편해진 것으로 보여 다행이었다.
“실전이었으면 누가 이겼지 궁금하네.”
“지지는 않습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야?”
“질 것 같아지면 저는 전투에서 이탈할 것이기에.”
텟샤와 유에는 티격태격한다고 할까, 융통성 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서로 타 세력에 대해선 다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캐릭터인 탓일까. 하지만 말은 저렇게 해도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열 올리지 말고. 앞으로 동고동락할 동료니까.”
그래도 루시아가 무서워하니 너무 날 세운 대화는 그만두게 했다.
“겨룰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오도록 해. 오는 도전은 거절하지 않는 주의니까.”
유에와 텟샤가 깔끔하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꼭 주인공과 라이벌 같다.
“혹시 치료라든지 필요하신 분은 없으신가요?”
잠자코 있던 아비가 사실상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운 듯 자기 일을 찾으려고 했지만, 따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없었다.
“신경 쓰지 마. 서로 봐주지 않는 실전에선 지원역이 굉장히 중요하니까.”
“네. 다만 여러분의 실력을 보면 제가 할 일이 있을지 조금 자신이 없어지네요.”
내 위로에 아비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비가 쓸모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비에게는 ‘가희’의 재능이 있다. 지원역이 필요 없다면 그쪽을 개화시키면 되는 일이다.
‘일단 레벨을 5까지 올린 뒤에 가능하지만.’
첫 전투에서 전원 레벨을 5까지는 올려두는 게 좋겠다. 그리고 그를 위해선,
“아비. 내일 있을 전투에서 네 역할은 아주 커.”
지원역인 아비에게 주어진 임무는 막중한 것이다.
“제 역할이……?”
“그래. 치료해야 하는 게 아군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리도록.”
“……네. 알겠습니다.”
내 말에 아비는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실제로 자신이 하게 될 일이 뭔지는 결코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훈련을 끝내고 해산시킨 뒤, 나는 반장인 텟샤를 따로 불러 간단한 작전 회의를 했다.
“교수,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나의 작전을 들은 텟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 이게 최대한 효율을 내어 너희들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의 작전은 어디까지나 이 세계를 으로 인식하고 있을 때야 가능한 것이었으니까.
“……라는 게 이런 사람인 줄 안다면 다들 깜짝 놀랄 거야.”
텟샤는 질렸다는 듯, 하지만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 작전에 반대하지 않는 시점에서 너도 꽤 틀려먹은 거 아니야?”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거지.”
이러나저러나 텟샤와는 말이 잘 통해서 편하다.
밤이 되었다. 창밖에는 파란 달이 무서울 정도로 크게 떠올라있었다.
‘지금이군.’
나는 달빛을 받으며 시계탑으로 향했다.
높디높은 시계탑의 계단을 오르며 내가 멈춘 곳은 과거에 모리건의 치마 안쪽을 훔쳐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여기에 있으면 강제로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은 짧은 시간이나마 회피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몹시 밝은 달이 정확히 시계탑의 끝에 걸친 순간.
탁탁탁탁.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발소리라 하기엔 어딘가 달랐다.
그것은 네발짐승이 달릴 때 나는 빠른 리듬의 소리였다.
‘왔군.’
나는 벽에 밀착했다. 발소리의 주인은 서두른 탓에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덜컹, 덜컹덜컹. 탁.
그리고 시계탑의 난간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벽에서 몸을 떼고 시계탑을 바라보았다.
시계탑의 끝에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늑대의 귀를 가진 작은 여성의 실루엣이 비쳤다.
쭈그리고 앉아있던 늑대 귀의 여성은 위태위태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몹시 파랗고 큰 달을 마주 보며 몸을 떨었다.
“아, 아우…….”
달을 바라보며 전율하고 있는 늑대 귀의 여성의 입에서 신음과도 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우우우우……!!”
늑대의 하울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작고, 그리고 가느다란 목소리.
“아오오오오오……. 콜록, 우우우우우우우우……!!!!”
배운 적 없기에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그저 울부짖고 싶은 본능에 따라 어설프게 내지르는 우는 것 같은 하울링이었다.
늑대 귀의 여성은 긴 시간을 울부짖었다. 사관학교 내에 엉망진창인 하울링이 울렸다.
“하아, 하아, 하아아아…….”
하울링을 끝마친 늑대 귀의 여성은 거칠게 호흡하며 비틀거렸다.
비틀거리며 밟은 금이 간 기왓장이 파각, 소리를 내며 박살났다.
“앗……!!”
그리고 늑대 귀의 여성은 그대로 시계탑의 정상에서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늦지 않게 난간을 밟고 손을 뻗었다.
콰악!
“큭!”
늑대 귀 여성의 누더기 같은 옷자락을 간신히 잡았지만 한순간 무게가 쏠리며 나도 떨어질 뻔했다.
“하압!”
“꺄악!”
나는 팔에 힘을 팍 주어 늑대 귀 여성을 잡아당겨 품에 안으며 뒤로 쿵 쓰러졌다.
내 품에 안겨있는 늑대 귀의 여성은, 늑대인간이면서 안경을 쓰고 있는 꾀죄죄한 잿빛 머리카락의 소녀였다.
“으, 으으으……?”
울프힐데는 그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너무나도 작고 보잘것없는 소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