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으흠! 그래요, 부부는 아니라고 하시고. 그럼 예비 부부?”
“아, 아뇨 그냥…….”
“아니라고요? 곧 결혼할 부부는 더 싸게 봐 줄 수 있는데 아쉬워라.”
“맞아요!”
요이델은 율리시스의 팔을 끌어당겨 안았다.
“그렇죠, 율…… 씨?”
“네.”
요이델이 자신의 팔을 껴안고 그를 올려다보는 탓에, 그 율 씨는 괴상한 호칭을 파악할 수도 없었다.
그는 요이델이 팔을 풀세라 그녀의 손등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고 토닥였다.
싼값에 밀린 기분이지만 상관없다. 요이델이 기뻐하니까.
“보자 보자, 어디 보자. 예쁜 아가씨가 카드 다섯 장만 골라 볼래요?”
쏙쏙 뽑은 카드를 뒤집어서 확인한 점술사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왜요? 별로인가요?”
“그게 아니라…… 희한하네. 아까 두 분이 들어왔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결혼 안 한 거 맞아요, 젊은이들?”
“앗, 네. 정말이에요.”
“그래요? 이미 부부의 연을 맺은 사람들이라고 뜨는데…… 이상하다, 이상해. 아무튼 결과는 상당히 좋네요. 과거에 난관이 많았겠고, 좀 구르고 굴렀네. 현재는 음!”
점술사는 묘하게 음흉한 표정으로 율리시스를 보더니 씩 웃었다.
“누가 안달복달하는지도 잘 알겠고. 둘의 마음이 같지는 않은 듯하네요. 그리고 여기 미래.”
“…….”
“서로 좋아서 죽네, 죽어. 최고의 궁합이라네요? 나도 점술사 생활을 30년 이상 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잘 맞는 연인은 처음인데. 상대에게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 주는 좋은 인연이에요. 장점도 단점도 모두 보완하는, 동반자로서 최적의 운명이죠. 모든 게 딱딱 맞아.”
“네? 저희가요?”
“아가씨, 내 이마 흉 보여요?”
점술사는 눈썹을 까딱 틀며 흉터를 보여주었다.
“결과에 쓴소리 좀 했다고 화난 고객에게 물어뜯긴 영광의 상처죠. 난 이런 날이라고 좋은 말만 해 주진 않는단 거예요. 그러니까 믿어 봐요.”
“미래가 구체적으로 어떻습니까.”
“예쁜 총각은 목소리도 좋네. 둘이 고난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막혔던 일이 풀리고 모든 걸 성취하게 된다고 나왔어요. 뭔가 큰 변동이 생긴다. 정신도, 몸도.”
“또 없습니까.”
“결혼을 안 했다고 치고 뭐, 혼인은 이번 년도 말부터 내년 봄까지가 길하다고 하니 이쯤 잡으시고. 어이쿠, 더 미래는…… 예쁜 총각, 돈 많이 벌어야겠어요?”
그게 무슨 뜻이지? 요이델이 고개를 갸웃거릴 즈음 율리시스가 진지하게 질문했다.
“다른 이들이 방해할 확률은 없습니까.”
“아니야, 없어. 이 아가씨가 마음 여린 편이긴 해도 흔들릴 사람은 아닌데 뭐. 총각이랑 인연이 제일 좋아서 이 정도면 다른 남자 못 만나.”
수긍한 율리시스는 보석 하나를 내려놓았다.
“훌륭한 점괘를 들었는데 값을 낮출 수는 없으니.”
“세상에나, 아니 총각. 이건……!”
“이만 가 볼게요! 감사했습니다!”
요이델은 줄행랑치듯 율리시스를 끌고 나왔다.
“보석을 막 척척 주시면 어떡해요!”
“부부의 연이라…….”
요이델의 화를 귓등으로 들은 율리시스는 아까의 일을 상기했다. 세상에 이렇듯 정확한 점술도 있군.
“정말 제 말을 듣긴 하는 거예요?”
