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9
〈 59화 〉 만월의 전야 – 3
“……그럴까요?”
어쩌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어렴풋이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게임의 가장 근원이 되는 시스템, ‘2부 구성’을 내가 부정하려고 한다고 부정할 수 있는 일일지 확신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결국 난세 파트는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그런 불안을 느꼈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했기에 제국의 천하통일 루트를 타려고 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 루트가 가장 안전하게 다른 세력을 정복할 수 있으니까.
“정말 그렇게 될까요?”
“안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의 의문에 라라아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분명 레온 교수님이라면 능히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나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신뢰를 보였다.
한 점의 악의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응원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멋지게 해볼게요.”
그 응원에 나는 제4의 루트는 1부에서 끝내겠다고 결심했다.
전쟁을, 난세를 불러오지 않고 모두를 무사히 졸업시키고 하렘을 차리겠다. 농담처럼 생각했던 것을 진지한 목표로 굳혔다.
목표를 확실히 굳히니 머리의 회전이 빨라졌다.
‘그를 위해선 해치워야 할 일은 세 가지야.’
천하통일 루트의 끝에 있는 그노시스 제국의 ‘흑막’을 제거한다.
종교개혁 루트의 종교개혁을 외압을 이용해 스스로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언제 터질지 모를 내분 상태인 동방연맹을 안정시킨다.
그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면, 대륙의 평화는 이루어진다.
‘난세 파트로 들어간 뒤에야 간신히 각각 해결되는 일을 1부에서 다 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는 현실이다.
게임의 제한 따위 얼마든지 초월할 수 있다. 이미 그것은 내가 증명했다.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각 세력의 유닛을 전부 아군으로 만들었으니까.
이제 와서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게 도리어 말이 되지 않는다.
“……고마워요. 라라아 교수님. 이제 뭘 하면 될지 잘 알겠어요.”
나는 완전히 기력과 의욕을 되찾았다. 애매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던 부분이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마치 종양을 절제한 것 같이 개운하고 상쾌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이네요.”
“저야말로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마음이 홀가분해졌어요.”
내 대답에 라라아는 기쁜 듯이 웃었다. 어머니의 인자함마저 느껴지는 좋은 미소다. 물론 설정 상으론 처녀지만.
“그러고 보면 이틀 뒤에 첫 전투가 있으시죠? 반별 과제의.”
라라아가 화제를 전환했다. 며칠 뒤 있을 튜토리얼 마무리의 전투에 대한 이야기였다.
“네. 알고 계셨군요.”
“게시판에서 봤어요. 레온 교수님네 반은 보어 라이더의 퇴치였던가요?”
“그렇죠. 별로 어려운 임무는 아니에요.”
보어 라이더.
이름만 보면 강할 것 같은 이미지지만, 그 실체는 맷돼지를 타고 있는 고블린이다.
아무것도 안 탄 고블린보다야 강하지만 그래봐야 고블린이다. 크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난이도 설정도 보통이니 애들이 죽을 걱정은 없겠지.’
엠블럼 레전즈에 부활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은 유닛은 무슨 수를 써도 돌아오지 않는다.
몇몇 죽는 것만으로 게임오버가 되는 유닛(예를 들자면 루트 유닛)은 존재하지만, 그 이외에는 죽으면 죽는 것이다. 쓸데없이 현실적인 부분이자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혹시 모를 죽을 위험에 대비하자면 무리해서 난이도를 올릴 이유는 없을 거야. 다만…….’
몇몇 루트 분기는 일정 난이도 이상이 아니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부분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도 있겠다, 노말에서 하드 정도론 올려보는 것도 고려해보긴 해야겠지.’
한 번 올리면 낮추는 것은 되지 않는다. 일단 첫 전투를 해본 뒤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설프게 올렸다가 한 명이라도 죽었다간 자신을 죽어도 용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라라아와 전투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이번에는 굉장히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울프힐데가 나타나는 것은 밤이기에 비어있는 낮에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내일의 출격에 대비한 훈련이었다.
전투훈련장, 나는 5명의 학생들을 집합시키고 상태창을 조작해 모드에 들어갔다.
‘턴 단위가 아니라 실시간이니 SRPG보단 전략 요소가 높은 무쌍 시리즈라는 이미지네.’
모드에선 상태창으로 맵 화면을 띄워두는 것이 가능해 평소 게임을 할 때의 감각과 제법 흡사했지만, 턴은 실시간으로 흘러갔다.
