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아침이 밝아 오고, 요이델은 퉁퉁 부은 눈을 겨우 떴다.
“하아암, 피곤해…….”
어제는 브리칼트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미적거리며 책상에 앉은 요이델은 누가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꾸벅 졸았다.
“델, 얼굴이 붕어가 됐네? 윽! 왜 또 때려?”
“평소와 같으십니다, 신관님.”
“으으, 아파 죽겠네. 야, 라이오스. 델이 저렇게 부었는데 평소랑 똑같다는 게 더 심한 말 아니냐?”
“둘 다 그만해. 좋은 아침이야.”
둘을 말린 요이델은 휘스테론을 조금 째려봤다.
“라이는 나를 도와주려고 한 거야. 휘스는 놀리기나 하고.”
날카로운 정리에 휘스테론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델. 왜 내 편 안 들어? 나는 외톨이야?”
“라이가 더 착하니까. 키시아 님이랑 외모는 휘스가 더 닮았지만, 성격은 라이가 더 닮았어.”
“그건 그……. 델, 우리 엄마를 만났어?”
두 호위기사가 동시에 놀란 얼굴을 했다.
“응, 휘스랑 똑같아서 한눈에 알아봤어. 아주 친절하고 좋은 분이시더라.”
“저런. 귀에서 피가 흘렀겠네. 잔소리가 대단하고 말수가 엄청 많아서, 우리 엄마는.”
휘스테론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고 델, 요즘 휘르무트 님을 왜 그렇게 감시하는 건데?”
“누가 그래?”
“본인이.”
“보호야.”
“보호? 아, 그니까 성하를 휘르무트 님으로부터지? 그 반대는 아니고?”
“휘스랑 라이도 오라버니가 성하를 괴롭히는 거 전부 알고 있었어?”
요이델이 뾰족하게 묻자 라이는 고개를 숙였고 휘스테론은 더 크게 하하 웃었다.
“괴롭힌다고 괴롭혀질 분도 아니고―”
“휘스.”
“진짜 미안, 델. 대신 좋은 거 알아 왔어. 네가 물어봤던 거 있잖아. 응? 그걸로는 안 될까? 화 풀어 줘, 델. 아가씨, 왕녀님, 델 님.”
휘스테론은 필사적으로 땀을 흘렸다.
그 모습에 요이델의 화도 바로 풀렸다.
하지만 요이델은 아닌 척하며 엄격한 모습으로 턱밑에 양손으로 주먹을 모아 받쳤다.
“와, 그 모습…… 점점 성하랑 닮아 가네, 델.”
흘려들으며 서류를 받은 요이델은 신중하게 글자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휘스랑 라이는 공작령에 가 봤다고 했지?”
“응, 뭐 그랬는데 큰 성과는 없었어, 그땐.”
그들이 건네준 것은 브리칼트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황제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은 게 언제쯤부터였는지, 그리고 공작가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는지.
“장자 상속 원칙이라…….”
“어쩌면 그래서 너를 남자로 키운 게 아닐까? 브리칼트는 고리타분하니까. 그때 요보힐데 공작령에 간 건 사실, 성하가 델에 대해 알아보라고 하셔서야.”
“나?”
놀라서 다시 묻자 휘스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성하는 네 정체에 대해 의문이 있으셨나 봐. 그래서 그랬지.”
그래서 그랬구나.
율리시스 님이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던 게 생각보다 빠른 듯했다.
“성하는 혹시 어린아이의 유골이 있진 않은가 찾아보라고 했어.”
“어린아이?”
“응. 대외적으로 아이는 너 하나지만,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소문도 암암리에 돌긴 했나 봐. 거기 적혀 있다시피, 공작 부인이 임신한 뒤로 이상한 소문이 많았으니까. 사용인들을 자주 갈아치우는 것도 이상했고.”
그건 오라버니도 얘기해 줬다.
“브리칼트의 귀족들 사이에서는 재미있는 소문이 돌더군. 공작 부인의 출산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말이야.”