“저희를 부부의 연이라 하더군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 그보다 왜 율 님이 더 신나 보이죠?”
요이델은 한숨 쉬며 다리를 불편한 듯 툭툭 두드렸다.
“다리가 아프십니까?”
“아뇨, 하나도 안 아파요!”
“제 발이 욱신거리는데 아니라고 하시면 수긍할 것 같습니까.”
율리시스는 인적 없는 분수대로 가 요이델을 앉히고 곧장 몸을 낮췄다.
“뭐 하시는 거예요? 제, 제가 치유마법을 쓰면 돼요.”
“알지만 구두를 벗기 불편하실 겁니다.”
“하지만 다리니까 냄새가 날지도 모르는걸요?”
“제가 후각이 둔하여 상관없습니다.”
거짓말. 그가 누구보다도 예민한 사람인 걸 누구나 안다.
요이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율리시스는 구두를 벗겨 냈다. 툭 떨어진 신발이 아무렇게나 흙바닥을 뒹굴었다.
“누가 보면 신발을 버리는 줄 알겠어요.”
“그렇군요.”
주의를 환기하려는 말에 율리시스는 외려 깨달은 듯 비뚤게 미소 지었다.
화르륵.
“방금 신발을 잃어버렸습니다.”
신발은 순식간에 불타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잃은 게 아니라 그냥 갖다 버리셨잖아요? 방금 그건 뭐예요? 제 신발 돌려주세요!”
“잃어버렸고, 밤눈이 어두워 찾기 힘듭니다. 어찌 됐든 신발이 없으니 걷기 힘드시겠군요.”
율리시스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봤다.
“제게 업히시는 수밖에.”
“생각보다 훨씬 거짓말쟁이네요!”
“아닙니다. 신발이 발화하여 없어질 줄, 저 역시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뻔뻔스레 거짓말했다.
“이제 더 가 볼 곳도 없지 않습니까. 사람들도 집에 돌아가고 있으니, 저희도 이만 갑시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 말에 요이델은 난감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피할 곳도 없어서, 꼭 포식자에게 잡힌 먹이가 된 기분이었다.
오늘에서야 확실히 알았는데 성하는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다. 정말로 그래. 우선 말부터 돌리자.
“저희 이렇게 밤에 가까이 있으니까, 꼭 그, 그 예전 생각이 나지 않아요?”
“예전이라면…….”
“라보르비치요!”
“그러고 보니 당시에도 요이델 님의 옷을 고쳐 드렸던 듯합니다.”
“맞아요. 그랬어요!”
그러니까 우리 다른 얘기해요. 요이델은 필사적으로 말을 돌렸다.
아까부터 심장이 다시 두근두근 뛰어서 업혔다가는 심장 소리가 그의 귀에까지 들릴지도 모르니까.
“그, 그때 생각나세요? 성하께서 엄청 무서운 표정을 짓고 계셨고, 또 저도 비밀을 들켜서 엄청 사이가 안 좋았었잖아요. 성하도 제게 많이 실망하시고…….”
“그때 당신께 실망을 했던 건 진심이지만, 실망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럼…… 미워하셨나요?”
“아니요.”
율리시스의 시선이 점차 짙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뻤고, 다른 의미로 잠 못 이뤘습니다.”
“…….”
“당신이 요이델 님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고, 제게 들키셨으니 보다 거리낌 없이 저를 좋아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율리시스는 마치 종국에는 요이델이 그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듯 말했다. 그는 요이델의 발에 치유 마법을 걸며 옅게 미소 지었다.
“주신에게 진심으로 기도한 날이었습니다.”
그의 낮은 목소리에 요이델의 심장이 또 두근거렸다.
‘미쳤나 봐, 또 시작이야!’
식은땀이 흘렀다. 왜 자꾸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거지? 그는 어두운 와중에도 또렷한 미모로 요이델에게 한 발 더 다가왔다.
“서, 성하. 저희 너무 가까운 것 같아요.”
“그때도 이렇게 가까웠을 겁니다.”