마치 서로 동시에 말을 움직일 수 있는 체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제법 독특한 감각이다.
“첫 전투 훈련……. 긴장되네요. 모두 잘 부탁드려요!”
“시험 하루 전날의 벼락치기 같게도 느껴지지만 말이야.”
루시아가 의욕을 냈고 텟샤가 괜히 분위기 깨는 소리를 했다. 반응해줘봐야 움찔하고 두근거릴 뿐이니 쿨하게 무시해줬다.
나에겐 훈련에 앞서 한 가지 검증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모리건, 를 부탁할게.”
“요? 지금 모습으로도 잘 싸울 수 있는데요.”
내 요구에 모리건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대꾸했다.
“그건 알고 있어. 스킬 몇 개를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래. 동료들도 의 모습에 미리 익숙해져서 나쁠 것도 없으니까.”
“……그런가요. 알았어요.”
약간 미안한 기분도 있었지만 다행히 모리건은 금세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이전에 했던 것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뒤, 오오오오오 소리를 내며 해 파란 모리건이 되었다.
“괘, 괜찮으세요?! 앗, 우와아……!!”
놀라서 걱정하며 다가갔던 루시아가 파란 모리건을 보고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다. 파란 모리건은 그런 루시아를 내려다보다가,
“자.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겁먹은 표정의 루시아는 잠깐 망설였다가 모리건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가, 감사합니다.”
제법 훈훈한 분위기였다. 텟샤와 유에도 조금 놀란 듯했지만 루시아를 일으켜주는 모습에 경계를 풀었다.
“아비, 전투태세를 취하지 마.”
“……아군이었죠. 죄송합니다.”
지팡이를 들고 성마법을 영창하려는 아비만 빼면.
“이 모습으로는 처음 보는군. 잘 부탁하마. 이 모습이든, 평소든.”
파란 모리건이 동료들을 둘러보며 인사했다. 아비를 제외하고는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대로 잘 받아들여진 듯해서 안심했다.
‘어제 얻은 의 탑승 효과를 검증해보고 싶은데.’
나는 상태창을 키고 제자들의 스킬을 살폈다. 현재 승마술 특기는 루시아에게만 있었다.
텟샤에게도 승마술의 소질이 있지만 아직은 없었다. 나중에 루시아 때처럼 기승위 한 번 해주면 개방될까. 텟샤에게 깔리는 건 조금 자존심 상하지만 한번 해줘야겠다.
‘일단 하늘을 나는 동물을 탈 수 있게 되는 건 부터지만…… 그래도 실험해볼까.’
“루시아. 모리건의 목에 타봐. 뿔을 잡고.”
나는 루시아에게 명령했다.
“네?! 그, 그래도 되는 건가요? 싫어하실 것 같은데…….”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나를 탈 것 취급하는 거야?”
명령하기 바쁘게 둘이 동시에 당황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게임처럼 하려면 말로 명령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하는 걸까?’
나는 눈앞의 지도를 잠시 쳐다봤다.
루시아를 콕 터치하자 게임에서 했던 것과 같이 팝업 메뉴가 떠올랐다. 나는 팝업 메뉴에서 이동을 선택하고 모리건을 터치, 떠오른 팝업에서 탑승을 선택했다.
“앗, 와앗?! 몸이 제멋대로!!”
“응? 야, 야! 갑자기 뭐 하는 거야!”
그러자 루시아가 신속하게 파란 모리건에게 달려가더니 몸치인 루시아라고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목 위에 올라타서 뿔을 잡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신속한 동작이었다.
“뭘 멋대로 올라타는 거야?! 내려와!”
“죄, 죄송해요! 갑자기 몸이 멋대로 움직여서……!”
파란 모리건은 당황하며 루시아를 떼려고 했지만 루시아는 파란 모리건의 뿔을 꽉 잡고 내려가지 않았다. 자신도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내가 명령한 거야.”
“네?”
“응?”
내가 말하자 허둥지둥하던 둘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잖아? 그렇기에 할 수 있는 강제 명령의 권능이지.”
나는 적당히 급조한 설정을 말했다. 루시아와 파란 모리건,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셋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전장에서만 쓸 수 있는 것 같지만. 가능하면 이렇게 억지로 움직이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 웬만하면 내 말에 따라주면 좋겠어.”
상태창을 이용하면 각자의 의지를 무시하고 내가 전부 컨트롤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리 내키진 않았다. 이 기능은 정 위급한 상황에만 쓰고 싶다.