‘하지만 초기에는 위험하니까,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아니, 시엔델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을 수 있지.’
요이델은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이 몸으로 태어나야 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있긴 했던 걸까?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생명을 건드리기에 금기 마법이라는 이름이 붙는 거니까.
“그 외에도 기록을 보니까, 요보힐데 공작가는 공식석상에서 곧잘 황제를 대리해 왔더라. 네 생각이 맞아, 델.”
“아, 뭐라고? 미안해, 못 들었어.”
“여기 말이야, 델.”
휘스테론은 서류의 도표 중 한 부분을 가리켰다.
“그 당시 대륙 정세가 어지러워서 삼대륙 회의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논의가 여러 번 열렸다고 해. 근데 네가 태어난 해나 그 전쯤엔 공작가가 참석하지 않았어.”
“그때 황제의 대리로 참석한 게 슈바르트 대공가구나.”
“맞아.”
슈바르트는 키베르크의 가문이었지?
어쨌든 황제의 최측근은 큰 범위를 벗어나진 않는 듯했다.
“성국의 사건 이후로 대공가는 어떻게 됐어?”
“사라졌어.”
“……역시 그랬구나.”
간단한 답이지만, 그럴 것 같았다.
“키베르크 때문에 황제까지 해를 입을까 봐 통째로 없애 버린 거야?”
“그건 아닌 것 같던데.”
“아니라고? 그럼 왜?”
휘스테론이 턱을 쓸었다.
“소식이 전달되자마자 반발이 꽤 있었다지. 거기에서는 하나뿐인 후계자를 잃은 거니까 화가 날 만도 해. 황제가 위로를 해 주려고는 했는데, 대공가에서 거절했대. 오히려 귀족적으로 선물을 보냈다더라.”
“황제에게 선물을 한 거야?”
“조사한 바로는 그래.”
요이델은 서류를 빠르게 뒤까지 펼쳐 보았다.
“거울?”
“어, 사실상 조롱의 의미지. 네 모습이나 돌아보라는 거. 아마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
“정말이야, 라이?”
“그렇습니다. 브리칼트에서 귀족 남성에게 거울을 선물로 주는 일은 모욕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랬구나…….”
“선물을 받은 황제의 분노가 대단했다더라.”
그 순간 요이델은 한 가지 가정을 세웠다. 혹시 이 추측이 맞다면…….
“휘스, 라이. 하나만 더 알아봐 줄래? 둘에게는 아주 간단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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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델은 율리시스의 방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오라버니도 자리에 없는데, 율리시스 님까지 없네.’
설마 또 둘이 만난 건 아니겠지?
요이델은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날카로운 의심에 표정이 저절로 험상궂어졌다.
“혹시 성하를 보셨나요?”
“아니요, 아……. 몇 시간 전에 휘르무트 님과 동행하시는 걸 뵌 것 같기도 합니다만…….”
지나가던 기사의 대답에 요이델은 안내받은 곳으로 뛰어갔다.
‘또 괴롭히면 안 돼!’
수장들은 그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다. 약간은 설득이 된 것 같지만, 오라버니는 아직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성하를 상대하다간 오라버니가 다칠 수도 있단 말이야!’
요이델은 율리시스의 냉정함과 본성을 잘 알고 있었다.
외적인 면에서도 율리시스가 더 뛰어났고 힘도 아마 그렇겠지.
둘 모두를 위한다고 하며 말렸지만, 사실 율리시스가 진심으로 화를 내면 다칠 쪽은 철저히 휘르무트였다.
그에게는 민망해서 말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자신의 오라버니이니 어느 정도 져 줄 율리시스를 아니까.
‘둘이 사이좋은 친구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잠시 생각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그때 저 멀리서 들어오는 마차들이 보였다.
“우와…….”
생김새가 다른 말들이 이끄는 가지각색의 마차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삼대륙 회의를 위해 왕궁에 들어오는 각국의 인사들이었다.
