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둘은 율리시스가 머무는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를 입진 않으셨습니까.”
“네, 멀쩡해요.”
요이델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자신을 알아보는지 아닌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신관이냐고 물어본 것도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사람을 시험하는 것처럼요.”
찝찝하지만 의아했다.
황제가 모습을 드러내길 꺼린 이유. 내 생각이 틀렸던 걸까?
“그런데 생각할수록 분해요. 왜 제가 자신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은 거죠?!”
요이델은 요주의 인물이라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
마치 사냥감이 잘 있나 보러 온 하이에나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화가 나신 겁니까.”
“그럼요!”
씩씩거리는 요이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율리시스가 천천히 그녀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저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당신이 무사하셔서. 심장 박동이 급히 뛸 때는 무슨 일이 생기셨나 염려했습니다.”
“앗.”
그도 페어링 때문에 그걸 느꼈나 보다.
“제가 방해했어요? 미안해요. 혹시 오라버니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요?”
“아닙니다. 제 반려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율리시스의 말에 쑥스러워 얼굴을 붉히던 요이델이 고개를 갸웃했다.
“오라버니와 있던 건 맞나 봐요?”
요이델의 눈치가 비상하게 늘었다.
매서워진 연인의 눈초리를 본 율리시스는 고민에 잠겼다.
“제가 저를 빼고 둘만 만나지 말라고 부탁드렸는데, 왜 그러셨어요?”
“……오늘 밤잠을 설쳤습니다. 자장가를 불러 주시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낮인데요?”
“낮잠을 잘 수도 있습니다.”
“율리시스 님이요?”
침묵하던 율리시스가 느닷없이 교태 부리듯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는 정말 졸리기라도 하듯 눈을 느리게 깜빡거렸다.
“이렇게 은근히 넘어가지 말아요. 안 돼요.”
뒤로 물러난 요이델이 정색하자 율리시스는 모르는 척 턱을 괴었다.
“정말 안 됩니까?”
“그런 외모를 이용해서 속삭이는 것도 소용없어요.”
“아쉽게도, 제가 벌써 쓸모가 없어졌나 보군요.”
쪽.
그 순간 입술이 확 붙었다가 떨어졌다. 옷을 당겨 재빠르게 입을 맞춘 요이델이 민망한 얼굴로 율리시스를 째려봤다.
“좋아하니까 알고 싶은 거예요. 좋아하니까 걱정되고요.”
잠시 고민하던 그는 요이델의 분홍색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쓸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의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렇기에 요이델 님께서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율리시스는 휘르무트를 만나고 왔다. 그가 말하길, 페어링 해제에는 한 가지의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했다. 그게 무엇인지도 들었다.
해제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으나 난도가 상당하다.
페어링을 풀어야 요이델이 안전한 것은 맞으나, 지나치게 무리하는 게 아니라면 앞으로 3년 안에만 돌아오면 된다. 동기화는 되더라도 완전한 흡착이 이루어지려면 그 정도 세월은 있어야 하니까.
휘르무트의 걱정이 과한 탓이었다.
하지만 율리시스도 요이델이 힘든 과거를 잊고, 잃어버린 세월을 온전히 누리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 본래의 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동생이 알면 동요가 따를 겁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실패할 위험성이 크니, 그것까지는 몰랐으면 합니다.”
페어링을 푸는 건 금술로만 가능했다.
페어링이라는 마법이 금술까지는 아니었지만, 인연을 얽는 마법이기에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해제의 전제 조건은 페어링 해제에 대한 상호 동의. 이후로는 금술의 발동이었다.
금술은 본래 신의 영역에 준하는 마법이기에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율리시스는 그 절반의 피를 타고났다.
그가 진행하면 성공할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다.
“동생을 잘 부탁드립니다.”
차기 수장은 뻣뻣하기로 소문난 머리를 숙였었다.
율리시스에게 크게 감흥 있는 모습은 아니었으나, 요이델을 위하는 뜻은 알아들었다.
그는 제 눈앞에 있는 요이델의 뺨을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역시 그게 좋겠죠?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몸이니까요.”
요이델이 머뭇거리며 말하다가 미소 지었다.
“기분이 이상해요.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잠깐 떨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묘한 거 있죠?”
“…….”
“시작은 정신없었지만, 율리시스 님과 이어져 있는 동안은 괜히…… 기분이 좋고, 행복했어요. 든든하고요.”
배시시 웃으며 하는 말에 율리시스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 주었다.