율리시스는 과거를 회상하며 요이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목에 댔다.
두근두근, 그의 박동이 제게 느껴졌다. 요이델의 손은 물론 얼굴과 목을 포함한 전신이 번개를 맞은 것처럼 떨리고 찌릿해져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었다.
“아마도 이렇게 그었었죠.”
그는 본인의 목을 사선으로 그었다. 요이델도 그때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긴장감에 요이델이 숨도 쉬지 못하고 눈을 꼭 감자, 율리시스가 짙은 미소를 흘렸다.
그의 목소리에 자꾸만 심장이 간질거렸다. 하지만 뭔가 꺼려지지는 않았다.
내가 왜 이러지?
요이델은 혼란을 느끼며 그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이 고운 손으로 당신이 다른 이들에게 먼저 만들어 준 손수건이, 너무 싫었습니다.”
“아! 그건요, 성하의 손수건을 제일 먼저, 가장 오래 만든 거예요. 안 받고 싶으시다고 해서 망설인 것뿐이었어요.”
“제가 언제요?”
“손을 다치는 게 거슬린다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뭐라고 하셨어요.”
“미친놈이군요.”
몸을 낮춰 앉은 과거의 미친놈은 마치 기회를 거머쥔 듯 요이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왕 이렇게까지 말한 거,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저는 대원로의 혈연과 당신이 가까이 지내는 게 싫습니다.”
“아! 그게…… 혹시 그것 때문에 기분이 안 좋으셨던 거예요?”
“…….”
“어쩐지! 그랬군요. 표정이 안 좋아 보이셔서 뭔가 일이 있긴 있구나 싶었어요. 생각을 못 했네요. 요즘 카렐로 씨와 얘기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요이델은 햇살처럼 미소 지으며 율리시스를 바라봤다.
“그런데 카렐로 씨랑 한 얘기는 전부 성하께서 좋아하는 선물이 뭐일지에 대한 거였어요. 왜냐하면 그분은 성하의 팬이거든요. 또 같은 남자이기도 하고, 율 님께서 받고 싶어 하는 걸 좀 더 잘 알 것 같았어요.”
“저 때문입니까.”
“네…… 근데 오해하실 줄 알았다면, 미리 말씀드릴 걸 그랬어요.”
“솔직히 기쁩니다. 정말입니까?”
율리시스는 잠시 시선을 사선으로 내리고 손가락을 입술에 붙여 생각하다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 약간의 의문과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드러나 있었다.
“요이델 님께서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셨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왜요?”
“연인의 날이기에 제게는 그다지 신경을 안 써 주실 줄 알았습니다.”
“아, 앗.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
잠시 머뭇거리던 요이델은 율리시스를 발간 얼굴로 쳐다봤다.
“그럼, 이제부터 꼬박꼬박 챙겨 드릴게요.”
“……요이델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괜히 당신의 의중을 희망대로 넘겨짚고 오해하게 됩니다. 그래도 좋으십니까?”
그의 물음이 진지했다. 요이델은 어쩔 줄 모르고 다른 곳을 바라보다가 다시 쿵쿵 뛰는 심장을 느꼈다.
‘이건 페어링 때문이 아니라 내 심장 같아.’
그런데 왜 이렇게 말 수백 마리가 달리듯 뛰는 거야? 율리시스는 그런 요이델을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가볍게 안아 들었다.
“꺄악! 뭐, 뭐 하시는 거예요?”
“업히는 건 싫다고 하시니.”
“안는 게 좋다고도 안 했어요!”
“연인을 맨발로 걷게 두면 모두들 저를 흉볼 겁니다. 미친 남자라고.”
요이델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율리시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떨어질까 봐 그의 목을 저절로 끌어안았다.
“사실은, 당신에게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디에요?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가게도 다 닫은 것 같은데…….”
“로사리움입니다.”
“……네?”
그 순간, 시종들이 준비해 주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잠옷까지 더하면 완벽하게 하루의 옷이 완성…….’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