요이델은 그것들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걸었다. 성이 너무 넓어서 걷는 것으로는 끝이 나오지 않았다.
“휴, 힘들어…….”
무릎을 굽혔다가 일어나던 그때.
몸이 휘청거리던 순간 누군가가 요이델의 등을 받쳐 주었다.
“조심해야지요, 아가씨.”
“앗, 감사합니다.”
어?
그런데 자신을 도와준 건 전혀 본적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곳에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왜였지?
“신관님이시군요.”
그는 요이델을 보고 미소 지었다.
성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신관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라 그런지 신기한 듯했다.
“……네, 그렇죠.”
하지만 말을 들은 요이델은 그에게서 조금 더 물러섰다.
경계심이 가득 들었다.
이 낯선 사람의 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나이는 대략 중년 정도. 풍채가 크지는 않다.
빵집의 베이커씨 같기도 하고, 성의 근로자 같기도 하고, 길에서도 몇 번씩은 봤을 듯한 흔한 인상이었다.
오히려 무척 느낌 좋은 미소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불쾌하셨군요.”
요이델이 경계하자 그는 미안하다는 투로 말을 건넸다.
“잠시 어지러워서요. 그런데 여기엔 어떻게 오셨나요?”
“보좌하는 분께서 회의에 참석하신다기에 따라왔는데,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디를 가시던 길이었나요?”
요이델의 물음에 남자는 바로 대답했다.
“작은 방문이 열리지 않아서 열쇠를 요청하러 가던 중입니다. 마찻길을 피해 이쪽으로 왔지요.”
“그건 이쪽이 아니라 서쪽 길이에요. 그런데 서쪽 길을 지나가시려면 귀빈실을 사용하고 있다는 허가증부터 먼저 받아야 해요.”
사실 그런 건 없었다.
이걸 묻는 이유는 그가 알고 왔는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데 잘못 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습니까.”
그는 모호한 말로 넘겼다.
“저쪽에 보이는 목조 장식을 끼고 돌아가면 나오는 건물의 1층에 가면 허가증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남자는 감사하다는 말을 짧게 남기고 떠났다. 요이델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정말 열쇠가 필요했던 게 맞다면, 금방 돌아와서 다시 물어봐야 해. 아니면 화를 내거나.’
일부러 다른 길을 알려 줬다.
왜냐하면, 지금 내 옷은 메디아의 로브였으니까. 신관으로 추측할 수 있는 외관이 아니었다.
‘하지만 뛰어난 마법사라서 알아챌 수도 있지.’
허가증이 필요하다는 것도 거짓이었다.
회의에 참가할 정도의 귀빈이라면 자잘한 일들은 메디아 측에서 전부 알아서 해결해 주니까.
굳이 귀빈의 사용인이 물품을 찾아 돌아다닐 일이 없게끔 말이다.
요이델은 그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떠올렸다.
어렵지 않았다. 다시 들은 지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하나, 둘, 셋…….’
시간이 한참 흘러도 그 남자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쪽 역시, 자신이 알아챘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을 거다. 탐색하러 왔던 게 분명하다.
‘……목소리가 똑같아. 틀림없어.’
요이델은 가슴에 올려 둔 양 주먹을 더욱 꽉 쥐었다.
“이곳에 계셨습니까?”
“율리시스 님!”
먼 곳을 노려보던 그때, 포근하고 익숙한 품이 그녀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저를 지나치게 반겨 주셔서 기쁘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꼭 물어야겠습니다.”
율리시스는 자신의 몸을 힘껏 껴안고 바르르 떠는 요이델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곤란을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율리시스 님, 저요…….”
“네.”
그는 여전히 안정된 미소로 그녀를 바라봤다. 율리시스와 눈이 마주친 순간, 요이델은 숨통이 트이는 걸 느꼈다.
이 품이 안식처 같고 든든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서든 편안해지는 기분.
요이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방금 브리칼트의 황제를 만났어요.”