차갑기만 했던 그의 품이 사람의 따스함으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은 몇 달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요이델이 보지 못하는 율리시스의 표정은 꽤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반쪽이 채워진 것 같아요. 어떻게 설명해야 똑같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냥 율리시스 님이 제 곁에 있으면…… 완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
“그래서 우리가 자주 떨어져 있지 않으면 좋겠어요!”
고개를 든 요이델이 갑작스럽게 선언했다.
“더 많이, 자주 보고 싶어요. 바쁜 일이 끝나면 여기저기 놀러 갈래요? 라이가 좋은 데이트 장소를 많이 추천해 줬어요. 의외로 잘 알더라고요. 너무 신기해요.”
애써 밝게 웃는 듯한 요이델의 행동에 율리시스의 마음이 시큰해졌다.
그는 그보다 더 다정할 수는 없는 눈빛으로 요이델에게 미소 지었다.
“좋습니다.”
“성국에도 못 가 본 곳이 많잖아요. 거기부터 갈까요?”
율리시스는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죠?”
“페어링은 회의 기간 동안만은 유지했으면 합니다. 당신에게 혹시 모를 이상이 생기면, 제가 느낄 수 있으니.”
“……괜찮겠어요?”
걱정이 듬뿍 묻어나는 물음이었다.
그는 요이델의 허리를 받쳐 제게로 더 가깝게 끌어당겼다.
“제가 걱정되십니까?”
“당연하죠…….”
“그런 것치고는 저를 많이 좋아해 주셔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앗, 그건, 어…… 하지만 진심이에요.”
율리시스는 금세 얼굴을 붉힌 요이델을 보며 즐겁게 웃었다. 그리고 작은 품을 다독이며 미래를 생각했다.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 어떨까.
나이가 들면 체격이 줄어든다는데 이 가느다랗고 작은 몸이 더 야위게 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더 잘 먹여야겠지, 하는 것들.
그리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때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지금의 따스함은 없었겠지. 면박 대신 상냥하게 대할 것을, 같은 후회들.
이전에 했던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어느 겨울날 아픈 그를 기어코 찾아낸 그녀가 입에 쓰디쓴 음식을 떠먹였을 때 느꼈던 기분.
창밖에 내리던 커다란 눈송이들. 그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던 요이델 때문에.
잠깐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의 마음에 사랑으로 쌓여 존재감을 과시했다.
요이델은 모를 그만의 생각이었다.
그때 강렬한 시선을 느낀 요이델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둘의 얼굴에 저절로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모든 건 회의가 끝나고, 그때 할까요.”
율리시스의 나긋한 물음에 요이델이 방긋 웃었다.
“좋아요.”
━━━━⊱⋆⊰━━━━
그러나 둘만의 시간은 금방 깨졌다. 휘르무트가 요이델을 제 성으로 초대했기 때문이었다.
“요이델, 엄마 아빠 선물만 준비한 건 아니지?”
“……네?”
휘르무트가 축 처진 어깨로 요이델에게 물었다.
왜 침울한 모습인가 했더니, 일이 피곤해서가 아니라 그것 때문이었구나.
요이델과 함께 차를 마시던 율리시스도 쓰레기를 보는 눈빛으로 휘르무트를 흘기고 무시했다.
요이델은 항시 소지 중인 마법 가방에서 그 몫의 선물을 쑥 꺼냈다.
“역시!”
냉큼 낚아채서 응시하던 휘르무트가 진지하게 선언했다.
“이걸 오늘부터 우리 집 가보로 삼겠다.”
“안 돼요.”
“된다니까.”
가볍게 흥얼거린 그는 제 집무실과 이어진 커다란 문을 열었다.
“이게 다 뭐예요?”
촤르륵.
벽을 덮고 있던 장막이 올라가고 반짝이는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악한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전부 제 옛날 초상화랑 물건이잖아요?”
“네 기록은 전부 내가 갖고 있지.”
“…….”
“아, 오해하지 마. 부모님이 보면 계속 우셔서 내가 갖고 있던 것뿐이니까.”
요이델과 휘르무트가 어이없어서 씨름하는 와중, 율리시스만이 유독 조용했다.
“얼마면 파시겠습니까.”
그때 가만히 물건을 살피던 율리시스가 진중하게 물었다.
휘르무트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딱딱한 미소를 지었다.
그를 차분히 바라보던 율리시스가 조용히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이거면 양도하시겠습니까.”
“셋? 지금 삼 골드에 제 동생의 시간과 귀여움이 담긴 추억을 팔라는 겁니까? 하하, 성하. 세상에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아니요.”
율리시스는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번 손가락을 강조했다.
“삼천.”
“…….”
“부족하다면, 삼억이면 되겠습니까.”