“그런 것도 가능하신 거군요……. 라는 건 정말 굉장하네요.”
“강제 명령이니 뭐니, 그걸로 한다는 게 내 목에 얘를 올라타게 하는 거야?”
루시아는 어느새 그런대로 침착해졌고 파란 모리건은 어이없어했다.
아무튼, 일단 탑승은 시켜봤으니 날아볼 차례다.
“모리건. 그대로 날아볼 수 있겠어?”
“네?! 날아요?! 저, 저, 저 지금도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평소의 눈높이보다 2배는 더 높은데요?!”
“높이 날 필요는 없어. 대충 10m 정도만.”
“알겠어.”
“10, 10m!!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 높, 으햐아아아아!!”
쿠웅, 파아아아아앗!!
루시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리건이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10m 상공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머물렀다.
‘……10m는 생각보다 훨씬 높네.’
“날았는데.”
“아으, 아으으. 높, 높아. 높아요!! 내려주세요!!”
“내려가도 돼? 얘 울 것 같아.”
상공에서 파란 모리건이 날개를 퍼덕이며 말했다. 루시아는 파란 모리건의 뿔을 꽉 잡은 채 눈을 꾹 감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사고가 날 것 같은 모습이다.
“느리게 내려와. 너무 빨리 오면 무서울 테니까. 루시아는 눈 뜨고 주변 좀 보고.”
“알았어. 잘 잡고 있으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마, 루시아.”
“네, 네……. 가, 갑자기 무슨 일을 시키는 거예요, 선생님……. 우우…….”
모리건이 느리게 펄럭거리며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루시아는 모리건의 뿔을 꾹 잡은 채 눈물을 글썽거리며 주변을 소심하게 살폈다.
‘역시 인 상태로 공중 유닛에 탑승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네.’
일단 칭호의 효과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하늘을 나는 동물을 탈 수 있는 를 가지고 있는 유닛이 없기에 활용은 시기상조인 듯싶다. 그냥 은 보시다시피 이런 꼴이 되는 것 같고.
“무, 무서웠어요……. 뿔 세게 잡아서 죄송해요.”
“신경 안 써. 시킨 교수가 나쁘지.”
루시아가 조심스럽게 모리건의 머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눈에 고인 눈물을 슥슥 닦은 뒤,
“서, 선생님.”
애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무심코 발기해버릴 것 같은 야한 목소리였다.
“저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새, 샐 것 같아서…….”
그리고 울상으로 물었다. 지금까지 받은 질문 중 가장 선생님이 받을 법한 질문이었다.
“그래. 빨리 다녀와.”
내가 허락하자 루시아는 파란 모리건에게 올라탈 때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려서 화장실을 향해 사라졌다. 꽤나 처량한 모습이다.
“교수, 최악이야.”
“내가 최악인 게 한두 번은 아니잖아?”
“……그건 그러네.”
루시아가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본인은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아마도 기숙사까지 가서 속옷을 갈아입고 온 듯했다.
파란 모리건의 을 테스트를 끝낸 뒤, 나는 전투의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모리건, 굉장히 강하네요. 역시 마족은 굉장해요!”
“당연하지. 그리고 나에게는 이 있으니까…… 자, 잠깐! 윈드 커터는 쓰지 마! 날개 베이면 진짜 아프니까!”
“앗. 죄송합니다!”
함께 상공 10m를 다녀온 사이이겠다, 마족은 마법 저항력도 높기에 루시아와 붙여두었다.
레벨이 8인 모리건은 루시아의 레벨 대비 데미지가 굉장히 높은 마법도 어느 정도 피하고 받아낼 수 있었다. 멋지게 하늘을 날며 마법을 피하는 모습은 제법 멋졌다.
“그냥 꼬맹이라 생각했는데 보기보다 강하잖아.”
“저도 열심히 했으니까요. 섹스도 공부도 노력하고 있어요.”
모리건이 칭찬하자 루시아가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좋지만 섹스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쪽도 섹스라면 지지 않는다고? 똥꼬로도 했고.”
“……으윽.”
거기에 또 그렇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그걸 또 분하게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한다. 나를 힐끔힐끔 보며 엉덩이를 만지는 모습은 조금 귀엽다곤 생각하지만.
‘그러면 저쪽은 어떤지 볼까.’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 끝에는 텟샤와 유에가 검을 겨루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검과 도를 겨루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