“지금 돈지랄, 아니 돈자랑 하시는 겁니까?”
가뜩이나 화난 마음을 참던 휘르무트가 이번엔 얼이 빠져서 물었다. 율리시스는 태연한 낯으로 수긍했다.
“원하시는 값을 제시해 주십시오.”
“억만금을 줘도 못 드립니다! 제 소중한 추억입니다.”
“억만금으로 불가하다면, 억 이상이면 됩니까.”
“……성황 성하.”
지독한 것을 본 듯 휘르무트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한편 요이델은 다른 쪽에 몰두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초상화와 아티팩트 속에 비치는 어렸을 적 자신의 얼굴에.
‘전생의 얼굴과 완전히 똑같아.’
수녀원에서 자랐을 때 스스로를 마디아라고 소개했던 것뿐만 아니라 얼굴마저 똑같다니.
그동안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나는 왜 모든 걸 책 속의 지식이라고 알고 있었을까?’
책이 맞다고 쳐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여러모로 많았다. 율리시스 님의 이야기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다든가, 이 몸의 기억이 제가 겪은 일처럼 느껴진다든가.
그러나 이제는 알겠다.
여기가 절대로 책 속 세상이 아니라는 걸.
━━━━⊱⋆⊰━━━━
요이델은 책을 천천히 넘겼다.
동관의 장인 아슈레오와 율리시스의 허가를 받고 전달받은 금술서였다. 사건 이후 브리칼트에게서 반을 빼앗아 와 한 권으로 완성되었다.
“영혼 교환 마법이 성공할 확률은…… 약 1퍼센트.”
‘유한한 것을 무한하게, 짧은 생을 영원토록 건강한 삶으로’라는 문구를 신조로 삼은 연금술이라는 마법이 성행했을 때 연구된 마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혼을 젊고 건강한 몸에 옮겨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토할 것 같아. 끔찍한 생각이야.’
제물이 많을수록 성공 확률의 가정 범위가 커졌다. 3%, 7%, 10%…….
라보르비치 구덩이의 희생자 규모를 감안하면 금술의 성공 확률은 2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뛴다.
‘영혼 교환은 대상의 연령이 어릴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답니다.’
마르셀리나 님은 그렇게 말했다.
오라버니에게서 브리칼트의 소문을 전달받은바, 공작 부인이 임신으로 모습을 감춘 건 약 넉 달.
그러나 그녀는 그 시기 직전쯤 열린 마탑 모임을 주최한 적이 있고, 당시 음식을 가리는 것도 없었을 뿐더러 독한 술도 마셨다고 요리사는 증언했다.
시엔델을 끔찍이 아낀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특히 위험하니까.
“……하지만 임신마저 금술의 결과였다면, 없는 걸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할까?”
메디아에서 친가족을 찾고 안정된 이후, 율리시스는 요이델에게 조용히 말해 줬다. 프란츠 카터라는 남자가 요보힐데 쌍둥이의 친부일 거라고.
기억 속 요보힐데 공작 부인은 늘 긴 벨벳 장갑을 끼고 있었다.
평소 사용하는 마법 시약이 독한 것도 이유겠지만, 금술을 빈번하게 사용했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요이델은 단서를 얻고자 책을 뒤졌다.
팔랑팔랑.
책장이 차차 넘어갔다.
“……이건.”
요이델의 시선이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시간을 거스르는 증폭 마법.’
기하학적인 마법진과 기분 나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실험 기록은 다양했다. 작은 나무 묘목을 단숨에 크게 키운다든가, 어린 가축을 크게 키운다든가 하는 것들.
‘이런 게 가능해?’
그러나 책을 만든 누군가가 적었을 기록은 실패, 실패, 실패.
다음 서너 페이지를 넘겨도 실패투성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성공 확률을 커져 갔다. 종래에는 5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의외로 큰 힘이 들지 않는 마법인 듯했다.
‘악용될 소지가 너무 커. 만일 이걸 사람한테 적용할 수 있다면.’
맞아, 사람.
기억 속 시엔델은 병약한 아이였다. 하지만 굳이 이 금술을 사용할 이유가 있었을까?
‘……만일 시엔델을 임신했을 때, 처음부터 위험한 상태였다면? 유산 가능성이 있었다면?’
오래 기다려 온 아이라고 했다. 게다가 시엔델을 지극히 아낀 공작 부인이라면 이런 방법이라도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
설마……. 하지만 이 기록의 대상은 동물이나 식물이잖아.
머리가 아파서 책을 밀어낸 요이델의 눈에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적용 가능한 범위: 세상의 형체가 있는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